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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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 10.5조원요!" 2014년 9월 18일. 한국전력 삼성동 부지 매각 담당자가 외치듯 숫자를 부르고 전화를 끊었다. 속보를 써야 했지만 귀를 의심했다. '저렇게 비쌀리가?' 혹시 7.5조원을 잘못 들었나 하는 마음에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중이었다. 오보가 걱정돼도 들은걸 믿는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귀는 멀쩡했다. 10조5000억원(정확히는 10조5500억원)에 현대차그룹이 한전부지의 새 주인이 됐다. 주가는 급락하고 우려는 폭발했다. '승자의 저주' 대표사례가 될거라고들 했다. 10조5500억원은 당시 공시지가의 세 배가 넘었다. 유일한 경쟁상대 삼성은 고 이건희 회장이 병석을 지키고 있던 터였다. 현대차그룹과 조단위 레이스를 펼치긴 어려웠다. 현대차그룹은 그럼에도 과감하게 베팅했다. 정몽구 명예회장(MK)의 부지확보 의지가 그만큼 강했다. 두 번째 놀란건 건설계획을 듣고서다. 현대차그룹은 105층 GBC(글로벌비즈니스센터) 건설을 낙점했다. 계획대로면 롯데월
#'대통령' 박근혜와 문재인의 결단으로 세워진 전통이 있다. 대통령 시정연설이다. 국회법에는 '예산안에 대해서는 본회의에서 정부의 시정연설을 듣는다'고 돼 있지만 정부를 대표하는 대통령은 국무총리 등을 대신 보내는 게 '관례'였다. 의회주의자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조차 임기 마지막 해까지 시정연설을 하지 않았다. 당시 박관용 국회의장은 작심하고 "총리 대독은 권위주의 시대 유물로 보존해야 될 가치가 전혀 없는 관례"라는 말을 의사록에 남겼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매년 시정연설을 직접 했다. 2016년 10월 국정농단 사태 와중에도 국회에서 국면전환용 개헌론을 던졌을지언정 원칙을 지켰다. 문 대통령도 취임 후 4년 차까지 어김없었다. 야당의 고성과 시위를 각오하고 욕 먹더라도 국회로 왔다. 정부가 국민의 세금을 요구하는 예산안을 내면서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국민의 대표가 모인 국회에 나와 연설하는 너무나 당연한 일은 이렇게 전통이 되고 있다. #형식이 실질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시정연
“2021년, 우리의 목표는 분명합니다. ‘회복’과 ‘도약’입니다. 거기에 ‘포용’을 더하고 싶습니다. 일상을 되찾고, 경제를 회복하며, 격차를 줄이는 한 해가 될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축년 새해에 밝힌 집권 5년차 국정운영 방향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1일 올해 신년사를 발표하면서 ‘회복’과 ‘도약’ 그리고 ‘포용’을 강조했다. 청와대 참모진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포용’ 부문에 특별히 신경을 썼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위기일수록 서로의 손을 잡고 함께 가야 한다"며 "함께 위기에서 벗어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대통령의 이런 호소에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화답했다. ‘코로나 이익공유제’를 강조하면서다. 코로나19(COVID-19)로 힘든 사람들을 위해 돈을 많이 번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이익을 나누자는 게 골자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 등 여당 지도부는 ‘자발성’에 방점을 찍었다. 하지만, 10년전 모두에게 상처만 남기고 소리소문 없이 사라진 ‘초과 이익공유제’가 떠올라
"기존에 공급된 주택 중 다주택자들(의 주택)이 있다. 세 채, 네 채, 다섯 채 갖고 있는 분들, 다주택자들이 주택을 내놓게 하는 것도 중요한 공급 대책이다. (중략) 실제 작년에도 이 두 가지에 초점을 맞췄다." 지난 10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방송에서 한 발언의 파장이 일파만파 번졌다. 다주택자 매물 유도를 위해 '다주택자 양도세 중중과'(올해 6월 시행)를 완화할 것임을 시사했다는 해석이 덧붙여졌기 때문이다. 당정이 양도세 강화 유예를 신중 검토하고 있단 일부 언론 보도 직후 나온 발언이라서 시점이 공교로웠다. 하지만 방송을 다시보면 '양도세 완화'라는 해석은 '오해'에 가까워 보인다. 홍 부총리는 '양도세 중과 유예'를 언급하지도 않았다. 도리어 반대 이야기를 한다. 매물 유도 정책과 관련, "(작년에)양도세, 보유세 강화해서 매물로 내놓게 한 것 말씀이시죠?"라는 사회자 질문에 홍 부총리는 "네"라고 긍정 대답하며 "세제 강화는 일반적인 증세가 아니라
'윤석열 찍어내기'가 실패한 결과는 엉뚱하게 현직 검찰총장을 차기 대선주자 1위로 만드는 참사(?)로 이어졌다. 현상적으로만 놓고본다면 윤석열 검찰총장은 제자리에 그대로인데 검찰총장을 향해 "내 명을 거역한다"던 법무부 장관이 사표를 내고 윤 총장의 징계를 재가했던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송구하다며 머리를 숙이는 '하극상'이 벌어졌다. 용수철을 한껏 잡아당겼다가 제자리로 돌아가려는 탄성력을 감당하지 못해 놓게되면 빠른 속도의 운동에너지로 인해 반대쪽까지 튀어나가게 된다. '차기 대선주자 윤석열'을 만든 힘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여권이 만들어준 대선주자━윤 총장을 대선주자로 만든 에너지는 상당 부분 여권으로부터 비롯된다. '살아있는 권력 수사'의 화신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것 역시 현 정부가 그를 적폐청산의 '주인공'으로 만들어주고 드라마틱하게 검찰총장으로 임명하면서 생긴 에너지다. '조국 수사' 이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내세워 윤 총장을 핍박하는 방향으로 틀었지만 이 역시
2021년 금융그룹의 지향점은 ‘디지털 전환’이다. 금융지주 회장들과 은행장들의 신년사는 비대면 금융 흐름에 뒤처지지 말자는 결연한 의지가 엿보인다. 그러나 이런 표현은 낯설지 않다. 지난해에도 그 지난해에도 ‘디지털 전환’은 금융그룹의 최우선 과제였다. 코로나19로 절박감이 커진 게 달라졌다면 달라진 것이다. 여기에 카카오뱅크의 괄목할만한 시장 잠식 속도도 한몫 했다. 이제 디지털 전환은 플러스 알파가 아니라 현상유지의 필요조건이 된 셈이다. 아쉬운 점은 금융지주의 구호가 디지털 전환이 아니라 ‘비욘드 디지털’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디지털 이상의 서비스와 감동을 제공해야 한다. 그래야 상대가 빅테크든, 외국계 자본이든 대응할 수 있다. 이 순간 금융 영역을 강하게 치고 들어온 네이버나 카카오의 지향점이 과연 디지털 서비스를 잘하자는 수준일까? 그게 아니라는 답은 명확하다. 그랬을 때 비욘드 디지털의 종착점은 ‘팬덤’이다. ‘애플빠’로 불리는 바로 그런 집단 말이다. 애플 스마트폰으
전쟁이 끝나간다. 누군가의 표현처럼 '1kg도 안되는 바이러스와 78억명 지구인의 싸움'은 늦어도 올해 말 종식될 가능성이 높다. 그럼 2년 만의 종전이다. 전쟁 종식이라는 희망을 꿈꿔볼 수 있는 이유는 신무기인 백신이 개발된 덕분이다. 그러나 문제는 보급이다. 전장 투입은 하세월인데 적군은 변형 게릴라 전술을 시작했다. 정부는 1분기 혹은 상반기 제압을 얘기하지만 영 미덥지가 않다. 실제로 바이러스군의 3차 대공습에 정부는 속수무책이다. 결국 9조3000억원의 군비를 1~2월 다시 전장에 뿌리기로 했다. 적에게 부상 입은 이들에 한정된 지원이라 '맞춤형 지원금'이라 명명했다. 하지만 어차피 그 돈도 시장에서 돌고 돈다. 지난해 2월 코로나19 군이 한국에 침범한 이래, 정부는 4차례에 걸쳐 예산을 확충했다. 약 67조원이다. 여기에 3차 지원금을 더하면 76조원이 넘는다. 정부는 예산확충과 현금지원 외에도 이른바 '헬리콥터 머니'라고 부를만한 통화공급안을 쏟아냈다. 비상경제 중앙
성범죄자 조두순 출소 당시 유튜버들의 난동은 전국민적 충격을 줬다. 조두순 호송차에 올라타거나 욕설과 괴성은 물론 웃통을 벗고 차력쇼에 댄스경연까지 벌이는 이들을 정상인의 사고로는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그런데 이들의 기행만큼 놀라웠던 것은 이들의 실체다. 극우단체 회원이나 정치 유튜버, 시덥지 않은 세상사 관련 잡담, 심지어 음담패설까지 늘어놓았던 인터넷방송 BJ(방송진행자)들이어서다. 조두순 성범죄에 대한 응징과 이들간 연관성을 도무지 찾기 어렵다. 최근 일부 유튜버들의 방종과 일탈은 점입가경이다. 올들어서만 지하철에서 코로나19 확진자 행세하거나 방역복을 입고 나타나 시민들의 공포감을 조성한 일, 배달음식을 빼먹고 마치 배달사고인 양 거짓 영상을 올려 업체에 피해를 준 일, 심지어 자기 반려견을 거리낌없이 학대하는 것까지 유튜브의 소재가 됐다. 한 식당 주인은 “코로나보다 더 무서운 유튜버의 갑질과 횡포를 막을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마련해 달라”고 간청했다. 일부 정치 유
"공짜 점심은 없다.(There is no such thing as a free lunch.)"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밀턴 프리드먼이 입버릇처럼 하던 격언이다. 어떤 것을 얻으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기회비용)를 반드시 치러야 한다는 뜻이다. 술 몇잔 이상 마시면 식사를 덤으로 제공하던 19세기 서부 개척시대 미국 술집의 마케팅 전략에서 유래한 말이다. 진부하기 이를 데 없는 표현이만 '2050년 탄소중립' 비전을 선언한 대한민국 작금의 현실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제9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엔 이같은 불편한 현실이 고스란히 투영돼 있다. 누가 뭐라해도 이번 9차 계획의 핵심은 다량의 온실가스 배출로 기후변화의 원흉으로 꼽히는 석탄화력발전을 대대적으로 감축하는데 있다. 현재 가동 중인 60기의 석탄발전 중 30기가 문을 닫는다. 나머지 석탄발전 설비도 연간 발전량을 제약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석탄의 이산화탄소 배출계수(g/kWh)는 991이
"코로나19(COVID-19) 백신때문에 머리가 아파요." 한 대기업 총수가 말했다. 백신 부작용으로 머리가 아픈거면 차라리 나을것 같다고 했다. 구할 수 없는 백신을 구하느라 머리가 아프다는거였다. 재벌 총수가 왜? 본인이 맞을 백신은 아니라고 했다. "일부 기업엔 개별적으로 알아서 구하라고 했을 것"이라고도 했다. 어디선가 '백신을 좀 구해달라'는 부탁을 받은 상황인듯 했다. 대체 누가? 5대그룹에 속하는 한 대기업 고위관계자는 지난주 정부부처의 호출을 받아 세종시로 급히 내려가야 했다. 이 대기업은 계열사로 백신 제조기술을 가진 바이오기업을 보유하고 있다. 기자에게 이 소식을 전한 해당 그룹 관계자는 "그런데 그분은 왜 거길 불려들어갔느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대체 왜? 궁금한게 많았지만 취재를 더 이어갈 수 없었다. 이런일도 있었다. 업계에 따르면 정부 한 고위 관계자는 얼마전 백신 수급상황을 설명하며 "질병관리본부와 한 민간기업이 함께 뛰고 있다"고 말했단다. 질본이
올 한해 대한민국에서 가장 책임이 무거웠던 자리를 꼽으라면 보건복지부 장관이 아닐까 싶다. 코로나19(COVID-19) 감염병이 발생한 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과 중앙사고수습본부장으로 방역, 재난 실무를 1년여간 주도했다. 1년여의 시간은 갈등의 연속이었다. 중국 우한 교민 임시생활시설과 생활치료센터 설치 문제, 마스크 효과 논쟁과 품귀현상, 해외 유행에 따른 특별검역 문제, 확진자 동선 공개범위 등 갈등 사례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방역 차원에서도 하루하루가 고비였다. 1월20일 첫 환자가 발생한 후 해외유입국가 통제 기준, 대구·경북지역 인력지원, 중국인 유학생 방역대책, 사회적 거리두기 기준 마련, 4월 총선, 부활절 등 교회방역, 황금연휴와 추석연휴 고향방문 및 여행자제 등 매 순간 확산을 막기 위한 대책 마련에 밤을 지새웠다. 당장 떠오르는 것만 나열해도 이 정도다.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결과가 나오지만 아직까지 풀지 못한 숙제도 많다. 갈등 양상이 가장 크게 나타난
# '내가 누리는 것 중에는 당연한 게 없다. ' 갓 입사한 수습기자들이 사내 게시판에 올린 자기소개를 읽어 내려가다 이 대목에서 멈췄다. 곱씹을수록 타당하다. 많은 이들의 노력과 희생이 얼기설기 얽혀 공동체의 일상을 지탱한다. 때로 누군가의 헌신이 구멍을 메꾼다. 이 사실 앞에 겸손해질 수밖에 없다. 신문사 입사할 때 작문시험 제시어 '부자'가 떠올랐다. 한국판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상징인 경주 최부자 얘기를 쓰면서 노무현 정부 당시 양극화 문제와 연결지어 졸고를 냈다. 사회가 바뀌고 정권이 수차례 교체됐지만 그때 답안지에 적었던 최부자 가문의 규율은 현재 핵심 화두다. 과객을 후하게 대접하고 사방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민생), 흉년에 남의 논밭을 사지 말라(공정) 등이다. 1년 수확량의 3분의 2를 베풀던 이 집안은 일제에 나라를 뺏기자 재산을 독립자금으로 바친다. #보수는 본래 이념이 아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다. 어느 것 하나 당연한 게 없는 공동체의 일상이 유지되도록 원칙과 질서를 중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