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배의 이슈 인사이트
오늘도 온라인에서는 수십, 수백개의 이슈들이 뜨고 사라지길 반복한다. 흘리듯 넘겨버리는 무수한 이슈들 가운데 가장 주목해야 할 이슈를 뽑아 그 한꺼풀 뒤에 숨어 있는 의미를 짚어본다.
오늘도 온라인에서는 수십, 수백개의 이슈들이 뜨고 사라지길 반복한다. 흘리듯 넘겨버리는 무수한 이슈들 가운데 가장 주목해야 할 이슈를 뽑아 그 한꺼풀 뒤에 숨어 있는 의미를 짚어본다.
총 206 건
#1. 퀴즈 하나. 다음은 누구의 이야기일까. "젊은 시절 큰 고난을 겪는다. 먼 곳으로 떠나 방황하다 조력자를 만난다. 거듭 절명의 위기를 맞지만 구사일생으로 살아난다. 한층 성숙하고 강해진 모습으로 돌아온다. " 정답은 하나가 아니다. 거의 모든 영웅이 이런 이야기 구조를 따른다. 영화 '듄'의 주인공 폴 아트레이데스, '본 아이덴티디'의 제이슨 본, '스타워즈'의 루크 스카이워커, '반지의 제왕'의 프로도, '매트릭스'의 네오가 그렇다.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안나와 '쿵푸팬더'의 포도 마찬가지다. 이밖에도 이런 도식을 따르는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은 수도 없이 많다. 그 중엔 주인공 혼자 악당들을 압도하는 이른바 '먼치킨' 유형도 있고, 영화 '어벤져스' 같은 '팀워크' 유형도 있다. '슈렉'처럼 설정을 살짝 비튼 경우도 있다. 그러나 영웅물이라면 대체로 이런 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2. 영웅서사의 도식은 할리우드나 월트디즈니에서 만들어진 게 아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영웅서사의 틀은 대부분 비슷하다.
#1 . 넷플릭스에 '메시아'란 드라마가 있다. 재림한 예수처럼 보이는 한 남자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다. '알 마시히'(메시아)로 불리는 남성은 중동 시리아에서 모래폭풍으로 테러리스트들을 몰아내며 처음 비범한 모습을 드러낸다. 이후 미국에서 토네이도를 멈추고 물 위를 걷는 등의 기적을 선보인다. 사람들은 그를 '주님'이라고 부르며 따른다. 그는 부인하지 않는다. 드라마는 무작정 그가 진짜 신의 아들이라고 믿도록 몰고 가지 않는다. 때론 사기꾼이 아닐까 의심할 수밖에 없는 장면들을 집어넣으며 시청자를 혼란 속으로 몰고간다. 그가 가짜라고 믿을 수밖에 없게 되는 순간 또 다시 장엄한 기적이 행해지며 시즌1은 막을 내린다. 문제는 시즌2를 기약할 수 없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종교단체의 반발이 거셌다. 신성모독이라 비난해도 할 말 없는 내용 아닌가. 그럼에도 뒷 이야기가 궁금한 건 어쩔 수 없다. 만약 시즌2가 나온다면 안 보곤 못 배길 터다. #2. '재림 예수'를 소재로 한 가장 유명한 이야기는 도스토예프스키가 썼다.
이번 총선을 통해 대한민국엔 두번째 '조국의 강'이 생겼다. 2019년 첫번째 '조국의 강'과는 다르다. 당시 '조국의 강'은 진보진영을 관통해 흘렀다. 그러나 이번엔 2030세대와 4050세대 사이를 나누는 계곡이 됐다. 조국혁신당을 이끄는 조국 대표(이하 조국)에 온정적 지지를 보내는 일부 4050세대와 그에게 환멸을 표하는 2030세대. 두 집단 간에 조국은 타협 불가능한 주제가 됐다. '공정'에 민감한 2030 입장에선 불공정과 위선의 상징이 창당 후 불과 한 달여 만에 제2야당(12석)의 수장이 된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럼에도 조국이 총선 구도를 송두리째 바꿔 '정권심판론' 바람을 일으키고 범야권의 선거 승리를 이끌었단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이번 총선의 최대 미스터리, '조국 현상'은 왜 벌어졌을까. 이유는 크게 3가지다. 첫째, 4050세대를 중심으로 일부 진보 성향의 유권자들이 조국에게 '감정이입'을 했다. 인지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는 저서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에서 "진보적 도덕체계의 중심은 감정이입"이라고 했다.
#1. KBS에서 인기리에 방영 중인 드라마 '고려거란전쟁'. 여기서 '민족의 영웅' 강감찬 역으로 열연 중인 배우 최수종의 가족은 한때 파라과이에 살았다. 지금도 파라과이 수도 아순시온의 한국 교민들은 최수종을 자신들의 동네 사람이라며 친숙하게 여긴다. 남미 대륙 한복판에 위치한 파라과이는 영화 '미션'(1986년 개봉)의 배경으로 유명하다. 배우 제레미 아이언스가 숲속의 과라니족들 앞에서 '가브리엘의 오보에'를 연주하는 순간은 영화 역사상 최고의 명장면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가 남긴 이 곡은 훗날 가사가 붙으며 '넬라 판타지아'라는 명곡으로 재탄생한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사이에 끼인 파라과이는 슬픈 역사를 갖고 있다. 믿기 어렵겠지만 한때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3국을 상대로 동시에 전쟁을 벌이다 인구의 약 절반, 아이들까지 포함해 남성의 90%가 숨진 적도 있다. 프란시스코 솔라노 로페스라는 국가 지도자의 만용과 오판이 불러온 비극이다. 1864
#1. 1443년 5월 세종대왕에게 사간원의 상소가 올라갔다. 나이가 서른, 마흔이 넘도록 결혼하지 못한 백성들이 많으니 나라에서 도와줘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를 본 세종은 한성부(서울)와 지방에서 일제히 실태조사를 벌여 결혼 적령기를 넘긴 이들을 파악하라고 지시했다. 만약 가난 때문에 결혼하지 못한 이들이 있으면 혼수를 지원토록 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훈훈한 이야기다. 그러나 당시 상소엔 오늘날 기준으로 보면 논란의 소지가 큰 내용도 담겼다. 가난하지 않은데도 딸을 결혼시키지 않은 부모를 처벌해야 한다는 대목이다. 이는 훗날 순화돼 조선의 법전인 '경국대전'에 '궁핍하지 않은데도 딸이 결혼하지 않으면 가장에게 책임을 묻는다'는 취지의 조항으로 반영됐다. 경국대전을 완성한 성종 역시 이런 이유로 전국의 노처녀를 전수조사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참고로 당시 노처녀의 기준은 25세였다. 조사 결과, 가난해서 딸을 늦도록 결혼 못 시킨 집에는 혼수에 보태라고 쌀과 콩을 내어줬다. 양반에
#1. "먼동이 터오는 아침에/ 길게 뻗은 가로수를 누비며/ 잊을 수 없는 우리의 이 길을/ 파트라슈와 함께 걸었네/ 하늘과 맞닿은 이 길을." 1992년 '이오공감 1집'에서 가수 이승환이 부른 '프란다스의 개'의 첫 소절이다. 이 노래에 영감을 준 게 국내에서도 방영된 일본 TV 만화영화 시리즈 '플랜더스의 개'였음은 말할 것도 없다. 이 애니메이션의 주인공 네로는 화가를 꿈꿨다. 그가 가장 존경한 화가가 루벤스였는데, 특히 루벤스의 '성모승천'이란 그림을 실제로 보는 게 그의 평생 소원이었다. 마지막 편에서 네로는 이 그림을 보는 데 성공한다. 그 장소가 바로 오늘날 벨기에에서 두번째로 큰 도시 안트베르펜(앤트워프)의 성모 마리아 성당이다. 지금은 전 세계 다이아몬드의 거래 중심지 정도로만 알려져 있지만, 16세기 안트베르펜은 '세계의 경제 수도'라고 과언이 아닐 정도의 '무역 허브'였다. 대항해시대 동양이나 신대륙에서 온갖 향신료와 설탕, 귀금속 등을 싣고 온 유럽의 배들이
#1. 1589년 10월, 선조에게 상소 한 통이 올라왔다. 전주에 사는 양반 정여립이 반란을 꾸민다는 내용이었다. 정여립이 이끄는 대동계(大同契)라는 모임이 활 등 무술을 단련하고 있는데, 겨울철 한강이 얼면 한양으로 쳐들어 오려 한다는 얘기였다. 쿠데타를 통해 병조판서 신립 등 중신들을 죽이고 정권을 잡는 게 정여립의 계획이라고 상소는 주장했다. 놀란 선조는 중신들을 불러모아 긴급 대책 회의를 열었다. 1000명에 가까운 사대부의 목숨을 앗아간 조선 최대 규모의 유혈숙청인 '기축옥사'(己丑獄事), 이른바 '정여립 모반사건'은 이렇게 시작됐다. 3년 동안 벌어진 이 사건에서 동인(東人)을 중심으로 1000여명의 인재가 사형을 당하거나 유배를 떠났다. 조정에 피바람이 몰아치는 동안 조선은 외침 대비에 손을 놨다. 숙청이 끝날 때 즈음 벌어진 임진왜란에선 전란을 수습할 인재 부족으로 큰 어려움을 겪는다. 조선 후기 호남 출신 사대부들이 상대적으로 소외를 받은 것도 이 사건과 무관치 않
#1. 가진 게 많으면 두려움도 커진다. 1등에겐 자신의 순위가 바뀌는 것 자체가 악몽이다. 현실이 달콤한 만큼 공포도 크게 마련이다. 100년 넘게 전 세계 바다를 호령하던 '대영제국'이 그랬다. 19세기말 대서양과 인도양, 그리고 수에즈 운하가 영국의 손아귀에 있었다. 이를 통한 무역으로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영국은 거대한 부를 쌓았다. 섬나라 영국에게 '해양 패권'은 돈줄인 동시에 생명줄이었다. 이를 빼앗기는 게 두려웠던 영국은 1889년 '2국 표준'(two-power standard)란 기준을 세운다. 해군력 2위, 3위 국가를 합친 것보다 강한 해군력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만에 하나 2위와 3위가 힘을 합쳐도 물리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처음엔 프랑스와 러시아를 염두에 뒀다고 한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유럽에서 가장 위협적인 존재로 급부상한 건 독일이었다. 또 유럽 밖에서 영국의 해군력을 압도적으로 추월해버린 나라가 나타났으니 바로 미국이었다. 미국
#1. 누구나 자신이 경험한 대학 입시가 가장 힘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역사상 가장 어려웠던 시험을 꼽으라면 이론의 여지가 없다. 1996년 11월22일 치러진 1997학년도 시험이 역대 최악의 '불수능'이었다. 믿기 어렵겠지만 400점 만점에 전국 평균 점수가 170.7점이었다. 만점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만점은 언감생심, 당시 전국 수석의 점수가 373점이었다. 400점 만점에 330점만 넘으면 서울대 의대나 법대에 갈 수 있었다. 특히 수학에 해당하는 수리탐구I의 난이도가 극악이었다. 80점 만점에 평균 점수가 22.9점이었다. 오타가 아니다. 심지어 반타작인 40점만 맞아도 서울대에 갈 수 있었다. 2교시 수리탐구I에서 지옥의 난이도를 경험한 수많은 수험생들이 멘탈 붕괴와 함께 이후 3·4교시를 망쳤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재수를 선택했다. 초고난도 문제에 익숙하거나 멘탈이 강한 일부 학생들만 원하는 대학에 가고, 나머지는 좌절을 맛봐야 했다. 극
#1. '삐익―' 날카로운 경보음이 귓전을 때린 건 샤워를 마치고 나올 때쯤이었다. 자고 있는 아이가 깰까봐 서둘러 휴대폰을 집어들었다. "오늘 6시 32분 서울지역에 경계경보 발령". 북한이 쏜다던 위성을 쐈나? 이번에도 별 일 아니겠지. 하지만 습관처럼 네이버 앱(애플리케이션)을 켠 뒤 이 생각에 균열이 생겼다. 접속이 안 됐다. 인터넷망이 끊어졌나? 짧은 순간이지만 불안감이 엄습했다. 그제서야 '위급 재난 문자'의 다음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국민 여러분께서는 대피할 준비를 하시고, 어린이와 노약자가 우선 대피할 수 있도록 해 주시기 바랍니다." 대피 준비하라는데, 무슨 일이지 알려줘야 대피할 곳을 정하지. 공습이면 지하로, 지진이면 가까운 학교 운동장으로 가야 하는데. 다행히 네이버 앱은 곧 접속이 재개됐다. 나처럼 무슨 일인지 찾아보려고 네이버 앱을 켠 사람이 많아 순간적으로 접속이 폭주했던 모양이다. 첫 문자 이후 약 20분 뒤 경계경보가 오발령됐다는 문자가 왔고, 서울
#1. "경기도와 강원도 북부에 북한의 방사포탄 수백 발이 떨어진다. 군은 즉각 대응 포격에 나선다. 미국 기지를 향해서도 북한의 미사일이 발사된다. 미군도 한국군과 함께 대응 태세에 돌입한다. 이어 서울과 그 주변에도 수백 발의 포탄과 미사일이 쏟아진다. 피난민들이 한강 다리로 모여들며 병목 현상이 벌어진다. 한강교 가운데 하나가 미사일에 파괴되면서 주변은 아비규환으로 변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중국 인민해방군이 대만 상륙작전을 강행한다. 이를 저지하기 위해 일본 오키나와 등에서 미군이 출격한다. 그러나 함께 급파돼야 할 주한미군은 당장 움직이지 못한다. 북한의 대규모 도발로 한반도에 발이 묶였기 때문이다. 동북아시아 주변 미군의 동원이 지체되는 2주 동안 중국은 대만 해안 10개 정도의 주요 항만 장악을 시도한다." 신간 '이미 시작된 전쟁'에 나온 가상 시나리오를 요약한 것이다. 30년 가까이 중국에 살며 삼성SDS 중국 법인장 등을 지낸 '중국·대만통' 이철 박사의 책이다.
#1. 세종대왕이 형제 중 유일하게 똑똑했던 건 아니다. 태종 이방원과 원경왕후 민씨 사이의 아들은 7명이었다. 이 가운데 먼저 태어난 3명이 요절하고 막내 성녕대군도 14세에 홍역으로 세상을 떠났다. 남은 아들은 셋. 장남부터 순서대로 양녕대군, 효령대군, 그리고 훗날 세종이 되는 충녕대군이다. 첫째 양녕대군이야 결국 세자 자리에서 쫓겨날 정도로 자유로운 영혼이었으니 차치하자. 양녕과 당대 최고의 미녀 '어리'의 사랑은 로맨스와 불륜, 패륜을 넘나들었다. 이제 남은 건 효령과 충녕. 이 가운데 태종은 왜 후계자로 충녕을 택했을까. 둘째 효령대군도 어릴 적부터 총명하고 어질기로 소문이 났다. 첫째가 임금의 재목이 안 된다면 다음 기회는 둘째로 가는 게 자연스러울 터. 그럼에도 효령대군이 세자 경쟁에서 탈락한 이유는 단 한 가지였다. 바로 술을 한 모금도 못 마신다는 것. 조선은 중국 명나라와 조공책봉 관계였다. 명나라 사신을 극진히 대접하는 게 당시 조선 임금의 가장 큰 역할 가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