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의 아포리아
아포리아는 그리스어의 부정 접두사 아(α)와 길을 뜻하는 포리아(ποροσ)가 합쳐져 길이 없는 막다른 골목, 또는 증거와 반증이 동시에 존재하여 진실을 규명하기 어려운 난제를 뜻하는 용어. '김남국의 아포리아'는 우리 사회가 직면한 여러 문제에 대해 지구적 맥락과 역사적 흐름을 고려한 성찰을 통해 새로운 해석과 대안을 모색한다.
아포리아는 그리스어의 부정 접두사 아(α)와 길을 뜻하는 포리아(ποροσ)가 합쳐져 길이 없는 막다른 골목, 또는 증거와 반증이 동시에 존재하여 진실을 규명하기 어려운 난제를 뜻하는 용어. '김남국의 아포리아'는 우리 사회가 직면한 여러 문제에 대해 지구적 맥락과 역사적 흐름을 고려한 성찰을 통해 새로운 해석과 대안을 모색한다.
총 53 건
우리는 때로 정치를 혐오하고 때로 정치에 열광한다. 온통 정치에 휩싸여 있으면서도 정작 나 자신은 정치에 무관심하기도 한다. 우리의 삶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정치가 무엇인지 정의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좋은 정치에 대한 답이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연관돼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좋은 삶의 규정은 개인의 가치와 기준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의미를 부여하는 가치에 따라 자신의 삶을 살아갈 권리가 있다. 개인들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는 관용을 필요로 하고 차이를 인정하는 관용에 의해 사람들의 고유한 개성이 유지된다. 다시 말해 우리의 삶은 우리가 선택할 수 없었던 우연(contingency)에 의해 차이가 생겨나고 그 차이를 넘어 공동의 가치를 추구하려는 열정에 의해 독특해진다. 즉 자신을 규정하는 우연을 뛰어넘고 무한(infinity)을 지향하는 열망이 더해져 고유한 내가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자신의 가치와 기준에 따라 고유한 나의 존재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외교가 눈부시다. 대통령 취임 불과 6개월 만에 민주주의 회복과 인권강화, 글로벌 리더십 복원이라는 정책방향에 맞춰 국제무대에서 미국의 귀환이 착착 진행된다. 쿼드, 미·일, 한·미, 미·중 2+2회담에 이어 G7(주요 7개국), 미·유럽연합(EU), 미·나토, 미·러 정상회담에서 절제된 언어와 상대에 대한 존중 속에 자신의 목표를 부드럽게 관철해나가는 모습은 그가 외유내강의 준비된 지도자임을 보여준다. 물론 바이든의 이러한 외교적 리더십은 36년의 상원의원 경험과 8년의 부통령 시절을 거쳐 형성됐다. 그의 자서전 '지켜야 할 약속'에 보면 바이든은 세계 대부분 갈등지역을 직접 방문해 현안을 파악하고 있다. 예컨대 유고 내전이 한창일 때 세르비아의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대통령을 만났을 때 그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바이든은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나는 당신이 빌어먹을 전범이고 그에 따른 응당한 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한다. 바
우리나라는 1960년대 약소국에서 시작해 중진국을 지나 중견국가를 지향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과 G20(주요 20개국)의 일원, 그리고 G7(주요 7개국)회의에 참가하면서 명실상부한 선진국가가 됐다. 선진국은 정치, 경제, 문화, 과학 등의 분야에서 앞선 발전을 성취한 국가를 가리킨다. 우리가 이미 선진국에 도달했다면 그 다음에는 어떤 목표가 가능할까. 최근 등장하는 선도국가 개념은 규범적 관점에서 좋은 정책이나 제도를 솔선수범함으로써 다른 국가들이 참고할 수 있 는 모범을 제공하는 나라를 뜻한다. 코로나19(COVID-19)가 세계시민들에게 가져온 영향 중 하나는 유럽과 미국 같은 선진국들에 대한 환상의 붕괴다. 이들이 팬데믹(대유행) 대처 과정에서 보여준 무질서와 무원칙은 선진국의 실상에 대해 회의를 갖게 했다. 선도국가는 근대화론이 상정하는 단선적 발전 과정에서 시간상 앞선 단계를 의미하는 선진국과 구분된다. 시대정신을 선취해 다른 국가들이 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는 국민국가의 통화 주권에 도전하는 새로운 흐름이다. 진정한 금융민주화와 세계주의에 대한 열망을 담았다는 평가도 있지만 결제수단보다 투기의 성격이 강하게 드러나고 미국과 중국 정부의 반격에 직면해 주춤거리고 있다. 통화 주권과 함께 근대국가의 역할 가운데 중요한 또 한 가지는 노동력 이동에 대한 통제다. 지구화의 진전과 더불어 심화하는 통화 주권과 노동 주권에 대한 도전은 전통적 국가 역할의 위기를 보여주는 지표들이다. 최근 한국에서 국가 위상의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는 모병제 논의일 것이다. 근대국가의 군은 물리력 독점을 통해 공동체의 안전을 보장하는 최후의 보루고 징병제를 통해 시민군을 구성하는 것이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마키아벨리가 자신의 공동체를 침략하는 외부의 적에 맞서 언제라도 싸울 단호한 의지를 시민의 덕목으로 강조한 것이나 루소가 용병이나 대표들로 구성된 군이 국가를 멸망으로 이끄는 길이라고 비판할 때 이들이 강조한 것은 공히 시민이 곧 군
선거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상과 벌을 분명히 하는 선택을 통해 국민주권의 원칙을 재확인하는 것이다. 시민 입장에서 보면 잘한 일과 잘못한 일을 평가해 그때그때 냉정하게 선호 후보를 바꾸는 것이 선거의 존재 의의를 분명하게 드러내는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지난 4·7 보궐선거는 선거 이후 정치권의 다급한 변화 시도에서 알 수 있듯이 국민이 주권자라는 사실과 이들이 분노했다는 사실을 투표로 뚜렷이 보여주었다.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서울에서 얻은 표가 280여만표였고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영선 후보가 얻은 표는 190여만표다. 반면 2017년 대선에서 홍준표·유승민·안철수 후보가 얻은 표가 330여만표고 이번에 오세훈 후보가 얻은 표가 280여만표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2017년보다 90여만표를 덜 얻었는데 이 가운데 일부가 선거에 참여해 오세훈 후보를 지지했다고 하더라도 나머지 2017년 민주당 지지자는 불편한 선택에 직면해 투표장에 나오지 않았다
2021년 미얀마의 상황을 담은 사진들과 1980년 5·18민주화운동을 찍은 사진들을 비교하면 그 유사함에 놀란다. 두 상황은 기본적으로 군사쿠데타에 저항하는 시민들의 민주화 시위고 군의 총격과 물리적 폭력에 의해 반인도적 범죄가 자행되는 현장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미얀마 시민들의 희생이 벌써 200명을 넘어서면서 국제사회의 지지에 희망을 거는 점도 5·18민주화운동과 닮았다. 국내 상황을 세계에 알려 국제문제화하고 국제여론의 지지를 지렛대로 활용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20세기 이후 민주화의 역사를 보면 주요 변수로서 국제사회의 역할은 항상 한계가 있었다. 5·18민주화운동에서도 시민들은 미국의 역할을 기대했지만 계엄군의 출동에 미국의 암묵적인 동의가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이후 사회운동에 반미 흐름이 생겨났고 민족문제의 자주적 해결을 주장하는 주사파가 등장했다. 미얀마 시민들 역시 국제사회의 개입을 기대하지만 유엔 안보리는 군부에 대한 규탄성명만 발표했을 뿐 아직 행
로빈슨 크루소가 무인도에 혼자 살 때 정치는 필요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금요일에 프라이데이가 도착하자 비로소 정치가 시작됐다. 정치는 기본적으로 둘 이상의 사람이 모여 살면서 서로 다른 생각과 계획, 자원을 갖고 다투기 시작할 때 생겨난다. 즉 사람들이 모여 살 때 그들 사이의 의견을 조정하고 타협하는 과정에서 정치는 필연적으로 등장한다. 이런 맥락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을 "정치적 동물"이라고 불렀고 러시아의 혁명가였던 니콜라이 부하린은 "그가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결코 정치밖에 서 있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정치학자 데이비드 이스턴은 정치의 기능에 초점을 맞춰 "가치의 권위적인 배분"이라는 정의를 내놓았다. 여기에서 가치는 사람들이 갖기를 다투는 희소한 자원을 일컬으며 권위적이란 국가가 개입해 몫을 나누는 최종적인 결정의 의미를 강조한 것이다. 이외에도 신해혁명의 주역이자 중국공산당 창당 멤버인 천두슈는 "정치란 먹는 것"이라고 갈파한 바 있고, 해롤드 라스웰은
행복은 어떤 느낌을 말한다. 삶에서 의미를 찾았거나 즐거울 때 또는 무슨 일에 몰입할 때 얻는 만족의 느낌을 행복이라고 부른다. 그러니까 행복은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는 개인적 가치다. 그러나 사회적 정의나 공정도 결국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우리가 행복해지기 위해 필요한 조건이라고 생각하면 행복은 반드시 개인적 차원에서 결정되는 가치가 아니라는 점도 분명하다. 심리학자들은 행복을 우연한 행운이나 특권이 아니라 교육과 훈련을 통해 달성 가능한 마음의 상태라고 말한다. 특히 우리는 소득과 명예, 권력 같은 행복의 조건이 갖춰지면 행복해질 것이라고 믿지만 사실은 내 마음과 삶의 태도가 우선 행복해지면 내가 바라는 행복의 조건을 얻을 확률이 높아진다고 주장한다. 행복의 조건과 행복의 결과 사이에 선후가 바뀌는 셈인데 이렇게 보면 우리에게 먼저 필요한 것은 행복을 이해하는 교육이다. 예컨대 행복해지기 위해 중요한 것은 마음, 목표, 관계의 3가지 요소다. 우선 내 마음의 관점을
민주당과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 원인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가장 큰 이유는 부동산 폭등과 검찰개혁을 둘러싼 소란일 것이다. 기본적으로 부동산이나 교육 문제처럼 관련된 시장이 존재하고 시민들의 실질적인 이해가 얽혀 있는 정책들은 여야가 끊임없이 대화하고 타협하면서 조정해야 한다. 부동산 문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고 어떤 정책이 나와도 이를 우회하려는 사람들의 욕망이 시장을 움직여 나간다. 따라서 시장의 목소리를 듣고 야당의 제안을 검토하고 시간을 견디며 관리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반면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등 검찰개혁과 관련된 정책들은 시장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국민들의 물질적 이익과 관련된 것도 아니다. 이 문제는 경제적 이익보다 각자 추구하는 가치가 더 결정적이고 따라서 개혁의 가치를 주장하는 쪽이 신속히 처리하고 난 후 그 결과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지면 된다. 그런데 현 정부는 정반대로 한다. 신중해야 할 임대차3법(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계약갱신청구권제
역사상 모든 제국은 쇠퇴했다. 미국도 예외일 수 없고 따라서 미국이 쇠퇴한다고 해서 그렇게 놀랄 일은 아니다. 폴 케네디는 그의 책 ‘강대국의 흥망성쇠’에서 제국이 쇠퇴하는 공통의 원인으로 제국주의적 과대팽창(imperial overstrech)을 꼽았다. 즉 자신의 경제력이 부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과도한 군사적 팽창이 가장 큰 쇠퇴 원인으로 본 것이다. 어떤 원인에서든 미국의 쇠퇴 여부는 중국의 부상과 관련해 긴장을 불러일으키는 질문이 된다. 중국은 미국이 이끄는 세계 무역질서에 참여함으로써 오늘날과 같은 빠른 성장을 이룩했다. 1978년 중국의 GDP(국내총생산)는 1400억달러로 미국의 2조3500억달러에 비하면 6%에 불과했다. 그러나 40년이 지난 2018년 중국의 GDP는 13조4600억달러로 미국의 20조5100억달러와 비교해 65% 수준에 육박했다. 더구나 중국은 2035년을 전후해 약 38조달러선에서 미국 GDP를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양한 수치에
민주주의 국가들 사이에서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이 낮다는 민주평화론처럼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식량부족으로 인한 기근 가능성이 낮다는 주장이 있다. 기근은 근본적으로 식량부족 문제라기보다 분배의 문제라고 보는 것이다. 결핍으로부터 자유를 약속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기근은 심각한 도전이지만 우리는 한 지역에서 식량이 넘쳐나는데 다른 지역은 굶주림에 시달리는 현실을 자주 목격한다. 세계적 차원에서 보면 어떤 나라는 부유하고 어떤 나라는 여전히 가난해서 잦은 기근과 높은 유아사망률을 보인다. 정의의 관점에서 이런 현실은 어떻게 설명되고 개선될 수 있을까. 피터 싱어는 기부 의무를 통한 빈부격차 문제의 해결을 주장한다. 윤리적 관점에서 보면 식량과 의료의 결핍으로 인한 고통과 죽음은 나쁜 것이다. 출근길에 물에 빠진 아이를 보면 시간이 늦든 옷을 망치든 상관없이 그 아이를 구하러 달려가는 것처럼 우리는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아이의 생명만큼 중요한 것을 희생하지 않는 선까지 기부해야 한다.
어느 국가나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많겠지만 대통령의 임무를 크게 나눈다면 첫째 경제, 둘째 안보, 셋째 사회통합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이 가운데 경제는 세계적 경기 흐름에 영향받고 안보는 지정학적 위치에 따라 규정받는다. 반면 사회통합은 대통령의 정치력이 가장 잘 발휘될 수 있는 정치 본연의 영역이다. 사회통합의 수준은 경제와 안보역량에 영향을 미치고 궁극적으로 민주주의 실현에 주요 변수가 된다. 물론 사회통합도 경제 및 안보분야의 성과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기 때문에 따로 떼어내 이야기하기는 쉽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대통령은 적어도 1300여만명의 서로 다른 이해를 갖는 시민의 지지가 모여 결정된다. 그것이 재산세가 됐든, 특목고 문제가 됐든 또는 자유의 회복이 됐든 어떤 공약에 자신의 이익을 계산한 시민들의 거대한 이해가 집적돼 선출되는 것이다. 이 과정이 국가가 갖는 이익집단의 집합적 총체로서 성격을 보여준다면 동시에 국가는 동료 시민의 최소한의 인간적 삶을 위해 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