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경제는 물론 정치, 사회 전반에 걸린 여러 전문가들의 고견을 들을 수 있습니다.여러 사람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음으로써 세상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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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전부터 소형모듈원자로(SMR)에 대한 기대섞인 전망이 국내·외 매체에 오르내리고 있다. SMR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주는 근본적인 이유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가장 현실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원자력발전은 화학반응에 의해 에너지를 생산하지 않고 물리적 반응인 핵 반응에 의해 에너지를 생산하기 때문에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 이는 대형 원전역시 동일함에도 굳이 SMR에 대해 기대가 큰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안전성 확보에 대한 믿음이다. SMR은 외부전원이나 사람의 개입이 필요없는 '피동안전' 구현이 가능해 현재의 원전에 비해 사고 가능성을 1000배이상 낮출 수 있다. SMR에서는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도 없지만 설사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인근 주민이 대피할 필요가 없다. 이러한 특성은 방사선의 환경 누출이라는 우려로부터 국민을 안심시킬 수 있는 것이다. 두 번째는 활용도가 많다는 점이다.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노후된 화석연료 발전소를
'전기차는 깨끗하다' 이 말은 어디까지 사실일까. 전기차엔 구멍 뚫린 그릴도, 배기구도 없다. 화석연료를 태우지 않으니 온실가스도, 미세먼지도 뿜지 않는다. 전기마저 재생에너지로 얻는다면 전기차를 충전하고 달리는 동안 배출하는 탄소는 없는 셈이다. 그러나 원료·부품 구매, 생산, 폐기에 이르는 '자동차의 일생'을 따져보면, 전기차도 적잖은 탄소발자국을 남긴다. 자동차는 국내 철강 수요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자동차 생산시 나오는 탄소의 30~40%는 철강 사용 때문이다. 자동차용 철강은 높은 수준의 품질을 요구한다. 전기로로 고철을 재활용하면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지만 이런 방식으로는 자동차용 철강을 만들 수 없다. 철광석과 석탄을 넣어 쇳물을 만드는 고로-전로를 통해서만 고급강을 생산할 수 있는데, 이때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전기차 이야기를 하면서 전주기 탄소발자국까지 언급하는 건 단지 지구를 걱정하는 마음 때문이 아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윈회는 자동차 탄소
'0.78'의 공포가 우리에게 찾아왔다. 2022년 합계출산율이다. 2016년 이후 초저출산·저출생 시대가 본격적으로 우리 앞에 펼쳐지다 보니 온 나라가 '아이 낳기 전선(戰線)'을 이끌려는 사람들로 차고 넘친다. 다시 희망을 가질 수 있을까. 당분간 어려울 것이다. 대한민국 사회가 골병이 들어서 나타나는 저출생 현상인데, 영양제 몇 개 먹이고 한두 군데 수술한다고 금방 건강해지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대한민국 대개조 프로젝트를 시작해야 한다. 이제 진짜 많은 것을 버리고 변화할 때다. 우리보다 먼저 저출산 현상이 나타났던 서유럽 국가에서의 흐름을 보면 여성의 독박육아·경력단절이 사라지지 않은 국가, 다양한 삶과 가족 형태를 인정하지 않는 국가, 부모의 일·가정양립이 어려운 국가에서 아이 울음소리가 사라져갔다. 반면 아빠가 함께 돌보고 일하는 성평등한 부부, 비혼과 기혼출산을 차별하지 않는 등 다양한 삶의 형태와 가족관계에 대한 인정, 일·가정 양립을 가능케 하는 사회개혁 등
무더운 날씨에도 스타트업 업계의 계절은 여전히 겨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벤처·스타트업 투자금액은 전년 동기 대비 60.3% 감소해 9000억원 정도에 그쳤다. 그간 스타트업은 미래 잠재력이 투자유치를 이끌고 생존을 좌우했지만 투자 시장이 침체된 현재는 당장의 시장성과 수익성 역시 기업가치 판단에 필수 지표가 됐다. 다시 말해 기술력뿐 아니라 시장과 소비자를 잘 이해하는 것이 전보다 훨씬 중요해졌다. 봄이 오기까지 스타트업이 수익성을 증명하며 성장과 생존을 이어가려면 수많은 의사결정에서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는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들이 총력을 기울여 온 일이기도 하다. 이때 데이터는 의사결정의 근거로서 불확실성을 낮추는 무기가 된다. 스타트업에 필요한 데이터는 무엇일까. 성장 단계에 따라 고민이 달라지므로 그에 맞는 데이터를 확보해야 한다. 예를 들어 시리즈A 투자유치 이후는 시장 안착 전략을 고민하는 시점이다. 먹히는 마케팅·세일즈를
자본주의 사회는 계약의 자유를 인정한다. 그 바탕에는 계약의 대가를 치를 수 있다는 믿음, 즉 신용이 깔려있다. 계약은 신용을 토대로 체결되기 때문에 계약 당시의 신용에 중대한 변경이 발생할 경우 계약을 해제하는 등의 조처를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대표적인 것이 도산 절차를 밟게 될 경우 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정하는 특약, 도산해제조항이다. 계약 상대방이 지급정지나 파산, 회생절차개시처럼 신용상태가 악화할 때를 대비하는 것이다. 하지만 도산해제조항이 유효한지에 관해 법조계에서는 그동안 다양한 논의를 통해 효력이 없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도산해제조항이 회생절차의 목적에 반한다는 취지에서다. 최근 한 의뢰인으로부터 비슷한 이유로 연락을 받은 일이 있다. 사정을 들어보니 회생절차개시 신청을 한 다음날 운용자금을 빌린 거래은행으로부터 대출금을 상환하라는 요구를 받았다는 것이었다. 금융사는 은행여신거래기본약관 제7조의 '기한전의 채무변제의무' 규정에서 채무자가 회생절차개시나 파산을 신청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는 지난달 말 사전예약 당첨자 등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토지임대부 주택인 고덕강일 3단지 건물분양주택 착공식을 열었다. 고덕강일 3단지에서는 올해 초 건물분양주택 500세대에 대한 사전예약을 접수받아 2만명이 넘게 지원했고, 청년특별공급 경쟁률은 무려 118대 1을 기록했다. 어려운 부동산시장 여건에도 불구하고 사전예약 경쟁률이 높았던 이유는 주변시세의 절반 수준인 분양가격, 100년을 지향하는 고품질 주택, 투명한 분양원가와 후분양제 등의 장점에 기인한 것으로 본다. 그 동안 너무 많이 오른 주택가격 대비 소득은 제자리 걸음인 상황에서 초기 진입가격을 대폭 낮춘 건물분양주택이 청년, 신혼부부층에서 인기가 높았다는 점은 정책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주택가격을 절반으로 낮춘 비결은 다름아닌 미국, 유럽 등 여러 선진국에서도 채택하고 있는 건물만 분양하는 주택이다. 건물분양주택은 토지는 공공이 소유하고, 건물만 분양한다. 건물소유자는 최초 40년, 최장
우리나라의 저숙련 외국인력 도입체계는 고용허가제(E-9)와 방문취업제(H-2)의 두 축으로 운영되고 있다. 외국 국적 동포를 대상으로 하는 방문취업제도는 사업장 이동이 자유로운 노동허가제와 유사하다. 방역 문제 등으로 코로나19 기간 동안 고용허가제로 도입되는 외국 인력이 크게 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농촌지역, 중·소 제조업에서 인력난이 더욱 심화되었던 것은 동포 근로자 상당수가 중국 등 자기 나라로 돌아가 방문취업 체류자격자의 국내 체류가 2019년 22만6000명에서 2021년 10만6000명으로 급감한 것도 하나의 원인이다. 불법체류 외국인이 40만 명이 넘는 등 부실한 외국인 출입국 및 체류관리가 고용허가제의 근간을 위협하고 있다. 불법체류자 중 고용허가제 체류자격자는 13%(2021년 기준 5만1000명)에 불과하다. 사증면제, 단기방문 및 관광통과의 비중이 66%이다. 급여가 높은 불법체류 노동시장에의 유혹으로 고용허가제 입국 외국인의 이탈이 많아지고 있다. 2004년
'말은 나면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라'는 말 때문일까. 갈수록 수도권 편중이 심해지고 젊은이들의 지방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는 우리 헌법의 정신에 역행하는 것이다. 헌법에 명시된 기회의 균등과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은 공간상에서 지역균형발전을 통해 비로소 실현될 수 있다. 지방 대학의 위기가 심해지고 있다. 전국 4년제 종합대학의 35%가 수도권에 편중돼 있고, 특히 과학기술원을 제외하고 국내 상위 대학 20개 중 19곳이 서울·경기 지역에 위치해 지역인재의 수도권 유출이 심화되고 있다. 청년 이동 쏠림 가속화의 배경은 뭐니 뭐니 해도 일자리다. 지방 대도시와 중소도시의 경쟁력이 사라진 것은 청년이 좋아하는 일자리 확보 능력이 그만큼 없다는 것이다. 그간 지방 대학을 위한 노력은 지원금 지급 형태였다. 현 정부도 시범지역을 선정해 대학 지원을 약속했다. 단순 지원금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본질적으로 어렵다. 미국의 지역 우수공대 사례를 보면, 텍사스 A&M(Agr
우리나라는 1960년대 축산진흥정책이 정부 주도로 이뤄지고, 국민소득 증가에 따른 생활수준 향상으로 축산물 수요가 급증했다. 이는 축산업의 급속한 발전을 이뤄내는 원동력이 되었다. 이때 생산량을 최대화하고 비용을 최소화하는 공장식 축산 시스템이 도입되었다. 축산업도 결국 이윤의 추구가 궁극적 목표이기에 당연한 수순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사육-운송-도축 과정에서 동물이 어떻게 다루어지는지에 대해 축산물의 품질뿐만 아니라 윤리적 측면에서도 국민들의 인식이 변하고 일각에서 공장식 축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동물복지에 대한 논의가 최근 활발해지고 있다. 얼마전 발표된 '농장 동물 인식조사 및 돼지 복지 평가 도구 보고서'에 따르면 대다수의 국민이 농장동물의 복지가 중요하다고 보고있고, 공장식 축산 운영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대답했다. 동물복지를 위해서는 농장, 도축장 모두 투자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를 극복해야할까? 유럽이 주도하고 있는 동물복지의 기
세계동물보건기구(WOAH)에서는 동물복지를 '동물이 건강하고 안락하며 좋은 영양 및 안전한 상황에서 본래의 습성을 표현할 수 있게 함으로써 고통, 두려움, 괴롭힘 등의 나쁜 상태를 겪지 않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1876년 영국의 동물학대 방지법 제정을 시작으로 각 국가와 국제기구 차원에서 다양한 동물복지 법제가 등장했다. 우리나라는 1991년 동물복지법을 제정, 2012년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제도'를 도입했으며 2015년부터 '동물복지 도축장'을 지정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유럽과 미국 등 닭고기 소비자들은 큰 닭고기를 선호해 사육일령이 길고, 출하중량(2.2kg 이상)이 한국(1.4∼1.9kg)에 비해 크다. 국가마다 조금씩은 다르지만 정부차원의 법률적 기반으로 육류업체나 동물복지단체에서 동물복지인증기준을 제정 및 운영하고 있다. 정부와 생산자단체에서는 동물의 5대 자유(배고픔과 목마름으로부터의 자유, 불편함으로부터의 자유, 통증·부상·질병으로부터의 자유, 정상적인 행동을
직장건물 거의 모든 층에 모유 유축실이 있고, 업무 중에도 눈치 보지 않고 다녀온다. 정치를 시작하기 전 세계은행(WB)에 근무했을 때 일상이던 장면이다. 이 당연한 것들은 한국에 돌아오니 낯선 장면이 됐다. 화장실에서 유축 해야 하는 워킹맘의 설움이 한국에선 일상이다. 지난해 커리어가 끊긴 한국 여성은 140만여명이다. 인구절벽 위기를 보여주는 출생률 0.78과 함께 뼈아프게 다가오는 숫자다. 경력단절의 이유 1위는 육아, 2위는 임신과 출산이니 여성의 인생에서 임신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가늠할 수 있다. 사실 인구문제는 개인의 위기가 아닌 국가의 위기다. 아이 키우기 두려운, 내 아이를 낳고 싶지 않은 나라가 됐다는 것. 이 지점이 정치인으로서 가장 큰 위기감을 느끼게 했다. 지금은 맞벌이가 기본인 시대다. 그런데 문화와 현실은 아직 과거에 머물러 있다. 너도나도 육아휴직 제도를 말하지만, 마음 편하게 사용하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출산의 설득력을 높이려면 이미 결
"장애인 고용의무를 벌금으로 떼우는 기업." "장애인 의무고용 미준수로 벌금만 억대 부담." 잊을만 하면 신문 사회면에 이런 기사가 등장한다. 기업이나 공공기관이 법에 정해진 장애인 고용 의무를 준수하지 않고 장애인 고용부담금을 납부하는 현실을 지적하는 내용이다. 어떤 취지인지 충분히 이해하지만 법률적 관점에서 엄밀히 따지면 이런 표현과 질책은 잘못됐다. '부담금'과 '벌금'은 법적으로 전혀 다른 개념이다. 벌금은 범죄인에게 일정한 금액의 지불의무를 강제적으로 부담하게 하는 형사제재로 형벌의 일종이다. 그러나 부담금은 형벌이 아니다. 부담금은 행정기관에 의해 부과되는 공법상 금전적 부담이다. 죄의 유무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그래서 부담금은 벌금보다는 세금에 가깝다. 물론 세금이 사전에 사용 목적이 특정되지 않은 채 국가의 일반적인 재정을 충당하기 위해 징수되는 것과 달리 부담금은 특정 목적을 위해 징수된다는 점에서 둘 사이에 차이는 있다. 이런 관점에서 다시 장애인 고용부담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