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이 찐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든 좋지 않다. 외관상으로도 그렇지만, 건강에 각종 적신호는 비만에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몸무게가 늘면, 우선적으로 당뇨가 예민하게 반응한다. 30, 40대까진 조금 쪄도 그럭저럭 버틸 만하지만, 40대 후반부터는 호락호락하지 않다. 당뇨와 함께 켜지는 신호들은 혈관이다. 고혈압, 고지혈증, 부정맥 등의 문제들이 수학 계산처럼 정확하게 나타난다.
엄격하게 먹고 규칙적으로 운동한 자는 그만큼 보상받고, 그렇지 않은 이는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른다. 만약 당신이 당뇨도 있고 혈관 문제도 있는데, 이를 대체적으로 원만하게(?) 해결하고 싶다면 살을 빼서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일이 무엇보다 우선이다.
코로나19 기간 불어난 몸무게 8kg을 감량하는 과정에서 수고한 주인공들은 누구나 알고 있듯, 식단과 운동이었다. 둘의 아름다운 협치 덕분에 예상보다 더 쉽게, 빨리 몸무게를 줄일 수 있었다. 당뇨 등 예상치 못한 성인병의 굴레에 갇히자, 마음이 급한 나머지 기존의 식단 패턴과 운동 방식을 180도 바꾸면서 몸을 최대한 구석으로 몰아 압박한 게 주효했다. 이 전략은 제대로 통했다. 끼니마다 채소를 넣되 밥은 반 공기로 줄이고 매일 최소 3km씩 뛰는 걸 운동의 기본 원칙으로 삼으니 몸도 "이 친구가 이렇게 부지런했나?"하며 옆구리살과 지방을 순순히 내어줄 수 있었다.
그렇게 한 1년을 손쉽게 넘겼는데, 2년쯤 지나니 먹는 것도 걷는(뛰는) 것도 게을러지거나 식상해지기 시작했다.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운동은 그나마 (하기 싫어도) 반사적으로 루틴대로 움직이는데, 음식은 그렇지 않았다. 혼자 먹을 땐 엄격하게 지키다가도 지인과의 식사나 외부 공식 자리에서 식사는 자제나 조절이 그 특유의 분위기 때문에 쉽지 않았다.
게다가 음식은 운동에 비해 좀 더 그럴듯한 이유와 변명으로 무너지기 쉬운 분야였다. 계속 하던 운동은 하루만 안 하면 다음 날 아침 거울 앞에 선 자신의 몰골에 아연실색하며 긴장감을 부여받지만, 음식으로 불어난 몸무게 앞에선 (처음에는 엄청 자극을 받지만 나중에는) "내일 더 열심히 뛰어야겠다"는 이상한 합리화로 대충 넘어가기 일쑤라는 것이다.

모든 문제는 '거기'에서 출발한다. 내일로 미루는 합리화, '더 열심히'라는 다짐의 채찍질, 성공한 과거에 대한 추억의 재현 같은 것들 말이다. 처음 몸무게가 늘었을 때, 시작한 식단과 운동은 첫 경험이라 그 강도가 아주 세게 다가와 큰 효과를 나타내지만, 몸이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이제 그런 강도는 씨알도 안 먹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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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무게를 8kg 줄여 1년간 64kg로 유지되던 몸이 어느새 66kg에 올라서더니 이제 67kg이나 가끔 68kg을 찍어 당혹감을 연신 안겨주기 시작했다. 역추적으로 원인을 살펴보니, 운동은 크게 달라진 게 없는데 음식이 문제였다. 마치 건강을 다 찾은 마냥, 케잌을 아무 생각없이 집어먹기도 했고, 고기나 회를 저녁으로 먹을 땐 나도 모르게 소주 한잔, 맥주 두 컵 정도를 반주로 자연스럽게 곁들였다.
대가는 혹독했다. 술 한 잔만 걸치고 난 다음 날 몸무게는 어김없이 1kg~1.5kg이 늘어나 있었고 케잌이나 짜장면을 먹고 난 뒤엔 최소 500g이 서비스 무게로 달려나왔다.
이런 식의 몸무게가 상승 곡선을 그리던 초기에는 '운동'이라는 만능키로 해결하려고 했다. 먹은 만큼 하는 운동의 효율성을 믿었던 셈이다. 실제 그렇게 한 운동의 효과는 초창기에 제법 컸다. 원 없이 먹고 다음 날 10km 뛰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원상으로 복귀돼 있었다.
듣기 좋은 꽃노래도 한 두 번. 어느 순간 운동의 효과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10km를 뛴 후 스마트 워치를 보면 언제나 770칼로리가 소모됐다고 나오지만, 정작 몸무게를 재면 200g이 줄었을 뿐이다. 1년 전, 아니 불과 몇 달 전과 확연히 달라진 수치다.

믿을 건 이제 음식이다. 모른 척 밥 한 공기를 슬쩍 해치우던 '도둑 식사'는 '도덕 식사'로 바뀌어 반 공기로 다시 돌아왔고 저녁 6시 이후 가끔 하던 군것질에서도 완전히 손을 뗐다. 이런 죄(?)를 짓고 다음 날 운동으로 벌(?)을 받겠다는 안일한 습관의 유효 기간도 끝난 셈이다.
음식을 조절했더니, 몸무게는 '정상'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운동을 매일 똑같이 해도 음식에서 조절이 안 되면 몸무게는 통제되지 않았다. 운동을 하나도 하지 않고 음식만 조절하면 몸무게는 줄었다. '먹은 만큼 운동으로 뺀다'는 다짐은 초창기엔 그럴듯한 해답이지만, 시간이 갈수록(운동에 길들여 진 이후엔) 낯선 명제로 존재할 뿐이다.
물론 '벌크업'의 경우, 근육량 증가의 경우는 예외다. 근육량은 결국 잉여 칼로리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당연히 (음식) 양이 많아질 필요가 있다. 근육 1kg을 키우기 위해선 7700칼로리가 필요한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잉여 칼로리는 지방으로 우선 남기려는 특성이 있기에 근육을 만들려면 '근육을 만들 이유'를 몸에 줘야 근 성장을 도울 수 있다. 그 이유는 바로 운동(근력)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운동을 시작한 지 2년 미만인 초급자는 한 달에 만들 수 있는 순수 근육의 양은 0.9kg이고, 운동 시작한 지 2년 이상인 중급자는 한 달에 0.45kg, 3~4년 이상의 고급자는 한 달에 0.22kg 정도다. 운동에 익숙해지면 근육량을 늘리는 데도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처음 운동할 땐 근육이 확 늘어나는 '성장'을 경험하지만, 그렇게 매일 똑같은 무게와 방식, 반복으로 일관할 경우 근성장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는다. 남는 건 결국 지방으로 꾸려진 '살크업'이다. 이때 우리는 다시 '음식'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운동은 더 많이, 더 강하게, 더 힘들게 해야 몸의 성장과 건강을 담보할 수 있다. 그래서 운동을 처음 하는 사람이 가장 큰 효과를 보기 마련이다. 성인병과 관련된 건강 얘기로 다시 돌아가면, 결국 '몸무게 유지'가 관건이라는 점에서 '격렬한 운동'보다 '음식 조절'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나이가 들어 근력의 중요성이 커져 근력을 특별히 키워야 하는 경우를 제외하곤, 똑같은 음식을 먹고 강도 높은 운동을 하기보다는 똑같은 운동을 하고 음식을 조절하는 편이 나을 수 있다는 얘기다.
체중감량을 위해 음식을 아주 적게 먹거나 골라 먹거나 굶으면 요요 현상을 쉽게 경험할 수 있어 자신에게 맞는 '식단 조절'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느냐를 우선으로 둬야 한다. 나는 위에서 언급한 대로 식단에서 몇 번의 실패를 맛본 뒤 운동으로 아무리 애를 써도 쉽게 원래 몸무게로 돌아가기 어려웠다. 조금만 먹어도 쉽게 살이 찌는 '나잇살 효과'도 한몫했을 것이다.

운동은 물론 계속돼야 한다. 하지만 규칙적인 운동이 일상이 되면 몸은 운동을 '호의'로 여기지 않고 '권리'로 여긴다. 운동이 체중감량에 크게 도움이 안 되는 걸 가리켜, '유 캔트 아웃트레인 어 배드 다이어트'(You can't outtrain a bad diet)라는 말이 있다. 무엇을 해도 나쁜 식습관을 이길 수 없다는 뜻이다. 비유하면 아무리 운동을 열심히 해도, 자신이 먹었던 고열량의 '나쁜 음식' 앞에서 힘을 쓸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러니, 튀김에 떡볶이, 순대, 치킨, 햄버거 먹고 내일 열심히 뛰자는 말은 한 두 번은 먹혀도 어느 시점에선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운동은 열심히 할수록 허기를 유발한다. 운동을 하지 않았을 때보다 식욕 촉진 호르몬인 그렐린(Ghrelin)에 영향을 받아 자신도 모르게 식욕이 폭발한다. "내가 운동을 했으니 이 정도는 먹어도 되겠지"하고 시작한 정당한 식탐은 어느새 후회를 남기는 수준의 식탐으로 번지기 십상이다.
휴가 때 잠시 폭식에 군것질을 곁들였더니, 그 이전 몸무게로 돌아가는 게 처음 몸무게를 뺄 때보다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운동의 강도를 높여도 매한가지였다. 물론 식단만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는 발상도 어불성설이지만 적어도 혈관과 대사, 호르몬 문제에 관여하는 직접적 열쇠는 식단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변엔 식단보다 운동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이들도 있다. 식단과 운동은 어쩌면 사람마다 해법이 다른, 승자 없는 줄다리기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비만'에서 탈출하고 '성인병'에서 벗어나려면 식단만큼 빠르고 효과적인 약이 없다는 걸 많은 이들이 경험하고 증명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