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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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방어선이라고 생각했던 1950선이 무너졌네요. 현재로선 바닥도 예측하기 힘든 시기입니다." (A증권사 리서치센터장) 국내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을 지켜보는 증권업계 전문가들의 시각이 어느 때보다 비관적이다. 특히 지난 5일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51.15포인트(2.56%) 내린 1946.98로 마감했다. 이는 종가기준 2016년 6월 28일(1936.22) 이후 3년 2개월 만에 기록한 최저치였다. 이후 코스피는 아직 1950선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반등 시기를 점치기도 쉽지 않다. 코스피 지수 1950선은 PBR(주가순자산비율) 0.83배(12개월 후행) 수준에 해당한다. 지난 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 당시 국내 PBR은 0.85배 부근에서 저점을 기록했다. 국내 증시와 가장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매크로 지표인 수출은 8개월 연속 전년대비 역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유안타증권이 산출한 시가총액과 수출금액 간 회귀식에
"저희는 절차대로 감리자를 선정하고 철거심의를 진행했습니다. 감리자가 현장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습니다" 지난달 4일 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의 생명을 앗아간 서울 서초구 '잠원동 붕괴사고' 직후 한 구청 직원은 자신감이 넘쳤다. "87세 노인이 어떻게 현장을 감독하는 상주 감리자가 됐냐"는 질문에는 "건축사 자격증을 보유해 자격에는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현행법과 제도 아래서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는 얘기다. 책임 떠넘기기는 서울 양천구 목동 빗물펌프장 수몰 사고에서도 반복됐다. 서울에 호우주의보가 발령된 지난달 31일 40m 깊이 빗물 저류 배수 시설에서 작업자 2명과 이들을 구하기 위해 내려간 현대건설 직원 1명이 고립돼 목숨을 잃었다. 순식간에 물이 휩쓸려오는 상황에서 수문을 통제하는 제어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빗물 펌프장을 시공한 현대건설 측은 "직원이 수문 작동에 필요한 비밀번호를 알지 못했다"며 구청에 책임을 떠넘겼다. 양천구청 측은 "준공 전이라 운
한일 관계가 악화된 국면에서 일본계 자금의 유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글로벌 개방 경제에서 자본은 쉼없이 국경을 넘나들지만 여전히 국적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 자본 역시 전 세계를 무대로 하고 있지만 자국 정부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 결국 ‘민족자본’의 성격을 지닌 셈이다. 국내 은행들도 ‘민족자본’의 정체성을 강조한다. KDB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IBK기업은행 등 국책은행 영문명에는 ‘KOREA’가 포함돼 있으며 민간 시중은행도 한국의 정체성을 내세운다. 우리은행은 1899년 고종황제의 내탕금을 기반으로 설립된 대한천일은행을 뿌리로 뒀으며, NH농협은행은 농민 출자로 이뤄진 농협중앙회가 지분 전량을 소유한 ‘100% 순수 국내자본’이라고 강조한다. KB국민은행은 은행명에 ‘국민’을 넣었다. 신한은행의 출발은 특별하다. 국내 최고(最古)의 한성은행(1897년 설립)을 모태로 한 조흥은행을 2006년 인수하면서 민족자본의 역사성을 더했지만, 신한은
반도체업계에서 20여 년 잔뼈가 굵은 한 지일파 기업인과 8일 점심을 했다. 이날 아침 나온 일본의 반도체 수출규제 품목 첫 허가 소식을 두고 양국 갈등이 소강기에 접어든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그는 "아베 정부 성향이나 태생을 볼 때 지금의 미묘한 변화 기류가 출구전략일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 "여름 휴가 가긴 글렀다"는 말에 자리에 있던 이들이 모두 쓴웃음을 흘렸다. 아베 총리는 알려진 것과 달리 민감한 싸움을 무수히 도발하면서 성장한 인물이다. 흔히 '잃어버린 20년' 우경화 바람을 타고 손쉽게 총리에 오른 귀공자로 묘사하지만 대북, 대중 온건파와 정치적 생명을 건 권력투쟁에서 살아남은 이들이 가득한 곳이 지금의 일본 총리 관저다. 지난달 참의원선거에서 아베 총리에게 과반 의석의 몰표를 몰아준 지지기반이 기대는 것도 그의 이런 전력과 기질이다. 여기엔 아베가 내세우는 '강한 일본', '보수 재구축'이라는 허황된 꿈도 덧칠돼 있다. 지난달부터 본격화된 일본 경제보복 역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표정은 시종일관 굳어 있었다. 옆에 선 다른 참석자들도 입을 꽉 다물었다. 홍 부총리는 수십 명의 기자들을 앞에 두고 모두발언을 시작했다. ‘24시간 모니터링’, ‘선제적이고 단호한 조치’ 등 강한 단어가 사용됐다. 급등락하는 환율 상황에 대한 위기감이 묻어 있었다. 7일 열린 긴급 거시경제금융회의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최종구 금융위원장,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등 정책당국 수장이 모두 모인 무게감 있는 회의였다. 하지만 중국 인민은행이 심리적 마지노선이었던 ‘1달러=7위안’ 선이 깨지는 ‘포치(破七)’를 용인한 게 지난 5일이었고,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게 5일(현지시각)이라는 걸 감안하면 회의에 ’긴급‘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가 낯뜨겁다. 지난 5일 환율이 급등하기 시작할 때 외환시장에 대한 정부 메시지는 “비정상적 급등, 시장원리 아니다”에 불과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지만 남의 일 보듯 하는
독일과 일본 등 2차 대전 전범국들에게 진심어린 사과와 반성을 구하는 것은 피해자들의 상처 치유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똑같은 실수를 저질러 문명을 퇴보시켜선 안된다는 다짐이자 후대의 본보기를 만들기 위함이다. 전진의 첫걸음이기도 하다. 독일과 이웃 국가 관계에 비해 한일간 과거사 정리는 여전히 미흡하단 게 중론이다. 그럼에도 일본은 한국과의 총성없는 전쟁을 다시 시작했다. 1965년 수교를 맺은 지 반세기가 지나서다. 일본의 1차 수출규제 조치는 한국 경제 주요축인 전자산업을 정확히 겨냥, 포문을 연 격이었다. 이제 2차 조치로 전선을 넓히려 한다. 피해는 한국 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일본 기업들 사이에도 우려가 나온다. 중국만 어부지리를 얻을 수도 있다. 우리가 모르는 한일 외교적 마찰이 있었을 수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정치 또는 외교적 문제를 경제보복으로 맞선 것은 일본의 실수다. 일본은 '안보 논리'를 들지만 외신조차 이번 조치의 배경에 지난해 말 한국 대법원의 일제
촛불을 경험한 국민들은 자발적이다. 공정하지 않은 것에 분노한다. 누군가의 선전·선동에 의한 게 아니다. 공유하고 참여하고 흐름을 만든다. 일본 정부의 경제 도발 이후 한달 남짓 기간동안 벌어진 ‘노 재팬(NO JAPAN)’, 불매 운동도 그렇다. 7월 한 달 동안 국내 마트에서 인기를 끌던 일본 담배와 맥주 판매량이 한 달새 급감했다. 일본 패키지 여행과 항공권 판매도 전년동기대비 30% 넘게 급감했다. 일본 신차 상담건수는 반토막이 났다. 간혹 ‘선’을 넘으려는 움직임이 있지만 집단지성의 힘으로 조정된다. 한일 갈등이 ‘혐일’의 감정으로 번지지 않는 배경이다. 하지만 일부 ‘정치 과잉’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반일 감정’에 기댄, 자기 정치 움직임이다. “일본 여행 금지 구역을 확대해야 한다” “도쿄 올림픽을 보이콧해야 한다” 등의 주장이 대표적인 예다. 정점은 서양호 서울 중구청장의 행보다. 그는 광화문과 서울시청, 명동 일대에 내건 일본 제품 불매운동 ‘노 재팬’ 깃발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 사태에 이어 신라젠의 펙사벡 간암 임상 3상이 실패하면서 바이오 투자심리가 얼어붙었다. 일각에서는 국내 바이오 업계의 신약 개발 능력을 의심하며 ‘바이오 거품론’ ‘바이오 사기론’까지 제기한다. 신라젠은 지난 4일 긴급 간담회에서 “복잡한 미로를 걷는 것 같다”고 했다. 이 말은 신약 개발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후보물질 확보부터 출시까지 신약 개발 성공 확률은 0.02%에 불과하다. 마지막 단계인 임상 3상 성공률도 58.1%에 그친다. 신약 개발의 마지막 관문인 임상 3상에서도 절반가량은 실패한다는 얘기다. 미국 FDA(식품의약국) 등 허가 당국으로부터 임상 승인을 받고, 최종 허가를 획득하는 과정도 만만찮다. 신라젠은 DMC(데이터 모니터링 위원회)로부터 ‘펙사벡’ 간암 임상 3상 중단 권고를 받기 전까지 데이터를 확인할 수 없었다. FDA의 지시대로 무용성 평가를 진행했고, 중단 권고를 받고 하루가 지나서야 구체적인 데이터를 받을 수 있
"아시아나항공 매각 작업이 잘 진행되도록 도와달라." 지난달 25일 만난 금호가 3세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이 한 말이다. 31년간 그룹 주력사로 있던 아시아나항공 매각 공고 발표를 하고 나서일까. 떨리는 목소리에 절박한 호소로 들리기도 했다. 갑작스러운 자리였지만 박 사장은 자신의 진심을 직접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20여 분 동안 '진정성', '신뢰'를 몇 차례나 언급했다. 올해 인수·합병(M&A) 최대 매물로 꼽히는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본격화됐다. 재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가운데 금호산업과 채권단은 연내 매각을 자신한다. 아시아나항공의 '제1가치'는 대형항공사의 경영권 확보다. 항공산업은 면허사업으로 진입 장벽이 높다. 아시아나항공 규모의 항공사는 앞으로 매물이 나올 가능성이 없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도 "강남 아파트는 이번에 못 사면 또 다른 매물이 나오겠지만, 아시아나항공은 이번이 아니면 다시 못산다"고도 했다. 그야말로 강한 자신감이다. 하지만 그 누
지난 주말 동대문의 한 유명 식당을 찾았다. 외국인 관광객도 제법 있었는데, 어느 순간 일본어로 대화하는 종업원과 손님의 테이블에 주변 시선이 꽂혔다. 밥을 먹던 일부 손님은 "어느 시국인데 일본인들이 관광와서 밥을 먹지?"라는 식의 비아냥거림을 던지며 혀를 찼다. 일본의 경제보복이 한달째를 맞았다. 한국에선 이에 반발해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일어났다. 그런데 빗나간 불매운동도 보인다. 최근들어 등장한 일본인에게 여객선 요금을 815만원을 받겠다는 울산의 현수막이, 지난달 한 공연장에서 일본인 연주자들로 구성된 밴드에게 한 관객이 ‘쪽바리’라고 외치고 나가버렸던 일 등이 그렇다. 일본 나고야시에서 열린 일본 최대 국제예술제인 '아이치 트리엔날레'에 전시된 위안부 소녀상은 전시 사흘만에 일본 정부의 압박과 혐한 여론에 밀려 철거됐다. 아사히신문이 전한 전시 마지막날 풍경은 '혐한' 그 자체였다. 혐한 세력은 전시장에서 “역대 최악의 전시”라고 소리를 지르거나, 소녀상의 머리에 봉지를
지난달 25일 취임한 윤석열 검찰총장은 취임 일성으로 '공정경쟁'을 천명했다. "권력기관의 정치·선거개입, 불법자금 수수, 시장 교란 반칙행위, 우월적 지위의 남용 등 정치 경제 분야의 공정한 경쟁질서를 무너뜨리는 범죄"에 대해 단호한 대응을 해 나가겠다는 선언은 일견 문재인정부 들어 이뤄졌던 '적폐수사'의 연장선상으로 해석된다. 지난달 초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회의에서 '공정한 경쟁이 보장돼야 경제활력이 살아난다"고 강조한 것이 떠오르기도 한다. 흥미로운 점은 윤 총장이 '공정경쟁'이란 화두를 꺼내든 배경을 설명한 방법이다. 이례적으로 설명자료까지 배포해 윤 총장의 철학과 신념을 '국민'들에게 밝히는 데 공을 들였기 때문이다. 그에게 '적폐수사'의 칼을 쥐어준 것은 문재인정부지만 그 연원은 훨씬 더 오래되고 뿌리 또한 다르다는 걸 전달하고 싶어서였을까. 윤 총장이 자신의 사상적 배경을 굳이 자유주의 경제학파로 밝힌 것을 두고도 해석이 분분했던 이유다. 윤 총장은 언급한 시카고학
"비난하는 건 쉽지만, 만드는 건 어렵습니다." 최근 열린 e커머스 관련 포럼에 참석한 대형 유통업체의 개발 실무자의 말이다. 함께 참석한 패널이 "(기존 유통업체의) 새로운 서비스가 모두 거기서 거기이며, 혁신은 없다"라고 지적하자 나온 말이다. 제한된 인력과 자본으로 '혁신'을 만들어야 하는 어려움에 대한 나름의 호소다. 하지만 현실적인 한계만을 탓하게엔 상황이 만만치 않다. 2015년 54조원이었던 국내 e커머스 시장 규모는 지난해 100조원을 돌파했고, 올해 130조원을 바라보고 있다.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초저가 할인 경쟁부터, 새벽배송 등 배송 경쟁, 유료 멤버십까지 전방위적인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치열한 생존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전통적인 유통업체인 롯데와 신세계의 행보는 혁신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e커머스 업체들이 '업계 최초 타임세일', '업계 최초 당일배송', '업계 최초 유료 멤버십' 등을 앞세워 혁신경쟁을 주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