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보육비, 교육청이 내는 게 맞나…관련법 살펴 보니

어린이집 보육비, 교육청이 내는 게 맞나…관련법 살펴 보니

황보람 기자
2014.10.08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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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복지 파탄 논란 집중해부③]예산의무 넘어왔는데 유보통합은 안돼 '과도기' 상황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어린이집의 역할은 아이들(만 0~3세)을 '보육'하는 걸까, '교육'하는 걸까. 정부는 선진국 추세에 맞게 보육기관과 유치원을 통합하는 '유보통합'을 추진해 왔다. 단일한 커리큘럼으로 어린이집도 유치원 수준의 '교육기관'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유보통합은 요원하지만 '보육료'를 누가 낼지 샅바싸움은 이미 시작됐다. 정부는 2015년부터 보육료 전액을 교육청이 감당하도록 정했고 교육감들은 일제히 '거부'를 선언했다.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는 지난 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015년도 누리과정 예산 중에서 어린이집 보육료 예산에 해당하는 2조1429억원을 전액 편성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협의회 측은 교육감이 보육비를 감당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교육청은 그동안 왜 '보육비' 일부를 부담했을까.

2011년 5월 2일 정부는 '취학전 만 5세 아동에 대한 의무교육' 시행계획을 발표했다. 유치원 교육과정과 어린이집 표준보육과정을 ‘만 5세 공통과정’으로 통합하겠다는 것. 정부는 유치원비와 보육비 지원액을 점차 늘려 2016년에는 전액 수준인 월 30만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른바 '무상보육'의 시작이다.

관련 재원은 교육과학기술부(현 교육부)가 맡았다. '유아교육법시행령'과 '영유아보육법시행령' 개정안에는 보육비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충당하는 내용이 담겼다. 당시까지 보건복지부 소관인 어린이집 보육비는 국고와 지방비로 부담됐다.

시행령을 통해 예산 지출 의무는 교육청으로 넘어왔지만 유보통합 관련 법령은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이 갈등의 출발점이다. '법안 미비'라는 과도기적 상황이 교육감들에게 예산지출 거부 핑계를 준 셈이다.

유보통합은 커리큘럼 뿐 아니라 어린이집과 유치원 교사의 질적 수준, 민간과 국·공립 시설 사이 격차를 좁혀 통합해야 하는 민감한 사안이었다. 이해단체들의 명암도 엇갈렸다. 현재까지 정부도 국회도 관련 법안을 내놓지 못한 상태다.

교육감들은 법상 교육부 소관이 아닌 어린이집 보육료를 더이상 감당할 수 없다고 말한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법상 교육이나 학위와 관련된 사안에만 지출할 수 있고 보육기관은 여전히 복지부 소관인만큼 예산 지출 근거가 없다는 뜻이다.

박재성 교육감협의회 사무국장은 "정부 말대로라며 정부 조직법상 복지부 업무도 교육부 소관으로 넘어와야 한다"며 "현재 어린이집 제반 활동에 관한 지도·감독을 복지부에서 하기 때문에 교육청에서 예산을 낸다고 해도 교육적으로 바르게 쓰였는지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교육감들은 학생수 감소로 교육재정 여건이 점차 나아질 것이라는 기획재정부 전망에도 제동을 걸었다. 협의회 측은 2013년 세수결손 2조7000억원도 갚아나가기 힘들어 상환을 유예해 달라고 요청한 상황이다.

박 국장은 "우리나라 교육 환경은 OECD 국가들에 비하면 말이 안될 정도로 열악하다"며 "정부는 스마트교육 같은 새로운 정책을 제시해 놓고 보육비까지 떠넘기면 어떻게 교육감들이 교육정책 예산을 편성하라는 건지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초·중·고 학생 수는 줄어들어도 유보통합으로 유아 인원이 추가되면 사실상 100만명 정도 학생이 늘어나는 셈"이라며 "기재부에서는 이런 점을 고려조차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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