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우리가보는세상]
“

현재 전월세 가격은 서민 가계가 부담할 수 있는 수준을 뛰어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전월세상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국회의원 A는 “서민들의 주거안정이 우려된다”며 이렇게 말했다. 야당이 아닌 여당 국토위 위원에게서 “전월세상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는건 의외였다.
19대 국회에서 정부여당은 야당이 줄기차게 요구한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에 대해 ‘절대불가’ 입장을 고수했다. 이들 대책이 민간의 임대주택 공급을 위축시켜 오히려 전월세 가격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A의원 역시 마찬가지 이유로 반대했었다.
그랬던 그가 생각을 바꾸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전월세 가격이 더 이상 가계소득만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수준까지 올랐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 경기불황으로 가계소득은 몇 년 새 제자리걸음인 반면 전월세 가격은 정부의 잇단 부동산대책에도 불구하고 ‘미친’이란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KB국민은행 부동산시세에 따르면 박근혜정부가 출범한 2013년 2월부터 지난 8월까지 전국 주택 평균 전세가격 상승률은 43.3%로 매매가 오름폭(17.1%)보다 2.5배 가량 높았다. 같은 기간 서울시내 가구의 절반 이상이 거주하는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2억7305만원에서 4억1271만원으로 1억3966만원 올랐다. 지난해 도시근로자 가구 연평균 소득(5322만원)보다 2.6배 이상 많은 금액이다. 늘어난 전세금을 충당하려면 한 푼도 쓰지 않고 2년6개월 이상 모아야 하는 셈이다.
A의원은 “전월세상한제가 시행되면 민간의 임대주택 공급이 위축될 수 있다”는 기존 반대논리에 대해서도 변화된 입장을 밝혔다.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이 사상 최고수준까지 오른데다 저금리 기조 등으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자금이 임대사업등 부동산에 몰리고 있는 상황이라 우려할 만큼 임대주택 공급이 위축되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었다.
정부의 각종 부동산대책에도 전월세난이 해소되지 않자 새누리당 내에서조차 당론과 다른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김성찬 의원은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을 골자로 하는 더불어민주당 윤후덕 의원의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에 공동발의자로 참여하기도 했다. 김 의원 역시 “전월세상한제로 인한 전세가격 급등은 일시적인 해석으로 서민을 보호하려면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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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소수의견에 불과하지만 그간 결사 반대 입장에서 이탈하는 새누리당 의원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은 전월세난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또 다른 방증일 게다. 이대로라면 서민 주거안정이 급격히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여당 내에서도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전월세난도 걱정인데 최근 주택시장에선 공급과잉에 따른 역전세난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전월세난이건, 역전세난이건 가장 피해를 보는 건 집 없고, 돈 없는 서민들이다. 곡절 끝에 20대 정기국회가 시작됐다. 여야 모두 ‘민생국회’를 기치로 내건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보다 실효성 있는 서민주거대책이 나오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