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MT리포트] 트럼프시대, 숙명의 파트너 '한일' ③
'출산율 2.95명' 기적의 日 나기초, 韓 경북도 등과 협력

지난 7일 일본 도쿄에서 약 600㎞ 떨어진 오카야마현 나기초(奈義町). 한국의 시골 마을과 다르지 않던 풍경이었지만, 나기초 육아 지원 시설인 '차일드홈'에 들어서자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5살짜리 남자 아이 여러 명이 소리를 지르며 뛰어놀았고 부모들은 한 켠에서 서로 대화하거나 아이들을 돌보고 있었다.
이날 딸 2명과 차일드홈에 방문한 다케모토 나오미씨는 "첫째 아이는 생후 3개월 때부터 이곳에서 신세를 졌다"며 "아이를 낳고 육아 걱정이 많았지만 같은 나이대의 엄마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자연스럽게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엄마로서 공감을 얻는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굉장히 큰 힘을 얻었다"며 "아이들이 나기초로부터 사랑을 받고 자랐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이 지역을 만들어가는 존재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일본 혼슈 서남쪽에 위치한 오카야마현 나기초는 한국의 읍면 단위로 지난 6월 기준 인구는 약 5400명이다. 그러나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심각한 여타의 일본 시골과 달리 출산율 2.5명 이상을 기록한다. 2019년엔 출산율이 2.95명을 찍었다.
출산율은 15~49세의 가임기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산출하는 지표를 말한다. 인구 1000명당 1년 간 태어난 출생아 수를 뜻하는 출생률과 구별된다.


기시다 후미오 전 일본 총리는 임기 중 저출산 문제를 일본의 가장 중요한 국가적 대응과제로 설정하면서 첫 방문지로 나기초를 선택했다. 저출산·고령화에 시달리는 우리나라의 경북도와 전남 영광군이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조언을 구하는 등 협력을 이어가는 곳도 나기초다.
나기초가 높은 출산율을 이룬 비결은 소위 '엄마들의 독박 육아 해방'이다. 차일드홈에는 지역의 부모라면 누구든 언제나 보육을 요청할 수 있다. 상주 직원인 육아 어드바이저 6명에 더해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선배 엄마, 60대 이상 어르신이 이들의 육아를 돕고 있다. 사실상 마을 전체가 육아에 참여하는 게 출산율 기적의 비결로 꼽힌다.
또 주 4회 부모들이 협력을 통해 자율 보육을 하는 '타케노코'(たけのこ·대나무에서 갓 자라난 어린 순)를 운영하고 있다. 보호자와 보육교사가 당번제로 아이들을 돌보는 모임이다. 부모들이 긴급하게 아이를 맡기는 '스마일 서비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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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일드홈에서 상주 직원으로 근무하는 니시 마사코씨는 "보육 시스템은 현재 2세반 이상과 이하로 나눠 이뤄지고 있다"며 "육아 어드바이저 1명에 선배 엄마 2명이 시간을 나눠서 육아를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육아 지원 정책으로 시작된 '일자리 편의점'도 나기초만의 독특한 시스템이다. 일자리 편의점은 말 그대로 편의점에서 물건을 사듯 간단하게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 지역 커뮤니티다. 아이를 출산하고 경력이 단절된 주부들에게 단기간 업무를 제공하자는 취지로 시작됐다고 한다. 나기초 지방정부나 개인이 일자리 편의점에 서류 작업, 농사일 지원 등 일을 내놓으면 이를 원하는 이들에게 중개한다.
현재는 약 360명이 회원으로 등록돼 있다. 17세 학생부터 92세 어르신까지 연령대가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아이를 키우면서 용돈벌이와 사회적 활동을 하려는 젊은 주부들이 가장 많다. 이번에 방문한 일자리 편의점에도 20대 주부가 나기초 사무소에서 위탁받은 서류 분류 작업에 한창이었다.
일자리 편의점 상주 직원인 테라사카 메구무씨는 "아이 엄마의 입장에서 본인의 원하는 일을 원하는 시간대에 일할 수 있는 것이 일자리 편의점의 가장 큰 특징"이라며 "육아와 병행하며 원하는 시간에 일할 수 있고 자신의 경험을 살려서도 일할 수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