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진칼럼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자 금융·기업법 전문가인 김화진 교수가 국내외 경제, 금융, 기업, 사회 이슈를 깊이 있게 분석하고 통찰력 있는 시각으로 전달하는 코너 입니다.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자 금융·기업법 전문가인 김화진 교수가 국내외 경제, 금융, 기업, 사회 이슈를 깊이 있게 분석하고 통찰력 있는 시각으로 전달하는 코너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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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생 때 미국 친구들과 모여 같이 피자를 먹었다. 피자를 같이 먹을 때 생기는 어려운 문제는 몇 조각이 내 것인지와 마지막 한 조각은 누구 것이냐다. 미국 사람들은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더니 한 친구가 ‘공정한 몫’(fair share)을 가져간다고 했다. 이 ‘공정한 몫’의 개념은 대니얼 데이 루이스가 세 번째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을 때 한 수상소감에서도 나왔다. 행운에도 공정한 몫이 있는 법인데 자신이 선을 넘은 것 같다고 겸손을 보였다. 그런데 ‘공정한 몫’의 개념에는 그에 대한 우리 각자의 생각이 다르다는 문제가 있다. 대개 내 몫은 부당하게 적고 남의 것은 과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규칙을 정하고 지킬 약속이 필요한데 그러더라도 시간이 흐르고 상황이 변하면 생각이 달라진다. 한때 재계 2위였던 LG 창업자 고 구인회 회장은 1941년 창업할 때 경남 진주에서 담 하나 사이 이웃이었던 부호 허만정 패밀리와 65대35의 동업으로 출발했다. 구씨, 허씨 두 집안은 2
아산 정주영과 워런 버핏. 좀 생뚱맞은 대비다. 성공적 기업인이라는 점 외에는 어느 모로도 접점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업지배구조를 연구하는 필자에게는 비교를 통한 기능적 수렴론 검증 차원에서 매우 큰 의미를 가지는 인물들이다. 기업지배구조 분야에 많은 이론과 사례도 있지만 아산과 버핏처럼 이를 현실에 구현한 생생한 실체들이 가장 좋은 교과서다. 우선 버핏은 기업지배구조를 연구하는 학자와 전문가들을 헛일하는 사람들로 만들어 버렸다. 굳이 책과 강의를 통해 공부할 필요가 없다. 버핏을 따라 하면 된다. 세계 모든 기업의 경영자가 버핏같이 유능하고 윤리적이면 지배구조 연구는 필요없다. 그런데 버핏이 운영하는 버크셔해서웨이의 지배구조는 교과서에 나오는 원칙들과 반대다. 소유가 집중되고 차등의결권제도까지 채택했다. 이사회도 버핏 자신과 친한 사람 위주로 구성되고 장기 재임 고령자가 다수다. 90세 이상 3인 포함 평균 77세다. 이사회는 1년에 고작 두세 번 하고 사외이사
‘현대’를 상호에 공유하는 기업들이 많다. 현대그룹 고 아산 정주영 명예회장(1915~2001)이 창업한 기업의 후예들이다. 아산 생전에는 모두 ‘현대그룹’이라는 기업집단 내에 있다가 2000년에 현대,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세 그룹으로 재편되었다. 세 그룹은 각기 다른 길을 걸었다. 이제 시간이 흘러 소유지배구조 상의 접점은 별로 없다. 그런데도 이들 기업과 사람들에게서는 공통점이 느껴진다. 아산의 후세들은 회사를 달리해도 가족들이기 때문에 당연하지만 혈연관계도 없고 다른 회사에서 일하는 현대오일뱅크 사람들과 현대제철 사람들 간에 공통점이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흔히 ‘기업문화’라고 부른다. 같은 그룹의 사람들이 모여도 다른 목적과 환경에서 모이면 특유의 정체성이 생긴다. 창업 때부터 내려오는 회사의 조직과 인력은 연속성을 가지기 때문에 사람들이 하루하루 그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유지되는 것이 기업문화다. 창업자의 품성과 개성, 기업관이 스며있다. M&A(인수·합병)로 합류한
현대자동차 고용안정위원회 자문위원회는 오는 2025년에는 국내 자동차 제조업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이 지금보다 최대 40%까지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로 대변되는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로 조립 부문에서의 부가가치가 크게 감소할 전망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서구에서는 자동차 회사가 생산하는 제품뿐 아니라 자동차 회사 자체도 자율주행 회사가 될 수 있다는 논의가 나온다. AI(인공지능)의 진화 때문이다. 옥스퍼드대의 존 아머 교수와 호르스트 아이덴뮐러 교수의 최신 논문에 따르면 자동차 회사뿐 아니라 크고 작게 모든 회사가 마찬가지 상황에 처할 수 있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현대차가 AI 경영을 시작하는 그런 방식이 아니라 작은 계열회사에서 시작될 것이라고 한다. 가장 먼저, 자율주행 택시를 운영하는 회사를 들 수 있다. 자율주행 택시의 콜과 배차는 물론이고 요금결제 같은 제반 사무를 처리하는 회사를 알고리즘이 운영하게 할 수 있는데 이 회사를 예컨대 통상적
미국 연방하원 의장 낸시 펠로시는 지난 9월25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하원의 탄핵절차를 개시한다고 발표했다. 트럼프는 1868년 앤드루 존슨 대통령, 1998년 빌 클린턴 대통령, 그리고 1974년 탄핵 직전에 사임한 리처드 닉슨에 이어 네 번째 대통령 탄핵의 주인공이 됐다. 펠로시는 트럼프에게 거침이 없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대통령과 정면 대립하는 것은 피해왔다. 역풍의 우려가 없을 만큼의 확신이 없으면 탄핵에 나서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과거 클린턴 대통령이 하원의 탄핵 결의에도 화려하게 재기한 사례도 마음에 걸렸다. 그러나 이번에 트럼프가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통화에서 정적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우크라이나에 사업체가 있는 그 아들의 비리를 조사해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 내부고발자에 의해 밝혀지자 태도를 바꾸었다. 민주당 중도파 의원들이 마음을 돌렸고 펠로시는 단호히 탄핵 추진을 결정했다. 트럼프는 바이든 조사에 자신의 변호사 루돌프 줄
노벨상에 법학 분야가 있다면 누가 수상할까라는 질문은 법학교수들 사이에서는 좋은 담론거리다. 답은 바로 나온다. 미국의 리처드 포스너 판사다. 그다음은 하버드 로스쿨의 캐스 선스타인 교수다. 1901년 제정된 노벨상은 물리학, 화학, 생리의학 등 자연과학 분야와 문학상, 평화상, 경제학상 등 6개 분야에서 주어진다. 여기서 같은 사회과학인 경제학상이 있는데 법학상이 있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말이 제일 많다. 또 경제학상은 앨프리드 노벨의 1895년 유지에 따라 만들어진 상이 아니고 1969년 스웨덴 중앙은행 창립 300주년 기념이란 다소 특이한 이유로 제정됐다. 법학이 인류문명의 발달에 공헌하기 때문에 법학상을 제정하려고 해도 이런저런 문제가 있다고들 한다. 논지는 이렇다. 우선 법학은 실용학문이고 이론학문이 아니기 때문에 법학자를 학자로 볼 수 없다. 다음으로 법학은 독자적인 과학적 방법론을 갖추지 못해 ‘과학’의 범주에 넣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법학의 연구대상인 법률은 속
일본 상품 불매운동이 일어나면서 일부 기업들이 일본기업으로 오해받아 아니라고 해명하는 일이 일어났다. 단순한 오해는 해명해서 불식시키면 되는데 사실 복잡한 경우가 없지 않다. 한 회사가 어느 나라 회사냐의 문제는 생각보다 간단치 않다. 서구에는 이 문제만 연구하는 학자들이 있고 학위 논문들이 지속적으로 나올 정도다. 글로벌 대기업이 여러 나라에서 생산과 판매를 하고, 고용을 창출하고, 납세를 하고, 여러 주식시장에 상장해서 투자자를 유치하게 되면 그 회사의 정체성이 모호해진다. 활동이 주로 국내에 국한되어도 외국인 주주가 더 많은 경우가 있다. KB금융은 외국인 주주 비율이 67%다. KB금융은 외국은행인가. 흔히 주주의 정체성을 기준으로 보아왔다. 그러나 큰 회사에는 주주가 너무 많다. 그렇다면 경영권을 행사하는 주주는 어떤가. 이른바 ‘오너’가 일본인이나 일본기업이라면 회사 사업상의 중대한 결정을 일본사람이 내리는 셈이다. 독일 연방대법원은 회사의 국적에 관해 “기업의 활동에 필
미국의 한 기업경영 전문지가 대기업 CEO들을 대상으로 경영자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법원 판결 10개를 선정했다. 1919년 2월7일자로 미시간주 대법원이 내린 포드자동차(Dodge v. Ford Motor Company) 사건 판결이 1위에 뽑혔다. 원고 닷지(Dodge Brothers)는 포드에 부품을 공급하던 회사인 동시에 포드의 10% 소수주주였다. 그런데 닷지는 1913년 돌연 독자적인 자동차회사를 설립해 포드의 경쟁사로 나섰다. 그러자 닷지의 사업자금 조달을 방해하기 위해 포드는 주주들에 대한 특별배당금 지불을 중지해버렸다. 당시 회사가 너무 잘돼 정기배당 외에 특별배당을 실시하고 있었다. 닷지도 연 100만달러를 받고 있었다. 나아가 포드는 희대의 베스트셀러 ‘Model T’ 가격을 인하했다. 1916년이 되자 ‘Model T’ 가격은 한때 825달러였던 것이 345달러까지 내려갔다. 포드는 가격결정력이 막강했는데 1915년 한 해만 해도 39만대를 생산해
지금 국내에서 두 회사가 경영권 승계 문제로 특별히 주목받는다. 대한항공이 있는 한진그룹에서는 조양호 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로 비상 경영권 승계가 이루어지고 KT에서는 이례적으로 이른 시점에 차기 회장 인선 절차가 진행된다. 두 사례 다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은 이사회에 최고경영자 승계에 관한 정책을 마련해 운영할 것을 권고한다. 특히 비상시 최고경영자 승계와 관련한 내용을 반드시 포함하도록 한다. 최고경영자가 회사 운영이나 실적,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한 경우가 많은데 갑작스러운 사고나 질병, 사임 등으로 회사 리더십에 공백이 생기는 경우 회사가 비상대책을 가지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모범규준은 ①최고경영자 승계 담당조직의 구성·운영·권한·책임 ②당해 조직운영의 효율성에 대한 자체평가 ③고위경영진에 대한 성과평가 ④비상 시 혹은 퇴임 시 최고경영자 승계절차 ⑤임원 및 후보자 교육제도 등의 내용을 담은 구체적·종합적인 최고경영자 승계방안을 이사회가
독일 다임러를 13년간 이끈 디터 제체 회장이 지난주 퇴임했다. 경쟁사 BMW가 특별히 축하광고를 제작했는데 제체가 직접 출연했다. 퇴임하고 돌아와 마침내 자유의 몸이 되어 BMW 스포츠카를 몰고 집을 나선다는 내용이다. BMW는 그간의 경쟁에 감사한다는 말로 광고를 마무리한다. 멋지다. 이 광고는 유튜브에서 ‘Daimler BMW’로 검색하면 바로 뜬다. 제체는 다임러 역사에서 가장 존재감이 컸던 전임자 위르겐 슈렘프를 2006년 승계했다. 슈렘프는 1998년 다임러-벤츠와 미국의 크라이슬러 합병을 주도한 인물이다. 승용차와 상용차, 고급과 중간층, 독일과 미국시장을 결합해 ‘천국에서의 결혼’으로 불린 다임러크라이슬러(DCX)가 탄생했다. 그러나 DCX는 합병 후 독일과 미국 출신 경영진간 불화와 실적저조로 어려움을 겪었다. 양사 직원도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러는 동안 포드와 혼다가 신속히 크라이슬러 시장을 잠식했다. 제체는 두 회사의 합병을 되돌려놓는 역할을 했다
2022년 월드컵을 개최하는 카타르는 인구가 300만명이 채 안 되고 면적은 한반도의 20분의1 정도지만 러시아와 이란에 이은 세계 3대 천연가스 생산국이다. 덕분에 1인당 국민소득이 6만6000달러에 이른다. 러시아와 달리 카타르는 3면이 바다여서 비싼 파이프라인이 아닌 선박으로 천연가스를 수출한다. 가스는 배로 운송하기 위해 영하 162도로 냉각해 600분의1 부피의 LNG(액화천연가스)로 만든다. 국영 카타르석유가 최대주주인 카타르가스는 세계 최대 LNG 회사다. 환경규제 강화로 클린에너지인 천연가스 수요가 증가세에 있다. 중국이 석탄사용을 줄여가고 국내에서도 탈원전과 석탄화력 축소정책 때문에 가스 비중이 높아질 전망이다. 신재생에너지의 발전에는 시간이 필요해서 LNG열병합발전소가 다시 주목받는다. 석탄발전이 LNG발전보다 미세먼지를 116배 더 생성한다는 환경부 자료도 있다. 친환경 선박의 수요증가로 원유운반선도 LNG로 추진되는 것이 늘고 있다. 지난 4월 현대삼호
2019년 주주총회 시즌이 마감됐다. 단일 주제로는 사외이사 선임 문제가 가장 비중이 컸다. 후보 추천절차 정비와 투명성, 다양성 제고, 경력과 역량평가, 독립성과 이해상충 가능성 등이 관심을 모았다. 기업들은 사외이사 후보 발굴이 많이 어려워졌다고 한다. 한국 기업들의 지배구조가 진화한다는 증거다. 후보 발굴이 어려워질수록 재선임이 대안이다. 그래서 장기재임 사외이사 문제가 나온다. 이번 주총 시즌에는 21년 동안 한 회사의 사외이사로 재직한 교수가 퇴임했고 삼성전자에서도 재선되면 10년을 넘긴다는 이유로 교체가 이루어진 사례가 발생했다. ‘국내 최초 사외이사’ 타이틀을 보유한 80대 한 사외이사는 재선임됐는데 24년 재직 기록을 작성할 전망이다. ‘오너 회사’에선 오랫동안 동고동락해서 회사를 속속들이 알고 경영진을 잘 이해하는 사외이사가 편하기 때문에 굳이 새로운 인물로 교체하는 모험과 불편함을 감수할 이유가 없다. 임기 동안 사외이사 직무를 잘 수행한 사람에게 특별한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