[기고] 3월 26일, 안중근 의사 순국과 천안함 피격

[기고] 3월 26일, 안중근 의사 순국과 천안함 피격

뉴스1 제공
2012.03.26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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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완근 서울지방보훈청장 News1
최완근 서울지방보훈청장 News1

1910년 3월 26일, 32세의 청년 안중근 의사는 여순 감옥에서 순국했다. 조선 침략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를 하얼빈역에서 처단한 후 심문의 과정에서 안 의사는 이토 총살의 이유를 조목조목 밝혔다.

이 거사는 단순히 나라를 빼앗긴데 대한 울분이나 개인적 복수심에 의한 것이 아니며 ‘고종황제 폐위, 을사늑약 체결, 한국인 학살, 군대해산, 동양평화 파괴’ 등 이토 히로부미의 죄악 15조를 일관되게 설파했던 것이다.

안 의사는 이토에 대한 단죄로 당장 조국의 독립과 같은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거라 기대할 만큼 식견이 짧은 분이 아니었다. 다만 이토의 처형으로 이루고자 한 바는 한반도를 비롯한 만주전역에 대한 일제의 침략 야욕에 경종을 울리고, 일본인을 비롯한 모든 아시아인들에게 동양의 평화가 중요함을 깨우치는 것이었다.

이후 공정하지도, 합법적이지도 않은 재판과정과 판결에 대해서도 안 의사는 거사를 일으킨 장부로서, 군인으로서 품위를 잃지 않았다. 그리고 최후의 순간까지도 조국의 독립과 동양평화를 염원하며 동포들의 분발을 구했다.

이로부터 100년 뒤인 2010년 3월 26일, 분단된 조국의 바다를 지키던 천안함 장병 104명 가운데46명이 북한의 기습적인 어뢰공격으로 산화했다. 그리고 전우를 구하기 위해 한치 앞에 보이지 않는 바다로 들어간 한주호 준위가 구조과정 중 순직했다.

당시 이 충격적인 피격 사건에 온 국민은 경악했고 사랑하는 아들을 잃은, 아버지를 잃은, 남편을 잃은 유가족의 슬픔을 함께 하고자 다양한 방법으로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그리고 이러한 국민의 위로와 격려에 보답하고자 아들이 목숨 바쳐 지킨 나라를 더욱 더 튼튼하게 하고자 성금을 쾌척한 유족이 있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우리는 안보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우리가 누리는 평화의 취약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기억하기에 우리 사회는 너무 바쁘게 돌아가는 것일까? 천안함 피격 사건 2년 즈음이 되는 요즘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염려되는 점이 참으로 많다.

우선 천안함 피격이 일어난 시기조차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국민이 절반이 넘고, 북한의 소행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국민도 20%가 넘었다. 게다가 인터넷 등에서는 여전히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정부가 진실을 조작했다’라는 음모론이 횡행하고 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천안함 피격사건이 기억 속에서 희미해져간다 해도 사건이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주는 메시지를 새겨야 필요는 있다. 우리는 지구 최후의 분단국으로서 적과 대치 중인 상황에 있으며, 이러한 조국을 지키기 위해 많은 분들이 불철주야 애를 쓰고 있다는 점이다.

안 의사께서 말씀하신 “위국헌신군인본분(爲國獻身軍人本分)”(나라를 위해 몸을 바침은 군인의 본분이다)은 나라를 잃은 백성이었던 안 의사와 분단된 조국을 지키던 천안함 용사에게나 마찬가지의 의미를 갖는 것이었다.

그리고 현재에도 나라를 위한 군인의 본분을 다하고 있는 현역 장병들이 있다.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평화, 또 그 안에서의 행복한 삶이 실현되기 위한 바탕에는 안전하게 나라를 지키고자 하는 군인을 비롯한, 경찰, 소방관 등 제복 근무자들의 숨은 노력이 있다.

이렇게 나라를 위한 이 분들의 희생과 헌신을 온 국민이 기리고 그 숭고한 정신을 이어가는 것, 나아가 현재 나라를 지키는 분들이 국가에 대한 무한한 신뢰감을 가지고 오로지 그 임무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 이것이 바로 국가보훈(國家報勳)이다.

성숙한 보훈문화를 조성하고 나라를 위한 희생을 기억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통해 우리 사회의 품격은 높아지고 대한민국 번영의 토대는 더욱 탄탄해 질 것이다.

(서울지방보훈청장 최완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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