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경제는 물론 정치, 사회 전반에 걸린 여러 전문가들의 고견을 들을 수 있습니다.여러 사람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음으로써 세상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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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가 국민 누구나 어디에서나 품격 있는 삶을 위한 생활SOC(사회간접자본) 3개년 계획안을 발표했다. 생활SOC란 국민의 일상생활에 필요한 편익시설과 안전시설을 뜻하는데, 체육 문화 시설, 어린이와 노약자 돌봄 시설, 생활 안전과 깨끗한 환경을 위한 시설이 우선 투자 대상으로 선정됐다. 그동안 정부가 주로 투자해왔던 SOC가 도로, 철도, 항만 같은 대규모 기간시설이었다면, 이번에 투자 계획을 발표한 생활SOC는 국민이 일상에서 체감하는 삶의 질과 관련된 시설이다. SOC 투자 대상 전환과 함께, 이번 정부 발표에서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은 사업 추진 방식 전환이다. 중앙정부 주도 방식에서 지방정부와 주민이 주도하는 방식으로 변화했다. 또 각 부처와 사업별로 따로따로 시설을 공급하는 대신 이를 하나로 묶어 복합화한다. 시설 운영비 부담을 낮추고 주민과 사회적 경제조직이 참여해 지속가능한 운영을 담보하고, 국가 최소수준에 못 미치는 정부 서비스 소외지역에 시설을 우선 공급한다.
정부가 미세먼지 대책, 수출회복 지원 등을 담아 6조원 안팎의 추경안을 준비한다고 한다. 추경 규모와 내용 면에서 더욱 과감한 발상이 필요하다. 투자 부진의 심화, 민간소비 증가세의 둔화, 수출 감소폭 확대 등 한국경제 흐름이 좋지 않다. 글로벌 경제 전망도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다. 미국, 유럽, 중국 등 세계 주요 경제가 모두 경기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에 적신호다. 우리 정부는 전통적으로 재정운용이 보수적인 편이다. 경기가 좋지 않았던 작년에도 통합재정수지는 31조2000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흑자를 기록했다. 정부가 민간에게 푼 것보다 더 많은 돈을 거두어감으로써 민간 돈을 그만큼 빨아들인 것이다. 정부는 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보장성기금의 흑자를 뺀 관리재정수지를 기준으로 삼아 작년에 재정이 10조6000억원 적자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총수요에 대한 영향을 보려면 국제기준에 따른 통합재정수지도 고려해야 한다. 국민연금에 돈이 쌓인 만큼 저축을 줄이고
그리스 신화에는 프로크루스테스라는 악당이 나온다. 지나가는 여행자들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하는데, 거기에는 철로 만든 침대가 준비돼 있다. 프로크루스테스는 여행자들을 침대에 눕힌 다음, 여행자의 키가 침대 길이보다 작으면 다리를 잡아당겨서 침대 길이에 맞춰 늘리고 침대 길이보다 크면 그만큼 잘라내서 잔혹하게 살해했다고 한다. 프로크루스테스에게는 여행자의 키가 아니라 침대의 길이가 기준이었던 셈이다.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라는 말은 이 이야기에서 유래된 것으로, 자기주장이 옳은지 그른지 따지지 않고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잣대에 무조건 맞추도록 강요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이는 간혹 세법에서도 보인다. 타당하지 않은 세법 규정이 법이라는 테두리 안에 포함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불합리성에 관한 지적은 외면된 채 이에 근거한 과세가 강행된다. 심지어 과거에 사법부가 판결로 불합리성을 지적하면서 과세의 근거로 삼을 수 없다고 선언한 행정해석이나 과세실무가 그대로 입법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메모리 반도체 슈퍼 호황으로 수출 효자 노릇을 하며 경제성장을 견인했던 반도체 산업이 지난해 연말부터 가격하락에 따른 실적 부진으로 ‘위기론’이 제기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DR4 8Gb D램 고정거래가격은 2016년 6월 2.94불에서 2018년 8.19불까지 278.6%급등했다가 올해 3월말 4.56불로 떨어지는 등 하락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수출도 지난해 12월부터 4개월 연속 하락하고 투자와 소비·고용까지 하강국면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아시아개발은행(ADB)이 올해 경제성장률을 2.5%로 하향 조정하는 등 ‘경제 위기론’도 확산되고 있다. 반도체 위기론과 이에 따른 경제 위기론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메모리 슈퍼호황에 대해 따져볼 필요가 있다. 2016년 6월부터 2018년 중반까지 D램 가격이 3배 가까이 폭등하면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상위 3사는 영업이익이 50%를 넘는 슈퍼호황을 누렸으며 삼성전자는 24년동안 종합 반도체
데이터경제가 전세계 신성장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데이터의 안전하고 자유로운 활용을 통해 신기술과 혁신적 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어서다. 관련 규제 마련도 분주하다. 2018년 5월 발효된 유럽연합(EU)의 개인정보보호법(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GDPR)은 유럽 국민을 대상으로 활동하는 모든 기업에 개인정보의 수집·활용 및 역외이전 과정에서 이용자 동의를 받도록 의무화한다. 위반시 2000만 유로(약 260억원) 또는 기업 전 세계 매출의 4% 중 많은 것을 과징금으로 부과한다. 한국기업의 유럽 법인·지사도 유럽지역 영업으로 얻은 고객정보는 본사와 공유할 수도 없다. 이런 엄격한 규제 아래 인터넷 기반 사업을 할 경우 상당한 제약이 따른다. 특히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에게는 인력·비용면에서 큰 부담이다. 부담을 최소화할 방법은 있다. GDPR은 개인정보보호의 적절한 수준을 갖춘 국가에 대해서는 개인정보의 국외이전을 허용한다. 일본은 지난 1월 E
현금과 신용카드를 중심으로 이뤄져 왔던 지급결제시장이 4차산업 혁명을 맞아 현금없는 사회를 모토로 한 모바일결제 중심의 간편 결제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이런 추세는 한국에 머무르지 않는다. 중국에서는 위쳇페이와 알리페이를 중심으로 한 모바일페이 사용이 2000조원을 넘어서면서 전기료부터 주차요금 지불까지 일상생활에 깊숙하게 들어와 있다. 미국이나 스웨덴, 노르웨이 등 서구 국가들에서도 모바일페이가 급격하게 대중화되면서 현금 없는 사회를 향해 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수준의 ICT기반과 휴대폰 보급률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급결제에 있어 여전히 신용카드가 압도적인 지위를 가지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질까?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정부들이 내수 진작과 사업소득의 투명성 확보라는 공공의 목적을 위해 신용카드 사용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지원해 왔다. 신용카드 결제를 거절하지 못하도록 하는 의무수납제를 도입하고 소득공제, 영수증 복권제를 통해 신용카드 사용을 장려했으
최근 일본 부동산시장은 더할 나위 없이 호황이다. 도쿄 도심 프라임 오피스의 공실률은 1%대로 만실에 가깝다. 올해 준공 예정인 신규 프라임오피스의 임대차 계약률도 80%에 달하는 등 오피스 임차 수요도 풍부하다. 도쿄 핵심 5구(치요다구, 주오구, 미나토구, 시부야구, 신주쿠구)에서 시작한 호황은 도쿄와 수도권을 거처 지방 주요 거점도시(오사카, 나고야, 삿포로, 후쿠오카, 요코하마, 센다이)의 공실률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방도시도 인바운드 관광객의 증가에 힘입어 상업용 토지의 가격도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다. 이는 2020년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대규모 개발계획들이 활발히 진행되고 외국계 투자금이 적극 유입된 결과다. 일본 정부는 도쿄의 도시 경쟁력이 곧 국가 경쟁력이라는 정책하에 글로벌 기업들의 아시아헤드쿼터를 유치하기 위해 국가전략특별구역을 지정하고 다양한 규제 완화와 세제혜택 조치를 취해왔다. 또 2020년 도쿄 올림픽을 맞아 도로, 철도 인프라를 정비하고 하네다국제공항에
2011년 정부회계 보고 기준이 발생주의 회계로 변경된 이래 정부가 해마다 ‘연금충당부채’가 포함된 국가결산서를 발표해왔다. 지난 2일 정부가 발표한 '2018 회계연도 국가결산'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부채 1682조7000억 중 939조9000억원이 연금충당부채로 잡혔다. 이러한 결산서가 발표될 때마다 많은 언론이 매년 반복해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나랏빚’이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에서 비롯됐다고 보도해왔다. 그동안 많은 전문가들이 이 같은 오해를 바로잡고자 노력했지만, 대중과 언론에게 연금충당부채의 본질은 관심 밖이었고 늘 그 규모만이 화젯거리였다. 사실 연금충당부채가 무엇인지 ‘팩트’ 체크만 제대로 된다면 더 이상 이처럼 국민 불안과 논란의 소재가 되지 않을 것이다. 먼저 국가결산서 상의 부채에는 두 종류가 있다. 정부가 전액 국민세금으로 직접 갚아야 할 의무를 갖는 확정된 부채인 ‘국가채무’와 상환금액과 변제시점이 불확실하고 미래의 장기간에 걸쳐 갚아 나갈 것으로 추정하
넷플릭스의 대표 오리지널 시리즈 중에 ‘블랙 미러’라는 영국드라마가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인공지능(AI) 등 급격한 기술발전이 가져올 인류의 미래를 옴니버스 형식을 빌어 유토피아가 아닌 디스토피아적 세계로 그려내면서 섬뜩한 충격을 던진 작품이다. 이 중 시즌 3의 한 편인 ‘닥치고 춤춰라’는 4월 2일 ‘사이버 범죄 예방의 날’을 맞아 깊이 되새겨야 할 교훈을 담고 있다. 레스토랑에서 알바를 하는 착한 소년 캐니. 주변 또래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기까지 하는 캐니는 어느 날 갑자기 걸려온 문자 메시지 하나로 하루 아침에 끔찍한 범죄자로 전락하고 만다. 노트북을 재부팅하면서 무심코 정체불명의 공짜 보안프로그램을 사용한 것이 비극의 시작이었다. 노트북에 달린 웹캠이 해킹당하는 줄 모르고 평소처럼 캐니는 야한 사진을 보면서 자위행위를 하고 만다. 노트북을 덮자마자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부모나 친구 등 주변 사람들에게 음란 영상을 보내겠다는 메시지가 날라오면서 캐니의 일상은 끝이
중국이 해외에서 재활용품 수입을 중단한다고 밝힌지 1년이 흘렀다. 그 여파로 한국에서는 작년 초 재활용 업체들이 일부 재활용품 수거를 거부하는 ‘재활용 대란’이 일어났다. 정부는 재활용이 어려운 제품을 퇴출시키고 플라스틱 빨대, 1회용 비닐봉투 사용을 금지하는 대책을 내놨다. 또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을 50% 줄이고 나머지의 70%를 재활용하는 목표도 세웠다. 플라스틱이 ‘공공의 적’이 된 느낌이다. 그러나 플라스틱을 무조건 ‘나쁜 것’, ‘없애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옳은 것일까. 견고하고 가벼운 플라스틱 포장기술은 식품의 유통 수명을 연장하고 부패를 방지하며, 전체 중량을 감소시켜 물류비를 낮춘다. 강한 내구성을 지닌 플라스틱은 자동차 부품으로 사용되는데 철보다 가벼워 자동차 연료 효율을 높이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감소시켜 대기 오염을 줄인다. 지난 수십년간 세계 인구와 국가별 총소득은 지속적으로 성장했고, 플라스틱 사용량도 증가했다. 인간의 일상과 플라스틱은 떼
선거제도 개혁안을 패스트트랙에 올리기로 더불어민주당과 야3당이 합의한 것이 3월 17일이다. 그런데 그 이후에 선거제도 개혁은 다시 표류하고 있다. 같이 패스트트랙에 올리기로 한 공수처법(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을 둘러싼 이견 때문이다. 4월3일 보궐선거가 끝난 후에야 다시 논의가 본격화될 수 있을 상황이다. 참 답답하고 한심한 일이다. 선거제도 개혁같은 중요한 개혁은 아무 때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리고 지금은 ‘옳은 얘기’를 하는 것이 중요한게 아니라 일을 되게 하는 것이 중요한 때다. 학자나 시민운동가는 ‘옳은 얘기’를 하는 것이 자기 역할일 수 있다. 그러나 정치인의 역할은 어떻게든 일을 되게 하는 것이다. 2016년 가을 국민들이 촛불을 든 이후에 과연 제도개혁이 된 것이 뭐가 있는가? 모든 혁명은 헌법개정으로 제도화되기 마련인데 대한민국에서 개헌은 참담하게 무산됐다. 만약 선거제도 개혁마저 무산된다면 한국의 정치시스템은 촛불 이후에도 아무것도 바뀌지 않게 된다. 시간이
"여행(Travel)과 관광(tourism)의 차이가 무엇인지 아는가?" 저녁 모임에서 한 분이 장난스러운 질문을 했다. 답은 "신세대가 하는 것이 여행이고, 관광은 아재가 하는 것"이란다. 광고를 봐도 "관광을 하지 말고, 여행을 하라"고 한다. 관광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관광에 대한 오해는 여러 이유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여행이 떠나는 행위 중심의 개념이라면, 관광은 이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즉, 체험과 경험으로서의 여행행위뿐만이 아니라 여러가지 산업적, 현실적인 요소들이 개입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행을 하기 위한 교통, 정보, 숙박, 음식을 비롯한 환대서비스 등 다양한 것들이 체계적으로 어우러진 것이 관광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세계경제포럼(WEF)은 관광산업을 '생태계'(Eco-system)적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 다양한 주체가 서로 어우러져 지지하는 생태계 시스템을 이루는 것처럼 관광시장도 생산자와 소비자, 유통체계와 정책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