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체포 특권' 폐기, 박대통령 대선 공약 '실종'

'불체포 특권' 폐기, 박대통령 대선 공약 '실종'

이하늘 기자
2014.08.29 05:54

[the300 -휴업 국회 철통 특권③]"절대권력 남용 어려운 만큼 원칙적 폐지해야"

#21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검찰 직원들이 들이닥쳤다.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5명의 여야 의원들에 대한 강제구인을 위해서다. 지난 19일 오후 11시59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130명 전원의 요구로 22일부터 임시국회가 시작되면 불체포특권이 발효돼 이들에 대한 신병처리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까지 버티거나 잠적했던 의원들은 오후에 모두 법원에 출석했다. '방탄국회'를 비판하는 여론에 떠밀린데 따른 것이다.

#철도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송광호 새누리당 의원. 22일 임시국회가 시작되면서 검찰은 송 의원을 체포할 수 없다. 이에 송 의원은 25일 자회견을 자청해 법원의영 장실질심사에 출석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법원은 임의출석에 따른 심문은 형사소송법 규정에 어긋나고, 구속영장을 발부하려면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세월호 특별법으로 여야가 대치중이기 때문에 국회 본회의 시기는 기약이 없다. 이에따라 송 의원의 법원 출석도 무기한 연장될 처지다.

권력의 압력으로부터 입법부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마련한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이 오히려 비리 의혹 의원들에 대한 보호수단으로 변질되면서 이에 대한 개선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에는 불체포특권을 악용한 '방탄국회'가 여론에 의해 무산되면서 불체포특권 관련 법안에 대한 개정 움직임이 더 활발해질 전망이다.

불체포특권은 이미 지난 대선에서도 개선해야 할 사안으로 지목받았다. 당시 대선 후보였던 박근혜 대통령은 "불체포특권을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문재인 의원도 '불체포특권 제한'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2년이 다 되도록 이와 관련한 국회 논의는 제자리 걸음이다.

불체포특권은 영국에서 가장 먼저 시행됐다. 1397년 영국 하원의원 토머스 핵시가 국왕 리차드 2세의 방탕한 생활을 비난하자 리차드 2세가 이에 분노해 핵시 의원을 반역죄로 몰아 사형에 처하도록 하면서 절대권력으로부터 입법부를 보호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영국은 1603년 영국에서 국회의원특권법(Privilege of Parliament Act)을 통해 의원들에 대한 면책 및 불체포 특권을 부여했고 이후 대다수 민주주의 국가들이 불체포특권을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우리 나라 역시 헌법 제44조를 통해 '국회의원은 현행범인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중 국회의 동의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한다. 국회의원이 회기전에 체포 또는 구금된 때에는 현행범인이 아닌 한 국회의 요구가 있으면 회기중 석방된다'고 불체포특권을 직접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불체포특권에 대한 재조명이 시작되고 있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불체포특권에 대한 법적규정이 있는 나라라 해도 실제로 이를 적용하고 있는 나라는 거의 없다"며 "오늘날 절대왕권이나 절대권력이 존재치 않고 입법부의 힘도 강화됐기 때문에 한국 역시 궁극적으로 헌법을 개정, 불체포특권을 폐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발맞춰 국회 내부에서도 방탄국회를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송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처리와 관련해 여야 모두 "방탄국회를 열지 않고 원칙대로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21일에도 검찰의 구인을 받은 5명의 의원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법원에 출석해 영장실질심사를 받기도 했다.

다만 현행 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예기치 않은 방탄국회가 성립될 수 있다. 현행 헌법과 이를 규정하는 국회법에 따르면 여전히 회기 중 국회의원에 대한 체포는 국회 본회의 표결을 통해 통과돼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김민호 교수는 "헌법 개정을 당장 진행할 수 없는만큼 불체포특권과 관련한 국회법을 우선 개정하는 것만으로도 비리 의원에 대한 '방탄국회'를 막을 수 있다"며 "국회의 동의 이후 체포가 가능한 현행 제도를 개정해 우선 비리 의원에 대한 검찰의 체포가 가능토록하고 사후에 국회 표결을 통해 검찰의 부당한 체포를 되돌릴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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