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아재의 건강일기
육체는 하루하루 배신의 늪을 만든다. 좋아지기는커녕 어디까지 안 좋아지나 벼르는 것 같다. 중년, 그리고 아재. 용어만으로 서글픈데, 몸까지 힘들다. 만성 피로와 무기력, 나쁜 콜레스테롤에 당뇨, 불면증까지 육체의 배신들이 순번대로 찾아왔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건강은 되찾을 수 있을까. 코로나 시대와 함께한 지난 2년간의 건강 일기를 매주 토요일마다 연재한다.
육체는 하루하루 배신의 늪을 만든다. 좋아지기는커녕 어디까지 안 좋아지나 벼르는 것 같다. 중년, 그리고 아재. 용어만으로 서글픈데, 몸까지 힘들다. 만성 피로와 무기력, 나쁜 콜레스테롤에 당뇨, 불면증까지 육체의 배신들이 순번대로 찾아왔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건강은 되찾을 수 있을까. 코로나 시대와 함께한 지난 2년간의 건강 일기를 매주 토요일마다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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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들은 여전히 최종 대학 학력에 집착한다. 명문대를 나오면, 어쨌든 철저한 검증 대신 브랜드 네임이 가진 선입견에 휩쓸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물론 좋은 대학을 나온 이들이 뛰어난 실력을 과시하기도 한다. 하지만 '학력 선입견'으로 원래 가진 실력보다 상대방을 더 높게 평가하려는 '이상한 속성'이 배어있는 것도 사실이다. 어느 강연에서 던진 홍준표 대구시장의 이 말은 꽤 정확하다. 그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학 4년 공부로 평생 먹고 사는 경우가 많다"며 대학 입학에만 매몰된 현상을 지적하기도 했다. 일단 좋은 대학에 입학만 하면 자기 성장과 관계없이 대학 '브랜드' 하나로 연명하는 경우를 그들이 좋은 실력을 가져서 성공하는 케이스만큼 많이 봤다. 신문기자 생활 25년 가까이 하면서 지켜본 눈에 띄는 사람들의 특징은(과장하자면)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한 부류는 최고 대학을 나왔지만 그 이후 목표가 또렷하지 않은 사람, 다른 부류는 명문대 출신은 아니지만 평생 어떤 꿈
낙상은 노인의 문제라고만 생각했던 일이 드디어 나에게 찾아왔다. 그렇게 낙상을 경험하니, 남의 일처럼 여겼던 노인의 문제를 좀 더 직접적으로, 깊이 있게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낙상 같은 노년(?)의 병들을 마주하면서 젊었을 때처럼 병을 다룰 수 없다는 인식도 새로 생겼다. 예를 들어 고혈압이나 당뇨는 중년까지 모두 치료하고 관리해야 할 질병이지만, 노인이 되면 이 문제는 말처럼 그리 쉽지 않다. 약을 복용할 땐 그 약의 부작용을 고려할 수밖에 없고, 그렇게 다중 약제를 복용하면서 생길 새로운 문제를 깊이 들여다봐야 하기 때문이다. 나의 낙상은 출근 전 목욕하다 일어났다. 아침 달리기 이후 목욕을 다 끝내고 화장실에서 나오는 길에 어떻게 넘어졌는지 알아차릴 새도 없이 바닥에 고꾸라졌다. 기억나는 거라곤 오른쪽 뺨을 중심으로 광대뼈가 그대로 바닥에 찍혔다는 것뿐. 나는 한동안 바닥에 그대로 뻗어 일어나지 못했다. 샤워기 물줄기가 내 뺨과 머리를 계속 적셨고 머릿속으로는 "일어나야
매일 반복적으로 무심코 먹던 아침, 일어나자마자 억지로 하던 팔굽혀펴기와 스쿼트. 하고 나면 기분 좋지만 그 과정은 결코 만만치 않다. 음식도 먹을 때 즐겁지만, (준비) 과정이 녹록치 않고 운동도 결과는 뿌듯하지만 목표에 다다를 때까지 견뎌야 할 고통이 적지 않다. 몸무게를 뺀다는 목표 아래에서 이 모든 과정은 유쾌한 고통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어느 정도 목표를 이룬 뒤엔 고통 앞에 '유쾌한'은 사라질 수밖에 없는 수식일 뿐이다. 같은 고통과 노동이라도 다시 즐겁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극한의 고통과 무료함을 없애줄 최고의, 그러나 가장 평범한 비법은 역시 음악이다. '재미'라는 요소를 엮는 방법 중 음악만큼 가장 흔하면서 쉬운 콘텐츠를 찾기는 어렵다. 음악의 효능은 음악을 아주 싫어하는 사람을 제외하곤 다양하게 분포한다. 우선 경직된 마음과 정신을 풀어주는 데 음악만큼 특효약이 없다. 외롭고 쓸쓸한 감정의 길에 동행하는 건 물론이고 심지어 환자의 치유에도 사용된다.
살이 찐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든 좋지 않다. 외관상으로도 그렇지만, 건강에 각종 적신호는 비만에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몸무게가 늘면, 우선적으로 당뇨가 예민하게 반응한다. 30, 40대까진 조금 쪄도 그럭저럭 버틸 만하지만, 40대 후반부터는 호락호락하지 않다. 당뇨와 함께 켜지는 신호들은 혈관이다. 고혈압, 고지혈증, 부정맥 등의 문제들이 수학 계산처럼 정확하게 나타난다. 엄격하게 먹고 규칙적으로 운동한 자는 그만큼 보상받고, 그렇지 않은 이는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른다. 만약 당신이 당뇨도 있고 혈관 문제도 있는데, 이를 대체적으로 원만하게(?) 해결하고 싶다면 살을 빼서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일이 무엇보다 우선이다. 코로나19 기간 불어난 몸무게 8kg을 감량하는 과정에서 수고한 주인공들은 누구나 알고 있듯, 식단과 운동이었다. 둘의 아름다운 협치 덕분에 예상보다 더 쉽게, 빨리 몸무게를 줄일 수 있었다. 당뇨 등 예상치 못한 성인병의 굴레에 갇히자, 마음이 급한 나머지
같은 운동을 1년째 반복하다 보면 그것이 익숙함으로 다가와 습관화하기 쉽지만, 그 효과가 더 커지거나 가슴을 뛰게 만들지는 못한다. 아무 생각 없이 정해진 시간에 뉴스나 드라마를 보는 것마냥(안 보면 큰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어느 정도 의무감으로 매달리는 것도 사실이다. 기계적인 운동은 한계가 있다. 몸은 어제처럼 움직이지만, 정신은 그 반대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결국 운동의 방식을 바꿔보기도 하고 양을 줄이거나 늘리기도 하며 급기야 여러 날 멈춰보기도 한다. 운동은 죽는 날까지 '건강한 하루'를 보내기 위해 해야 하는 최소한의 노력인데. 그 노력이 보람과 행복의 가치로 연결되지 못하는 순간 운동도 소멸의 운명을 맞을 수밖에 없다. 육체는 결국 정신의 통제를 받는다. 어떤 운동을 할 것인가 고민하기 전에, 어떤 마음으로 운동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 마음은 단지 즐겁고 행복하고 웃는 긍정의 소비 방식만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단순한 '기분'을 넘어 '보람'의
No 배달, No 택시, No 마사지. 몇 년 전부터 나도 모르게 몸에 밴 규칙적 3무(無)다. 불과 5년 전까지 없어서는 안 될 밥 먹듯 하던 습관들이었다. 회사에 다니는 한 택시는 무조건 '국룰'이었고 야간에 출출할 때, 주말 귀찮을 때 배달은 필수 코스였으며 한 달에 한 번 혈액순환과 피로회복을 위해 잊지 않아야 할 단 하나의 바디테라피(body therapy)가 마사지, 그중 타이 마사지였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 초부터 나의 3무도 비슷하게 전개됐다. 금연에 돌입한 후 후각과 입맛이 돌아오자 수시로 무언가를, 특히 단 음식을 '흡입'하기 시작했고 이는 당뇨병 전 단계라는 나와 거리가 먼 듯한 병이 '잠입'하기 시작했다. '단짠' 가득한 배달 음식은 가장 먼저 끊어야 할 목록 1호였다. 배달 음식을 끊으면 거의 모든 음식이 심심하다. 하지만 인간은 환경의 동물인지라, 금세 새로운 맛에 길들여진다. 고작 1주일이다. 음식값에 배달비까지 합한 돈으로 집에서 질
젊었을 때 수면은 내 인생에서 별로 중요한 일과가 아니었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걸 기본으로 삼았고, 하루 이틀 밤을 새우는 것 정도는 꼭 해봐야 할 필수 경험으로 인식하곤 했다. 심지어 잠을 적게 자는 걸 최고의 미덕으로 여겼다. 사회 분위기도 이런 '숏 슬립'(short sleep)을 부추기고 동조했다. 잠시 학원 강사로 일할 때 고3 입시반 여학생 책상 앞에는 "1시간 덜 자면 남편의 직업이 바뀐다" 같은 그럴듯하면서도 긴장감 넘치는 글귀가 닥지닥지 붙어있었다. 이승만 정권 시절 그 유명한 '사사오입'(四捨五入·0~4까지는 버리고 5~9까지는 반올림하는 셈법으로, 정족수 미달의 헌법개정안을 이 논리로 불법 통과시켰다) 유행어를 베이비붐 세대로부터 듣고 잊지 않고 있던 나는 박정희 정권 시절 탄생한 교육계 그 유명한 '사당오락'(四當五落·4시간 자면 대학에 붙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유행어)이라는 웃지 못할 조어에 학창 시절을 맡겨야 했다. 잠은 곧 적이고 병이었다.
익숙함은 도전을 갈망한다. 최고의 행복에서 불현듯 불행을 떠올리듯 말이다. 알랭 드 보통의 첫 소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에는 '안헤도니아'(anhedonia)라는 말이 나온다. 헤도니아(hedonia, 쾌락·행복)의 반대말이다. 소설 속 주인공의 여자친구가 스페인의 한 아름다운 마을에 방문하자 밀려오는 행복감에 말을 잃는 순간, 이 행복을 잃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빗댄 표현이다. 소위 행복소멸증후군이다. 행복은 영원하지 않다. 어쩌면 행복은 소유해 본 적이 없기에 그렇게 늘 도전할 뿐이다. 막상 정복하면 다시 불행의 그림자가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우리가 노력해 얻은 건강을 위한 익숙한 패턴 역시 결국 오래 가기 힘들다. 이젠 익숙하다 싶어 매일 거기에 정착하려 할 때 도전의 변곡점은 생성되기 마련이다. 아침, 점심, 저녁 일과에서 내 식습관과 운동은 규칙적이고 안정적인 배열을 갖추고 있었다. 어느새 1년을 훌쩍 넘겼다. 채소와 과일을 곁들인 지중해식 샐러드와 계란, 우유와
목 디스크와 허리 디스크 등 척추환자는 X레이나 MRI 등 정밀한 신체 투시 영상을 통해 쉽게 '수술'을 결정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판독 영상에 다 나와 있기 때문이다. 뼈가 부러진 흔적, 근육과 신경의 이상 징후 등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이를 방치할 경우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바로 수술 절차를 밟는다. 이런 식으로 젊은 나이에 수술한 지인들의 얘기를 수없이 들었다. 나 역시 MRI를 통해 목 척추 6번이 신경을 과도하게 누르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당장 수술을 통해 튀어나온 뼈를 자르고, 새 디스크로 '교환'하는 게 신체·정신적 안정을 위해 낫겠다는 판단이 앞섰다. 하지만 이 판단은 섣부르다. 영상이 아무리 정확하고 빈틈이 없어도 척추 촬영만큼은 '혼돈의 법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혼돈? 이는 사진 판독과 실생활 고통의 비례성에 대한 얘기다. 사진으로는 뼈가 신경을 압박하고 있는데, 실제 생활에선 하나도 통증을 못 느끼는 '정상인'이 있고 MRI 상
지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TF(태스크포스) 팀장을 맡았다. 경기 시작 전부터 팀을 꾸려 준비했으니, 거의 한 달간 올림픽에 집중한 셈이다. 팀원들과 함께 주로 집중한 일이 TV 시청이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국내 선수들이 참가하는 경기뿐 아니라, 화제의 외국 선수 경기까지 챙겨야 했다. 회사에선 의자에 앉아 TV를, 집에선 소파나 침대에서 컴퓨터 모니터를 뚫어지게 봐서 그런지 어깨가 결리고 목 주변 근육이 경직됐다. 한 10일쯤 지나니, 이번엔 허리를 제대로 펴고 걷기 힘들었다. 올림픽이 환호로 젖어드는 순간, 내 척추는 통증으로 고통받고 있었다. 물론 목이 이번 일로 갑자기 아픈 건 아니었다. 그 전부터 조금씩 좋지 않다고 느끼다, 이번 일로 제대로 폭발했다. 이 통증은 그전에 만난 어떤 통증과도 사실 비교가 되지 않았다. 뭐랄까. 가만히 앉아있는 게 불가능에 가까웠다고 해야할까? 조금만 앉아 있으면 목이 아닌 어깨와 팔이 아파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때 알았다. 어깨 환자
당뇨 전 단계 진단을 받고 시작한 운동은 그야말로 가뭄 속 단비 같았다. 지금까지 1년 넘게 꾸준히 해온 달리기는 어떤 운동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효과를 발휘했다. 당뇨, 특히 후천적 생활 습관으로 생기는 제2 당뇨는 소위 살을 빼면 금세 정상으로 회복된다. 허릿살이 줄고 내장지방 수치가 떨어지면 당뇨도 그 무서운 살기를 숨길 수밖에 없다. 그렇게 건강이 악화하면 운동은 맹신의 대상이다. 매일 똑같은 시간에 어느 하루 빠뜨리면 숙제를 안 한 것 같은 죄책감이 밀려들면서 건너 뛴 운동이 주는 병세 악화에 대한 우려도 높아진다. 그래서 아침에 하던 달리기를 혹시 빼먹으면 그날 밤늦게라도 만회해야 정서적으로 안정을 찾을 수 있다. 전에 언급한 대로, 당뇨 전 단계와 당뇨에 진입하는 단계(당화혈색소 6.5~6.9)에 이르자 3주간의 달리기만으로 거의 8kg을 뺐다. 신기하고 놀라운 경험이었다. 식습관 조절도 병행했지만, 더 큰 공을 들인 쪽은 운동이었기에 그 효과에 감탄했고 만족감 역시
올해 78세인 내 어머니는 평생 건강검진을 받아본 적이 없다. 나이 들어 어쩔 수 없이 독감 주사를 맞거나 코로나19 백신을 맞는 것 외에 병원을 찾는 일이 없었다. 자식이 아무리 등 떠밀고 부추겨도 요지부동이다. 그 흔한 피검사 한 번 해볼 법도 하지만, 검진이라는 말만 나와도 짜증 내기 일쑤다. 뼈가 부러지고 피를 흘리지 않는 한 병원에 갈 필요가 없다는 게 지론이다. 게다가 자신의 건강을 담보하는 명제는 '아는 게 병, 모르는 게 약'인 듯했다. 그렇게 늘 불안해 보이는 어머니의 '건강지표'에서 이상한 징후를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걷는 게 좀 불편하고 힘들다는 것만 제외하면 정신은 아직 멀쩡하고 삼시 세끼도 충분히 챙겨 드신다. 그 연세에 당뇨니 고혈압이니, 고지혈증이니 하는 문제를 들먹이는 것은 소모적이다. 70세 전까지는 몰라도 80세에 가까우면 식사를 제한하거나 약을 먹는 행위가 면역력에 방해될 수 있다. 고령에는 수치가 아닌 습관에 유의해야 한다. 콜레스테롤 수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