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홈쇼핑과 딸의 '라방'이 공존하는 법[송정렬의 Echo]

엄마의 홈쇼핑과 딸의 '라방'이 공존하는 법[송정렬의 Echo]

송정렬 산업2부장
2021.07.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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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로운 주말 오후는 '최애' 시간이다. 가장 편안한 자세로 누워 TV를 켜고 재핑(zapping)을 하며 모처럼 '리모컨 권력'을 만끽하곤 한다. 볼 만한 프로그램을 찾아 채널을 이리저리 돌려보지만 온통 호모컨슈머니쿠스(소비하는 인간)의 욕망을 자극하는 쇼핑채널이었다. 채널 0번부터 42번까지 43개 중 무려 17개가 쇼핑채널이다. TV홈쇼핑이 7개, 데이터홈쇼핑(T커머스)이 10개다.

소비가 미덕인 시대다. 쇼핑채널의 범람을 비판하려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IPTV(인터넷TV) 등 유료방송 사업자들이 쇼핑채널에서 나오는 송출수수료를 주수입원으로 삼는 상황에서 말이다. 싫으면 OTT(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로 갈아타는 등 대안은 많다.

다만 그 많은 쇼핑채널을 헤매다 드는 의문은 과연 TV홈쇼핑과 T커머스의 차이를 아는 시청자가 몇 명이나 될까였다. 방송법에 TV홈쇼핑은 생방송을, T커머스는 녹화방송을 하도록 규정했다. 즉, 방송법에 따르면 T커머스는 생방송을 할 수 없다. 법은 이처럼 생방송과 녹화방송을 명확히 구분하지만 소비자에겐 TV홈쇼핑이든 T커머스든 모두 똑같은 쇼핑채널일 뿐이다.

#최근 유통업계 최대 화두는 '라이브커머스'다. 일명 '라방'이다. 온·오프라인 유통업체뿐 아니라 포털사업자,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 다양한 플레이어가 경쟁적으로 라이브커머스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라이브커머스 시장은 2023년 1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라이브커머스는 실시간 동영상 스트리밍과 쇼핑서비스를 결합한 융합서비스다. 소비자들이 판매자와 실시간으로 소통하면서 제품 정보를 습득하고, 제품을 구매하며, 더 나아가 재미까지 추구할 수 있는 양방향 쇼핑채널이다. 소비의 중심축으로 떠오른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반 출생)가 라이브커머스에 열광하는 이유다. 엄마에게 홈쇼핑이 있다면 딸에겐 라이브커머스가 있는 셈이다.

라이브커머스는 형식적인 측면에서 실시간방송을 통해 상품을 판매한다는 점에서 TV홈쇼핑과 유사하다. 그러나 라이브커머스는 방송망이 아니라 통신망을 사용한다. 방송법 적용 대상이 되지 않는 이유다. TV홈쇼핑처럼 정부 인허가가 필요없고 누구나 자유롭게 서비스할 수 있다.

현행 방송·통신 법·제도에서 보면 라이브커머스는 기존 산업의 구분과 경계를 뒤흔드는 '골치 아픈' 서비스다. TV홈쇼핑 등 다른 쇼핑채널과 규제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 또 지금처럼 규제 사각지대로 방치하면 소비자 피해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라이브커머스가 확산할수록 규제압박과 갈등이 커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미국 투자조사기관 CB인사이츠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미국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은 242곳, 중국은 119곳이다. 반면 한국은 11곳을 기록했다. 미국과 중국의 유니콘기업 수가 다른 나라를 압도하는 이유는 물론 이들 나라의 경제규모가 큰 이유도 있지만 신산업에 '선 허용, 후 규제' 원칙을 고수하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기술융합이 모든 산업분야에서 빛의 속도로 진행되는 상황에서 라이브커머스처럼 기존 규제질서를 벗어난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는 앞으로도 우후죽순 등장할 것이다. 그때마다 기존 규제 만능주의를 벗어나지 못하고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에 규제의 칼날부터 들이댄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할 우리 기업들이 나오기를 기대하긴 어렵다.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에 규제를 더해 규제 형평성을 맞추기 보다 기존 기술과 서비스를 옥죄는 규제를 없애 규제 키높이를 맞춰야 한다. 예컨대 라이브커머스를 어떻게든 방송법이나 통신법으로 옭아매려 하기보다 역으로 TV홈쇼핑이나 T커머스 등의 과도한 규제들을 과감히 철폐하는 촉매제로 활용하는 것이다. 라이브커머스를 시장에 잘 안착시키고, 전체 유통시장도 성장시키는 '1석2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라이브커머스 등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그저 흙탕물만 일으키는 '미꾸라지'로 만들지, 시장 전반에 긴장과 활력을 불어넣는 '메기'로 키울지는 결국 우리의 규제 마인드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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