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종합
공 울린 원구성 전쟁…새누리-더민주-국민의당 누가 웃을까
"법정시한 대로 6월7일 국회의장 선출, 6월8일까지 상임위 배정, 6월9일 상임위원장 선출을 마치겠다"
20대 국회 원구성을 위한 여야 3당의 협상이 본격 시작됐다. '여소야대' '제 3의 교섭단체 출현'으로 '협치'가 중요해진 만큼 원구성부터 법정 기한 내에 끝내고 일하는 국회의 모습을 보인다는 각오다.
하지만 3당의 공언처럼 법정 시한을 맞추기 위해선 넘어야할 산이 많다. 28년 전인 제13대 국회 이후 이번 제19대 국회까지 법정 시한 내에 원구성을 마친 적이 한번도 없다. 특히 이번 원구성은 과반 정당이 없고 3개의 정당의 이해관계를 조율해야 한다는 점에서 더 험난한 협상이 될 수도 있다.

◇국회의장-법사위원장-운영위원장, 얽히고 설킨 협상 구도=12일 국회 등에 따르면 원구성은 국회가 회의 및 의결체로서 역할과 기능을 하기위해 조직을 갖추는 것으로 의장단과 상임위원장을 선출하고 각 상임위원회에 위원배정을 완료하는 것을 의미한다. 국회의장의 경우 다수당에서 선출돼 온 관행에 따라 제1당인 더민주가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것도 단언하기는 힘들다. 여당인 새누리당이 단 1석 모자란 2당인데다 국정 운영에 결정적인 차이를 만들어 낼 국회의장직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법사위원장, 운영위원장 등과 연계돼 협상이 이뤄질 가능성도 변수다. 현재로선 본회의에 부의된 안건을 상정할 수 있는 국회의장을 더민주가 갖는 대신 본회의로 가는 마지막 관문인 법사위원장을 새누리당이 맡아 균형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운영위를 누가 맡느냐가 문제다. 그동안엔 법사위원장을 야당이, 운영위원장을 여당이 맡았다. 여당 입장에선 법사위 못지 않게 청와대를 담당하는 운영위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법사위원장을 여당이 갖게 되면 야당은 운영위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여당이 운영위와 법사위 둘다 놓치려 하지 않을 때는 협상이 난관에 빠질 수 있다는 얘기다.
국민의당이 법사위원장을 가져갈 수 있다는 관측이 있는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새누리당 입장에선 더민주가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모두 갖는 것 보다는 국민의당이 법사위원장을 갖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법사위를 갖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김관영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저희 당이 맡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되면 피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나머지 상임위들도 협상이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여소야대, 2개 교섭단체가 중심이 됐던 19대 국회에선 법사위와 운영위를 포함한 전체 18개 상임위 가운데 10개 상임위를 새누리당이, 8개를 더민주가 가져갔다. 이번엔 국민의당이 가세하면서 의석수 기준으로 보면 8(새누리) 대 8(더민주) 대 2(국민의당) 의 비율로 배분이 되는 것이 합리적이다.
상임위원장 자리가 2개 줄어드는 여당으로선 협상이 상당히 버거울 수 밖에 없다. 국정운영에 필수적인 것으로 간주되는 운영위, 안행위, 국방위, 외통위, 정보위, 예결특위 등 6개 상임위를 지키고, 법사위를 추가한다면 기재위, 정무위, 미방위, 윤리특위 중 적어도 3개는 내줘야 한다. 기재위와 정무위는 핵심적인 경제 상임위로 꼽히고 미방위는 박근혜 정부의 핵심 국정 과제인 창조경제의 주관 상임위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국방위, 외통위 등을 야당에 내줄 수 있다고 한 배경엔 이런 갑갑한 사정이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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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임위 분할 변수…제도 개선 과제도 다뤄질까=기존 상임위 분할 여부도 쟁점이다. 교문위의 경우 교육과 문화체육관광 분야를 분리해야 된다는 데 야 2당이 공감하고 있고, 여당도 검토는 할 수 있다는 분위기다. 미방위, 환노위도 분할 얘기가 나온다. 그런데 상임위가 분할될 경우 전체 상임위수가 늘어나기 때문에 '자릿수 늘리기'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결국 상임위가 2곳 이상 늘어날 경우에는 다른 상임위와 다시 통합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상임위 배분 협상이 복잡해질 수이 있다는 얘기다. 때문에 현재로선 교문위 분할 정도에서 타협점을 찾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상임위 조정과 배분 외에 상임위 위원 정수 조정이나 요일제 국회 운영, 무쟁점 법안 신속처리 제도 등 국회 운영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어느정도 논의가 이뤄질지도 관심사다. 상임위 정수와 관련해선 산업위, 교문위, 국토위 등 인기 상임위들의 위원 정수가 30-31명에 이르고, 환노위 등은 절반인 15명에 그치는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을지가 쟁점이다. 요일제는 요일별로 회의 일정을 정해 국회 운영을 예측가능하게 하자는 것이고, 무쟁법 법안 신속처리 제도는 상임위 쟁점 법안에 밀려 합의가 가능한 법안들 마저 처리가 되지 않은 것을 막자는 취지다. 제도 도입 필요성에는 공감하는 이들이 많지만 법정 기한 내 원구성이라는 또다른 목표를 놓고 볼 때 대폭적인 제도 개선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더민주 핵심 관계자는 "기한 내 협상 종료, 상임위 분할과 위원정수 조정을 통한 상임위 효율화가 1,2순위 과제"라며 "제도 개선도 논의가 되겠지만 아무래도 후순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하는 국회' 만들기, 여야 3당 원구성협상서 일낼까

총선 이후 정치권의 공통된 키워드는 '일하는 국회'다.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등 3당 지도부는 "총선 민심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20대 국회를 일하는 국회로 만들겠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일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 거론되는 방안은 크게 3가지다. 요일제 국회, 본회의장 의석 배치, 상임위 분할 논의 및 정수 조정 등이 국회 안팎으로 제기되는 이슈다. 3당 모두 의지가 강한 만큼 이번 원구성 협상에서 함께 논의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요일제 국회' 예측 가능성 높여
다양한 의사결정이 필요한 국회에선 정족수에 항상 민감하다. 국회는 기본적으로 구성원이 모이지 않으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구조다. 이미 쟁점이 사라진 민생법안도 예외는 아니다.
지역활동이 표심에 절대적 영향력을 미치다보니 갑작스럽게 잡힌 회의에는 불참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당선된 뒤 콧빼기도 안보인다"는 대중들의 질타를 의식해 국회일정 대신 지역일정을 택하는 국회의원이 적지 않다. 지역활동을 잘하는 의원일수록 국회 의정활동은 낙제생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때문에 회의를 열 때마다 협의해야하는 현 국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국회 내에서 많다. 특히 '요일제 국회'는 불확실한 국회의 회의일정을 예측 가능하게 하기 위한 방안으로 거론된다. 정의화 국회의장 주도로 2014년부터 추진하고 있다.
회기중엔 매주 월·화 오후 2시 상임위 전체회의, 수·목 오전 10시엔 상임위별 법안소위를 열어 법안을 심사하는 방안을 담았다. 본회의는 목요일 오후 2시, 금요일엔 상임위 회의를 열되 공청회와 소청문회를 갖도록 했다.
이 개정안엔 8월 국회 명문화, 1월과 7월을 제외한 연중 상임위를 열 수 있도록 상시국회 강화방안이 포함돼 있다. 법제사법위원회까지 통과돼 본회의 대기 중이다.

◇본회의장 섞어앉기, '지도부 중심' 탈피 기대
국회 본회의장 의석 배치에 대한 의견도 나온다. 최근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소통을 위해 여야가 섞어 앉자"고 제안하면서 논의에 불이 붙었다.
지금까지는 의장석을 바라볼 때 중앙을 원내 1당이 차지하고, 2당과 비교섭단체가 오른쪽과 왼쪽으로 나눠 앉았다. 또 당 내에서 선수가 높고 중책을 맡은 의원일수록 뒷좌석에 배치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국회법상 본회의장 의석 배치는 의장이 교섭단체와 협의해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야당은 이같은 시도에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현실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지도부의 논의가 필요한 사안을 깨트리는 구조라는 점에서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좋은 아이디어지만 (새누리당은 의원을 통솔하기 어려워) 후회하게 될 것"이라며 "일장일단이 있고, 논의해보겠다"고 말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긍정적인 면도 있겠지만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그럴 필요는 없다"고 했다.
여야가 섞어앉는 방안이 국회 운영의 효율성과 정치문화의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는 기대감도 적지 않다. 여야로 구분된 현재의 좌석배치가 고성과 막말을 방조하고 지도부 중심의 국회 운영을 조장하는 데 영향을 주고 있어서다. 섞어앉는 좌석 배치는 지도부가 초재선 의원을 감시하고, 이들이 지도부에 잘보이기 위한 '튀는 발언'을 억제시키는 데 효과가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초재선 의원들이 지도부에 휘둘리지 않고 '소신투표'의 기대감도 갖게 한다.
특히 상임위별로 좌석을 배치하면 여야의 이해관계보다 상임위 중심의 논의가 활발해지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효율적 국회 방안, '상임위 분리 및 정수 조정'도 이슈
상임위 분리와 정수 문제도 '일하는 국회'의 이슈 중 하나다.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와 환경노동위원회 등을 분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더민주는 교문위를, 국민의당은 환노위 분리를 제안 중이다. 정책의 중요도와 이질적인 소관부처를 담당하는 상임위를 나눠서 전문성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쟁점법안에 발목잡혀 소관부처가 다른 미쟁점법안까지 처리되지 못하는 관행을 끊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새누리당도 상임위 분리에 대해선 특별히 반대하지는 않는 모양새다.
문제는 국민적 시선이다. 상임위가 늘면 매달 상임위원장 등에 지급되는 특수활동비도 늘어난다. 이를 '밥그릇 늘리기'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특수활동비를 정치자금으로 사용했다고 한 홍준표 경남지사나 자녀유학비로 썼다고 한 신계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발언으로 논란이 일면서 국회는 지난해 제도개선에 나섰지만 공언에 비해 미미한 결과물만 도출해냈다.
이런 문제는 위원회 운영비 투명성 확보로 해결할 수 있어 의지만 있다면 풀어낼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환노위 분리와 함께 정보위원회와 국방위원회를 통합하는 방식으로 상임위원회 수를 유지하는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특정 상임위에 의원들이 집중되는 문제도 지역 표심과 연결돼 있다. 지역 공약을 지키기 위해선 영향력있는 상임위에 몸담아야 보다 수월하다. 공약 이행 가능성을 꼼꼼히 따지지 않는 우리의 선거 풍토와 연결되는 문제다.
현재 지역개발사업과 가장 밀접한 국토교통위원회의 경우 31명, 학교나 체육시설 등을 유치하는 교문위와 기업 유치 및 후원금 모집이 유용한 산업통상자원위원회의 경우 각각 30명이 정원이다. 의원당 7분씩만 발언하더라도 회의당 3시간을 훌쩍 넘기다보니 효율적인 의사진행이 어려운 구조다.
반면 가습기 살균제 피해처럼 국민 생활건강과 밀접하거나 청년 일자리 등 노동개혁, 담뱃값, 4대보험 등 굵직한 현안을 논의할 환경노동위원회의 경우 16명 뿐이다. 각 상임위에서 통과된 법안을 최종 심사하는 법제사법위원회의 정원도 환노위 정원과 같다. 국회의 비효율적 운용의 원인으로 지적되는 이유다.
의회권력의 최전선, 원구성 사활 거는 이유

20대 국회 원구성 협상에 정치권 시선이 쏠리는 이유는 짧은 협상기간 내 4년간 국회 내 권력구조를 상당부분 결정하기 때문이다.
1988년 13대 국회부터 본격화한 원구성 협상은 국회의장·부의장과 상임위원장이라는 요직을 배분하는 일이다. 원구성과 연계한 굵직한 정치현안과 타결을 보기도 한다. 20대 국회가 18·19대 국회와 달리 여소야대이고 국민의당이라는 제3교섭단체가 등장해 협상조건이 달라진 점도 변수다.
국회 내 권력은 어느 한 쪽이 많은 상임위원장을 가져가는 등 이익을 늘리면 다른 쪽은 손해를 보는 제로섬 게임이다. 그 이익의 첫째는 각종 법안과 현안처리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는 것. 국회의장과 상임위원장이 중요하다.
국회의장은 국회선진화법으로 비록 제한됐다지만 여야가 합의 못한 법안을 본회의에 직행시킬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새누리당은 지난해 말 테러방지법 개정 등 여야 협상이 막히자 국회의장에게 직권상정(심사기일 지정)을 요구하는 데 매달렸다. 의장은 입법부 수장이자 의전서열로 대통령 바로 다음이다. 국회의 각종 사무·인사권도 쥔다. 의장 재임중 당적을 갖지 못하게 법으로 정한 것도 그 권한이 어느 한 쪽에 치우쳐선 안 된다는 이유다.
상임위원장은 위원회를 대표하고 위원회에 특정 안건을 상정할지, 정치쟁점 처리는 어떻게 할지에 키를 쥔다. 이런 권한은 법안 심사와 통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법안통과의 최종관문 법제사법위원장은 여야가 국회의장직과 맞바꿀 '카드'로 여길만큼 영향력이 크다.
정당 내부적으로도 원구성은 민감한 문제다. 국회의장단과 위원장은 예산에서 활동비를 받는다. 재량껏 쓸 수 있어 일부 상임위원장의 사적 전용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19대국회는 자정과 투명성 강화를 약속했지만 별다른 제도적 개선을 이루지 못했다.
원구성의 영향은 단 4년에 그치지 않는다. 국회 운영은 명확한 법제보다는 여야 합의와 선례를 따르는 경우가 많다. 원구성 결과는 결정적인 선례를 남기기 때문에 일종의 경로 의존성을 낳는다. 지도부의 대외 협상력이 평가받는 시험대이기도 하다. 후반기에도 원구성 협상을 해야 하지만 총선 결과를 직접 반영하는 전반기 원구성이 더 중요하다.
원구성은 대개 상임위원장 선출을 그 시한으로 본다. 국회법에 따르면 총선 후 최초 임시회(본회의)를 임기 개시일(5월30일)부터 7일, 올해는 6월5일에 열고 국회의장단을 선출해야 한다. 여야는 그 전에 어느 당에서 의장을 맡을지, 혹은 자유투표를 할지 정한다. 다음달 5일이 일요일, 6일이 현충일 공휴일이므로 7일 국회의장과 부의장을 뽑을 예정이다. 각 상임위원장은 그날부터 3일 내 선출하므로 최종시한은 다음달 9일이다.
국회의 과거 행태에 비춰 이번에도 시한을 넘길 가능성이 높다. 원구성은 합의를 봐야 끝이 나고, 시한을 넘겨도 벌칙이 없다. 국회가 만든 법을 스스로 어긴다는 점은 따가운 질책을 받겠지만 지금 결정할 원내 권력구조가 20대국회 전체를 지배한다고 보면 여야가 여론보다는 협상 내용에 치중할 수 있다.
시한 내에 협상을 마치라는 일반 국민의 따가운 질책을 3개 교섭단체가 어느 정도나 의식하느냐가 관건이다. 협상이 지연되면 그 기간 국회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개점휴업 상태가 된다. 가습기 살균제 등 아무리 시급한 이슈도 원구성이 끝나야 비로소 논의할 수 있다.
비교적 강력한 제3당의 등장은 협상의 속도를 높일지 오히려 낮출지 예측하기 힘들다. 단 설득해야 하는 상대방이 늘어난 만큼 수싸움이 치열할 걸로 예상된다.
※국회, 번번이 지각출발=19대 국회 강창희 의장은 2012년 7월2일에야 선출됐고 그날 개원식을 열었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나섰던 당시 원구성 협상은 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과 이명박 당시 대통령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등으로 진통을 겪었다.
2008년 18대 국회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 관련 여야 대치로 원구성까지 88일 걸린 것으로 기록된다. 2004년 17대 국회 때는 상임위원장 배분 갈등 탓에 7월5일에야 상임위원장이 선출됐다. 14대 국회까지는 임기개시(5월30일) 후 한달 내 개원국회를 여는 것만 규정했으나 원구성이 줄곧 지연되면서 1994년 국회법을 개정, 15대 국회부터 지금과 같은 시한을 뒀다.
여당이 '절대사수'하는 상임위는?

# 1988년 13대 총선. 민주정의당은 125석으로 299석 중 과반에 실패했다. 김영삼, 김대중 등이 이끌던 야당을 합하면 절반이 넘는 여소야대였다. 김대중의 평화민주당이 70석으로 제2당, 김영삼의 통일민주당이 59석으로 제3당에 올랐고 김종필의 신민주공화당도 35석으로 지금의 국민의당(38석)과 비슷한 규모로 제4당이 됐다.
단독 과반이 깨진 여당은 국회는 물론, 국정운영 전반에 야당 협조를 얻어야 했다. 미국처럼 모든 상임위원장을 여당이 독식하고 원구성 협상이랄 것도 없던 국회가 4년마다 국회의장직과 상임위원장 배분을 놓고 치열하게 힘겨루기를 벌이는 모습으로 이때부터 변모했다.
12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13대 국회부터 19대 국회까지 원 구성 결과를 분석한 결과 상임위원장 배분 과정에서 여당이 어떤 상황에서도 사수했던 상임위원회는 국회 운영위원회다.
운영위는 국회 운영 전반을 관할할 뿐 아니라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경호실, 국가안보실 등을 소관기관으로 둔다. 야당에 내줬다가는 그 칼날이 청와대를 향해 돌아올 것이 불 보듯 뻔한 일. 15대 총선에서 고작 79석을 얻은 새정치국민회의가 1998년 2월 DJ정부가 들어서면서 여당의 지위를 얻자 국회 후반기 원구성에서 1순위로 챙겨온 것도 운영위다.
20대 국회 원 구성의 '변수'로 작용하고 있는 법제사법위원회가 야당 몫이 되는 관행이 생긴 것도 '여소야대'정국을 맞으면서다.
13대 국회부터 15대 국회 전반기까지 법사위는 여당의 차지였다. 집권여당이 국회의장과 운영위, 법사위는 물론이고 재무위원회(현 기획재정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을 독식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15대 후반기 야당인 한나라당(신한국당+민주당)이 과반이 넘는 의석을 확보한 상황에서 여당인 새정치국민회의는 법사위와 재경위, 예결위를 야당에 넘겼다. 국회의장직은 'DJP연대'를 통해 천신만고 끝에 제3당인 자유민주연합 소속 박준규 의원에게 돌아갔다. 합의추대가 아닌 선거로 국회의장을 뽑는 등 무려 65일간 치열한 신경전을 벌인 결과다.
20대 국회에서는 경제정책 전반을 다루는 기재위와 정무위원회 둘 중 한 상임위가 원내1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몫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민주정의당-민주자유당-신한국당-한나라당-새누리당 등으로 이어진 보수정당의 경우 기재위(전신인 재무위, 재경위 포함)를 단 한번도 상대 당에 내준 적이 없다. 그들이 야당일때도 마찬가지였다.
이밖에 여당이 내주지 않았던 상임위로는 국방위원회와 외교통일위원회가 꼽힌다. 15대 국회 하반기 제3당인 자민련이 국방위를 가져가긴 했지만 이 역시 'DJP연대'에 의해 여당인 새정치국민회의와 공조체계를 이루던 때였다. 외통위의 경우 야당인 한나라당이 원내1당을 차지했던 16대 국회 4년을 제외하고 모두 여당의 몫이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최근 "여당이 늘 가져왔던 국방위나 외통위에 대해서도 유연한 생각을 가지려 한다"고 밝힌 것은 나름대로 파격적인 제안인 셈이다.
제3당인 국민의당은 20대 국회에서 상임위원장을 2석 가져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역대 원 구성 결과 제3당이 가져간 상임위원장직은 최대 3석이다. 13대 국회에선 제3당인 통민당은 행정위원회와 동력자원위원회(현재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보건사회위원회(현 보건복지위원회)를 가져갔다. 또 15대 국회에서 제3당이던 자민련은 국방위원회와 행정자치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를, 16대 국회에선 농림해양수산위원회와 윤리위원회를 각각 받았다. 18대 국회에서 제3당이던 자유선진당은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을 가져갔다.
호남을 주요 지지층으로 두고 있는 국민의당의 경우 16대 국회 자민련과 마찬가지로 농해수위를 챙길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산자위, 윤리위 등이 국민의당이 가져갈 수 있는 상임위로 거론된다.
한편 20대 국회 원구성 진통이 예상되면서 더민주와 국민의당에서는 상임위원회의 수를 늘리는 방안도 나오고 있다. 역대 원구성 결과를 보면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13대부터 19대 국회까지 전체 상임위의 숫자는 17~19개로 20개를 넘어선 적이 없다. 현재 18개 상임위 중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를 각각 분할하는 방안이 그대로 받아들여지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하지만 여야 1대1 구도일 경우 대체로 18개이던 상임위가 3당 구도일 경우 19개로 갯수가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에서 3당의 협상결과에 따라 위원회가 조정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국회 발목잡는 원구성 협상…미국식 '승자독식'이 해법?

우리나라는 원내 정당간 국회 원(院) 구성 협상 지연으로 국회 개원이 늦어지는 현상이 매번 반복되고 있지만 미국, 영국 등 주요 선진국에선 이 같은 국회 공전현상을 찾아보기 힘들다. 미국 하원의 경우 다수당이 상임위원장을 모두 차지하는 ‘승자독식’ 원칙을 따른다. 국내처럼 상임위원장직을 놓고 정당간 정치적 줄다리기가 없다 보니 국회 개원이 지연될 일도 없는 것이다.
미국 의회가 의장과 상임위원장을 선출하는 절차는 국내와 비슷하다. 미국 의회는 임기개시 이후 처음 소집되는 회의에서 의장과 상임위원장을 선출하고, 위원 배정까지 끝낸다. 이를 위해 공화당과 민주당은 의장 후보자를 미리 선출하고, 상임위원장과 위원 배정을 개원 이전에 의원총회에서 미리 결정한다.
상임위원장은 절차상 본회의에서 최종 선출되지만 실제로는 승자독식 원칙에 따라 공화당과 민주당의 당규를 통해 확정된다. 다수당일 때는 하원의장이, 소수당일 때는 원내대표와 운영(정책)위원회가 후보자를 지명하고 의원총회에서 승인을 받는 식이다.
각 정당이 상임위원장을 결정할 때는 해당 상임위에서 얼마나 오래 있었는지가 중요한 기준이다. 전문성을 갖춰야 의사결정에 권한이 생기고, 효율적인 위원회 운영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반해 국내는 사실상 '선수(選數)'에 따라 순번제로 돌아가고 있어 전문성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미국과 달리 의원내각제인 영국 하원은 상임위원장을 다수당이 독식하지 않고, 원내 정당의 의석비율을 고려해 정당간 협상에 따라 배분한다. 국내 원구성 방식과 비슷하지만 영국은 '위원회배정위원회'란 별도기구에서 상임위 구성을 교통정리를 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이 위원회는 각 정당의 원내대표가 추천한 상임위원장과 위원을 수용·거부하는 것은 물론 해임도 결정할 수 있다.
국회 관계자는 “내각제인 영국,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의 경우 다수당이 입법권을 가지고 있어 상임위 배정에 크게 민감하지 않은 편”이라며 “반면 대통령제인 우리나라의 경우 입법권을 국회 상임위가 쥐고 있어 정치적 협상에 따라 국회가 파행되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원활한 국회 운영을 위해 어떤 원 구성 방식이 적절한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국회 운영의 효율성과 책임정치 구현을 위해 미국처럼 다수당이 상임위원장을 모두 가져가는 독점 방식을 재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4.13 총선으로 양당제가 아닌 3당 체제가 된 만큼 원내 교섭단체간의 협의 방식을 유지하면서 원 구성 법정 기한을 지킬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도 집권여당이 다수당 지위를 유지했던 지난 6대부터 12대 국회까지는 다수당이 상임위원장직을 독점했지만 13대 총선에서 집권여당인 민주정의당이 과반의석 확보에 실패하고, 야3당이 연합해 정국을 주도하면서 원내 교섭단체간 협의 원칙이 자리잡게 됐다.
또 다른 국회 관계자는 “입법 효율성만 따진다면 승자독식 원칙이 맞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오랫동안 협의제가 유지돼 온데다 다수당 독주에 대한 불안감이 커 다시 도입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