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정열의 Echo
한 사람의 독자를 만나기까지 100년을 기다린다해도 나는 결코 서운하지 않을 것이다. (요하네스 케플러)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순 없지만, 누군가 한 사람에게는 깊은 '울림'을 줄 수 있는 이야기를 해보려합니다. 많은 '메아리'를 부탁드립니다.
한 사람의 독자를 만나기까지 100년을 기다린다해도 나는 결코 서운하지 않을 것이다. (요하네스 케플러)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순 없지만, 누군가 한 사람에게는 깊은 '울림'을 줄 수 있는 이야기를 해보려합니다. 많은 '메아리'를 부탁드립니다.
총 98 건
#기업들이 가장 난감해 하는 발표가 있다. 바로 제품가격 인상이다. 국민들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식음료기업들은 더더욱 몸을 사린다. 워낙 소비자들의 가격민감도가 높고 정부도 물가관리 차원에서 식음료가격 동향을 예의주시해서다. 그러나 원자재가격 인상, 인건비 상승 등 모든 가격인상에는 그에 상응하는 이유들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문제는 그 어떤 명분도 가격인상에 대한 면죄부가 되진 못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라면 등 '서민'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제품의 가격인상은 필히 소비자의 거센 반발과 여론의 융단폭격을 각오해야 한다. 오뚜기가 다음달부터 진라면 등 주요 라면가격을 평균 11.9%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시민단체가 발끈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라면의 주요 원재료인 소맥분의 2021년 6월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로는 4.5% 올랐지만 2020년 가격은 2012년 대비 18% 하락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원재료가격이 내릴 때는 조용히 잇속을 챙기다 오를 때는 가격인상으로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
#한가로운 주말 오후는 '최애' 시간이다. 가장 편안한 자세로 누워 TV를 켜고 재핑(zapping)을 하며 모처럼 '리모컨 권력'을 만끽하곤 한다. 볼 만한 프로그램을 찾아 채널을 이리저리 돌려보지만 온통 호모컨슈머니쿠스(소비하는 인간)의 욕망을 자극하는 쇼핑채널이었다. 채널 0번부터 42번까지 43개 중 무려 17개가 쇼핑채널이다. TV홈쇼핑이 7개, 데이터홈쇼핑(T커머스)이 10개다. 소비가 미덕인 시대다. 쇼핑채널의 범람을 비판하려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IPTV(인터넷TV) 등 유료방송 사업자들이 쇼핑채널에서 나오는 송출수수료를 주수입원으로 삼는 상황에서 말이다. 싫으면 OTT(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로 갈아타는 등 대안은 많다. 다만 그 많은 쇼핑채널을 헤매다 드는 의문은 과연 TV홈쇼핑과 T커머스의 차이를 아는 시청자가 몇 명이나 될까였다. 방송법에 TV홈쇼핑은 생방송을, T커머스는 녹화방송을 하도록 규정했다. 즉, 방송법에 따르면 T커머스는 생방송을 할 수 없다. 법은 이
#"이제는 세계적 제품들과 경쟁해도 품질로 이길 자신이 있다. 300억원을 들여 공장자동화를 한다니까 계열사를 확장하거나 땅을 사두라고 충고들을 했지만 한 귀로 흘렸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시절. 한 40대의 젊은 2세 경영인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당시 외환이 바닥난 대한민국은 국제통화기금(IMF)에 손을 벌렸다. 대우를 비롯해 수많은 기업들이 문을 닫았다. 또 수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그런 위기 속에서 그는 남다른 경영철학으로 회사를 성장궤도에 올려놓았다. 기업부도가 줄을 잇던 그 시절에 그는 무차입경영을 실현했다. 사내 유보금을 생산설비에 과감하게 투자하며, 품질에 천착했다. '땅짚고 헤엄치기'처럼 쉬운 돈벌이라는 부동산 투자에는 눈길을 주지 않았다. 실제로 그의 회사가 자체 사옥을 마련한 것은 창업 53년만인 2017년의 일이었다. 그렇게 그는 우직하게 한 우물만 팠다. 가업승계시 매출 1000억원의 작은 회사는 나날이 성장하며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
#기업이 얼마나 잘 성장하는지를 간단히 확인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가 인력채용 규모다. 성장가도를 달리는 기업들은 나날이 커지는 사업규모에 발맞춰 신입이나 경력사원을 부지런히 채용한다. 반면 성장정체를 겪거나 위기에 빠진 기업들은 눈물을 머금고 인력을 줄일 수밖에 없다. 저성장에 코로나19(COVID-19) 여파까지 겹치면서 국내 채용시장은 최악의 상황이다. 삼성을 제외한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도 한 해 수백 명 뽑던 대졸 공채를 더는 진행하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인력의 블랙홀'로 불릴 정도로 인력을 빨아들이며 고성장을 구가하는 기업들이 있다. 뉴욕증시에 입성하며 100조원의 몸값을 인정받은 쿠팡도 이중 하나다. "이 바닥에서 쿠팡으로부터 '잡오퍼'(일자리 제안) 한번 안 받았으면 (능력에) 문제 있는 것 아닌가요?" 유통업계 사람들이 '농담반 진담반'으로 하는 말이다. 국민연금에 따르면 쿠팡 직원 수는 2018년 말 6000명에
#“걔네(롯데)가 우리를 울면서 쫓아오게 될 것이다.” 유통 라이벌 SSG랜더스(이하 랜더스)와 롯데자이언츠의 ‘2021 프로야구’ 개막전을 앞둔 지난 3월 말. 랜더스의 신임 구단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오디오 소셜미디어 클럽하우스에서 던진 말이다. “롯데가 본업(유통)과 야구단을 잘 연결시키지 못하는 것 같다”는 뼈 때리는 ‘디스’를 하면서다. 정 부회장은 “올해 구단의 목표는 무조건 우승”이라며 유통과 야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야심을 감추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재계에서 경쟁사에 대한 언급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금기사항이다(‘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일부 예외를 제외하곤). 특히 CEO(최고경영자) 등 높은 자리의 인물일수록 더욱 그렇다. 오너인 정 부회장의 이날 발언은 자신감의 표현을 넘어 롯데에 ‘의문의 1패’를 안겨준 도발이었다. 발언의 임팩트는 셌다. 야구팬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도 격하게 환호했다. 사실 야구장보다 유통시장의 장외전이 먼저 불붙
#"과연 미국인들이 아마존 없이 살 수 있을까?" 짧은 미국 생활 경험을 떠올려보면 답은 '아니요"다. 미국인들에게 아마존은 전자상거래업체, 그 이상의 의미다. 아마존 쇼핑은 생활의 일부다. 보통 식품류는 그 특성상 1~2주일에 한 번씩 코스트코 등 대형마트에서 구입한다. 하지만 책을 비롯해 의류, 자전거, 심지어 골프채까지 나머지 대부분의 제품들은 클릭 몇 번으로 아마존에서 산다. 운동 삼아 동네 한 바퀴를 돌다보면 집집마다 현관 앞에 아마존 박스들이 한두 개 정도는 기본으로 놓여있는 것을 발견한다. 모든 소비가 아마존으로 통한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아마존은 여전히 고공성장 중이다. 지난해 매출액은 3861억달러(439조원)로 전년대비 38% 증가했다. 지속적인 사업다각화와 끊임없는 혁신이 그 원동력으로 꼽힌다.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는 3분기 CEO(최고경영자)에서 물러나 블루오리진 등에 시간과 에너지를 집중한다고 선언했다. 은퇴가 아니라 '우주개발'이라는 원대한 꿈에 대한
#주말이면 온 가족이 삼시세끼 ‘방콕 모드’에 들어간다. 배꼽시계의 바늘은 겁나게 빠르다. 말 그대로 ‘돌밥돌밥돌밥’(돌아서면 밥)이다. “우리 이번엔 뭐 먹을까.” 아내의 눈치를 살피며 아이들에게 이렇게 외치는 일이 잦아진다. TV 예능프로그램처럼 감동적인 아빠표 밥상을 직접 차려낼 백종원씨 같은 요리실력은 없다. 하지만 믿는 구석은 있다. 바로 배달앱이다. 코로나19(COVID-19) 초기만 해도 ‘배달앱 탐구생활’의 재미는 쏠쏠했다. 클릭 몇 번이면 자장면부터 돈가스, 쌀국수, 떡볶이와 튀김, 치킨, 순댓국과 수육까지 소문난 맛집의 음식을 시킬 수 있는 그 편리함. 거짓말 조금 보태 주문완료 버튼을 누르자마자 “딩동” 현관벨이 울리는 ‘배달강국 대한민국’의 경이로운 배달속도까지. 물론 그 대가로 늘어나는 카드값을 기꺼이 감수해야 한다. 코로나19가 시작된 지 벌써 1년이다. 이젠 배달음식도 슬슬 물려간다. 문제는 삼시세끼와 전쟁을 해결해주거나 도와줄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점
#A는 15년차 여행사 직원이다. 그는 여행업에 대한 자부심이 높다. 그 때문에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다. 올해 초 코로나19(COVID-19) 사태가 터졌다. 그는 “얼마나 오래가겠어”라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하지만 전 세계의 여행길이 막혔다. 회사 매출은 곤두박질쳤다. 회사는 비상경영을 넘어 생존경영에 돌입했다. 6월부터 필수인력만 남기고 대다수 직원은 무급휴직에 들어갔다. 많은 동료들이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버텼다. 그러나 일부는 다른 일자리를 찾아 떠나갔다. 그래도 그는 흔들림이 없었다. 올해 말이면, 늦어도 내년 초면 돌아갈 수 있다는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그러나 그도 점점 한계를 느낀다. 해외에선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는 소식이 들린다. 하지만 언제 여행길이 다시 열리고 복직할 수 있을지 기약할 수 없다. 그나마 지난달까지는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 덕에 겨우 입에 풀칠한 정도의 급여를 받았다. 하지만 당장 이달부터는 그마저도 끊겼다. 단 한 푼의 급여도 없다. 진짜 무
#미국에서 이방인에게 차량공유 플랫폼 우버는 단순한 교통수단을 넘어 색다른 재미와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이다. 우선 ‘샐러드볼’로 불리는 미국 사회를 구성하는 다양한 인종과 나이대의 우버 드라이버들을 만날 수 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닮은 듯한 백발의 백인 할아버지부터, 조수석에 하이힐을 벗어놓고 운전대를 잡은 젊은 히스패닉 여성, 거대한 덩치와 진한 향수냄새에 살짝 위축되는 흑인 아저씨까지. 캠리 등 일본차들이 대부분이지만, 여러 나라의 다양한 차를 타보는 호사도 누릴 수 있다. 목적지 도착시간까지 펼쳐지는 우버 드라이버와의 프리토킹도 빼놓을 수 없는 묘미다. 북한 핵부터 트럼프, 김정은, 한국음식까지 대화주제는 어디로 튈지 몰라 나름 흥미진진하다. 하지만 가끔 우버 탑승시 가급적 말을 삼가는 경우가 있다. 우버 드라이버가 한국인일 때다. 타는 사람, 운전하는 사람도 모두 조심스럽다. 간단한 인사를 건네고는 가급적 입을 닫는다. 한인 교포사회가 좁아 한 두 다리 건너면 알 수도 있
#딱 4년 전인 2016년 11월 실시된 미국 대통령선거. 그 결과는 한마디로 ‘쇼크’였다.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가 깜짝 놀랐다. 미 정계의 ‘아웃사이더’ 도널드 트럼프가 예측을 비웃으며 승리를 거뒀다. 그것도 일방적인 승리였다. 미국의 진보성향 지식인들과 주요 언론들은 패닉에 빠졌다. 그들은 대선 당일까지도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설마 그 말 많고 탈 많은 부동산업자 트럼프의 승리는 꿈에서조차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트럼프는 리얼리티쇼가 아니라 현실 세상에서 당당히 대통령에 당선됐다. 기성 정치에 대한 혐오가 트럼프의 백악관행을 이끌었다. “트럼프가 이긴 것이 아니라 힐러리가 졌다”는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우리는 이 나라가 인종편견과 여성혐오를 극복하지는 못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개방적이고, 관대해졌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대다수 미국인이 민주적 규범과 법치주의에 가치를 두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번 대선을 통해) 우리가 틀렸다는
정치인들의 ‘최애’ 민생현장은 어딜까. 단연 시장이다. 우리가 흔히 재래시장, 전통시장이라고 부르는 그곳이다. 정치인의 시장방문 장면에는 변치 않는 몇 가지 필수공식이 존재한다. 영화 속 이별장면에서 항상 비가 오는 것처럼 말이다. ①시장을 방문하는 정치인의 드레스코드는 ‘노브랜드’의 수수한 점퍼나 코트다. 여기에 소속 정당을 상징하는 색상의 목도리를 센스있게 매칭해주면 금상첨화다. ②먹방도 결코 빠질 수 없다.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국밥이나 어묵꼬치를 세상 그 누구보다 맛나게 먹어야 한다. ③상인들의 팍팍한 삶을 위로하는 말을 건네며 물건을 한아름 구매하는 ‘소비의 미덕’도 발휘한다. ④때마침 장 보러 나온 열성 지지자들과의 포토타임으로 일정은 훈훈하게 마무리된다. 전통시장이 변하고 있다. 마냥 ‘전통’에 기대어 ‘시장’의 변화를 외면할 수 없어서다. 서울 광장시장에 있는 박가네빈대떡, 이화폐백 등 5개 상점은 지난 추석 ‘차례상 배송서비스’에 나섰다. 인스타그램
하루 400명을 웃돌던 코로나19(COVID-19) 확진자 급증세가 한풀 꺾였다. 그나마 한시름 놓았지만 재확산 이후 확실히 체감하는 코로나19 공포지수는 한층 높아졌다. 동네 어느 아파트에서 확진자가 나오는 등 주변의 확진 소식이 부쩍 늘었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이미 2만명을 넘어섰다. 코로나19가 조금씩 조금씩 거리를 좁혀온다는 오싹함이 느껴질 정도다. 지난달 어느 토요일 오후. 모처럼 한가롭게 TV를 보면서 가수면 상태에 빠져 있었다. 휴대폰 벨소리가 울려댔다. 비몽사몽 간에 말 그대로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소식을 전해들었다. 코로나19 확진자의 밀접접촉자와 3일 전 잠깐 동선이 겹친 것. 다음날 나올 밀접접촉자의 검사결과에 따라 운명이 좌우될 상황. 머릿속이 말 그대로 하얘졌다. “그때 분명히 마스크는 썼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했고, 좀 떨어져 한두 마디를 나눴고….” 그날의 상황을 무한반복 모드로 복기했다. “그래 별일 없을 거야”를 되뇌며 스스로를 안심시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