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이수역 사건, '환승' 잘못? 국민청원 역기능

[MT리포트]이수역 사건, '환승' 잘못? 국민청원 역기능

김하늬 기자
2018.11.26 17:04

[the300][MT리포트-국민청원 신드롬]분노 배출구, 행정부 권한 밖 요구도

[편집자주] 촛불혁명의 연장, 부조리를 드러내는 착한 분노의 산실. 청와대 국민청원을 향한 찬사다. 그 이면에는 사실관계가 틀린 주장에 여론이란 날개를 달아 확산시키는 갈등의 공장이란 평가도 있다. 국민청원의 순기능은 키우고 역기능은 해소할 방안은 무엇일까.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분노의 배출구처럼 쓰이면서, 본래 취지와 다르게 사회 갈등의 기폭제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수역 폭행 사건'이 대표적이다. 하루 만에 31만명이 '남성을 처벌해달라'며 동의한 이 청원은 경찰 수사 결과 발표 직후 연루된 여성과 남성간 폭언·폭행이 모두 드러나면서 '성대결'로 변질됐다. 온라인에선 '여성·남성 혐오 논쟁'으로까지 번졌다. 이수역을 출발할 땐 쌍방폭행 사건이던 것이 국민청원이라는 환승역을 거치며 의미부여가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현재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관련된 청원이 330여개 올라와 있는데 대부분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여성 또는 남성을 각각 처벌해달라는 내용이다.

현재 국민청원은 마치 인종, 성별, 지역 혐오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거나 음식점 민원, 일상생활의 불편함을 가감없이 전달하는 익명게시판처럼 쓰인다. 물론 이런 모든 청원이 답변기준을 넘길만큼 호응을 얻는 건 아니다. 그러나 내용에 거의 제한이 없는 국민청원의 울타리에서 법은 '꼰대'고 다수의 청원 공감은 '정의'로 비칠 수도 있다.

올해 초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김보름과 박지우 선수에 대해 국제대회 출전정지 및 국가대표 박탈 청원(50건)이나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의 IOC조직위원직 박탈청원(78건)도 있었다. 특정인을 거론하며 사형을 선고해달라는 극단적인 요구까지 있었다.

제주도의 예맨 난민 문제가 불거지자 난민 방출 청원이 1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기도 하고, 방탄소년단(BTS)이나 엑소(EXO)와 같은 아이돌 팬클럽의 상대 팬덤 비난창구가 됐다. 최대 불법 만화 공유 사이트 '마루마루'가 폐쇄되자 다시 열어달라는 청원도 서슴없이 올라온다.

헌법 제26조가 명시한 국민의 청원(請願)권은 국민이 법에 따라 손해의 구제, 법률·명령·규칙의 개정 및 개폐, 공무원 파면 등을 청구하는 행위이지만 국민청원이 신드롬을 일으키며 '청원'의 정의마저 바꾸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국민청원의 파장을 비난하기보다는 그 배경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국민청원에 올라오는 대부분의 문제는 지방자치단체나 해당 부처를 통해 해결돼야 하지만 기관들에 불신이 있어 청와대로 몰리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통화에서 "국민청원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문제라고 생각하는 지점이 매우 많다는 현상을 보여주는 일종의 지표"라며 "그저 장난으로 지나치기만 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보고서에서 "행정부의 권한 밖에 있는 입법권이나 사법권의 행사를 요구하는 청원이 많다"고 지적했다. 국민청원게시판에 '답변 불가' 또는 '답변 거부' 기준을 세워야 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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