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의 아포리아
아포리아는 그리스어의 부정 접두사 아(α)와 길을 뜻하는 포리아(ποροσ)가 합쳐져 길이 없는 막다른 골목, 또는 증거와 반증이 동시에 존재하여 진실을 규명하기 어려운 난제를 뜻하는 용어. '김남국의 아포리아'는 우리 사회가 직면한 여러 문제에 대해 지구적 맥락과 역사적 흐름을 고려한 성찰을 통해 새로운 해석과 대안을 모색한다.
아포리아는 그리스어의 부정 접두사 아(α)와 길을 뜻하는 포리아(ποροσ)가 합쳐져 길이 없는 막다른 골목, 또는 증거와 반증이 동시에 존재하여 진실을 규명하기 어려운 난제를 뜻하는 용어. '김남국의 아포리아'는 우리 사회가 직면한 여러 문제에 대해 지구적 맥락과 역사적 흐름을 고려한 성찰을 통해 새로운 해석과 대안을 모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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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아포리아는 그리스어의 부정 접두사 아(α)와 길을 뜻하는 포리아(ποροσ)가 합쳐져 길이 없는 막다른 골목, 또는 증거와 반증이 동시에 존재하여 진실을 규명하기 어려운 난제를 뜻하는 용어. '김남국의 아포리아'는 우리 사회가 직면한 여러 문제에 대해 지구적 맥락과 역사적 흐름을 고려한 성찰을 통해 새로운 해석과 대안을 모색한다. 지난 7월 북아일랜드 평화협정의 주역인 신교계 얼스터통합당(UUP)의 데이비드 트림블 전 대표가 세상을 떠났다. 그와 함께 평화협정을 이끈 또다른 주역 존 흄 구교계 사회민주노동당(SDLP) 전 대표는 2020년 세상을 떠났다. 이들은 1969년 이후 30여년 동안 지속된 신·구교계 사이의 유혈충돌을 종식한 1998년 북아일랜드 평화협정을 이뤄낸 공로로 같은 해 노벨평화상을 공동수상했다. 북아일랜드 문제의 본질은 영국과 아일랜드가 민족과 종교의 차이를 동원해 서로를 향한 적대감을 강화해나간 배타적 정체성의 충돌이었다. 2011년 인구조사에 따르
[편집자주] 아포리아는 그리스어의 부정 접두사 아(α)와 길을 뜻하는 포리아(ποροσ)가 합쳐져 길이 없는 막다른 골목, 또는 증거와 반증이 동시에 존재하여 진실을 규명하기 어려운 난제를 뜻하는 용어. '김남국의 아포리아'는 우리 사회가 직면한 여러 문제에 대해 지구적 맥락과 역사적 흐름을 고려한 성찰을 통해 새로운 해석과 대안을 모색한다. 올해 필즈상을 받은 수학자 허준이 교수가 '경계와 관계'를 주제로 기념강연을 했다. 그는 어떤 대상의 관계를 포착하기 위해 먼저 경계를 짓는 일이 필요하고 경계를 포착하고 뛰어넘을 때 두 대상의 관계를 알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물체를 나누는 기준은 본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달린 것이며 보편적 구조를 이해하는 일은 대상에 이름을 붙이고 새로운 경계를 만들고 그 경계를 부수고 나아가고 다시 새로운 대상에 이름을 붙이는 과정이라고 했다. 민주주의 발전도 결국 경계의 문제가 해결된 이후 가능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 강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국제질서는 국경을 넘는 세계 시민적 연대의 진전과 규범 없는 자연상태로 후퇴를 동시에 경험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로 침략전쟁을 일으킨 러시아에 대한 비난과 우크라이나의 영토적 통일 및 정치적 독립의 유지를 지지하는 국제연대가 있고 다른 한편으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국가들 사이의 전쟁을 지나치게 도덕의 잣대를 기준으로 평가할 때 상대를 제거해야 할 괴물로 악마화하면서 공존 불가능한 국가로 간주하게 되는 위험을 지적하는 시각이 있다. 우리는 인간을 야만의 상태로 되돌리는 전쟁을 비난하면서 동시에 전쟁 상태를 끝내기 위해 다양한 무기지원을 통해 전쟁을 계속하는 역설에 직면했다. 흔히 이 전쟁을 계기로 신냉전 시대의 개막을 말하지만 냉전 시대는 이데올로기 및 군사적 대결을 축으로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진영이 나뉜 채로 비교적 안정적인 국제질서를 누렸다는 점에서 현재 상황과 다르다. 냉전 이후 세계는 지구화를 거치며 경제적 상호의존이 심화했고 이념과 무
정치의 세계에서 사람들은 탈진실 시대 이전에도 객관적 사실보다 개인의 감정과 신념에 더 영향을 받았다. 정치인은 사람들의 환상에 따라 행동하고 그들이 믿고자 하는 강하고 위대한 어떤 것을 대리해 제시한다. 정치적 선택은 사실에 관한 것이 아니라 어느 길로 갈 것인가라는 방향에 관한 것이다. 그러니까 정치의 세계에서 오가는 말들에 대해 그것이 진실인가라고 묻는 것은 의미가 없다. 오히려 그 말들로 인해 결과적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춰 그 의미를 추적해야 한다. 다시 말해 정치적 담론은 참이나 거짓을 따지는 진리의 가치와는 상관없이 발언 자체가 역할을 하는 수행성을 특징으로 한다. 정치인은 자신의 비전에 대해 강한 확신을 갖고 그곳에 이르기 위해 준비가 돼 있는 인물이라는 이미지로 지지를 끌어모으고 그 비전을 자기실현적 예언으로 만들어간다. 이렇게 보면 정치에서 말들은 현재의 사실보다 미래를 향한 약속이다. 누군가 하는 약속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이 약속을 듣는 사람이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 사회의 핵심 가치이자 원칙이다. 자유주의 근본주의자들은 이 가치가 너무 소중하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도 절대로 포기할 수 없다고 말한다. 표현의 자유가 이처럼 중요하게 간주되는 이유로는 무한한 표현의 자유 아래서만 진실추구가 가능하기 때문이라는 주장, 모든 구성원의 목소리가 정치과정에 반영될 때 민주적 정당성이 보장된다는 주장, 사회계약론 입장에서 계약 당사자인 시민들의 의사표현이 자유롭게 전제돼야 비로소 계약이 성립한다는 주장 등이 있다. 그렇다면 누군가를 혐오하는 표현도 이처럼 중요한 표현의 자유에 포함되는 권리일까. 케임브리지 사전은 혐오에 대해 '인종, 종교, 성별 또는 성정체성에 근거해 개인이나 집단에 대해 증오를 나타내거나 폭력을 선동하는 공개된 표현'으로 정의했다. 다시 말하면 혐오는 우리가 선택할 수 없었던 어떤 특징을 갖는 집단과 그 집단의 구성원을 대상으로(targeting) 그들의 인격을 무화하는 부정적 낙인을 찍은 다음(naming) 사회적
피란길에 오른 일가족이 러시아군의 포격에 쓰러져 있고 우크라이나 병사들이 도우러 달려들지만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그 현장을 시민 한 명이 빠르게 지나친다. 죽은 일가족의 옷차림과 가방은 평화로울 때 여행을 떠나는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전쟁은 문명의 포장을 걷어내고 벌거벗은 야만을 드러낸다. 흔히 전쟁은 도덕적 평가를 넘어서는 영역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는 힘의 논리에 흔들림 없이 전쟁이 어떻게 시작됐고 얼마나 잔인했는지 철저히 도덕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마이클 왈저에 따르면 전쟁의 시작과 관련한 정당성은 침략전쟁과 정당방위 여부로 나뉜다. 모든 침략전쟁이 정당성을 갖지 못하는 것은 무력행위가 본질적으로 상호작용에 따른 악순환 끝에 한계 없는 절대전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쟁 수행과정에서 정당성은 전투수단이 법을 준수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전쟁은 법적으로 군대와 군인에게 살상할 권리를 주지만 살상시기와 방법, 대상을 제한한다. 당연히 아이, 노인, 여성, 포로, 언
3월에 치르는 20대 대선을 앞두고 한국 사회가 어떤 시대적 과제를 안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 자주 제기된다. 현 정부는 2016년과 2017년의 촛불시위를 통해 통상 12월에 치른 대통령선거 일정을 앞당겨 탄생했다. 촛불시위에는 주로 대도시 중산층을 중심으로 다양한 계층의 시민이 참여했지만 이른바 국정농단으로부터 절차적 민주주의 회복에 대한 요구가 가장 컸고 사회적 불평등 해소 요구가 뒤를 이었다. 즉 촛불시위는 예정돼 있던 정치일정을 벗어나 대통령 탄핵과 새로운 정부의 출범을 가져왔다는 점에서 혁명적이었지만 촛불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의 공통된 요구를 되짚어보면 선출된 권력에 의한 체계적인 의사결정과정의 복원과 예술인 블랙리스트에서 보인 자유의 침해에 대한 방지, 사회적 불평등의 악화를 막을 경제민주화 강화 등 합리적인 개혁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문재인정부는 원칙과 제도에 따른 국정운영을 통해 절차적 민주주의를 복원해야 하는 과제와 사회·경제적 불평등 완화를 통
독일 뉘른베르크는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선거권을 가진 영주들이 제국의회를 열던 중세의 대표적 도시였고 히틀러가 제3제국을 꿈꾸며 역사적 상징성을 얻기 위해 1927년부터 나치당의 전당대회를 개최한 곳이다. 그러니까 제2차 세계대전이 연합국의 승리로 끝났을 때 나치의 침략전쟁을 기획하고 실행한 전범들을 재판하기 위한 장소로 미국이 뉘른베르크를 선택한 것은 의미 있는 결정이었다. 뉘른베르크 재판은 1943년 10월 연합국 주도의 전쟁범죄위원회가 전범 처벌을 준비하기 시작하고 1945년 8월 중대 전쟁범죄인의 소추 및 처벌에 관한 런던협정에 19개국이 서명하면서 국제 군사재판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 재판의 가장 큰 의의는 전쟁에서 역할을 이유로 타국에서 개인이 소추되지 않는다는 주권자 면책이나 국가행위 면책의 전통에서 벗어나 침략전쟁을 일으킨 평화에 반하는 죄, 민간인에 대해 범죄행위를 한 인도에 반하는 죄로 개인의 책임을 물어 처벌했다는 점이다. 뉘른베르크 재판이 1945년 11월부터 1
공화적 애국주의란 생물학적 조상에 대한 충성이나 인종, 종교에 대한 맹세가 아니라 자유, 평등, 박애와 같은 국경을 넘어선 보편적 가치와 비지배의 공화주의적 제도를 향한 충성을 뜻한다. 우리 현대사에서 공화주의에 관한 내용을 본격적으로 담고 있는 3·1독립선언은 남을 파괴하는 배타적 감정을 벗어나 오직 자유의 정신에 기반해 스스로를 건설함으로써 우리 민족을 억압으로부터 해방시키고 동양의 영구한 평화를 보장하는 방법을 찾고자 했다. 안중근 의사가 순국 직전 저술한 '동양평화론'은 한·중·일 3국이 협력을 위한 기구를 설립하고 공동의 은행을 만들며 공용화폐를 사용하고 상호주권을 존중하여 평화적 관계를 맺음으로써 서양 제국주의의 침략에 맞설 것을 구상하고 있다. 김구 선생의 아름다운 문화국가론은 오직 자유로운 나라에서 가능한 인류의 크고 높은 문화를 꿈꾸며 대한의 완전한 자주독립을 원했지만 그 꿈이 국가가 넘치도록 부강하여 남의 나라를 침략하는 것은 아니었다. 우리 근대 100년의 역사에
한국처럼 민주화 이후 30여년이 지난 사회에서 아직도 경쟁상대를 적으로 간주하고 경쟁정당을 적폐세력으로 공격하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더구나 국민들은 수차례 정권교체를 통해 한 번의 선거, 한 명의 위대한 정치인의 등장으로 하루아침에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을 안다. 선거결과에 따라 나라가 엉망이 된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영향받는 사람들은 대선 캠프 주변의 소수고 대부분 국민은 누가 집권하든 삶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여야 모두 포퓰리즘적 경향을 보이는 후보의 등장에도 선거열기가 아직 달아오르지 않고 있다. 포퓰리즘은 기득권 세력에 대한 비판과 국민주권의 강화를 약속하는 감정적 선동을 통해 사람들을 정치현장에 끌어들이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대선을 시민들의 활발한 정치참여를 통해 정치의 역동성을 보여줌으로써 우리가 위임한 권력의 대리자인 정치인들을 통제하고 법치의 이름으로 국민주권의 원칙을 제약하는 정치의 사법화를 견제할 중요한 계기라고 보면 포퓰리즘적 현상의 출현을 무작정 비
정치가의 행동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그 행동을 지배하는 마음을 알려고 할 때 정치평론은 주술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정치가의 행동이 지향하게 될 슬로건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 핵심 슬로건으로 자신들이 '개혁세력'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정책의 결과를 통해 미래 어느 시점에 입증돼야 할 개혁을 현재 관점에서 사실로 전제해서 실패로 드러날 가능성을 안고 있다고 봐야 한다. 역설적이게도 스스로를 개혁진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개혁을 가로막는 방식에는 3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개혁의 양을 증폭해 시민들의 피로감을 불러오고 궁극적으로 어떤 사안이 개혁의 우선 과제인지 불분명하게 만듦으로써 개혁을 좌초시키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든 50대 개혁과제, 100대 개혁과제를 말하면서 모든 개혁을 내가 해낼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의심해야 한다. 두 번째 방식은 점진적인 개혁의 피상화를 통한 우파적 방해로서 무엇을 하지 않음으로써 무엇인가를 하는 수동적
국제무대에서 미국의 귀환을 질서 있게 보여주던 조 바이든의 외교는 아프가니스탄 철군과정에서 보여준 혼란과 무질서로 갑작스러운 반전을 맞았다. 특히 유럽의 우방들에 미국의 아프간 철수는 바이든정부가 국제질서 유지에 필요한 공공재를 제공하는 글로벌 리더십을 복원할 의지가 있는지와 민주주의 및 시장경제의 가치에 동의하는 동맹 네트워크를 존중할 의사가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물론 미국은 제국주의적 과대팽창이 스스로의 운명을 위협한다고 판단하면 언제든지 해외 파병을 줄이고 국내 지지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고립주의를 선택하는 모습을 보였다. 즉 고립주의와 개입주의를 규칙적으로 오간 미국의 대외정책은 국내문제 해결에 집중해야 하는 선택에 직면했을 때 패배의 시선조차 아랑곳하지 않고 해외 철수를 단행하곤 했다. 미국은 국내적으로 코로나19 변이바이러스 확산저지와 경제회복, 계층 및 인종간 화합을 통해 2개의 미국으로 갈라진 사회를 통합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지난 3월 61% 정도였던 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