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콘
전세계에서 활약 중인 '월드' 클래스 유니'콘', 혹은 예비 유니콘 기업들을 뽑아 알려드리겠습니다. 세상에 이런 게 있었나 싶은 기술, 이런 생각도 가능하구나 싶은 비전과 철학을 가진 해외 스타트업들이 많습니다. 이중에서도 독자 여러분들이 듣도보도 못했을 기업들을 발굴해 격주로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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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공단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에서 가장 많이 시행된 수술은 백내장이었다. 백내장은 눈의 수정체가 혼탁해져 시력장애를 일으키는 노인성 질환이다. 지난해 백내장 수술 건수는 63만7879건이었다. 2021년 78만1220건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한 뒤 하락하긴 했으나, 최근 5년 통계에서 가장 많이 시행된 수술로 기록됐다. 인구 고령화와 백내장 발병 연령이 점점 낮아지는 탓이다. 상대적으로 선진 의료체계를 자랑하는 한국에서 의사가 모자라 백내장 수술을 못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보면 백내장은 의사가 없어서 못 고치는 병이다. 2023년 세계보건기구(WHO) 자료에 따르면, 예방 혹은 치료로 개선한 10억명이 시력 장애로 고통받고 있다. 이중 9400만명이 백내장 환자다. 그러나 인구 100만명당 안과 전문의 숫자는 32명에 불과하다. 한국(인구 100만명당 1100명)보다 훨씬 적다. WHO는 인구 증가, 고령화로 의사 부족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것이라 우려한다.
피터 틸은 페이팔과 팔란티어를 설립하고, 페이스북과 스페이스X를 떡잎부터 알아본 최고의 투자자다. 2022년 페이스북 이사회를 나온 이후 벤처투자(VC) 업계에서 이렇다 할 행보를 보이지 않던 틸이 지난달 시작된 지 2년밖에 되지 않은 스타트업 이사로 합류했다. 스타트업 이름은 '제너럴 매터'(General matter). 고순도 저농축 우라늄(HALEU·헤일루) 생산, 상용화를 목표로 한다. 헤일루는 우라늄-235 함량이 5~20%로 농축된 우라늄을 가리킨다. 현재 원자력 발전에 쓰이는 우라늄 농축도는 5% 내외다. 헤일루를 핵 연료로 쓰면 같은 양의 연료로 더 많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면서 핵 폐기물은 줄일 수 있다. 헤일루 농축은 차세대 원전으로 주목받는 소형 모듈 원자로(SMR)에도 필요한 핵심 기술로 꼽힌다. 다만 현재의 설비로는 생산이 어렵다. 세계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헤일루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국가는 러시아, 중국뿐이다. 미국은 메릴랜드 주 기업 센트러스 에너지가 2023년 10월에서야 헤일루 생산에 착수한 정도다.
2023년 10월, 미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이 50대 여성 크리스티나 채프먼의 미국 텍사스 주 자택을 급습한다. 그곳엔 90대가 넘는 노트북이 가동 중이었다. 미국 위장 취업을 노리는 북한 해커들이 미국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도록 징검다리 역할을 한 노트북들이었다. 채프먼은 IT 인력 채용 중개 기업의 미국 지사 대표 직함을 갖고 있었지만 실상은 북한 해커들의 위장 취업을 돕는 현지 총책이었다. 북한 해커들이 자택으로 보낸 컴퓨터를 가동, 관리하면서 위장취업에 필요한 여러 공문서들을 위조했다. 채프먼은 링크드인에서 미국 지사 대표가 돼 달라는 익명의 제안을 받고 시키는 대로 했을 뿐 배후에 북한이 있는 줄은 전혀 몰랐다고 주장했다. FBI는 북한 해커 수천명이 이런 방식으로 매년 수억 달러 급여와 함께 기업 비밀 정보까지 빼간다고 밝혔다. 기업 네트워크에 잠입할 수 있는 백도어를 설치하는 것은 물론, 화상 회의를 실시간으로 훔쳐본 정황이 있다고 한다. 포브스는 이처럼 비밀 정보 탈취를 노리는 범죄가 기승을 부림에 따라 기업 정보를 지킬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경찰에 신고하지 마. 말 안 들으면 엄마 쏴버린다. " 새벽 모친 번호로 걸려온 전화. 전화기 너머 모친은 울부짖고 부친은 "스티브, 어서 (전화) 받아라"라며 재촉했다. 인질범은 지금 부모를 붙잡고 있다면서 돈을 요구했다. 아들 스티브가 모친 목소리를 다시 들려달라고 하자 인질범은 "한 번만 더 그러면 살해하겠다"고 위협했다. 경찰관인 스티브는 침착하게 인질범에게 뭘 원하냐고 물었고, 돈을 원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 사이 스티브는 인질 협상 경험이 있는 동료에게 다른 전화로 연결해 스피커폰으로 대화를 엿듣게 했다. 인질범이 요구한 금액은 불과 750달러(100만원). 이상한 낌새를 느낀 동료는 모친 휴대전화 해킹으로 인한 보이스피싱이 의심된다고 귀띔했다. 직접 모친 번호로 전화를 걸어보니 모친은 안전했다. 전화기 너머 모친이 울부짖던 소리, 어서 전화를 받으라던 부친 목소리는 가짜였다. 지난해 3월 미국 뉴요커 기사에 소개된 딥보이스(Deepvoice·생성형 AI를 통한 음성 합성) 피싱 사례다.
"사람한테 석유를 먹이면 안 되나?" "역겨운 아이디어네요. " 푸드테크 스타트업 '세이버'(Savor) 공동창업자 이안 맥케이 머릿속에서 나온 황당한 질문. 겉보기에 황당하지만 질문의 본질은 광합성 없는 식량 대량 생산이 가능하느냐는 것이다. 광합성 없는 식량 생산, 특히 지방과 단백질 생산이 가능해진다면 목축업, 낙농업으로 인한 자원 소비와 탄소 배출, 식량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대체육 스타트업 열풍이 불기도 했으나, 기존 육류의 질감과 풍미를 재현하지 못하며 인기가 시들해졌다. 맥케이와 함께 세이버를 공동 창업한 캐슬린 알렉산더는 대체육 생산의 핵심은 지방이라고 강조한다. 비욘드미트 등 먼저 대체육 개발에 나섰던 스타트업들은 쇠고기 지방을 재현하기 위해 코코넛 오일을 사용했는데, 쇠고기 지방보다 낮은 온도에서 녹아버리는 탓에 쇠고기의 풍미를 재현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기서 문제는 코코넛 오일과 쇠고기 기름의 지방산 구성이 다르다는 데 있다. 알렉산더는 지난 3월 폴 샤피로가 진행하는 팟캐스트 '비즈니스포굿'에서 세이버의 기술로 기존 쇠고기 기름과 똑같은 지산을 구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극단적인 기후 현상이 잦아지는 가운데 이스라엘의 방공 시스템 아이언돔을 본뜬 AI(인공지능) 기술로 산불을 진압하는 체계가 개발돼 관심을 모은다. 이스라엘 산불 솔루션 스타트업 '파이어돔'이 주인공이다. 파이어돔은 이스라엘 방위군(IDF)에서 14년간 복무하고 전역한 가디 벤자미니 CEO(최고경영자)와 소재공학 분야 박사 아디 포메란츠 CTO(최고기술책임자)가 공동 설립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벤자미니 CEO는 군 복무가 끝난 뒤에도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고, 산불로 수많은 피해가 발생하는 데 대해 안타까움을 느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지난해 1월 기후 관련 한 행사에서 포메란츠 CTO와 만나 파이어돔 창업을 결심했다고 한다. 아이언돔은 군사 요충지에서 아이언돔 포대 위로 날아가는 로켓, 박격포탄을 요격하는 지대공 미사일이다. 파이어돔은 화재가 감지되면 약 45리터 분량 물, 방염제가 든 캡슐을 화재 지점 위로 발사한다. 캡슐이 화재 지점 위에 도달하면 센서가 이를 감지, 폭발하면서 캡슐 안에 든 물, 방염제를 돔 형태로 흩뿌려 불이 옮겨붙지 못하게 한다.
부모를 요양원에 모셔본 사람들은 요양원 고르기가 내 집 고르기보다 훨씬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안전시설은 어떤지, 환경은 쾌적한지, 의료 서비스는 어떻게 제공되는지, 병증이 있는 부모라면 병증에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등을 고루 따져야 한다. 요양원 정보를 모아놓은 포털 사이트들이 몇 군데 있기는 하지만 정보가 모자라거나 불확실해 또 발품을 팔고 주변에 귀동냥을 하기 일쑤라고 한다. 2021년 요양원 매칭 스타트업 '로티'(Lottie)를 창업한 영국의 도넬리 형제도 같은 어려움을 목격했다. 할머니를 모실 요양시설을 찾다 지쳐버린 어머니를 보면서 형 윌, 동생 크리스 도넬리는 요양원을 호텔처럼 손쉽게 예약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동생 크리스는 대학 시절인 2013년 명품 마케팅에 특화된 광고 플랫폼 '벌브 브랜드'(Verb Brand)를 창업, 8년 만에 대형 광고대행사 '크라우드'(Croud)에 매각한 성공한 사업가였다. 사회복지 분야에서 6년 근무한 형 윌은 아직도 행정처리를 종이에 의존하는 영국 요양원 체계의 현실을 꿰고 있었다.
"일론 머스크도, 제프 베이조스도 재사용 로켓을 만든다는데 왜 안 된다는 거야. " 회계사였던 마나베 아키히데가 날개 달린 활공형 재사용 로켓 개발 스타트업 '스페이스워커' 창업을 준비한다고 하자 로켓업계 관계자들은 만류했다. 로켓 발사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날개는 달지 않는 게 기본이라는 얘기, 천문학적인 개발 비용이 들 것이란 얘기 등을 들었다. 그럼에도 그는 "무조건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가 처음부터 우주에 열정을 갖고 로켓 개발에 뛰어들었던 건 아니다. 처음 로켓 사업을 제안받은 건 친구 술집에서 술을 마시던 2016년 어느날이었다. 나중에 스페이스워커 초대 CEO가 되는 오야마 요카타로부터 "지금 어디냐"는 전화가 걸려왔다. 한달음에 술집으로 찾아온 오아먀는 "규슈에 로켓을 만드는 대학 교수가 있는데 회사를 차리고 싶어 한다. 50억엔(490억원)을 모을 수 있느냐"고 했다. 회계사인 마나베의 머릿속에 "비행기 개발도 몇 조엔씩 든다는데, 50억엔으로 지구와 우주를 연결하는 교통 인프라를 만들 수 있다면 싸다"는 계산이 섰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확인됐듯 현대전의 중심은 드론이다. 이에 따라 상대편 드론 운용 방해하는 전자전의 중요성도 다시 부상하고 있다. 전자전이 전술을 바꾸기도 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파 방해를 피하기 위해 유선드론을 채택했다. 운용병이 드론을 들고 목표물 근처로 접근한 뒤, 미세광섬유로 연결된 드론을 날려 타격하는 방식이다. 운용병은 무선드론을 운용할 때보다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방해전파의 근원지를 타격하는 게 방해전파를 끊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지만 쉽지 않다. 전파방해를 받는 쪽에서는 통신장애가 단순 장애인지 아니면 방해전파 때문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방해전파는 근처에 적이 있다는 뜻이므로 이를 분간하는 것은 생존 문제와 직결된다. 방해전파의 근원지를 찾는 것은 더 어렵다. 레이시온 테크놀로지스, L3해리스 등 기존 군수업체들이 관련 장비를 공급하기는 하나 부피가 크고 가격이 수백만 달러(수십억원)에 달해 전장에서 운용하기에 부담스럽다. 알렉스 울프, 벤 하프, 아이작 스트룰은 2020년 8월 하버드대학 재학 중 창업한 무선통신 모니터링 스타트업 '디스트리뷰티드 스펙트럼'을 통해 이 문제 해결에 나섰다.
지난해 2월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아동 성착취물을 제작한 40대 A씨가 부산고법에서 진행된 2심 재판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A씨는 키워드에 맞춰 이미지를 생성해주는 AI를 이용해 아동 형상을 띤 음란 이미지 360개를 제작한 혐의를 받았다. A씨 사례는 AI를 이용해 아동 성착취물을 제작한 첫 형사 사건으로 기록됐다. AI를 이용한 아동 음란물 제작, 유포는 불법이다. 청소년성보호법은 실제 아동·청소년은 물론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만한 표현이 등장하는 이미지와 영상 등을 아동·청소년 성착취물로 규정한다. A씨처럼 착취물을 소지하기만 한 사람도 1년 이상 징역형에 처해진다. 착취물을 배포한 경우 3년 이상 징역형, 영리 목적으로 배포한 경우 5년 이상 징역형에 처해진다. 아동 성착취물을 포함한 불법 음란물 범죄는 적발보다 뒤처리가 더 어렵다. 한 번 온라인에 배포되면 암암리에 급속도로 확산되기 때문에 일일이 자료를 찾아내 신고, 삭제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지난 14일 중국 자율주행 스타트업 위라이드(중국명 원위안즈싱)가 미국 나스닥을 뜨겁게 달궜다. 엔비디아가 5700만 달러를 들여 위라이드 주식 170만 주를 매수했다는 소식에 17달러 안팎을 오가던 회사 주가는 장중 한때 35달러까지 폭등했다. 위라이드는 2017년 4월 설립된 이후 최초, 최단 수식어를 자주 썼다. 설립 후 39일 만에 폐쇄형 도로 자율주행을 완료해 최단 기록을 세웠다. 2019년 11월에는 광저우에서 중국 최초로 L4(레벨4) 자율주행 택시 '로보택시'를 상업화했다. L0~L5의 자율주행 단계 중 다섯 번째 등급으로, 운전자 개입이 거의 필요없는 수준이다. 지난해 5월에는 베이징 자율주행 시범구에서 로보택시 테스트 운영을 기업 중 첫 번째로 승인받고, 그 다음달 상용화에 들어갔다. 위라이드가 베이징에 자율주행 차량을 처음 들인 게 2022년 8월인데 2년도 되지 않아 상용화를 성공시켰다면서, 이는 구글의 자율주행 자회사 와이모(WAYMO)보다도 빠른 속도라고 자동차전문 매체 지차성구는 평가했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중국의 저비용 고성능 AI(인공지능) 추론 모델 '딥시크'가 AI 개발업계와 증시에 충격을 안겼다. 600만 달러도 되지 않는 예산으로 개발됐다는 딥시크는 생성형 AI 선두주자인 오픈AI의 챗GPT에 버금가는 성능을 선보였다. 오픈AI, 메타, 구글처럼 천문학적 자본을 동원할 수 없다면 AI 개발 경쟁에 동참할 수 없다는 공식이 깨지면서 미국 대형 기술주 주가가 폭락했다. 이날 하루만 나스닥에서 1조 달러가 증발한 것으로 전해진다. 아시아 지역 기술 전문가 캐서린 토베케 블룸버그 칼럼니스트가 지적한 것처럼 중국에는 제2, 제3의 딥시크가 될 만한 스타트업이 산재해 있다. 그 중 하나가 2017년 설립된 광자컴퓨팅 개발 스타트업 '라이텔리전스'(Lightelligence)다. 빛(Light)과 인공지능을 뜻하는 인텔리전스(Ingelligence)를 결합한 사명에서 알 수 있듯, 인공지능 개발에 광자컴퓨팅을 적용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광자컴퓨팅은 쉽게 말하면 전자 대신 광자를 이용한 연산체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