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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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은 죽은 뒤에도 구천을 떠도는 혼령이다. 과학적 실체는 없지만 사람들 다수가 '유령'을 믿고, 또 거론하게 되면 우리 주변에서 존재하는 대상이 돼 버린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도 이런 '유령'이 있다. 지난해 6월 수명을 다하고 사라졌지만 유독 과방위에서만 그 부활이 거론되며 실체 없이 떠돈다. 바로 유료방송 업계를 가입자 기반으로 규제하는 '유료방송 합산규제(합산규제)'다. 합산규제는 특정 사업자의 가입자 수가 전체 시장의 3분의 1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다. 2015년 당시 시장을 휩쓸었던 KT를 견제하기 위해 3년 한시법으로 시행됐다. 그리고 지난해 6월 일몰돼 폐기됐다. 제도 도입 당시엔 필요성이 어느 정도 인정됐던 규제였다. 하지만 그 후 3~4년여간 미디어 시장은 급격하게 변했다. 글로벌 공룡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발 코드커팅(유료방송 해지)이 국내 상륙한지 오래고, 플랫폼보단 콘텐츠 가치가 높아진 환경이 조성됐다. LG유플러스의 CJ헬
"증권사가 천하무적이다." 금융투자업계의 자조섞인 한탄이다. 회계, 의학 등 전문 지식을 증권사 실무자가 다 파악해야 한다는 최근 상황을 빗댄 말이다. 코오롱티슈진의 '인보사케이주'(이하 인보사) 사태로 결국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검찰 압수수색을 받았다. 두 증권사는 코오롱티슈진 상장 주관사다. 검찰의 의도를 100% 알 수 없지만, 코오롱티슈진 상장 과정에서 주관사의 잘못이 있는지 등을 따질 것으로 보인다. 현장에선 과도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주관사가 코오롱티슈진 상장 과정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허가를 낸 인보사의 적절성 여부를 따질 수 있냐는 지적이다. IPO(기업공개) 실무자 사이에선 외부 전문 기관에서 평가를 받아 식약처가 허가를 내고 시장에서 유통되는 의약품에 대해 상장 주관사가 기술적으로 얼마나 검증을 할 수 있냐는 하소연이 나온다. 앞서 지난달엔에는 금융당국에서 상장 주관사에 발행회사의 회계 정보에 대한 점검을 강제하는 내용의 제도 개편도 발표했다.이 때도 회
"대내외적인 여건이 좋지 않지만 채용 규모를 늘리긴 해야 할 것 같아 고민이 큽니다." 은행권이 올 하반기 채용을 앞두고 걱정이 많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금융당국의 일자리 창출 기여도 평가 결과 공개 탓이다. 은행들은 인턴 채용이나 임금피크제 적용 직원에 대한 희망퇴직 등 채용 규모를 늘리기 위한 방법을 쥐어 짜고 있다. 금융당국은 은행의 일자리 창출 효과 분석을 위한 '단순'한 측정일 뿐이라고 하지만 은행들은 사실상 채용을 늘리라는 무언의 압박으로 느낀다. 평가결과 공개로 다른 은행들과 직·간접적인 비교가 되는 것도 부담이다. 신한은행은 하반기 채용에서 650명을 뽑을 계획이지만 상황에 따라 채용 규모는 변동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KEB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 등은 아직 하반기 채용규모를 확정하지 않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부문별 우수 사례도 공개되기 때문에 채용 공고를 올리기 직전까지 은행 간 눈치작전이 치열하게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평가 대상에서 국책은행은 제외한
이달 초 일본 정부가 반도체 제조공정에 쓰이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리지스트, 고순도불화 수소(에칭 가스) 수출규제를 공식화했다. 단지 3개 품목에 대한 조치인데도 모건스탠리는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2%에서 1.8%로 낮췄다. 모건스탠리는 "일본 정부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생산의 핵심 소재 3개 품목의 한국 수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공급 제약과 생산비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같은 결과는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 국가의 아킬레스건이 고스란히 노출된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60% 이상을 장악하고 있지만 반도체 장비 국산화율(2017년 기준)은 18.2%, 소재는 50.3%에 불과하다. 장비와 소재, 부품을 일본 등 해외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지난해 반도체가 전체 수출에서 차지한 비중은 20.9%, GDP(국내총생산·1893조원)의 7.8%까지 치솟았다. 디스플레이 역시 반도체와 크게 다를 게 없다. 한국은 1995
최저임금 심의 과정은 철저히 비공개된다. 금액이 결정된 뒤 최저임금위원회 홈페이지에 회의록이 올라오지만, 논의 대상과 노사 양측 주장만 들어있을 뿐 위원별 구체적 발언내용은 파악하기 어렵다. 위원 27명이 어떤 생각으로 다음해 최저임금을 정하는지 알 수 없는, 그야말로 깜깜이 심의다. 심의 과정이 베일에 가리다보니 회의 진행은 봉숭아 학당이 따로 없다. 사회적대화라는 명분이 무색하게 노사는 자기 할 말만 하다 나온다. 회의에 배석한 경험이 있는 한 인사는 "근로자위원이나 사용자위원 모두 상대방 의견을 듣기보다는 자신들의 주장만 내세우고, 공익위원이 질문을 던져도 똑같은 말만 되풀이하다 회의가 끝난다"고 전했다. 노사 위원들이 서로 대화해서 합의점을 찾을 마음가짐이 전혀 없다 보니 결론은 늘 정부가 선임한 공익위원이 내린다. 공익위원이 설정한 심의촉진구간에 불만을 품은 한 쪽이 퇴장하며 성명서를 읽고 일정을 보이콧 하는 행태도 매년 반복된다. 매년 법정 기한도 훌쩍 넘긴다. 법으로 정
지난 8일 오전부터 9일 새벽까지 16시간에 걸쳐 진행된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국민의 관심은 높았다. 인터넷 포탈 실시간 검색어(실검) 순위 상위권을 청문회 관계자들이 장악했을 정도다. 이날 청문회의 주요 쟁점은 윤 후보자의 정치적 중립성과 도덕성 검증이었다. ‘검증’ 목적이었다지만 청문회장을 채운 이름은 ‘윤석열’이 아니었다. 청문회 직후 뉴스를 도배한 이름은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었다. 윤 후보자가 “20대 총선 출마 제의를 받았지만 거절했다”고 선을 그었지만 야당은 두 사람의 관계를 ‘잇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청문회 내내 가장 많이 등장한 이름은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윤 후보자와 ‘대윤(大尹)·소윤(小尹)’으로 불릴 정도로 친분이 있는 윤대진 법무부 검찰국장의 친형이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윤 후보자가 윤 전 서장에게 대검 중수부 출신 변호사를 소개해 줬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수사를 담당한 경찰 관계자들이 증인으
"모든 이들에게 (그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주려했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7일 열린 그리스 총선에서 포퓰리스트 여당 시리자당의 참패 원인을 이렇게 분석했다. 시리자당이 최저임금 인상, 건강보험 확대 등을 추진하면서도 이와 상반되는 성향의 긴축 정책을 고수했고, 일관성이 부족한 정책이 지속되면서 국민의 신뢰를 얻는 데 실패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경제 성장마저 더뎌지면서 생활고가 겹치자 유권자들은 결국 등을 돌렸다. 모두를 만족시키려다 모두를 실망시키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시리자당은 집권 4년 만에 의석수가 반 가까이 줄며 중도보수 신민주당에 정권을 내줬다. 외신들은 그리스의 이번 선거가 갖는 의미를 주목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포퓰리스트당인 시리자에 기회를 줬던 그리스가 다시 주류 보수정당으로 회귀했다"면서 "이는 반체제 정당이 급진적인 공약을 이행하지 못했을 때 인기가 급격히 시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포퓰리즘 실
"수정 내용 및 시행일은 추후 공지 예정." 주류 리베이트 쌍벌제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주류거래질서 관련 고시' 시행일 3일을 앞두고 국세청이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한 장 짜리 보도자료를 내놨다. 주류업계는 당황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수십년된 관행을 하루아침에 바꾸겠다고 해서 불만이 많았지만, 기한에 맞춰 영업 방식 변화, 영업사원 교육 등 다 준비해놨다"며 "그런데 또 무기한 연기라니 (국세청) 눈치 보여서 뭐라고 말도 못하고 그냥 기다릴 뿐"이라고 토로했다. 국세청이 지난 5월 관련 고시 개정안을 행정 예고했을 당시 그동안 각종 할인 혜택, 물품 등을 지원받은 대형 도매상의 반발은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었다. 하지만 외식업중앙회, 유흥음식점중앙회, 프랜차이즈산업협회 등이 공식 보도자료를 내고, "의견 수렴 절차도 없었고, 행정예고도 나중에 알았다"고 반발할 줄 몰랐던 것이다. 국세청장 인사청문회에서 벌어진 정치권 난타에 결국 김현준 국세청장은 "일부 보완할 것은 고치고 시간
“다양한 곳에서 교육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합니다. 그럴 예산이 있으면 이를 기업에 직접 지원하는 게 더 낫다는 인식도 많고요.” 창업실태에 대해 취재하던 중 한 정부 산하기관 관계자가 한 말이다. 정부가 창업에 정책·예산지원을 강화하지만 기초가 되는 창업교육 분야에서는 별다른 변화가 없다는 의미다. 최근 머니투데이와 취업포털 사람인이 20~30대 성인남녀 2816명을 상대로 공동설문을 진행한 결과 ‘창업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39.4%를 기록한 반면 ‘창업교육 수강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19.2%에 불과했다. 창업교육을 받았다는 응답자들이 모두 창업의향이 있다고 답했다고 가정해도 창업의향이 있는 사람 중 절반 이하만 관련 교육을 받은 셈이다. 많은 창업자는 “창업을 해보면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애를 먹었던 적이 많다”고 입을 모은다. 사업아이템과 자본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해 창업에 뛰어들었다가 경영지식이나 노하우가 없어 위기를 경험했다는 설명이다. 계약실수로 피
1984년 뉴올리언스의 유명 사업가 아들이 총격으로 사망했다. 피의자는 흑인 존 톰슨이었다. 신문에 난 톰슨의 사진을 본 또 다른 차량 강도 피해자들은 톰슨이 범인이라고 생각했고, 경찰에 신고했다. 톰슨은 이제 살인과 차량 강도, 두 혐의를 함께 받게 됐다. 검사는 두 갈래 사건을 동시에 조사했다. 차량 강도 혐의의 유죄 판결을 받아낸 후 이를 발판으로 살인 혐의에서 유죄를 받아내겠다는 전략이었다. 톰슨은 차량 강도 사건에서 가석방 없는 49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는 살인 사건 재판에서 검찰의 승리의 발판이 됐다. 톰슨은 사형을 언도받았다. 문제는 검사가 차량 강도 사건에서 피고에게 유리한 증거를 공판정에 내놓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이 사건에서 범인은 부상을 입어 바지에 피를 흘렸고, 과학수사대는 피묻은 천 조각을 수거해 범인의 혈액형을 밝혀냈다. 보고서는 검사에게만 전달됐고, 톰슨의 변호사는 이를 알지 못했다. 검사는 재판 첫날 증거 보관실에서 천 조각을 반출했고 돌려주지
"지금 일본 업체들도 난리다. 특정 소재가 정말 (규제에) 해당 사항이 있는지 일일이 확인하고 있다." 국내 한 반도체·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이후 혼란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지난 4일부터 일본 경제산업성이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3개 품목(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레지스트, 에칭가스)에 대한 한국 수출 규제강화에 착수했지만 일선은 혼란의 도가니다. 일본 업체들마저 어떤 제품이 규제 대상이 되는지조차 판단이 어렵다는 하소연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는 나름대로 이번 조치가 불러올 영향을 분석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기에 여념이 없지만 사실상 안갯속이란 후문이다. 일본이 이처럼 작정하고 한국을 상대로 경제보복을 시도한 전례가 없어 일본 정부가 수출 허가를 얼마나 지연시킬지, 이로 인한 피해 규모가 어느 정도에 달할지 예측이 불가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정부가 내놓은 기준 자체가 복잡
"국토교통부에서 청약 제도와 관련해서 준 질의응답 자료만 142페이지에요. 신혼부부에 해당하는 요건만 27페이지인데 이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20년간 분양 업무를 맡아온 부동산 마케팅 전문회사 대표의 말이다. 청약 제도가 너무 복잡하고 어려워 오랫동안 업무를 지속해온 이들도 제대로 숙지하기 어렵다. 1978년 주택 청약 제도가 도입된 이후 40여년 간 가점 항목이나 자격 요건 등 관련 내용은 139번 바뀌었다. 제도와 내용이 자주 바뀌다 보니 현장에서의 혼선은 불가피하다. 가령 1순위 모집에선 아파트가 분양하는 지역에 1년 이상 거주해야 하는 요건이 신설됐는데, 이중 1개월 이상 외국 한 지역에만 체류하면 당첨이 취소된다. 반면 같은 한달 간 해외에 체류했더라도 두 지역 이상에 머무를 경우 여행으로 간주한다. 거주 요건만 해도 일일이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에 유권해석을 요청하지 않으면 부적격 여부를 판별하기 어렵다. 복잡한 제도 탓에 부적격 당첨 사례가 늘자 국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