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배의 이슈 인사이트
오늘도 온라인에서는 수십, 수백개의 이슈들이 뜨고 사라지길 반복한다. 흘리듯 넘겨버리는 무수한 이슈들 가운데 가장 주목해야 할 이슈를 뽑아 그 한꺼풀 뒤에 숨어 있는 의미를 짚어본다.
오늘도 온라인에서는 수십, 수백개의 이슈들이 뜨고 사라지길 반복한다. 흘리듯 넘겨버리는 무수한 이슈들 가운데 가장 주목해야 할 이슈를 뽑아 그 한꺼풀 뒤에 숨어 있는 의미를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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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이 처음 '탈원전'을 선언한 건 2000년이다. 이후 원전의 빈자리를 채운 건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였다. 20년 전 5%에 불과했던 독일의 신재생 에너지 비중은 40%로 빠르게 불어났다. 이제 독일은 날씨가 흐려 태양광 발전량이 부족한 날은 프랑스 등 주변국에서 전기를 끌어다 써야 하는 신세가 됐다. 신재생 에너지의 비싼 발전비용 탓에 전기요금은 2000년 이후 14년 만에 2배 넘게 뛰었다. 현재 독일의 가정용 전기요금은 한국의 3배 이상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 가장 비싸다. 빌려와도 모자란 전기는 갈탄 화력발전이 메꾸는 바람에 발전소 대기오염 문제는 오히려 심해졌다. 옆나라 프랑스는 어떨까. 지금 프랑스는 원자력으로 전기의 약 70%를 만든다. 사고 위험 등을 고려해 2035년까지 원전 의존도를 50%까지 낮추기로 했을 뿐 그 이후에 대해선 정해진 게 없다. 현재 프랑스의 전기요금은 독일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원자력은 태양광이나 풍력과 달리 날씨의
미국 환경운동가 마이클 셸런버거가 아내와 함께 아프리카 우간다의 친환경 숙소에 묵었을 때 일이다. 태양광 패널과 배터리로 전기를 공급하는 곳이었다. 화창한 날씨일 땐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딱 하루 구름이 끼자 태양광 배터리가 바닥났다. 때문에 온종일 휴대폰과 노트북, 카메라를 충전하느라 애를 먹었다. 숙소 관리자에게 전기가 모자라고 하자 그는 익숙한듯 소형 디젤 발전기에 시동을 걸었다. 태양광을 에너지로 삼는다는 친환경 숙소의 현실이다. 태양광 만큼 지속가능한 에너지도 없다. 적어도 인류가 멸망하기 전까지 태양이 사라질 걱정은 없다. 하지만 태양광 발전은 완벽하지 않다. 무엇보다 발전효율이 낮다. 투입 에너지 대비 발전량의 비율을 뜻하는 발전효율이 우리나라의 경우 연평균 10%대에 그친다. 수력발전이 최고 90%, 화력발전이 50% 수준임에 견줘볼 때 터무니없이 낮다. 공간도 많이 잡아먹는다. 태양광 패널의 단위 면적당 발전량은 천연가스와 원자력의 약 1000분의 1에 불과하다.
#1. "여보, 마당에 묻어둔 돈가방을 개가 파내는 바람에 지폐가 사방으로 막 날아다녀." "내일 아침에 치울게."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 '아메리칸 메이드'(2017년)의 한 장면이다. 1980년대 마약 밀수업자와 애국자란 두 정체성 사이를 오갔던 실존인물 '배리 씰'의 이야기다. 남미 마약 카르텔로부터 밀려드는 돈다발을 주체하지 못한 씰은 창고에 마구간까지 지폐로 가득차자 마당에 가방째로 묻기 시작한다. 심지어 처남이 그 돈을 훔쳐 차를 사도 모르고 있었을 정도다. 그 와중에 마당을 날아다니는 100달러(약 11만원)짜리 지폐 몇 장이 대수였겠나. 두 손에 쌀을 가득 쥐고 있으면 쌀 한 톨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도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하지만 쌀 두 톨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그 중 한 톨을 치우면 어떨까. 차이는 같은 쌀 한 톨이지만, 그 차이를 느꼈느냐고 묻는다면 상반된 답이 나온다. 차이의 비율이 달라서다. 사람이 감각으로 구별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절대적 양이
얼마 전 아끼는 후배가 결혼한다고 찾아왔다. 진심으로 축하를 보낸 뒤 문득 깨달았다. 청첩장에 적힌 것 말곤 물어볼 말이 없다는 걸. 대개 결혼하는 사람에게 묻는 건 3가지 아닌가. 첫째, 신혼여행 어디로 가느냐. 코로나19(COVID-19) 시국에 해외로 신혼여행 못 가 속 쓰릴 걸 뻔히 아는데 무슨 대답 듣자고 물어보겠나. 둘째, 배우자가 누구냐. 이름을 댄다고 알 리도 없고, 그렇다고 직업을 물어보는 건 왠지 속물 같다. 마지막으로 신혼집은 어디냐. 몇년 전만 해도 편하게 했을 법한 질문이지만, 집값이 미쳐버린 이후엔 달라졌다. 요즘 신혼부부 중 원하는 동네에 꿈꾸던 집을 구해 살림을 차리는 경우가 얼마나 되겠나. 괜히 이런 예민한 질문 던졌다간 서로 민망해져 한숨과 함께 대화가 끝날 뿐이다. '도심회귀'는 세계적 현상이다. 코로나19도 이런 흐름을 막지 못한다. 문제는 도시에 살려는 이는 많은데, 집 지을 땅은 한정돼 있다는 점이다. 같은 면적의 땅에 더 많은 아파트를 지을
1995년 미국 시카고대. 베스트셀러 '넛지'의 저자로, 훗날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탈러 교수가 임용 면접을 보러 찾아왔다. 시카고대 교수들과 함께 식사를 하러 가던 중 길가에 20달러(약 2만2000원)짜리 지폐가 떨어진 걸 본 탈러 교수는 별 생각 없이 돈을 집어들었다. 그걸 지켜본 교수들은 일제히 웃음을 터트렸다. 어리둥절해 하는 탈러 교수에게 일행 중 한 명이 설명했다. "시카고대 경제학자는 길거리에서 절대로 20달러 지폐를 줍지 않는다"는 오랜 농담이 있다고. 시카고대는 세상 사람은 모두 합리적이고, 정보는 모조리 공유된다는 '효율적 시장 가설'을 신봉하는 '시카고학파'의 본산이다. 그런 시카고대 경제학자들은 길거리에 20달러 지폐가 떨어졌다면 이미 다른 사람이 주워갔을테니 내가 발견한 건 '가짜 돈'일 거라고 믿는다. 다시 말해 세상에 쉽게 버는 돈, '횡재'는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날 탈러 교수가 주운 건 진짜 돈이었다. 효율적 시장 가설이 여전히
#1. 이명박 전 대통령이 취임한 2008년 2월25일, 경기도 과천. 대선 후 두달여 만에 만난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세제실 관료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돼 있었다. 노무현정부에서 종합부동산세를 만들고 사수해온 그는 이미 종부세 폐지론자로 변신해 있었다. 정말로 생각이 바뀐 건지, 말만 다르게 하는 건지 궁금했지만 민망할까봐 묻지 않았다. 세상이 뒤집혔으니 그로서도 어쩔 수 없었을 터다. 혹자는 관료에겐 영혼이 없다고 하지만, 설령 그렇다 해도 염치까지 없는 건 아니다. 자신이 손수 만든 정책을 뒤집는 일이 마음 편할 리 없다. 그걸 시키는 것도 정권 입장에서 민망한 일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차관보·실장 등 1급 이상 고위직 상당수가 물갈이되는 이유다. #2. "안 올 수만 있다면 안 오고 싶었죠. 부처 선배들도 지금은 절대 BH(청와대)로 가지 말라고 했어요." 박근혜정부 후반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당시 청와대 비서관의 말이다. 정권이 바뀔 경우 직전 정부의 청와대 참모
#1. 미국에서 1인당 1200달러(약 135만원)씩 전국민 지원금이 처음 지급된 2020년 4월. 코로나19(COVID-19) 사태로 파리를 날리던 뉴욕주 우드버리 아울렛에 주말마다 인파가 몰리기 시작했다. 이 가운데 가장 길게 줄이 늘어선 곳은 단연 구찌·버버리 등 명품 매장.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직장을 잃어 먹고 살기 어려울까봐 나라가 쥐어준 '공짜돈'이 해외 명품을 사는 데 쓰였다. 돈벌이에서 이전과 차이가 없는 이들에게까지 똑같이 돈을 뿌린 결과다. #2. 미국에서 미용품 사업으로 큰 성공을 거둔 한국계 기업인 A회장은 얼마 전 개인 전용기를 구입했다. 요즘은 사업 못지 않게 개인 주식투자에 푹 빠져 있다고 한다. 투자하는 돈의 규모가 남 다르니 수익도 남 다를 터다. A회장은 "작년에 내가 사업해서 번 돈보다 혼자 휴대폰 들고 주식투자해서 번 게 더 많다"고 했다. 코로나19 위기에서 빠져 나오는 길은 K자다. 임대료도 못 낼 정도로 매출이 줄어 눈물을 머금고 폐업
#2020년 1월22일 밤 9시 백악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다보스포럼에서 돌아오자마자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워터게이트 사건'을 폭로해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을 끌어내린 우드워드는 당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책을 쓰고 있었다. 이 통화 역시 책의 집필을 위한 17차례의 릴레이 인터뷰 가운데 하나였다. 화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거쳐 시리아 문제로 얽힌 터키의 지도자로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레젭 타입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에 대해 "사람들은 그가 끔찍한 인간이라고 하지만 난 그와 사이가 아주 좋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 인간관계에서 재밌는 점은 상대가 거칠고 비열할수록 그들과 더 잘 지낸다는 것이다. 언젠가 그 이유가 뭔지 내게 한번 설명해달라"고 우드워드에게 부탁했다. 우드워드는 "난 설명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훗날 책에 썼다. 그가 생각한 '간단한 이유'가 뭘지는 독자의 상상에
# 1997년초 미국 워싱턴D.C., 당시 미 연방하원의 유일한 한인 의원이던 김창준(제이 김) 전 의원에게 국제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발신지는 청와대. "각하께서 통화를 원하십니다." 김영삼(YS) 당시 대통령의 전화였다. 북한이 대만에서 핵폐기물을 들여오는 걸 막기 위해 동분서주하던 한국 정부가 김 전 의원에게까지 SOS를 친 것이다. "김 의원이 함 도와주이소." 모국 대통령의 청을 뿌리칠 순 없었던 김 전 의원은 뉴트 깅리치 당시 하원의장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김 전 의원의 노력 덕분에 그해 6월 미 하원은 대만과 북한의 핵폐기물 거래를 반대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미국의 압박을 못 이긴 대만은 그해 말 북한으로의 핵폐기물 수출을 포기했다. 한국 정부가 미국 하원의원 한 명의 힘을 절감하는 순간이었다. 당시 전화 통화 후 청와대에서 김 전 의원을 만난 YS는 "우릴 도와주는 게 미국 의원 신분에 해가 되진 않느냐"고 걱정했다. 김 전 의원은 미국 시민권자가 다른 나라를 돕는
#11월의 밤 치곤 포근한 날씨였다. 7일(현지시간) 미국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체이스센터 주차장을 가득 메운 수천명은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기쁨을 만끽했다. 당선이 사실상 확정된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의 승리 연설이 당초 예정된 저녁 8시보다 30분 넘게 지연됐지만 누구도 불평하지 않았다. 미국 최초의 여성·다문화 부통령이 될 카멀라 해리스의 소개를 받은 바이든은 검은 마스크를 쓴 채 뛰어서 무대에 등장했다. 미국 최고령 대통령에 오를 78세의 노정객은 "미국이 다시 전 세계의 존경을 받게 하겠다"고 선언했다. 힘이 아닌 모범으로 세계를 이끌겠다고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세워온 '미국 우선주의'와 '일방주의'의 폐기를 알린 셈이다. #상원 외교위원장을 지낸 정통 외교 전문가 바이든의 안보 철학은 '동맹과 함께할 때 더욱 강하다'는 미국의 전통적 대외전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적어도 현직 대통령처럼 주한미군 철수 협박으로 한국을 갈취하지는 않겠다고 그는 이미
#2008년 8월6일,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짙은 선글라스에 야구 모자를 깊게 눌러쓴 조 바이든 상원의원이 '그레이브스 601' 호텔 뒷문으로 몰래 들어갔다. 그리곤 재빨리 엘리베이터를 잡아타고 스위트룸으로 올라갔다. 방에선 버락 오바마 당시 대선후보가 기다리고 있었다. 러닝메이트로 뛸 부통령 지명자를 선택하기 위해 여러 후보들과 비밀 면접을 보던 중 바이든의 차례가 온 것이다. "부통령 자리는 성에 안 차시죠? 국무장관 자리가 나으실까요?" 오바마의 물음에 바이든이 답했다. "내가 부통령 후보직을 수락하길 원한다면 다른 이유를 댈 것 없이 그냥 내 판단을 존중해 준다고 하면 됩니다. 대통령을 도와 국정을 이끄는 일이라면, 예 관심 있습니다. 하지만 당선만 돕고 이후엔 구경만 하는 일이라면 사양하겠소." #사실 미국의 부통령은 있으나 마나한 자리였다. 1812년부터 1900년까지 사망과 사임, 대통령 승계 등으로 부통령이 공석이었던 기간이 27년에 달했지만 미국은 별 탈
# 미국에서 운전하다 보면 'CNN 가짜뉴스(Fake News)'란 스티커를 붙인 차량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런 차량들은 으레 '트럼프 2020' 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촉구하는 스티커도 함께 붙이고 다닌다. CNN과 뉴욕타임즈 등 진보적 주류언론들에 대한 트럼프 지지자들의 불신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심지어 이들 가운데 일부는 코로나19(COVID-19) 사태도 실제보다 부풀려졌다고 생각한다. 언론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헐뜯기 위해 일반 독감 수준의 바이러스를 놓고 과도한 공포를 불러일으켰다는 주장이다. 이들이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거부하고 전면적 수업재개를 요구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최근 미국에선 이 같은 음모론이 소셜미디어를 타고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그 중심에 극우 음모론자 집단 '큐아넌'(QAnon)이 있다. # 2016년 12월4일 미국 워싱턴D.C.의 피자 전문점 '카밋 핑퐁'. 노스캐롤라이나주 출신의 28세 백인 남성 에드가 웰치가 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