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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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편결제를 위한 선불충전금이 어느새 2조원을 넘었다. 비대면 결제 시장이 급성장 중이어서 선불충전금 액수는 더 많아질 것이다. 그런데도 규제는 사실상 전무하다. 가이드라인을 통해 선불충전금을 은행 등 외부기관에 신탁하거나 지급보증보험에 가입하라고 행정지도 하는 게 전부다. 소비자보호 차원에서 금융기관이 망해도 인당 5000만원까지 예금을 보호해 주는 것과 다르다. "선불충전금=예금"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간편결제·송금 업체들과 일부 금융당국자의 인식이 반영된 까닭이다. 이들은 충전 한도가 200만원에 불과하고 투자나 대출에 활용할 수 없다며 예금과 다르다고 강변한다. 다분히 행정편의적이고 사업자 중심적인 발상이다. 소비자들은 선불충전금이든 예금이든 간편결제 업체와 금융기관을 믿고 맡기는 돈이라는 점에서 차이를 못 느낀다. 대출에 활용되든 말든, 이자를 주든 말든, 맡겼다가 쓰고 남을 때 안전하게 돌려받는 게 중요하다. 국내에선 빅테크(=IT대기업)가 결제시장을 장악하고 있음에도 '혁신
"상대적으로 학교가 안전하다는 사실이 통계로 확인되고 있는데도 학생들을 등교시키지 않는 건 교육부의 직무유기 아닙니까." 델타 변이 바이러스 유행으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000명 대로 올라서 학교들이 전면 원격 수업에 들어갈 때 쯤 한 감염병 전문가가 취재진에게 한 말이다. 학생들이 모이면 감염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지는 건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 문을 닫는 건 오히려 쉬운 선택이다. 먼저 등교를 확대하면 교사들의 부담이 커진다. 방역에 신경쓰면서 아이들을 가르쳐야 하는 이중고를 떠안는다. 올 6월 교육부가 전면 등교를 앞두고 2학기 전면 등교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을 당시 교원의 '(매우) 긍정' 답변 비율(52.4%)이 학부모(77.7%)에 비해 낮았던 것이 이러한 부담감을 보여준다. 여기에 방역에 추가로 예산을 투입하라는 요구 커지고 학내 감염이 발생할 경우 책임이 오롯이 학교로 돌아간다는 점도 당국으로서는 우려스럽다.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이번 발표 전 "등교
한 IT기업 디자인팀이 기발한 서비스 콘셉트를 발표했다. 혁신적인 서비스지만 실제로 구현할 수 있는지가 불명확했다. 이에 참지 못한 개발자가 디자이너에게 실현 방법을 물어보자 디자이가 답했다. "어떻게 구현할지는 개발팀이 알아서 고민해보셔야죠" 구체적 방법 없이 장밋빛 미래만 외치는 건 쉽다. 실현 방법에 대한 고민도 없으니 말하는 사람은 속 편하다. 실무진에 대한 배려는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다. 무책임할 따름이다. 대선 후보들의 경제 공약을 바라보는 재정당국의 입장은 IT기업에서 디자인팀을 대하는 개발자와 유사하다. 매년 50조원 넘는 기본소득을 전국민에게 뿌리겠다는 공약, 20세가 될 때 1억원씩 안겨주겠다는 공약은 모두 신선하다. 공약의 재원조달 방식은 허술하기 이를 데 없다. 기본소득은 토지보유세를 시설하겠다는 방안을 내놨지만 헌법상 재산권을 침해하지 않으면서 얼마를 어떻게 걷을지 아무도 모른다. 오죽하면 같은 당 후보가 "나랏돈 물 쓰듯 하기 대회에 나왔냐"며 비꼴 정도
"그냥 알아서 버려주세요." 홀로 사망한 무연고자의 시신이 수습된 후 집안을 청소하는 특수청소업체 직원들이 자주 듣는 말이다. 어렵게 유족을 찾아 연락하면 대부분이 냉담한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유품도 필요없으니 모두 버려달라는 것이다. 지난 3일에도 서울 화곡동에서 사망한 지 한참이 지난 40대 남성이 발견됐다. 시민단체의 지원을 받아 노숙 생활을 이겨내고 집을 얻었지만 그와 대화를 나누는 사람이 없었다. 그는 매일같이 막걸리를 사가며 술에 의존했다. '고독사'는 가족, 친척과 단절돼 홀로 살아가는 사람이 맞이하는 죽음이다. '냄새'가 아니라면 시신마저 오랫동안 고독할 죽음이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고독사'를 검색하면 가장 먼저 특수청소업체들의 광고가 뜬다. 수요가 그만큼 많고, 업체간 경쟁도 그만큼 심해졌다는 걸 방증한다. 무연고자의 장례는 기계적이고 형식적이고 건조하다. 시신을 인수할 가족이 없거나 지자체의 지원이 없으면 안치실에서 화장장으로 바로 옮긴다. 빈소, 조문객 등
"속전속결하려면 적장을 잡아라. 적장을 잡으면 상대의 전체 역량을 와해시켜 전쟁을 빨리 끝낼 수 있다." (손자병법) 과거 전쟁에선 적장을 사로잡거나 죽인다는 것은 승리를 의미해 왔다. 이 말은 현대전에서도 유효하다. 핵무기로 상대의 수뇌부를 선제타격해 무력화하는 참수작전은 핵전쟁의 주요 전략 중 하나다. 성공한다면 전시 통제에 혼란을 불러올 수 있고, 일부의 경우 사기 저하까지 유도할 수 있다.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르는 기업에도 예기치 못한 리더의 부재는 치명상이다.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기업 TSMC의 설립자 모리스 창은 2005년 별다른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회사를 떠나겠다'는 깜짝 발표를 했다. 이후 TSMC 수익은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 내리막길을 걸었고, 창은 2009년 경영현장에 복귀해 다시 지휘권을 잡아야만 했다. 갑작스레 총수 부재 상황에 놓인 삼성그룹 곳곳에서도 위기 신호가 감지된다. 115조원에 달하는 현금을 손에 쥐고 있지만 새 투자 소식은
IPO(기업공개) 대어 크래프톤이 부진한 청약 결과에 자존심을 구겼다. 통합 청약 경쟁률 7.79 대 1. 중복청약이 금지된 카카오뱅크의 청약 첫날 경쟁률(37.8 대 1)에도 못 미친다. 낮은 청약 경쟁률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249만원에 달하는 최소 청약 증거금이 부담이라는 분석부터 대어들의 잇단 '따상'(공모가 두배에서 시초가 형성된 후 상한가) 실패에 꺾인 공모주 투자 열풍 등이다. 이유야 어찌됐건 역대급 흥행엔 실패했다. 크래프톤을 보면 지난해 10월 하이브, 당시 빅히트가 겹쳐보인다. 하이브는 크래프톤과 마찬가지로 공모 청약 전부터 고평가 논란에 시달렸다. 아이돌 그룹 'BTS' 하나에만 의존하는 사업 구조가 걸림돌로 지적됐다. 경영진들이 발표한 플랫폼 사업 확장 계획은 투자자들을 설득하기 역부족이었다. 성과 없이 계획만 갖고, 투자를 할 수 없다는 것. 청약 결과는 저조했다. 하이브의 최종 청약 경쟁률은 606.97 대 1. 하이브 전후로 청약을 진행한 카카오게임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의 '진심'을 믿는다. 지난달 28일 국민 앞에서 '원팀' 배지를 가슴에 달고 협약서에 친필 서명도 했다. 이제 설득력이 떨어지는 공세는 경쟁의 일환이 아닌 신뢰 파기가 된다. 억지로라도 '원팀' 의지를 보여야만 한다. 강성 지지자들은 다르다. 소수지만 막강 화력으로 세력 전체를 대변하는 '스피커' 역할을 한다. 내가 하면 '검증', 남이 하면 '네거티브' 방식의 공방을 이어간다. 특정 후보가 민주당 후보가 되면 지지하지 않겠다는 뜻도 숨기지 않는다. 정치 분야 '생계형 자영업자'들도 영업을 개시한다. 디지털 툴의 정치적 활용 가능성을 일찌감치 꿰뚫어 본 이들이다. '무한 복제'로 대표되는 디지털 특성을 온라인상 댓글, 추천수 조작 등에 십분 활용한다. 대단한 기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어서 접근성이 낮다. 각 캠프가 파악하지 못하는 공간에서 대가 없이 활동하다 '샘플'이 만들어지면 이익 추구를 꾀한다.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드루킹 사건'이 이와 무관하지 않다. 여
"정권 바뀔 때까지 버티자" 올해 6월부터 정부가 양도세와 보유세를 동시에 강화하자 다주택자들이 '버티기 모드'에 들어갔다. 6월 이전에 다주택자들이 세금 부담을 못이겨 매물을 내놓을 것이라는 정부의 기대와 달리 정책은 '매물잠김' 현상을 만들었다. 최근에 만난 A세무사는 "절세를 위해 자녀에게 증여하거나 위장이혼을 문의하는 경우도 많다"고 귀띔한다. "응 안믿어" 정부의 연이은 집값 경고에 무주택자들은 이렇게 반응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두 달새 다섯 차례에 걸쳐 부동산 가격 고점을 언급했지만 무주택자들은 정반대로 움직인다. 수치로도 드러난다. 지난 28일 KB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이달 전국 매수우위지수는 101.5를 기록하며 기준점을 넘어섰다. 팔고자 하는 사람보다 사고자 하는 사람이 더 많다는 의미다. 홍 부총리가 집값 고점을 경고한 날 세종 아파트 청약에는 22만명이 몰려 평균경쟁률 199.7대 1을 기록했다. 시장은 정부의 정책 의도와 반대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한 것을 보면서 올 초 취재와 관련해 겪었던 황당한 일이 떠올랐다. 이른바 '허위보도'에 책임을 묻겠다는 민주당의 태도 때문인데 과연 민주당이 말하는 '허위보도'가 무엇을 말하는지 우려스러워서다. 먼저 지난 2월17일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심사하는 국회 국토위 법안소위 상황을 취재할 때 일이다. 당시 4·7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정부여당 주도로 신공항 입지를 못박은 초유의 특별법이 국회서 논의 중이었다. 축조심사 과정에서 국토위 민주당 의원들조차 법안의 문제가 많다고 인정해 원안의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조항을 수정키로 잠정합의 했다는 사실을 파악해 기사화했다. 결론적으로 민주당은 합의안을 보류했다. 기사가 알려져 부산 민심이 들끓자 회의 종료 직전 지도부가 개입한 것이다. 이미 민주당 내부 분열 등 추종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민주당 공보 담당자는 전화를 걸어와 기사가 오보이니 수정하라고 했다. 민주당은 기사가 사실과 다르며
이달 1일부터 5인 이상 50인 미만 기업에도 '주 52시간 근무제'가 적용됐다. 야권 대선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스타트업 생태계를 예시로 들며 "실패한 정책"이라고 불씨를 지핀 이후 주 52시간제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큰 틀에서는 찬반양론으로 갈리지만 제기되는 주장들을 보면 사실상 중구난방에 가깝다. 각자 처한 업종별·규모별·직무별 상황이 제각각이라 자신의 경험을 중심으로 '나는 어떻다'며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이미 '획일적인 근로시간 규제'의 허점이 드러났다고 본다. 실제로 주 52시간제를 통해 어떤 노동자는 눈치 안보고 퇴근할 수 있게 됐다고 하는 반면 어떤 노동자는 잔업수당이 줄어 생계가 곤란해졌다고 한다. 주 52시간제는 모든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추진된 정책이다. 그런데 그 속에서 수혜자와 피해자가 극명하게 나뉜다는 것은 정부의 획일적인 통제가 결코 정답이 아니라는 것을 반증한다. 지금의 고용구조는 지주가 소작농을 수탈하고 착취하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신포차' 1호점이 이슈가 됐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성공 신화를 쓸 수 있게 만든 '성지'마저 코로나19(COVID-19)의 여파를 비켜 가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한신포차 1호점 사업을 정리하고 해당 건물을 350억원에 내놓기로 한 사람은 백 대표와 동업하던 이다. 백 대표가 이곳에서 그와 함께 한신포차를 키우며 프랜차이즈 일궈갔다. 그런데 막상 더본코리아 매출을 보면 되레 증가세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이 1507억원으로 전년보다 8% 증가했다. 더본코리아는 한신포차와 새마을식당, 빽다방, 홍콩반점 등 프랜차이즈를 운영한다. 프랜차이즈 본사인 더본코리아 매출 증가가 곧 프랜차이즈 가맹점 매출 증가는 아닌 셈이다. 더본코리아의 지난해 음식매출을 보면 278억원으로 전년보다 15% 감소했다. 가맹점에 납품하는 음식이 줄어든 것이다. 더본코리아 측은 "지난해 250개 정도 점포를 순증시켰고 배달 서비스 확대 등으로 점포당 매출 감소를 최소화했다"며 "수요
"법은 최후의 수단이어야 하는데, 시장 상황이 그 정도로 최악인가요?"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의 IT(정보통신) 분야 규제압박 사례를 취재하던 중 한 법률전문가는 이렇게 되물었다. 과잉규제 우려를 내비친 것이다. 정작 당사자인 IT 업계는 말을 아낀다. 밉보이면 더 찍힐 것을 우려한 것이다. 국회에 계류 중인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 '전자상거래법'을 두고 IT 업계는 '벙어리 냉가슴'이다. 구글,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플랫폼에 대항하기 위해 EU(유럽연합)가 만들어낸 반독점 제도들이 한국에서는 도리어 네이버·카카오 같은 로컬 사업자를 겨누는 칼날로 바뀌었다. 플랫폼 독점을 경계하자는 취지이지만, 시장상황을 살펴보면 의문부호가 따른다. 지난 3월 공정위가 '당근마켓' 등 C2C(개인 간 거래) 사업자 규제의 근거로 삼았던 사기 피해는 지난해 약 5900만건 거래 중에 368건에 불과했다.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다 태우느냐'는 반응이 나온다. 네이버·카카오야 체급이 되니 버티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