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진칼럼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자 금융·기업법 전문가인 김화진 교수가 국내외 경제, 금융, 기업, 사회 이슈를 깊이 있게 분석하고 통찰력 있는 시각으로 전달하는 코너 입니다.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자 금융·기업법 전문가인 김화진 교수가 국내외 경제, 금융, 기업, 사회 이슈를 깊이 있게 분석하고 통찰력 있는 시각으로 전달하는 코너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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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이라는 말처럼 인기 있고 자주 사용되는 말이 없을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세어보니 2011년 한 해 미국 기업들의 사업보고서에 ‘이노베이션’이라는 말이 3만3528회 나왔다. 구글의 에릭 슈밋과 조너선 로젠버그는 혁신을 ‘새로운 큰 거 한 방’(Next Big Thing)이라고 부른다. 구글 자체가 혁신의 산물이다. 래리 페이지는 어느 날 밤 꿈을 꾸었다. ‘인터넷 전체를 다운로드하고 링크만 보관하면 어떨까.’ 잠에서 깬 페이지는 펜을 들고 그게 가능할지를 종이에 끄적거렸다. 검색엔진 구글이 여기서 출발한 것이다. 슈밋과 로젠버그는 고객이 뭔가를 요청할 때 고객이 원하는 것을 주는 것은 혁신이 아니라고 말한다. 혁신은 고객을 깜짝 놀라게 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혁신은 새로운 기능성을 내포해야 한다. 나아가 ‘과격한’ 유용성을 구현해야 한다. 즉, 혁신은 새롭고 놀랄 만하고 과격하게 유용한 무엇인가를 의미한다. 그 무엇인가를 생산하고 실제로 사용되게 하는 기업이 혁신적인 기업
대한항공 사건으로 통행세 징수 관행이 또 드러났다. 오너일가가 회사를 차려 기내 면세점 구입에 통행세를 받은 모양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에 나섰다고 한다. 기업이 어떤 일을 할 때 직접 할 것인지, 외주를 줄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경영판단이다. 따라서 가격이나 거래조건이 공정하다면 원칙적으로 법률 위반이 발생하지 않는다. 일감 몰아주기도 마찬가지다. 내가 누구와 거래하는가는 계약자유의 원칙 적용 범위 내에 있는 일이다. 계약자유는 계약 상대방 선택의 자유도 포함한다. 그 상대방이 총수의 가족이나 친인척이라도 마찬가지다. 법률은 부모 잘 만난 사람이나 운 좋은 사람을 단순히 그 이유로 처벌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문제는 법을 넘어섰다. 통행세나 일감 몰아주기는 모든 국민이 불편해하기 때문이다. 그 불편함에는 우리 시대에 통용되는 보편적인 윤리의식과 공정함에 대한 사회적 기대 같은 것이 반영되어 있다. 일감 몰아주기에는 다 그럴듯한 이유가 있다. 그리고 법률이 허용하
리랜드 스탠퍼드는 스탠퍼드대 설립자로 알려졌지만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연방 상원의원을 지낸 정치인이었다. 골드러시 시대의 철도 부호였다. 인터넷에 떠돌던 이야기처럼 주지사를 지냈고 당시 가장 부자였던 스탠퍼드가 남루한 행색으로 약속도 없이 하버드대 총장을 찾아갔고 대기실에서 기다리다 총장이 결국 만나주지 않아 발길을 돌렸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 스탠퍼드대 도서관이 홈페이지에 게시한 사실에 따르면 아들을 잃은 후 스탠퍼드 부부는 차세대를 맡길 교육기관을 설립하기로 결심한다. 유럽에서 돌아오는 길에 하버드, 코넬, MIT를 방문해 총장들과 협의했다. 여기에 하버드대 엘리엇 총장이 포함된 것이다. 엘리엇은 종합대학 설립을 권유했고 500만달러를 기금 액수로 제안했다. 스탠퍼드 부부는 서로 얼굴을 쳐다본 뒤 그 액수는 자기들이 마련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스탠퍼드는 1885년 아들의 이름을 붙인 종합대학을 따로 설립했고 스탠퍼드 부부는 지금 가치로 약 1조원 넘는 돈을 학교에 출연했
인터넷에 이런 얘기가 돌아다닌 적이 있다. 1880년대에 하버드를 다니다 사고로 죽은 아들을 기념하기 위해 스탠퍼드(Leland Stanford) 부부가 하버드에 거액을 기부하려고 찾아왔다. 그런데 당시 엘리어트 총장이 부부의 행색이 남루하다는 이유로 만나주지 않았다. 부부는 할 수 없이 따로 스탠퍼드대를 설립하게 되었다. 이 얘기는 누가 꾸며낸(왜곡한) 것이다. 재미있기 때문에 절찬리에 퍼져나갔다. 그 때문에 학교 측에서는 홈페이지에 그 이야기가 사실이 아니라는 해명과 함께 입증자료를 올렸다. 이 이야기는 한때 하버드에 대한 가장 잦은 질문(FAQ) 리스트에 올라 있었을 정도다. 스탠퍼드대도 홈페이지에 이 얘기는 사실이 아니라는 상세한 설명을 올려놓았다. 하버드를 ‘동부의 스탠퍼드’로 부르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스탠퍼드가 신흥 명문대학으로 자리잡은 데 비춰보면 이 가짜뉴스는 하버드 입장에서 매우 곤란한 것이다. 내가 학생일 때만 해도 하버드는 세계 최고 교육기관으로 타의 추종을
벌써 한 20년쯤 된 것 같다. 스위스 취리히에서 이탈리아 밀라노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 초반에 항상 듣는 기장의 안내방송이 나오기 시작하자 승객들이 박수를 치고 환호했다. 여 기장의 목소리였던 것이다. 당시만 해도 여조종사는 드물었다. 승객들이 왜 보이지도 않는 여 기장을 좋아했을까. 아마도 여성으로서 차별과 어려운 경쟁을 뚫고 그 자리에 올랐으니 실력이 탁월할 것이고 따라서 내가 탄 비행기는 안전할 거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2009년 1월 뉴욕의 라과르디아 공항을 이륙한 여객기가 이륙 직후 새 떼와 충돌해서 엔진 두 개를 다 잃었다. 설렌버거 기장은 회항을 지시하는 관제탑의 지시가 잘못되었다고 판단하고 비행기를 허드슨강에 착륙시킨다. 기적적으로 155명 승객 전원이 무사히 구조되었다. 이 사건은 2016년 영화로 만들어졌고 설렌버거 기장은 다시 미국의 영웅이 되었다. 설렌버거의 이미지가 우리가 가장 원하는 조종사다. 위기 상황에서 실력 있고, 판단력이 뛰어나고, 침착하고,
블랙록(BlackRock)은 세계 최대의 자산운용사다. 운용자산(AUM)이 지난해 7월 기준 5조7000억달러다. 약 600조원인 국민연금기금의 10배 정도 자산을 운용한다. 따라서 블랙록은 세계 유수 대기업들의 대주주거나 주요주주다. 블랙록이 기업의 경영이나 지배구조 문제에 대해 한마디하면 모든 회사는 경청해야 한다. 지난 1월16일자로 투자대상 회사들에 나간 블랙록 래리 핑크 회장의 편지가 화제다. 핑크 회장은 회사들이 ‘뚜렷한 목표 감각’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뚜렷한 목표 감각이란 매 분기 경영실적이 양호해야 할 뿐 아니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문제의 개선에 유의미하게 기여하겠다는 의식을 말한다고 한다. 블랙록이 이런 방식으로 이 문제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의 경우 인덱스투자펀드, 뮤추얼펀드 등 소극 투자자들의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했는데 최근의 강세장 기조에서 그 증가 속도가 가속화했다. 그 결과 미국 자본시장의(따라서 회사 주주총회 의결권의) 3분의1
서울대에서는 차기 총장 선출 절차가 시작됐다. 지난번까지는 교수들의 경우 총장선거에 좀 무심했다. 총장이 누구인지가 내 일과 내 학생들에게 큰 영향이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서울대가 어떻게 되지는 않으니까.’ 이번에는 조금 달라진 것 같다. 위기의식, 책임의식이다. 모든 후보가 공통적인 생각을 말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재양성’ 같은 주제도 공통이다. 다 필요하지만 지금 서울대뿐 아니라 모든 대학에 필요한 것이 대학의 운영과 학생들의 학자금 지원, 연구에 필요한 재원이다. 특히 서울대는 교수 처우가 사립대에 비해 많이 뒤처져 있어 처우개선에 필요한 돈을 마련하는 일이 급하다. 서울대 교수는 학교에서 대우가 박해도 사회적 성가를 활용해 스스로 알아서 하겠지 라는 생각은 틀리기도 하려니와 위험천만한 생각이다. 소장 교수들은 생활과 자녀교육 같은 문제에서 많이 취약하다. 그 문제로 시달리다 보면 자부심도 약간 사그라진다고 한다. 그러나 재정 확충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절약이다.
할리우드 정상의 배우 내털리 포트먼은 열세 살에 ‘레옹’으로 데뷔했다. 그런데 얼마 전 포트먼은 ‘미투’(Me Too) 맥락에서, ‘레옹’이 개봉된 직후 팬레터를 가장한 추행, 폭행 위협을 받은 적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어릴 때 받은 그 충격 때문에 그후 항상 보수적이고 방어적인 자세로 배우생활을 했다고 한다. 지난 1월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포트먼은 감독상 후보들을 소개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런데 ‘전원 남성인 후보들’이라는 말을 붙여 소개했기 때문에 화제가 되었다. 소개받은 후보들이 다 마치 무슨 죄를 지은 것같이 겸연쩍은 표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오프라 윈프리가 시상식에서 한 명연설에서도 지적했듯이 ‘미투’와 양성평등의 실현은 양식 있는 많은 남성의 지원을 필요로 한다. 남자들을 잠재적인 적으로 보거나 무안하게 할 일이 아니다. 세상의 많은 남자는 아내의 남편이거나 한 여자의 연인이며 딸의 아빠다. 얼마 전 미국에서 30년간 체조선수 156명을 추행, 폭행한 자에게 징역 175
지난해 1월 미국 언론은 당시 아직 현직이었던 오바마 대통령이 법학 학술논문을 발표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가짜뉴스인가 했으나 사실이었다. 찾아보니 바락 오바마라는 필자가 ‘하버드 로 리뷰’(Harvard Law Review·이하 리뷰)에 ‘형사사법제도의 개혁에 있어서 대통령의 역할’이란 제목으로 각주 317개가 붙은 56페이지짜리 정식 학술논문을 발표했고 그 아래에는 ‘미합중국 대통령’이라고 표기돼 있었다. 세간의 즉각적인 반응은 “퇴임하는 대통령이 자신의 업적 중 하나를 특별한 방식으로 부각시키는 것 아닌가?”였다. 그러나 이 논문은 백악관이 기획해서 탄생한 것이 아니다. 이 논문이 탄생한 경위는 이렇다. 몇 년 전부터 미국에서는 학계와 법조계에서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형사사법제도 개혁이 큰 논의거리였다. 법학 학술지가 이 주제를 본격적으로 다루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주커만이라는 이름의 편집장은 뭔가 강력한 작품이 없을까를 고심하다 대통령에게 생각이 미쳤다고 한다. 오바마행정부
지난 8일 골든글로브 시상식을 보면서 숨이 막히는 줄 알았다. 세실 B 더밀 평생공로상을 받기 위해 무대에 올라간 오프라 윈프리의 수상 소감 때문이다. 이건 수상 소감이 아니라 전투를 앞둔 병사들의 공포를 줄이고 사기를 올리기 위해 지휘관이 격정적으로 토하는 열변 같았다. 아무리 초절정 고수 윈프리지만 이 정도일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미국 역사에서 가장 훌륭한 연설 중 하나로 남을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약 9분 걸린 연설의 핵심은 지난 한 해를 뜨겁게 달군 '미투'(Mee Too)와 관련된 것이다. 우월한 지위에서 마음대로 여성들을 희롱하고 추행한 남성들에게 이제 그런 시대는 끝났다(Time's Up)고 여러 번 강조했다. 그리고 피해 입은 사람들이 용기 있게 진실을 이야기하고 언론이 제 역할을 해주기 바란다는 주문을 덧붙였다. 미국 언론은 즉각 윈프리의 차기 대선 출마 가능성을 거론하기 시작했다. 본인도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는다. 사실 마이클 무어 감독 같은 이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성폭력, 성추행 고발 움직임인 ‘미투’(Me Too)는 할리우드에서 시작된 것이다. 할리우드의 거물 제작자 웨인스타인이 줄줄이 터져나오는 성추행 문제로 퇴출되고 케빈 스페이시 같은 거물급 배우에게도 같은 이유로 제동이 걸렸다. 스페이시는 ‘하우스 오브 카드’ 시즌6에서 하차했고 ‘올 더 머니 인 더 월드’(2017년)에서 스페이시가 찍은 분량은 모두 크리스토퍼 플러머가 다시 찍는 소동이 벌어졌다. 할리우드 영화계는 남성들이 장악했고 여성들은 취약한 지위에 있다. 취약한 지위는 불안정하고 위험한 입지로 이어진다. 성폭력, 성추행은 범죄이기 때문에 그냥 범죄로 취급하면 되지만 사실 그 근원은 차별에서 나오는 여성의 약자적 지위다. 할리우드에서 여성이 차별받는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유리천장’에 빗대 ‘셀룰로이드천장’이라는 말이 있다. 2013년 자료에 따르면 정상급 남자배우는 정상급 여배우에 비해 2배 이상 보수를 받는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차등이 심해지는데
지난 14일 국내외 언론은 좀처럼 보기 드문 광경을 찍은 사진을 일제히 보도했다. 루스벨트, 니미츠, 레이건 등 미국 항공모함 3척과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B-1B 랜서 편대가 동해상에서 동시에 전개되는 훈련 광경이다. 남의 나라 군사력이 한반도 인근에 일제히 동원된 이 훈련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평범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크게 안심이 된 것은 사실이다. 어렸을 때부터 무장공비 침투사건, ‘북괴의 남침 위험’ 얘기에 이골이 났지만 실제로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겠구나 하는 느낌을 가진 건 요즈음이 처음이다. 내 주위 적지 않은 사람이 이런 생각을 하고 불안해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저런 가공할 화력이 유사시 우군으로 동원될 수 있다는 것을 눈으로 보는 것은 보통 큰 위안이 아니다. 그런데 저게 다 돈이다. 한 장의 사진에 나오는 전략자산의 가치와 운용비용이 어지간한 나라 1년 국방비와 맞먹는다. 니미츠급 항모는 탑재한 전투기를 제외하고도 1년에 약 5조원의 운용비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