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
세상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어떤 사건이 역사에 남을 만한 것인지 판단할만한 여유도 없습니다. 시사에 대한 지식인들의 평론은 독자 여러분의 판단에 도움을 줄 것입니다.
세상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어떤 사건이 역사에 남을 만한 것인지 판단할만한 여유도 없습니다. 시사에 대한 지식인들의 평론은 독자 여러분의 판단에 도움을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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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증권이란 회사가 있었다. 외환위기 전에 업계 4위 정도 하던 곳인데 이 회사가 사라진 과정이 흥미롭다. 외환위기가 한창일 때 대주주인 극동건설이 동서증권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는 기사가 났다. 사람들이 '대주주가 포기할 정도로 동서증권이 좋지 않은 모양이구나'라고 판단해 자금을 빼내가기 시작했는데 이를 버티지 못하고 회사문을 닫고 말았다. 신문에 기사가 나온 그날 하루 동안 벌어진 일이다. 금융시장에서 믿음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였다. 회사채 시장이 요동을 치고 있다. 강원도가 레고랜드를 만들기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강원중도개발공사가 법원에 화의신청을 했기 때문이다. 강원도가 지급보증한 2050억원의 회수가 불분명해지면서 채권시장이 얼어붙었다. 채권시장은 거래당사자가 많지 않은 곳이다. 금융권과 연기금 등 몇몇 기관이 채권인수를 전담하기 때문에 채권 하나만 부도가 나도 그 여파가 금융시장 전체로 번지게 된다. 유사한 채권의 거래가 중단되고 신용도가 높은 국
최근 들어 ESG(환경·사회·지배구조)로 인해 많은 기업이 변신의 노력을 하고 있다. 각자의 분야에서 할 수 있는 여러 아이디어가 실제 제품과 서비스로 나타나고 있으니 말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프로젝트 나틱(Natick)'이 이중 특별히 눈에 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데이터센터 사업을 하는데 ESG 측면에서 문제는 이 사업이 다량의 전기를 소모하는 전기 먹는 하마라는 점이다. 이에 이 회사는 2018년부터 2년간 해저 데이터센터 사업을 시험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프로젝트 나틱이다. 착상은 간단했다. 전기 사용량을 줄여 탄소배출을 줄여보자는 것인데 이를 위해 길이 12m, 지름 2.8m의 원통 구조물을 만들고 여기에 864대의 데이터서버를 넣어 스코틀랜드 인근 해저 36.5m 지점에 설치한 것이다. 2가지 효과를 노린 것인데 첫째는 데이터센터가 필요로 하는 전기를 바다의 조력·파력발전에서 충당한다는 것이다. 둘째로 데이터센터의 발열을 식히기 위해 별도 송풍 냉각장치를 가동하는 것이
정의당 당대표 선거에서 김윤기·이정미 후보가 결선에 진출했다. 새 대표의 임무는 당명개정부터 노선·정책의 혁신까지 재창당을 주도하는 것이다. 그러나 재창당이 쉽지 않은 게 속사정이다. 왜냐하면 정의당이 추락한 원인에 대한 당내 합의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어떤 계파는 노동정체성 대신 젠더정체성을 과하게 대표하는 비례의원을 당 추락의 원인으로 진단한다. 다른 계파들은 '민주당 2중대 노선'을 원인으로 진단한다. 재창당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떤 접근이 필요할까. '대중정당'(mass party)의 관점에서 노동과 젠더를 대립으로 보지 말고 모두를 포괄하는 '국민정당'(catch-all party)의 관점이 필요하다. 특히 '민주당 2중대 노선'에서 벗어나 두 당의 경쟁관계를 새롭게 복원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민주노동당이 어떻게 민주당을 압박하며 경쟁력을 갖게 됐는지를 추억하는 게 필요하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에게 맞서 권영길 후보는 '국민여러분, 살림살이 나아졌습니까'라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분기마다 세계 경제전망을 발표하는데 이번 10월 전망에서는 '생계비 위기'를 경고하고 나섰다. 인플레 고공행진으로 실질구매력이 위축된 것은 물론 팬데믹 지속과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지정학적 불확실성의 확산이 유가나 식료품 및 원자재가격 앙등을 부추기며 경제성장력 자체를 저해하는 탓이다. 이에 따라 IMF는 2023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을 올해 3.2%에서 떨어진 2.7%로 제시했다. 지난 7월의 전망에 비해 0.2%포인트 낮춘 것인데 그보다 앞서 4월에는 3.6%, 1월에는 3.8%였다. 올 들어서만 전망이 1.1%포인트 인하된 것이다. 심지어 내년 성장률이 2%를 밑돌 확률도 4분의1에 이른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팬데믹으로 세계 경제가 역성장한 경우를 빼면 2% 이하는 1982년 이후 처음이다. 세계 물가도 올해 8.8%에서 내년 6.5%로 떨어지긴 하겠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이어갈 전망이다. 모두 1996년 이후 최고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인구구조가 변화하면서 노년기 장애가 증가하고 있다. 현재 장애인복지법은 장애인을 '신체적, 정신적 장애로 오랫동안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자'로 정의했고 보건복지부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현재 장애인구로 등록된 수는 262만2950명, 이 중 54세 이상 장애인구는 49.9%에 달한다. 실제론 이보다 장애인수가 더 많은데 보험연구원의 2018년 보고서 '장애인의 위험보장 강화방안'에 따르면 '일상생활장애' 기준 적용 시 장애인구 비중은 전체 인구의 10%로 추산된다. 특히 장애 발생의 89%가 후천적이며 평균수명 증가로 노년기가 길어지면서 50세 이후 장애 발생 비중이 50% 이상을 차지한다. 즉 누구나 장애를 가질 가능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금융분야에서 최근 장애인을 위한 금융정책과 방안을 마련하는 경향이 있으나 장애인 차별과 금융상품·서비스 이용편의 개선에 주로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앞으로 장애인의 금융접근성 강화와 금융포용 면에서보다 장애
지금으로부터 딱 4개월 전 일이다. 한 신문사로부터 인터뷰 요청 전화가 왔다. 생애 첫 주택구매를 위한 정부의 대출규제 완화에 대한 의견을 묻는 것이었다. 집값에 거품이 잔뜩 끼고 금리가 올라가는 것만 남았는데 당분간 대출규제 완화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답했다. 기자는 지금 여러 전문가의 의견을 듣는데 규제완화에 반대하는 이는 처음이라며 놀라워했다. 그러면서 다른 전문가들은 청년들을 위한 '주거사다리'를 지원하는 대책이 늦어진 점을 아쉬워했다고 전했다. 필자는 그건 주거사다리가 아니라 '썩은 동아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시장에 낀 거품을 측정하는 지표 중 내가 가장 신뢰하는 것은 '주택구입부담지수'(HAI)다. 이 지표는 대출금리에 대한 가계의 부담을 민감하게 반영한다. 한 해 4000만원을 버는 가구의 예를 들어보자. HAI는 집을 위한 '적정부담액' 수준을 가구소득의 25% 정도로 보는데 이때 HAI를 100으로 설정한다. HAI가 가장 높았던 때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나는 평균 이상이다.' 누구나 쉽게 하는 생각이다. 내가 아무리 못해도 다른 사람들보다 낫고 최소한 평균 이상일 것이라는 믿음은 어쩌면 인간의 속성상 당연한 것이다. 행동경제학자 토머스 길로비치는 '자신이 평균보다 낫다고 여기는 경향은 인간의 보편적인 심리'라고 했다. 실제 1977년 미국 고등학교 3학년생 100만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자신의 리더십이 평균 이상이라고 스스로 생각하는 비율이 70%를 넘었다. 심지어 본인의 친화력이 평균 이상이라고 생각하는 학생이 100%였다는 것만 보더라도 확실히 사람은 스스로에 대한 과신효과(overconfidence effect)가 강한 것 같다. '워비곤호수 효과'라는 게 있다. 1974년부터 2016년까지 진행된 미국 라디오드라마에 워비곤호수라는 가상의 마을이 나온다. 이 가상마을의 모든 여자는 아름답고 남자들은 잘생겼으며 아이들은 평균 이상으로 뛰어난 것으로 설정됐다. 이렇게 뚜렷한 근거는 없으나 자기 자신이나 자신이 속
0.75. 프로야구계의 국보로 불리던 투수 선동열의 방어율이 아니다. 올해 2분기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다.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다. 2.1명이 되어야 현재 인구가 유지된다. 차이가 너무 크다. 거의 압도적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지난 7일 국회예산정책처는 이 숫자가 2026년에 0.69명까지 추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 해 출생아 숫자는 2020년에 30만 명이 깨졌다. 2021년에는 26만여 명으로 사상 최저였다. 올해도 매월 출생아 수가 전년 동기 대비 줄어들고 있다. 암울하다. 정부 대책은 있었다. 2006년부터'저출산·고령화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해 왔다. 많은 예산도 투입되었다. 하지만 실패에 가까웠다. 저출생위기와 기후위기는 닮아있다. 반드시 온다는 것을 모두 안다. 하지만 당장 오지는 않으니 대책이 느슨하다. 정책 우선순위에서도 밀린다. 그러다가 '심판의 날'을 맞을 수 있다. 확실한 컨트롤타워를 세우고 명확한 방향성을 가진 인구
강대국으로 인정받기 위한 조건은 다양하지만 그 가운데 하나는 기존 규칙을 폐기하고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 다른 국가에 이를 강요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2022년 세계에서 이런 조건을 충족하는 국가는 미국이 유일하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많은 규칙은 짧게는 30년, 길게는 80년 동안 미국이 만들고 유지한 것이다. 자유무역과 달러를 기반으로 한 원자재와 에너지 자원에 대한 결제시스템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최근 미국이 이런 규칙을 바꾸기로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일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는 트위터에 자유무역은 많은 이익을 가져왔지만 부의 집중, 취약한 공급망에 대한 과도한 의존, 제조업의 몰락과 같은 비용을 치렀다고 언급했다. 다른 나라로 하여금 관세를 인하하고 각종 무역장벽과 규제를 낮추거나 폐지하도록 압박하는 선봉에 선 미국 무역대표부가 자유무역의 본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낸 것은 매우 상징적이라 할 수 있다. 당장 미국이 자유무역의 폐기로
"칸막이를 없애야 한다" 조직의 효율성, 의사소통의 수준이 낮을 때 흔히 나오는 제언이다. 대체로 옳은 말이다. 하지만 사고(事故)의 확산을 막기 위한 격벽이나 방화벽이라는 개념에서 보면 다르다. 배 바닥 어디에서 구멍이 생겨도 격벽이 촘촘하고 튼튼하면 침수를 최소화하면서 항해를 계속해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 운항 중에 수리를 해서 누수를 막을 수 도 있다. 방화벽이 강하다고해서 화재를 예방할 순 없지만 피해를 최소화할 순 있다. 그러니까 칸막이가 약하면 배가 침몰하고 건물이 잿더미가 되는 법이다. 요즘 대통령 지지율이 매우 좋지 않다. 여러 언론들이 지난 주말 갤럽 정례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하면서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제목을 달았다. 그런데 일부 언론들은 "'다시 최저치'를 찍었다"고 보도했다. 둘다 맞는 말인 것이 지난 8월 첫째주 기록한 지지율 24%가 그대로 나왔기 때문이다. 나쁜 숫자고 나쁜 상황이다. 그런데 '격벽'의 관점에서 보면 숫자 이상의 심각성이 보인다
2012년 오바마는 진보적 경제학자인 하버드 교수 제레미 스타인과 균형을 맞추기 위해 월가 투자은행 출신의 보수적 법조인인 제롬 파월을 신임 연준 이사로 지명했다. 그러나 2018년 연준 의장이 된 이후 파월이 추구한 통화정책의 방향은 균형 감각과는 거리가 멀었다. 2020년 상반기 팬데믹이 시작되고 미국 경제가 30% 넘게 역성장하자 경기 되살리기가 연준의 지상명령이 되었다. 연준은 비상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0.25% 아래로 내리고 무제한 양적완화에 돌입했다. 트럼프 행정부도 긴급 재정 투입과 경제 봉쇄 해제로 연준을 엄호했다. 재정과 통화의 두 날개에서 뿜어져 나오는 헬리콥터 머니는 즉각적인 효과를 보였다. 그 해 가을 미 경제는 34% 성장하며 경제 공황의 공포로부터 벗어났다. 그런데도 연준의 경기 부양을 향한 질주는 멈추지 않았다. 팬데믹 기간 연준은 5조 달러에 달하는 채권을 사들이고 한국 등 9개국 중앙은행과 통화스왑을 체결했다. 전 세계적으로 달러 유동성을 증가시켜 경
우리나라에서 창업은 민간보다 공적 부문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1986년 '중소기업창업지원법'이 제정된 이후 1997년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그리고 1993년 '지역균형 발전 및 지방중소기업 육성에 관한 법률' 제정 등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모두 창업지원사업을 열렬히 추진했다. 그리고 창업지원의 주대상은 40세 미만 청년이었다. 그러나 창업지원사업이 길게는 35년 짧게는 25년여가 되다 보니 정책의 다양성이나 청년층의 창업모델도 한계가 드러났다. 한편 2010년대 중반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함에 따라 시니어 창업이 주목받고 있다. 미국과 유럽 선진국에서는 최근 시니어 창업의 비중이 다른 연령층보다 상승하는 추세를 보인다. 연구에 따르면 시니어 창업자는 여러 측면에서 다른 연령대의 창업자와 차별화한 장점이 있으며 특히 직장생활에서 축적한 경험, 기술, 네트워크가 창업 성공의 가능성을 높인다고 한다. 우리나라 연구에서도 시니어 창업은 고위험, 고수익을 추구하는 청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