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바꾸기'보다 심각한 '불출석' 증인…청문회 한계 극복할까

'말 바꾸기'보다 심각한 '불출석' 증인…청문회 한계 극복할까

지영호 기자
2016.12.20 05:45

[the300][런치리포트-반환점 돈 국조특위]①동행명령 비웃는 증인들…국회 '처벌 강화' 정조준

#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지난 7일 국회 청문회에서 '비선실세' 최순실을 아느냐는 질문에 줄곧 "알지 못한다"고 했다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증거영상 앞에 "모른다고 할 수 없다"고 말을 바꿨다.

# 지난 5일 국조특위에 불려나온 이선우 대통령 경호실 의무실장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주사 시술 의혹에 말을 얼버무리다 장제원 새누리당 의원의 거듭된 질의에 결국 시술 사실을 인정했다. 특히 태반주사에 대해선 박 대통령 이외 다른 직원에게 처방한 사실이 없다고 시인했다.

반환점을 돈 박근혜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에서 이처럼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경우는 매우 드물다. 꼼짝할 수 없는 증거를 제시하지 않는 한 관련 의혹을 부정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일례로 최순실씨의 단골 성형외과 의사인 김영재 원장은 세월호 참사 당일 골프치러 갔다고 주장했다가 프로포폴을 사용한 정황이 포착되자 장모에게 시술했다고 해명했다. 지난 16일 현장조사를 계기로 장모 처방 차트 위조 의혹을 받고 있다. 골프를 치러 갔다왔다는 고속도로 톨게이트 영수증도 조작 의혹을 받고 있다. 김 원장은 여전히 관련 사실을 부정한다.

정유라씨의 입시비리 관련 증인들도 자신들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관련 의혹이 쏟아져 나왔지만 최경희 이화여대 전 총장과 김경숙 전 체육대학장, 남궁곤 전 입학처장 등은 최씨를 알거나 소개한 적이 없고 특혜를 지시한 일도 없다고 입을 모았다.

◇불출석이 더 문제, 사실관계 확인 못해=더 큰 문제는 국회의 출석요구에 불응하는 경우다. 아무리 큰 의혹이 제기되더라도 출석하지 않으면 사실관계를 물을 수 없기 때문이다.

국정농단의 몸통인 최씨와 사건을 묵인했다는 의혹을 받는 우병우 전 민정수석, 박근혜 대통령과의 연결고리의 핵심으로 지목되는 정호성, 이재만, 안봉근 등 '문고리 3인방', 기업에 재단 모금활동을 주도한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 등은 국회의 동행명령을 비웃기라도 하듯 줄줄이 출석을 거부했다.

청와대가 직접 나서 국정조사를 막기도 했다. 지난 16일 예정된 청와대 현장조사에서 경호실은 국회 특조위원의 내부 출입을 금지했다. 최씨의 수행비서 역할을 한 윤전추, 이영선 전 행정관이나 박 대통령의 시술 의혹을 받고 있는 조여옥 전 청와대 경호실 간호장교도 출석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이들에 대한 불출석 지시 또는 회유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국조특위는 계획서에 수사나 재판을 이유로 조사에 응하지 않을 수 없도록 못박아뒀지만 핵심 증인에겐 무용지물이었다. 출석을 거부해도 좀처럼 처벌받지 않는 관행 탓이다. 국회 출석을 거부해도 검찰은 10% 정도만 정식재판을 청구해왔다.

◇국회, 대응책 마련 고심 '처벌 강화'=상황이 이렇자 국회도 후속 대응에 나서는 모양새다. 당장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청와대 경호실 폐지법을 들고 나왔다.

'정부조직법'과 '대통령경호법' 개정안은 현행 대통령경호실을 폐지하고 대통령 등의 경호를 경찰청 소속 대통령경호국이 맡도록 하는 내용이다. 청와대에 국회의원은 출입하지 못하고 비선실세들은 출입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은 대통령에게 쉽게 휘둘리는 경호실의 현실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국회 출석에 불응할 경우 처벌을 강화하는 이른바 '우병우 방지법'도 입법 봇물을 이루고 있다. 새누리당 소속 김성태 국조특위 위원장이 제출한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이하 증감법) 개정안은 국회가 증인 출석요구를 위해 요청하는 경우 국가기관이나 지자체 등은 주소·전화번호·출입국기록 등을 제공하는 내용이다. 동행명령 집행에 있어 경찰이 수행할 수 있고 기존 국회사무처에도 비슷한 권한이 주어진다.

민주당 소속 이석현 전 국회부의장도 비슷한 법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동행명령 거부시 국회모욕죄 현행범으로 긴급체포할 수 있도록 한 점에서 한층 강화된 내용이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와 김중로 국민의당 의원은 국회의 출석요구를 받고도 불출석할 경우 현행 3년 이하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 규정에서 벌금형을 삭제해 징역형만 받도록 하는 증감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민주당 소속 노웅래 의원은 출석요구서 송달을 거부하는 경우 불출석과 같은 처벌을 내리도록 했고 백혜련 의원은 동행명령 거부시 법원에 증인 구인 요구를 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이외에도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은 관보나 인터넷 등 공시송달을 통한 출석요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안을, 같은당 이태규 의원은 출석요구서 2회 거부시 송달된 것으로 하는 안을 각각 발의했다.

문제는 이들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기까지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최순실 게이트'에 적용할 수 없어 '사후약방문'으로 그칠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관계자는 "국조특위가 불출석 증인이나 위증하는 증인에게 엄벌을 처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지만 실제로 처벌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라며 "국회가 권위를 세우려면 끝까지 책임을 지게 만드는 선례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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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호 산업2부장

'두려울수록 맞서라' 처음 다짐을 잊지 않는 기자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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