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청원 신드롬
촛불혁명의 연장, 부조리를 드러내는 착한 분노의 산실. 청와대 국민청원을 향한 찬사다. 그 이면에는 사실관계가 틀린 주장에 여론이란 날개를 달아 확산시키는 갈등의 공장이란 평가도 있다. 국민청원의 순기능은 키우고 역기능은 해소할 방안은 무엇일까.
촛불혁명의 연장, 부조리를 드러내는 착한 분노의 산실. 청와대 국민청원을 향한 찬사다. 그 이면에는 사실관계가 틀린 주장에 여론이란 날개를 달아 확산시키는 갈등의 공장이란 평가도 있다. 국민청원의 순기능은 키우고 역기능은 해소할 방안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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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착한 분노'의 공론장이 되면서 열기가 식을 줄 모른다. 국민청원은 사실상 내용에 제한이 없어 온갖 청원이 등록되지만 특히 안전·인권·폭력처벌 관련 청원이 눈에 띈다. 머니투데이 더300(the300) 집계 결과, 이런 분야 청원일수록 답변기준인 20만명 동의를 급속도로 돌파하는 등 여론을 이끄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불안과 분노가 이 현상의 밑바닥에 있다고 진단한다. 분노의 표현이 공격적 결과만 낳는 것이 아니다. 여론을 환기시켜 제도개선을 이끌어내는 순기능이다. 이른바 착한 분노다. 이와 함께 긍정·부정적 평가를 한몸에 받는 국민청원이 공익에 더욱 부합하려면 여론 왜곡 방지 등을 위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문재인정부 청와대의 '대표상품' 국민청원은 가동 1년4개월간 그야말로 폭발적 흥행을 일궜다. 26일 현재 34만7000건이 등록됐다. 답변대기중을 포함, 20만명 동의를 넘긴 게 68개에 이른다. 한 달 평균 4개꼴로 20만명의 동의를
"그것도 다 민의가 아니겠습니까." 청와대 관계자들에게 분노 표출의 장이 되고 있는 국민청원과 관련 질문을 하면 흔히 돌아오는 답이다. "어떤 의견이든 국민들이 뜻을 표출할 곳이 필요하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론과 맞닿아 있는 입장이다. 청와대는 내년 초 국민청원을 업그레이드할 계획이지만 이런 기본 정신은 꾸준히 지켜나갈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부터 입버릇처럼 해왔던 "들어라도 줘야 말하는 사람의 마음이 편해진다"는 말을 실현시키는 길이기도 하다. 이런 청와대 청원에 대한 비판은 최근들어 분노가 지나치게 증폭되고 있다는 점에 기반한다. 사회적·경제적 불평등에 시달리는 시민들이 자신들의 불만을 표출할 공간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답답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직접민주주의의 실현을 콘셉트로 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열렸고, 이곳으로 불안에 시달리는 민의가 물밀듯이 밀려들어온 것이다. 실제 최근 추천수 20만명을 넘은 청원 중에는 강력 사건의 희생자 가족이나, 친지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분노의 배출구처럼 쓰이면서, 본래 취지와 다르게 사회 갈등의 기폭제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수역 폭행 사건'이 대표적이다. 하루 만에 31만명이 '남성을 처벌해달라'며 동의한 이 청원은 경찰 수사 결과 발표 직후 연루된 여성과 남성간 폭언·폭행이 모두 드러나면서 '성대결'로 변질됐다. 온라인에선 '여성·남성 혐오 논쟁'으로까지 번졌다. 이수역을 출발할 땐 쌍방폭행 사건이던 것이 국민청원이라는 환승역을 거치며 의미부여가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현재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관련된 청원이 330여개 올라와 있는데 대부분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여성 또는 남성을 각각 처벌해달라는 내용이다. 현재 국민청원은 마치 인종, 성별, 지역 혐오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거나 음식점 민원, 일상생활의 불편함을 가감없이 전달하는 익명게시판처럼 쓰인다. 물론 이런 모든 청원이 답변기준을 넘길만큼 호응을 얻는 건 아니다. 그러나 내용에 거의 제한이 없는 국민청원의 울타리에서 법은 '꼰대
'국민이 법률에 정한 절차에 따라 손해의 구제, 법률·명령·규칙의 개정 및 개폐, 공무원의 파면 따위의 일을 국회·관공서·지방 의회 따위에 청구하는 일.'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청원(請願)'의 사전적 정의다. 국가에 원하는 바를 요구하기만 하는 '민원'보다 좀 더 나아가 법률에 준하는 절차다. 이번 정부 들어 청와대가 직접 국민들의 '청원'을 받고 있지만 청원의 사전적 의미만 보면 '진짜 청원'을 들어줄 기관은 청와대보다는 국회나 정부 기관 등 관공서, 지방 의회 등이라고 볼 수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없었더라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다양한 방법으로 국민 청원을 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청원 기관이 '민의의 전당'이라 불리는 국회다. 국회법(제123~126조)에서도 국회에 대한 국민의 청원권과 청원 절차, 국회의 청원 심사 의무 등을 규정하고 있다. 국회에 청원하려면 무엇보다 현역 국회의원 1명 이상의 청원소개의원서를 받아야 한다. 일단 청원이 접수되
청와대 국민청원의 역기능 중 하나는 대통령과 청와대에 지나치게 많은 민원이 집중된다는 점이다. 자연히 '대통령이, 청와대가 뭔가 결정해주겠지'라는 기다림이 국민은 물론 정부 각 부처에 퍼질 수 있다. 26일 여야와 정부 일각에선 과거 보수정권에서 청와대의 각종 비리를 경험하며 분노를 표출했던 국민들이 속앓이를 해소하기 위해 다시 청와대에 기대는 역설이 발생할 것을 우려한다. 각 부처들도 주도적으로 정책을 입안하기 보다는 청와대 서포터 수준에 머물기 쉽다. 국민 시선이 청와대로 쏠리면 지방분권 실현은 더욱 요원해진다. 이런 역기능을 막으려면 보다 선진화된 청원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청와대 한 곳이 아니라 중앙·지방 각 행정기관별로 청원이 접수·처리되는 절차가 강화돼야 한다. 각 기관이 스스로 청원을 수용하고 해결할 수 있어야 성숙한 분권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다. 국민들은 헌법 26조에 따라 모든 국가기관에 청원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보통 ‘민원’이라고 불린다. 각 행정기관들은
청와대 국민청원은 낮은 문턱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내용, 등록에 제한이 거의 없어 참여가 활발해졌고 여론 형성에 기여했다. 이런 특징은 '양날의 검'이다. "연예인 사형" "아이돌그룹 해체" 등 무분별한 청원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여론도 높아졌다. 우리보다 앞서 온라인 청원제도를 도입한 미국의 사례가 주목된다. ◇美 서명 150명 넘겨야 온라인 청원 공개= 미국 백악관은 2011년부터 '위더피플(We the people)'이라는 온라인 청원사이트를 운영했다. 30일간 1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백악관의 응답 의무가 발생한다. 그러나 무분별한 청원을 방지하는 여러 방지턱이 있다. '위더피플'은 청원을 남겨도 곧바로 게시물이 공개되지 않는다. 대신 청원자는 자신의 메일로 청원에 서명이 가능한 링크를 받는다. 이 링크를 주변인에게 보내거나 자신의 SNS에 올려 서명을 받을 수 있다. 청원은 비공개 상태에서 150명의 서명을 받아야만 '위더피플'에 공개된다. 150명의 청원을 넘기더라
문재인정부 청와대의 '대표상품' 국민청원은 가동 1년4개월간 그야말로 폭발적 흥행을 일궜다. 26일 현재 34만7000건이 등록됐다. 답변대기중을 포함, 20만명 동의를 넘긴 게 68개에 이른다. 청원 68개 가운데 동의자가 많은 순으로 1~14위가 특정사건이나 개인에게 분노를 표출하는 내용이다. 폭행 등 범죄의 예방과 엄벌을 요구한다. 안전에 대한 불안감도 뒤섞여 있다. 청원자가 정하는 국민청원 분류상 인권·성평등이 68개중 20개로 가장 많다. 안전·환경 분야가 8개로 뒤를 이었다. '기타'나 '미래' 분류 중에도 청소년강력범죄 처벌, 인천 여중생 가해자 처벌, 조두순 감형반대 등 사실상 안전과 인권 분야가 적잖다. 슬리핑차일드 체크(잠든아이확인법), 음주운전처벌강화(윤창호법), 외상센터 지원(이국종법)은 국민청원을 통해 수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다. 강서 PC방 살인사건 엄벌 청원은 유일하게 100만명 동의를 넘었고 역대최다인 120만명에 가깝게 호응했다. 반면 최근 35만명
청와대 국민청원의 모태는 2011년 9월 미국 오바마 행정부가 개설한 '위 더 피플 (We the People)'로 알려져 있다. ‘위 더 피플’은 정보의 투명성과 시민의 정치 참여 확대를 강조했던 오바마 전 대통령의 민주주의 정신과 부합한다. 미국 전역 수많은 안건들에 대한 시민들의 목소리가 백악관으로 올라왔다. 1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청원에 대해 백악관은 직접 대답해야 했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행동이 사회의 여론을 결집하고 실제적인 법과 제도를 바꾸는 성과를 냈다. ◇오바마의 ‘위 더 피플’, 성과만큼 한계도 뚜렷=2016년 12월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는 백악관이 보존 중인 청원 4799건을 분석했다. 그 중 오바마 정부는 총 277건의 청원에 공식적인 답변을 내놓은 것으로 집계됐다. 백악관은 2013년 1월에 제기된 ‘핸드폰 사용자들이 자신들의 전화기를 다른 통신사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청원에 따라 정책을 수립했다. ‘동성애자 전환 치료를 금지하라’는
대의제는 국민이 선출한 대표가 국민의 뜻을 대변하는 정치시스템이지만 한계도 있다. 정치에 직접 참여하고 싶은 시민들의 욕구가 모여드는 곳이 청와대 국민청원이다. 지난해 8월 이후 현재까지 34만개 이상의 청원이 접수됐다. 20대 국회의 입법청원이 159건에 불과한 것에 비하면 가히 폭발적 참여다. ◇억울한 사연 알려=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억울한 일을 당해 국가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 제도 변화를 촉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담긴다. 여기서 이슈가 되면 전국민이 감시자가 돼 청와대 답변과 향후 처리과정을 지켜본다. 과거정부에서 선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지난달 18일 한 남성이 "너무 억울하다"며 산부인과 의료사고로 아내와 딸을 잃었다고 밝혔다. 병원 측의 차트 조작 등을 주장한 그는 "첫째 딸은 아직도 엄마가 동생을 낳아서 병원에서 치료하고 있는 줄 안다"며 "제발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춘천 혼수 살인사건' 피해자의 어머니도 지난달 31일 “혼수·예단 문제는 거론된 적도 없
청와대 국민청원은 '직접민주주의'를 강조해온 문재인 대통령의 지론에서 비롯된 작품이다. 국민이 대의민주주의에 만족을 못하는 시대에, 정부와 직접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있어야 민의를 국정에 정확히 반영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문 대통령은 정치에 입문했을 때부터 대의민주주의의 약점을 피플파워로 보완하는 것에 꾸준히 관심을 보여왔다.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 시절 '온-오프라인 정당' 체제를 구축하는데 심혈을 기울인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개방된 시민참여 정당만이 국민의 생활을 살필 수 있는 수권정당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2015년 10월 자신이 주도해 '국민예산마켓'을 마련했고 2017년 4월 대선국면에서는 '문재인1번가'를 열었다. 세부 내용은 다르지만 큰 그림은 같았다. 국민이 제안하고 다수가 추천한 예산과 정책을 채택해 실제 정치과정에 반영을 한다는 구조였다. 문재인 정부의 1호 공약 사업이었던 '도지재생 뉴딜사업'도 '문재인1번가'에서 채택됐던 정책이다. 촛불혁명 이
2000년대 들어 미국, 독일, 영국 등 북미와 유럽 지역을 중심으로 정부 주도의 온라인 청원 플랫폼이 본격적으로 문을 열었다. 청원의 한계와 문제점이 끊임없이 제기되지만 돌이킬 수 없는 대세가 됐다. 지난해 1월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경제, 사회, 외교 등 전 분야에 걸쳐 '오바마 지우기'에 나섰다.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을 폐지하거나 손본 것이다. 하지만 그런 그도 바꾸지 못한 것이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출범시킨 온라인 정부 청원 사이트 '위더피플'(We the People)이다. 2011년 9월 문을 연 위더피플은 시민 청원을 접수하는 온라인 플랫폼이다. 30일 내 10만 명 이상이 서명한 청원에는 백악관 관계자가 직접 답변한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2016년 12월까지 2900만 명이 48만여 건의 청원을 등록했다. 답변 기준을 만족한 청원은 268건이며, 이 중 85%인 227건에 정부 답변이 이뤄졌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