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진칼럼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자 금융·기업법 전문가인 김화진 교수가 국내외 경제, 금융, 기업, 사회 이슈를 깊이 있게 분석하고 통찰력 있는 시각으로 전달하는 코너 입니다.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자 금융·기업법 전문가인 김화진 교수가 국내외 경제, 금융, 기업, 사회 이슈를 깊이 있게 분석하고 통찰력 있는 시각으로 전달하는 코너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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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골든글로브 시상식을 보면서 숨이 막히는 줄 알았다. 세실 B 더밀 평생공로상을 받기 위해 무대에 올라간 오프라 윈프리의 수상 소감 때문이다. 이건 수상 소감이 아니라 전투를 앞둔 병사들의 공포를 줄이고 사기를 올리기 위해 지휘관이 격정적으로 토하는 열변 같았다. 아무리 초절정 고수 윈프리지만 이 정도일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미국 역사에서 가장 훌륭한 연설 중 하나로 남을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약 9분 걸린 연설의 핵심은 지난 한 해를 뜨겁게 달군 '미투'(Mee Too)와 관련된 것이다. 우월한 지위에서 마음대로 여성들을 희롱하고 추행한 남성들에게 이제 그런 시대는 끝났다(Time's Up)고 여러 번 강조했다. 그리고 피해 입은 사람들이 용기 있게 진실을 이야기하고 언론이 제 역할을 해주기 바란다는 주문을 덧붙였다. 미국 언론은 즉각 윈프리의 차기 대선 출마 가능성을 거론하기 시작했다. 본인도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는다. 사실 마이클 무어 감독 같은 이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성폭력, 성추행 고발 움직임인 ‘미투’(Me Too)는 할리우드에서 시작된 것이다. 할리우드의 거물 제작자 웨인스타인이 줄줄이 터져나오는 성추행 문제로 퇴출되고 케빈 스페이시 같은 거물급 배우에게도 같은 이유로 제동이 걸렸다. 스페이시는 ‘하우스 오브 카드’ 시즌6에서 하차했고 ‘올 더 머니 인 더 월드’(2017년)에서 스페이시가 찍은 분량은 모두 크리스토퍼 플러머가 다시 찍는 소동이 벌어졌다. 할리우드 영화계는 남성들이 장악했고 여성들은 취약한 지위에 있다. 취약한 지위는 불안정하고 위험한 입지로 이어진다. 성폭력, 성추행은 범죄이기 때문에 그냥 범죄로 취급하면 되지만 사실 그 근원은 차별에서 나오는 여성의 약자적 지위다. 할리우드에서 여성이 차별받는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유리천장’에 빗대 ‘셀룰로이드천장’이라는 말이 있다. 2013년 자료에 따르면 정상급 남자배우는 정상급 여배우에 비해 2배 이상 보수를 받는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차등이 심해지는데
지난 14일 국내외 언론은 좀처럼 보기 드문 광경을 찍은 사진을 일제히 보도했다. 루스벨트, 니미츠, 레이건 등 미국 항공모함 3척과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B-1B 랜서 편대가 동해상에서 동시에 전개되는 훈련 광경이다. 남의 나라 군사력이 한반도 인근에 일제히 동원된 이 훈련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평범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크게 안심이 된 것은 사실이다. 어렸을 때부터 무장공비 침투사건, ‘북괴의 남침 위험’ 얘기에 이골이 났지만 실제로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겠구나 하는 느낌을 가진 건 요즈음이 처음이다. 내 주위 적지 않은 사람이 이런 생각을 하고 불안해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저런 가공할 화력이 유사시 우군으로 동원될 수 있다는 것을 눈으로 보는 것은 보통 큰 위안이 아니다. 그런데 저게 다 돈이다. 한 장의 사진에 나오는 전략자산의 가치와 운용비용이 어지간한 나라 1년 국방비와 맞먹는다. 니미츠급 항모는 탑재한 전투기를 제외하고도 1년에 약 5조원의 운용비용
버나드 쇼는 피아노가 가장 완벽한 악기며 피아노의 발명이 음악에 안겨준 의미는 활자출판기술의 등장이 문학에 안겨준 의미와 같다고 했다. 피아노는 표현력이 탁월할 뿐 아니라 어떻게 보면 책상처럼 생겨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작곡가가 피아노 앞에 앉아 창작을 한다. 피아노 음악뿐 아니라 모든 장르의 음악이 피아노를 거쳐 탄생하는 셈이다. 성악과 거의 모든 악기 연주의 반주에 피아노가 사용되는 데 다른 어떤 악기도 그 역할을 하지 못한다. 크고 무거워서 들고 다닐 수 없다는 점이 유일한 단점이다. 2014년 영화 ‘그랜드 피아노’ 반지 시리즈의 엘리야 우드가 라흐마니노프의 현신 톰 셀즈닉이라는 피아니스트로 등장한다. 세상에서 가장 연주하기 어려운 ‘라 신케트’(La Cinquette)라는 곡을 한 음도 틀리지 않고 연주한 후 마지막 네 음을 짚으면 뵈젠도르퍼 피아노(발렌티나 리시차와 마에 정명훈씨의 피아노다) 안에 설치된 복잡한 기계장치가 작동하고 그 결과로 피아노 속에 감추어져 있는
이제 본격적인 고령사회다. 고령자만 많은 것이 아니라 고령환자가 많다. 거의 집집마다 어른 요양원 문제가 있다. 연명의료 중단도 이제 합법이다. 유사 이래 인간은 무병장수를 꿈꾸어 왔는데 장수는 되고 있지만 무병이 어렵다. 그래서 이제는 병을 만드는 노화를 정복해야 할 순서다. 그런데 사람이 늙지 않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영화가 우리에게 답을 가르쳐 준다. ‘아델라인: 멈춰진 시간’(2015년). 여주인공은 우연한 사고 이후 더이상 늙지 않게 된다. 스물아홉 살로 지난 100년을 살았다.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챈 주위 사람들과 경찰, FBI는 그녀를 그냥 두지 않는다. 평생 도피생활을 할 수밖에 없다. 사실 누군가가 더이상 늙지 않는다는 것이 알려지면 수많은 사람이 그 비결을 알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할 것이다. 죽기 싫은 억만장자 미치광이나 그 부인이 위험한 생각을 할 수도 있겠다. ‘라푼젤’(2011년)이 평생 탑에 갇혀 산 건 약과일 것이다. 또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
2017년 아카데미상 시상식은 역사에 길이 남을 해프닝이 벌어진 시상식이다. 반 세기 전인 1967년 작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에서 보니와 클라이드였던 페이 다너웨이와 워렌 비티가 시상자로 나와 라라랜드가 작품상을 수상했다고 발표했다. 라라랜드 팀 모두가 단상에 올라 수상 소감을 발표하고 기뻐했다. 그러자 단상이 약간 어수선해지면서 놀랄 일이 일어났다. 수상자인 라라랜드 제작자가 마이크에 대고 ‘수상작은 문라이트다. 농담이 아니다’라고 말한 것이다. 그리고는 수상자가 적힌 봉투 안의 카드를 높이 흔들어 카메라에 보였다. 과연 거기에는 문라이트가 수상자로 적혀 있었다. 얼떨떨한 문라이트 팀이 단상으로 올라와 수상소감을 말하는 순서가 뒤 따랐다. 자초지종은 이렇다. 워렌 비티는 애초에 엉뚱한 봉투를 받았던 것이다. 거기에는 ‘여우주연상 라라랜드의 엠마 스톤’이라고 적혀있었는데 비티는 어리둥절해서 발표를 하지 못하고 머뭇거리고 있었다. 그러자 옆에 서 있던 다너웨이가 라라랜드가 눈에
북핵 문제로 긴장이 높아질 때마다 2007년 9월6일 자정이 조금 넘은 시간에 단행된 이스라엘의 시리아 군사용 원자로 공습 사건이 재조명된다. 시리아 타격에 미국이 동참하려 하지 않자 이스라엘은 단독 행동으로 원자로를 제거했다. 이스라엘은 1981년에도 이라크 원자로에 예방적 타격을 가한 일이 있다. 기습공격을 당한 시리아는 화학무기를 장착한 미사일 발사를 준비했으나 이스라엘의 핵 보복을 우려해 포기했다. 이스라엘은 1966년 프랑스의 협조로 핵무기를 개발한 것으로 알려진다. 올메르트 총리의 지지율은 단숨에 10%포인트 상승했다. 이스라엘의 역량과 결단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이스라엘에 대한 흔한 이미지는 병영국가다. 거리에 자동소총을 휴대한 남녀 군인들이 항상 보인다. 모든 레스토랑, 슈퍼마켓, 학교에서 소지품을 검색한다. 사회 전체가 초긴장해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분쟁지역이기 때문에 즉시 벗어나라는 외교부 경고문자가 온다. 그런데 이스라엘에 여러 번 들락거려보니 그런 이미지는
미국이라는 나라의 이미지는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신사적’이라는 것이 많을 것이다. 법치와 정의, 인권을 워낙 강조하는 데다 넉넉하게 사는 사람들이라 개개인은 대부분 낙천적이고 친절하다. 그러나 실제로 미국이라는 나라는 힘의 축적과 무력 사용을 기반으로 발전한 거친 나라다. 미국인의 원조인 색슨인과 앵글인은 성실하기는 했으나 성격이 포악했다. 특히 적에게는 매우 잔인했다. 이 때문에 난폭한 행동을 통제하기 위해 영국에서 예의범절이 발달했다고 한다. 처음 신대륙에 건너간 사람들도 강인했기 때문에 절반이 사망하는 와중에도 살아남았고 서부개척 시대에 천신만고 끝에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한 사람들은 나름 다 죽을 고비를 넘긴 사람들이어서 거칠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들을 상대로 질서를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았는데 자경단이 필수였고 각자 호신을 위해 무장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에서는 종종 대형 총기사고가 나지만 총기규제가 제자리걸음인 것은 이런 역사적 배경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미국은 세
1997년 국내에 사외이사제도가 도입된 이래 20년이 지났는데 이사회의 다양성 측면에서는 아직 큰 진전이 없다. 특히 국내 상장회사들에서 여성 사외이사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지난해 엘리엇은 15개 계열 상장사에 단 세 사람의 여성 사외이사만 있는 삼성에 이사회에 성별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취지의 주주제안을 내기도 했다. 우리 실정에서 인종 문제는 사실상 없다고 보면 이사회의 다양성 문제는 거의 여성 사외이사 수의 확대 문제다. 따지고 보면 미국에서도 IBM에서 최초 여성 사외이사가 나온 것이 인류가 달에 착륙한 2년 뒤인 1971년이었으므로 여성 사외이사 문제는 반드시 우리나라에서만 어려운 문제는 아니라고 볼 것이다. 여성이 영리회사의 사외이사로 선임된다는 것은 다양성 외에는 원칙적으로 이사회에 특별한 의미를 가질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실증적인 연구가 없기는 해도 여성의 이사회 구성원으로서 참여는 이사회를 보다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만든다는 생각이 널리 퍼져 있는 듯하다. 여성이
포함외교라는 모순된 말보다 국제정치의 본질을 더 잘 나타내는 말은 없을 것이다. 빅토리아 여왕의 함대는 1827년 그리스에서 영국 채권자들의 돈을 받아다 주었고 1840년에는 중국에 영국 상인들의 아편도 팔게 해주었다. 1866년의 셔먼호 사건, 1871년의 신미양요, 1875년의 강화도 사건은 조선의 대외통상 개시와 개국으로 이어졌다. 제국주의 시대가 종식된 이후로 노골적인 포함외교는 사라졌으나 클라우제비츠의 말처럼 아직도 전쟁은 다른 수단에 의한 정책의 연장에 불과하고 군사력과 그를 뒷받침하는 경제력이 바로 외교력이다. 현대판 포함외교에는 포함이 아닌 칼빈슨호와 같은 항모와 토마호크 미사일이 동원된다. 칼빈슨호의 1년 운용비용은 약 4조원으로 북한의 1년 국방비와 같다. 지난 4월 미국이 시리아에 59기를 발사한 토마호크는 1기에 15억원이다. 국제질서의 핵심은 힘, 즉 강력이다. 주권국가들은 자국의 정책을 국제사회에 적용하거나 타국의 그러한 시도에 대응하는 데 힘을 사용하며 정
19세기 세계 외교사는 해양세력이 되고자 한 러시아를 영국이 집요하게 저지한 역사다. 아시아에서는 그런 영국에 일본이 기쁘게 협조했다. 뤼순과 다롄에 세 들어 있던 러시아 함대가 1904년 2월 일본에 격파당하자 발틱함대가 일곱 달이나 걸려 대한해협에 도착했는데 기진맥진한 상태에서 참패했고 로마노프왕조가 몰락하는 전조가 되었다. 러시아 해군이 궤멸되자 독일이 부상했고 1차 대전으로 이어졌다. 일본과 러시아의 강화를 성립시킨 나라는 강력한 해군을 구축한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의 미국이다. 미국은 1921년 워싱턴 군축회의에서 영일동맹을 폐기하고 아시아에서 영국을 대체하는 세력으로 자리 잡는다. 미국은 고립주의와 지리상, 그리고 경제공황 때문에 아시아에 본격적으로 등장하지 못했고 아시아는 러시아를 꺾은 일본의 독무대가 되었다. 누가 말했듯이 한반도는 일본에 들이대는 대륙의 비수 형상이다. 일본은 그 비수를 무디게 하려고 부단히 애썼다. 만주와 한반도를 손에 넣으면 일본은 비수를 거꾸로
한반도 역사에서는 항상 주변 강국들의 대외정책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했는데 지금이 특히 그렇다. 그런데 대외정책은 정권에 따라 큰 변화를 겪기도 하지만 역사적 맥락을 크게 벗어나지도 않는다. 각국 정치 지도자들이 전임자들이 한 일을 새기고 있어서다. 예컨대 중국 지도부는 최고 40만명의 인명손실과 대만 흡수 포기를 대가로 치르면서 한국전쟁에 개입한 선대의 결정이 갖는 의미를 잊지 않고 있다. 우여곡절은 있을 수 있어도 중국이 결코 북한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우리에게는 미국의 입장이 중요한데 미국의 경우 보수와 진보가 대외정책에서도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현 트럼프행정부를 이해하려면 미국 역대 보수정권의 대외정책을 잘 살펴보고 트럼프행정부가 그 맥락에서 어떻게 움직일지를 파악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예측이 어렵고 특이한 언행을 구사하며 보수주의자라기보다 실용주의자다. 그러나 역대 보수정권의 대외정책 큰 틀에서 벗어나지는 않은 것 같다. 선거에서 공화당의 전폭적 지원을 받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