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진칼럼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자 금융·기업법 전문가인 김화진 교수가 국내외 경제, 금융, 기업, 사회 이슈를 깊이 있게 분석하고 통찰력 있는 시각으로 전달하는 코너 입니다.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자 금융·기업법 전문가인 김화진 교수가 국내외 경제, 금융, 기업, 사회 이슈를 깊이 있게 분석하고 통찰력 있는 시각으로 전달하는 코너 입니다.
총 146 건
하버드대 클로딘 게이 총장이 사퇴압력을 받고 있다. 펜실베이니아대(이하 유펜) 총장은 며칠 전에 사퇴했다. MIT(매사추세츠공과대) 총장도 사퇴압력을 받았지만 학내 구성원들의 신속한 지지 표명으로 고비를 넘겼다. 중동지역에서 벌어진 사태가 미국 대학의 캠퍼스에 큰 여파를 미쳤고 이 때문에 소집된 의회 청문회에서 총장들이 한 발언이 문제가 되어서다. 10월 7일에 자행된 하마스의 만행과 그에 대한 이스라엘의 보복이 중동지역에서 인도적 재난을 발생시키자 미국 대학의 캠퍼스에서는 반유대 목소리가 점점 커졌는데 급기야는 '유대인을 말살(제노사이드)하라'는 구호가 퍼지기 시작했고 유대인 학생들에 대한 언어폭력과 신체적 위협이 확산되었다. 유대인 학생들이 있는 식당에서 학생들을 에워싸고 그런 구호가 외쳐지고 심지어는 수업 중에 반유대 학생들이 들이닥치기도 했다. 이 문제를 학교 당국이 방치하고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의회가 해당 대학 총장들을 불러 청문회를 열었다. 의원들은 총장들에게 작금의
영국의 국민 음식은 피시앤드칩스(Fish and Chips)다. 1860년대에 처음 나타났다고 한다. 지금은 그때만큼은 아닌데 1930년대에는 이 음식을 파는 곳이 전국에 3만5000곳이 넘었다. 양차 세계대전 동안에 영국 정부는 이 음식을 확보하느라 절치부심했고 배급제 적용 대상 식품에 포함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만일 그랬다가는 히틀러가 아니라 자국민들과 전쟁을 해야 할 판이었다. 이 음식에 재료로 사용되는 생선은 대구다. 꼭 대구여야 한다는 법은 없지만 어쨌든 대구가 가장 많이 쓰인다. 그래서 영국에게 대구의 공급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그런데 대구는 한랭 어종이어서 영국에서 한참 북쪽으로 올라가야 닿는 아이슬란드의 바다에서 많이 잡힌다. 아이슬란드에도 대구는 중요한데 피시앤드칩스 때문이 아니라 그냥 중요한 어업자원이기 때문이다. 영국 배들이 너무 많이 오자 아이슬란드는 50해리 전관수역을 선포해버렸다. 국제법 위반이지만 상관하지 않았다. 그러자 영국 어선들은 해군 함정을 대동
주식회사의 이사회는 크게 두 가지 역할을 한다. 첫째가 투명경영과 윤리경영을 담보하는 것이다. 둘째는 경영진의 경영 판단을 점검하고 지원하는 것이다. 국내에서 이사회 경영이 부각되는 것은 주로 첫 번째 때문이다. 20세기 고도성장기에 국내 대기업에서는 소유가 집중되어서 이른바 '오너 경영'이 이루어졌는데 오너 경영은 추진력과 책임감이 뛰어나지만 투명성이 부족했다. 창업자가 개인 기업으로 출발한 회사를 급속도로 성장시킬 때는 큰 문제가 아니었지만 기업 규모가 커지고 외국인 포함 일반 주주 비중이 늘어나면서 투명성의 결여는 한국 기업의 큰 약점으로 부각되었다. 이사회 경영은 그에 대한 처방으로 여겨진다. 문제는 두 번째다. 1960년에 제정된 상법은 처음부터 주식회사의 경영을 이사회에 맡겼다. 상법은 '경영자'나 '경영진'이라는 개념을 모른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회의체인 이사회가 기업을 경영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과거 이사회는 오너 경영자와 고위 임원들이 모이는 경영위원회였기 때문
아프리카대륙 중남부에 있는 앙골라, 잠비아, 콩고민주공화국(DRC나 '콩고'로 불린다) 세 나라는 고난의 역사를 가졌지만 천연자원의 보고다. 특히 면적이 한반도의 열 배가 넘고 과거 자이르로 불리던 콩고는 구리와 코발트 매장량이 각각 세계의 15%와 60%다. 이 국가들이 생산해서 서방에 수출하는 광물은 이동전화기, 반도체, 원자로 등의 제조에 사용되고 관련 산업은 항공, 자동차, 화학, 전자 등 넓은 범위에 걸친다. 특히 미래 모빌리티산업이 큰 수요처다. 세 나라는 '중앙아프리카의 구리 벨트'로 불리기도 한다. 인류 문명은 구리에서 시작되었다. 비소나 주석을 조금 섞으면 청동이 된다. 채굴량의 75%가 전기·전자제품과 전기자동차의 심장인 전기모터에 쓰인다. 배터리 원료인 코발트는 구리와 니켈광산에서 부산물로 생기는데 상업적으로 쓸 만한 코발트의 50% 이상이 콩고에서 나온다. 코발트 왕국인 중국의 중개상들이 다 쓸어간다. 중국은 콩고를 필두로 이 지역에 일찌감치 수조 달러 규모의
세계에서 가장 바쁜 공항은 미국의 애틀랜타국제공항이다. 1998년에서 2019년까지 약 1억1000만 명이 이용했는데 필리핀 인구 정도다. 가장 바쁘다 보니 규모도 커서 로스앤젤레스(LA)에 있는 디즈니랜드의 39배 면적에 펼쳐져 있다. 그런데 바로 그 애틀랜타공항의 무려 일곱 배, LA공항의 아홉 배 되는 면적의 공항이 콜로라도의 덴버국제공항이다. 135.7평방킬로미터(㎢)다. 뉴욕 맨해튼의 두 배 면적이다. 물론 그래도 사우디아라비아의 킹파드국제공항보다는 작다. 킹파드의 면적은 덴버공항의 거의 여섯 배인 776㎢다. 지구상에는 그보다 작은 나라가 23개나 있다. 바레인보다 약간 더 크다. 물론 다 쓰지는 않는다. 걸프전 때 미군이 사용하느라 그렇게 된 것이다. 덴버는 로키산맥 바로 동쪽 기슭에 있어서 시가지 사진에 항상 눈 덮인 로키산맥이 배경으로 나온다. 고도가 높은데 정확히 해발 1마일이다. 별명이 '마일하이시티'(mile-high city)다. 동계스포츠 중심이어서 스키장이
에스토니아의 수도 탈린(Tallinn) 구시가는 꼭 동화책같이 생겼다. 탈린 성벽과 탑들은 1265년에 처음 건축되었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여러 번 증축된 것이다. 물론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다. 구시가 안에 Olde Hansa라는 이름의 레스토랑이 있는데 내가 가 본 모든 레스토랑 중 가장 고색창연했다. 그 건물은 1657년에 지어진 건물이다. 그 전에 지어졌는데 무너져서 다시 지었다고 한다. 외국에서 들여온 물건들을 쌓아두는 창고로 쓰였다. 레스토랑은 음식과 주류, 인테리어와 종업원 복장 모두 한자동맹 시대를 재현했다. 중세도시 탈린은 그러나 첨단 디지털 산업도시다. 2007년에 글로벌 디지털 도시 톱10에 들었고 유럽연합(EU)의 IT(정보기술) 기관과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의 사이버방위센터가 있다. 스카이프의 발상지인데 유럽에서 인구 대비 스타트업 수가 가장 많은 도시다. 스카이프 창업자이자 억만장자의 이름도 얀 탈린이다. 무슨 연유인지는 잘 찾아지지 않는다. 국토의 4
우크라이나 사태로 가장 많은 우크라이나 난민을 받아들인 나라는 폴란드다. 가장 가까운 나라이고 그 외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오래전에 우크라이나와 폴란드는 한 나라였던 적도 있다. 폴란드는 그 국가적 기원이 17세기 초에 탄생했던 폴란드-리투아니아 동군연합인데 이 연합은 전성기에 인구가 1100만 명에 이르렀고 오늘날의 폴란드보다 다섯 배 큰 영토를 가졌다. 지금 우크라이나의 대부분이 동군연합에 포함되었다. 군사력도 막강해서 1605~1618년에 있었던 러시아와의 전쟁에서도 승리했다. 폴란드 역사에서 가장 화려했던 시기다. 폴란드-리투아니아 동군연합은 18세기 말에 그 영화를 다하고 쇠락했다. 프로이센, 오스트리아, 러시아 세 나라가 1772년, 1793년, 1795년 세 차례에 걸쳐 폴란드를 분할해 폴란드는 1918년까지 123년 동안 지도에서 사라졌다. 그 사이 1807년에 나폴레옹을 지원한 보상으로 바르샤바공국이 잠시 세워졌으나 나폴레옹의 몰락과 함께 없던 일이 되었고 181
2021년 3월에 수에즈 운하가 6일 동안 막히는 대형 사고가 났다. 2만 개가 넘는 컨테이너를 싣고 말레이시아에서 네덜란드로 가던 400m(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높이) 길이 컨테이너선 에버기븐(Ever Given)이 강한 모래바람으로 균형을 잃고 200m 폭의 운하를 비스듬히 막아버렸다. 사고가 단선 구간에서 발생해 운하 내부에서 369척의 선박이 줄지어 대기했는데 그 때문에 약 96억 달러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었다. 역사상 가장 비싼 교통체증이다. 지중해와 홍해에도 수많은 선박이 운하 입구에서 대기했다. 하루 100척 정도만 통과할 수 있어서 대기표 문제도 생겼다. 세계 모든 선사와 보험회사에 비상이 걸렸다. 배를 아시아와 유럽 사이의 다른 루트인 아프리카 남단 코스로 돌릴 것인가. 그 코스는 수에즈 통과보다 10일이 더 걸린다. 하루 2만6000달러 연료비도 추가된다. 상황이 언제 종료될지 모른다. 항로를 변경해서 가는데 운하가 재개되면? 타이밍도 문제였다. 코로나로 글
동예루살렘 구시가지에 성묘교회가 있다. 가톨릭 교회, 그리스 정교회, 아르메니아 사도교회, 시리아 정교회, 콥트 정교회, 에티오피아 정교회 6개 기독교회의 공동성지다. 예수님이 십자가형을 당하고 무덤에 매장되었다가 사흗날에 부활했다는 종교적 사건의 무대다. 1600년이 넘은 기독교의 가장 성스러운 장소다. 이 교회 입구 위쪽 2층에는 아치형 창이 2개 나 있다. 그런데 어느 시대 어느 시간에 찍힌 사진을 보아도 오른쪽 창 밑으로 사다리가 하나 외벽에 걸쳐 있다. 그 유명한 움직이지 않는 사다리다. 1750년대부터 그곳에 있으니 거의 280년 동안이다. 1750년 이전에 제작된 판화에도 사다리가 보이기 때문에 그 이전부터 놓여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1757년에 오토만의 오스만3세가 예루살렘의 성지를 교회별로 나누어 분배하는 현상유지(Status Quo)를 결정했고 그때부터 모든 교회가 일체의 물품을 이동시키지 않은 결과다. 기독교 분열상의 상징물이라고도 한다. 기독교 내부뿐 아니다
알래스카가 미국이 러시아로부터 돈을 주고 사서 미국 영토가 되었다는 정도는 다 안다. 1867년에 요즘 가치로 약 15억 달러에 매입했다. 그 가격이면 일론 머스크는 알래스카의 2천 배 되는 땅을 살 수 있다. 러시아는 바보였나. 석유를 포함해 엄청난 천연자원을 보유하고 있고 위치도 베링해협을 관장하는 북미대륙 맨 위에 있어서 군사적 의미가 지대한 큰 땅인데 그 땅을 그 돈을 받고 팔았다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별 가치 없는 작은 섬을 두고 전쟁까지 불사하는 세상이다. 결론은, 러시아는 물론 바보가 아니었다. 첫째, 당시까지 러시아의 불구대천 원수는 영국이었다. 이른바 '그레이트 게임' 중이었다. 그런데 알래스카는 영국령인 캐나다와 붙어있는 지역이다. 모스크바와는 7,000km로 너무나 멀고 시베리아라는 장애물을 넘어 베링해를 건너야 근근히 닿는 곳이다. 영국에게 빼앗기기 십상으로 예상되었는데 영국의 적이고 당시 가까운 사이였던 미국에 넘기면 괜찮을 것으로 생각되었고 거기다가 많지는
도시 전체가 박물관인 이탈리아의 베네치아는 한때 유럽의 최강자였다. 우선은 그 지리적, 지형적 강점 덕분에 번성했다. 아드리아해 가장 깊은 곳에서 보호받는 베네치아는 지중해 지역 최대 규모의 석호 한가운데 위치해 폭풍과 해일의 위협이 없다. 항만이 들어서는 데 완벽한 조건이다. 섬 지형이어서 육지 쪽으로부터의 안보 위험도 낮다. 그 지점을 시작으로 베네치아는 전 유럽과 지중해의 상권을 장악해 엄청난 부를 축적했다.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도 탄생했다. 르네상스 시대 베네치아공화국 국력의 상징은 14세기에 건설된 베네치아 무기창이다. 도시 전체 면적의 15%를 차지해 선박을 건조하고 기타 해양 장구를 제작하는 곳으로 사용되었다. 산업혁명 이전 유럽에서 가장 큰 산업시설이었는데 해양 강자 베네치아의 파워가 여기에서 나왔다. 하루에 선박 한 척을 건조했다. 베네치아공화국의 선단은 3000척 규모였다. 그리스와 사이프러스도 사실상 지배했다. 지금은 베네치아 비엔날레가 베네치아 무기창
디즈니가 인어공주를 흑인으로 설정한 작품을 내놓아 화제다. ESG경영의 맥락에서 대체로 긍정적 평가를 받는다. 오래전부터 디즈니는 가장 '워크'(woke)한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워크라는 단어는 '깨어 있다'는 의미를 지녔는데 미국에서 인종차별에 대한 반대를 필두로 사회적 부조리와 불의에 비판적 의식이 있다는 의미로 사용되는 말이다. ESG가 확산하기 전부터 기업들에도 적용돼 '가장 워크한 기업' 랭킹도 작성돼왔다. 디즈니는 1위다. 메타가 그뒤를 따른다. 그런데 요즘 워크의 의미가 과잉 PC(정치적 올바름, 개념 있는)에 대한 조롱으로 조금씩 바뀌고 있다. 미국 최대 신문 USA투데이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미국인의 40%가 워크하다는 말을 들으면 모욕으로 느낀다. 칭찬으로 듣는 사람은 32%에 그친다. 정치적 성향에 따라 반응이 다른데 공화당 지지자의 60%, 중도층의 42%가 모욕으로 느끼고 민주당 지지자의 46%가 칭찬으로 듣는다. 65세 이상의 다수가 이 말의 뜻을 모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