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H, 市협의없이 의회에 지원조례 제정건의 강수
- 시의회 반대의사, LH式 사업재조정 돌입 불가피
임대주택 공급 확대와 부채 감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SH공사가 재정 마련을 위해 정면돌파에 나섰다. 임대주택 건설재원 지원에 소극적인 서울시와 사전 협의없이 곧바로 서울시의회에 임대주택 건설재원을 시 재정으로 지원하는 조례 제정을 건의하고 나선 것.
하지만 시의회가 조례 제정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임대주택 재원을 직접 지원받기는 쉽지 않게 됐다. 부채를 줄이면서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을 감안할 때 획기적인 지원방안이 없으면 자칫 '박원순표 임대주택 8만가구 달성'은 물건너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5일 서울시의회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이종수 SH공사 사장은 최근 시의회 도시관리위원회에 출석해 "예측 가능한 계획 수립과 집행을 위해 임대주택 소요재원에 대해 'SH공사 재정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이는 2011년 말 기준 부채 17조5254억원을 감축하는 동시에, 박원순 시장이 내놓은 임대주택 8만가구 공급의 차질 없는 추진을 위해 필요한 조치라는 게 SH공사의 입장이다. SH공사는 이번 조례제정 건의를 시와 협의없이 진행하는 초강수를 뒀다.
재정 지원은 공익사업에 대한 손실을 시가 보존해주는 방식을 원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개정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법 시행령과 유사한 방식으로, 현재 정부는 LH가 보금자리주택과 산업단지 등 공익사업을 수행하다 손실이 발생할 경우 적립금 보전으로도 모자라면 정부가 차액을 보전해 주고 있다.
SH공사는 박 시장 임기내 임대주택 8만가구 공급을 위해 2014년까지 필요한 1조2753억원의 시 출자금에 대한 적기 지원도 요청했다. SH공사의 채무 감축목표는 2014년까지 예정된 시의 출자금이 제때 지원되는 것을 토대로 작성됐다.
시의 임대주택 공급목표는 오세훈 전 시장 시절 6만가구에서 박 시장 취임 이후 8만가구로 확대됐다. 또 시가 항동·내곡 보금자리주택지구에 대해 평수 축소와 일반분양물량의 임대주택 전환 등을 추진하면서 SH공사의 재정부담은 커졌다. 특히 항동지구의 경우 올해 예산에 토지 보상금이 책정되지 않아 사업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
문제는 시의회가 SH공사의 재정지원 조례 제정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형식 시의회 도시관리위원회 의원은 "SH공사는 순이익을 내는 우량기업으로 LH와 사정이 다르다"며 "출자금은 사업진행 단계에 맞춰 시가 지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고 현 시점에서 별도의 재정지원 조례 제정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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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공사가 임대주택을 건설·공급하는데 필요한 재원을 제대로 지원받지 못할 경우 박 시장이 구상하고 있는 임대주택 8만가구 공급은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LH식 구조조정을 벤치마킹하고 있는 SH공사도 17조원이 넘는 부채를 줄이기 위해 신규사업을 대폭 줄이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어서다.
구조조정 성공사례로 꼽히는 LH는 130조원에 달하는 부채를 줄이기 위해 138개 신규사업을 취소하거나 축소하는 사업재조정에 들어갔다. 여기에 국책사업 추진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 보전과 국민주택기금 후순위 전환 등의 정부지원을 이끌어내면서 부채 증가가 멈췄다.
이와 관련 이건기 시 주택정책실장은 "임대주택 공급을 위해 정책적으로 SH공사를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SH공사 재정지원을 위한 조례 제정은 보다 충분한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