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은행의 잦은 횡령 사고는 누구의 책임인가?

[기고]은행의 잦은 횡령 사고는 누구의 책임인가?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23.08.28 03:05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지난 7월에 적발된 BNK경남은행의 500억 원대 횡령 사고는 한마디로 충격적이다. 지난해 4월 우리은행의 700억 원대 횡령 사고가 알려진 지 얼마 되지 않아 드러난 사고여서 충격이 더 크다. 금융당국은 우리은행 사고 이후 동일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관련 대책을 마련하고 조치했다. 지난 6월에는 금융권 내부통제 개선방안도 발표하였다. 그런데도 또 이런 일이 발생했다.

무엇이 근본적인 원인일까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은행 임직원의 도덕성이 부족해서일까? 은행의 내부통제가 허술해서일까? 금융당국의 감시·감독이 소홀해서일까? 금융당국은 이번에도 BNK경남은행의 허술한 내부통제를 사고 원인으로 지목하는 분위기다. 또다시 은행의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은행에서 거액의 횡령 사고가 또 적발되면 이때도 은행의 내부통제를 탓할 것인지 궁금하다. 은행의 내부통제가 얼마만큼이나 강화돼야 횡령 사고가 발생하지 않을까? 거액의 횡령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금융당국이 매번 은행의 내부통제를 지적하려면 이 질문에 먼저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은행은 지난 2016년에 제정된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 따라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했다. 해당 내용이 실효성 있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게 같은 사고가 반복되지 않게 하는 첫 걸음이다.

그러나 이 법에서 강조하는 내부통제란 은행 임직원이 직무를 수행할 때 법령을 잘 준수하는지를 감시하는 준법감시(compliance)의 뜻으로 해석되고 사용된다. 금융선진국이나 국제금융기구에서 말하는 내부통제(internal control)와는 거리가 있다.

예를 들어, 바젤의 은행감독위원회가 권고하는 삼선 방어체계(three lines of defense)와 같은 내용은 우리나라의 어떤 금융법령, 감독규정, 가이드라인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삼선 방어체계의 1차 방어선은 현업 부서이고, 2차 방어선은 위험관리·준법감시·법무관리·인사관리· 재무관리·운영 및 IT 부서이며, 3차 방어선은 내부감사다. 우리나라에서처럼 내부통제를 준법감시로만 한정하지 않는다.

내부통제를 준법감시로 국한하여 인식하는 한계를 극복하지 않으면 은행의 횡령 사고는 또 일어날 수밖에 없다. 준법감시만 책임지는 구조에서는 은행에서 거액의 횡령 사고가 발생하는 것을 막지 못한다. 내부통제는 전사적으로 책임지도록 해야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작동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는 은행에서 여러 유형의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은행의 내부통제가 문제라고 쉽게 지적하는 사람들이 못마땅하다. 그런 관점에서의 내부통제 강화는 결국 준법감시를 강화하자는 의미일 뿐이다. 그러니 우리나라에서 은행의 내부통제 탓은 한계가 분명하다. 내부통제에 대한 잘못된 인식부터 고쳐야 한다. 그렇게만 된다면 은행의 횡령 사고도 더 이상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