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인사 논란 학습효과 탓일까. 새 정부 인선 명단에서 박 대통령 당선인의 모교인 서강대 출신 인사들을 찾아볼 수 없다. 박 당선인 측은 18일까지 네 차례에 걸쳐 청와대 일부 및 내각 전원의 인선을 발표했지만, 서강대 출신은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
윤창중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대변인은 이날 청와대 허태열 비서실장과 유민봉 국정기획수석, 곽상도 민정수석, 이남기 홍보수석 등 4명의 청와대 일부 인선 명단을 발표했다. 특히 이들은 모두 성균관대 출신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모았다. 인수위 주변에서는 "때 아닌 성균관대 전성시대"라는 말들이 나오기도 했다.
반면 '박근혜 정부' 출범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으로 예상됐던 서강대 인맥은 전혀 중용되지 않고 있다. 앞서 1·2·3차 인선에서도 국무총리와 17개 부처 장관, 청와대 장관급 직책인 국가안보실장과 경호실장 등 20명의 인사를 단행했지만 서강대 출신은 기용되지 않았다.
현재까지 발표된 네 차례 인사를 통해 발표된 24명을 출신 대학별로 살펴보면 △서울대 7명(현오석·서남수·윤병세·유진룡·윤상직·진영·조윤선) △성균관대는 6명(정홍원·황교안·허태열·유민봉·곽상도·이남기) △육군사관학교 3명(김장수·박흥렬·김병관) △연세대 2명(유정복·서승환) 등이다.
고려대(류길재)와 한양대(윤성규), 한국외국어대(방하남), 영남대(이동필), 부산여대(윤진숙), 미 존스홉킨스대(김종훈)도 각각 1명씩을 배출했다.
이 같은 서강대 '배제' 현상은 정치권에서도 전혀 예상치 못했다는 반응이다. 당초 박 당선인은 최측근에는 서강대 출신 또는 이른바 '서강학파'로 불리는 경제전문가 그룹들이 다수 포진해 있었기 때문이다.
박 당선인의 정책 '브레인'으로 평가받는 김광두 서강대 명예교수와 서강대 교수를 지낸 김종인 전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서강학파의 중심인물이었고, 서병수 새누리당 사무총장과 서강대 총동문회장을 맡고 있는 김호연 전 의원 등 친박 최측근 다수도 서강대 출신이다.
이에 따라 인수위 주변에선 서강대 인맥들의 부진은 '대탕평' 인사 기조의 유탄을 맞았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이 현 정부 내내 고려대 인사들을 대거 중용해 비판을 받은 만큼, 박 당선인은 모교 출신들을 챙긴다는 이미지를 꺼리고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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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아직 인사가 이뤄지지 않은 청와대 수석비서관 여섯 자리를 지켜보자는 얘기도 나온다. 특히 박 당선인의 경제민주화 및 복지 공약을 주도할 핵심직책인 경제수석에는 여전히 '서강학파'의 기용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인수위 한 관계자는 "박 당선인이 경험과 전문성을 최우선 기준으로 놓고 있다는 게 현재까지의 인사로서 드러나지 않았느냐"며 "특정 대학 출신을 중용한다거나 배제한다는 것은 결과에 따른 언론의 해석일 뿐"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