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는 없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새누리당이 그럴 리 없다고 믿었던 지지자들에게는 뒤통수도 이런 뒤통수가 없다. 더구나 부자 감세해주는 '부자정당'인 줄 알았는데 부동산 법안을 통과시키는 수단으로 고소득자의 세금부담을 늘리는 거래를 하다니 믿을 사람 하나 없다.
지난해 연말 소득세 최고세율 과표구간을 연 3억원에서 1억5000만원원으로 낮추는 데 새누리당이 합의했다는 소식에 후폭풍이 만만찮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앞으로 3억원 초과에 대한 과세구간을 신설해 최고세율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벌써부터 연봉 1억5000만원인 회사원이나 연봉 10억원인 최고경영책임자(CEO)나 똑같은 세율을 적용받는 것이 형평성에 맞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으니 말이다.
이미 야당에서는 최고세율을 40%로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여당도 이번 소득세제 개편으로 사실상 '부자증세'에 동의한 만큼 소득세율 인상은 언제든 다시 꺼낼 수 있는 카드라는 것이다.
당초 새누리당은 야당의 '부자증세' 주장에 대해 세제의 대원칙에도 어긋나고 세수 확보도 생각만큼 증가하기 어려운 반면 소비 위축 등의 부작용만 가져올 것이라며 반대입장을 밝혀왔다. 그럼에도 법안의 연내처리 시한에 임박해 국민에게 양해를 구하지도 않고 쉽사리 입장을 바꾼 것은 정부의 세수 부족을 메꾸기 위해 그나마 저항이 덜한 '부자증세'를 용인해야 하는 분위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지난 이명박 정부 때 소득세 최고세율을 35%에서 38%로 인상하고 이를 적용하는 과세구간을 연 3억원 초과로 신설할 당시에도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야당이 '부자감세' 철회하라고 주장할 때마다 새누리당이 오히려 '부자증세'했다고 억울해 하며 제시하는 대표적 사례다.
새누리당의 정책통인 한 의원은 "당시에도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지만 정책을 담당하는 의원들이 밀어붙였다"며 "그 정도 버는 사람들이 세금을 좀 더 많이 내는 것이 큰 부담이겠느냐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재밌는 것은 의외로 '부자증세'에 대한 새누리당의 '너그러운 마인드'는 새누리당 부자 의원들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앞서 이명박 정부 시절 '부자증세'를 주장한 그 의원은 국회의원 재산순위 10위 안에 들어가는 재력가다. 현 지도부 역시 수십억, 수백억원의 재산을 지닌 의원들이 많다. 이러다보니 세금과 관련한 정책에 대해 새누리당이 줄이는 것보다 늘리는 데 인심이 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는 것은 당연한 원칙이다. 그러나 세금이 민생과 직결되고 소비와 근로 의욕에 영향을 주는 등 국가 경제의 건전성에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고려할 때 사회적 합의를 충분히 거치는 것이 필요하다. 서민과 중산층이 부담하는 세금만큼 고소득자들의 부담도 신중하게 고려하는 '증세 마인드'가 새누리당에 필요한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