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선택적 정의를 향한 선택적 분노

[기자수첩]선택적 정의를 향한 선택적 분노

이영민 기자
2019.09.30 16:19

"각자 선택한 정의로 선택적 분노…보편적 정의 생각할 때"

"전 검찰력 투입한 조국 법무부장관 수사, 고발인이 참 부럽다."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가 이달 20일 고발인 자격으로 경찰에 출석하며 말했다. 임 부장이 내부고발한 사건은 눈 감은 검찰이 조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 수사에는 전력을 다한다는 지적이다.

임 부장은 "검사의 공문서위조 의혹 수사에는 비협조적이던 검찰이 사립대 교수 1명의 사문서 위조 의혹 수사에는 특수부를 투입했다"며 "검찰의 선택적 수사, 선택적 분노, 선택적 정의의 위험성에 많은 분들이 공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 부장이 말한 검찰의 선택적 정의를 향한 시민의 분노는 예상보다 컸다. 이달 28일 조 장관에 대한 수사를 비판하고 검찰 개혁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200만명이 넘는 시민이 촛불을 밝혔다. 조 장관에 대한 과잉수사 논란이 검찰 개혁 목소리를 키운 결과다.

반대로 조 장관 퇴진을 촉구하는 단체는 조 장관의 선택적 정의에 분노한다. 조 장관 퇴진을 촉구하는 전국대학생연합집회 측은 "남의 일에는 정의로운 말로 지적하더니 본인에게 같은 문제가 제기되자 아무 문제 없다고 주장하는 이중성을 보였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검찰 개혁을 외치는 200만여 시민의 분노 역시 특정 정당에 관대한 선택적 정의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조 장관을 규탄하는 대학생단체도 선택적 정의를 외친다는 비판을 면치 못했다. 서울대에 붙은 한 대자보 작성자는 "다수 청년들이 처해 있는 구조적 모순과 문제를 해결하려는 촛불인가, 현 학벌 제도를 강화하기 위한 촛불인가"라고 반문했다.

결국 각자 선택한 정의의 잣대로 선택적 분노하는 모양새다. 내가 외치는 공정과 정의가 상대방에겐 곧 불공정이고 불의이다.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보편적 정의는 설 자리를 잃은 듯하다. 각자의 정의와 분노는 잠시 멈추고 자신의 손에 있는 촛불이 어떤 정의인지 생각해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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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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