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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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이 ‘기습 공격’을 당했다. 범인(?)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다. 조 후보자는 지난 2일 국회에서 전격적으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같은 시각 한국당 원내지도부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조 후보자를 향해 맹비난을 쏟아 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조 후보자가 민의의 전당인 국회를 기습 침략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거대한 미디어 사기극”, “헌정질서에 대한 도전”이라고도 했다. 모든 시선이 조 후보자로 향했다.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이 꾸려진 종로구 적선현대빌딩부터 백팩을 메고 국회 본청을 통과할 때까지 이동하는 모습, 일거수일투족이 주목을 받았다. 간담회가 시작되자 여론의 관심은 그의 입으로 향했다. 화려한 수사가 섞인 야당의 비판이 무색했다. 조 후보자는 국민 앞에서 호소할 기회를 가졌다. 조 후보자는 “강남에 살면 보수여야 하느냐”며 승부사 기질도 보였다. 수려한 외모와 정제된 표현과 중저음의 목소리가 돋보였지만 관련 의혹에 대해서 “모른다”로 일관하기도 했다. 그
지금으로부터 1년 전인 지난해 9월, 로스앤젤레스 시내 한 호텔에서 KITA(한국상사지사협회) 주최 세미나가 열렸다. 주제는 한미 기업간 분쟁조정, 즉 기업 간 소송의 법칙에 대한 내용이었다. 현지 로펌 소속 변호사들은 기업 간 분쟁에 임하는 한국 기업의 가장 큰 특징으로 '사생결단'을 꼽았다. 한국 기업이 유독 중재를 선택하지 못한다는 거였다. 판결보다 중재가 소송 당사자에 유리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었다. 실제 미국에서 기업 간 소송 내용을 분석한 결과도 그렇다. 강사로 나선 한 변호사는 "중재가 기업에 이익이 되는 것은 물론 해결에 걸리는 시간도 훨씬 짧다"며 "판결까지 가면 통상 내부 갈등을 겪게 되고 이 과정에서 또 다른 소송이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의 배터리 소송을 보며 1년 전 세미나를 떠올렸다. LG화학의 제소로 시작된 분쟁 불씨는 SK이노베이션의 맞소송으로 활활 타올랐다. 출구전략이 보이지 않는 자존심 싸움이다.
최근 면세점에서 산 화장품을 친구들 단체대화방에 자랑했다가 '매국노' 소리를 들었다. 4개 중 2개가 일본 브랜드여서다. '나만 몰랐나' 싶어 찾아봤더니 많은 사람들이 "이것도 일본 브랜드였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어느 나라 것인지 티 안나는 브랜드라니. 성공했다, 싶었다. 여기서 K뷰티를 떠올려봤다. K뷰티의 현 위치를 진단하는 시각은 갈린다. 누구는 굳건히 자리잡았다고 하고, 누구는 위기라고 한다. 그런데 K뷰티가 처한 현실이 어떻든 잘 되는 브랜드는 잘 되고, 안 되는 브랜드는 안 된다. 잘 되는 브랜드를 여럿 보유한 LG생활건강 관계자를 지난 여름 중국 상하이에서 만났다. 후(더 히스토리 오브 후), 숨(숨37도), 오휘 등 브랜드가 자리잡은 비결을 1시간 넘게 설명했는 데 'K뷰티'란 단어는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다. 숨은 중국 현지 배우를 글로벌 모델로 발탁하기도 했다. 의문이 들어 질문을 던졌더니 "K뷰티로 승부 보는 시대는 지났다"며 단호한 대답을 내놨다. 글로벌, 현
“왜 기자간담회를 여기(국회)서 하지?”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2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기로 하자 한 중진 의원이 의아해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국회 인사청문 대상이 되기도 했던 여당 의원 반응이다. 기자들이 의도를 궁금해하자 “행정부(에 들어갈) 후보자가 (입법부인)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것은 모양이…”라며 얼버무렸다. 조 후보자 기자간담회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여당 입장과 다소 배치되는 의견이었다. 국회의원은 국민들로부터 선거를 통해 대표성을 가진다. 어차피 장관 최종 임명권은 대통령에게 있는데도 국회법에 따라 인사청문회를 여는 이유도 여기 있다. 삼권분립 원칙에 따라 각 국민의 대표들이 장관 후보자의 도덕성과 자질을 검증하는 자리가 국회 인사청문회다. 국회의원들에게 면책특권이 부여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국민을 대신해 날카로운 ‘검증’을 하라는 뜻이다. 청문회장에서 국회의원의 질문은 기자회견장의 질문과 힘과 무게부터가 다르다. 조 후보자의 이날 ‘기자간담회’ 내
고 이민화 카이스트 교수 겸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은 국내 벤처생태계를 일군 ‘1호 벤처인’이다. 지난달 향년 66세로 눈을 감았다. 지난 28~30일 전남 여수에서 열린 ‘벤처서머포럼’에선 이 명예회장의 추모식이 열렸다, 포럼에 참석한 벤처·스타트업 대표 230여명은 이 명예회장이 생전에 강조한 벤처생태계와 기업가정신을 이야기하며 고인을 추모했다. 벤처라는 말도 낯설었던 1985년 이 명예회장은 초음파 진단기 제조업체 ‘메디슨’을 창업했다. 메디슨은 이후 2010년 삼성전자에 인수돼 삼성메디슨이 됐다. 그는 벤처생태계의 기틀을 잡는 데도 힘을 보탰다. 1995년에는 벤처인들의 경영환경 개선을 돕는 벤처기업협회를, 1996년에는 벤처기업의 자금조달 창구인 코스닥시장 설립을 주도했다. 1997년에는 벤처기업특별법 제정에 앞장섰다. 고인이 뿌린 씨앗은 국내 벤처생태계의 시작이 됐다. 메디슨 출신 직원 100여명이 연쇄 창업에 도전하면서 ‘메디슨사단’으로 불렸다. 김진태 유투바이오 대표가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딸의 KT 부정채용 의혹으로 자신이 재판에 넘겨지자"(딸 채용은) KT의 자의적 판단과 결정이었다"고 했다. "KT가 왜 그런 의사결정을 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고도 했다. 아버지 모르게 '호의'가 베풀어졌다는 얘긴데,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조 후보자 딸이 공부가 버거워 포기하려 하자 개인 장학금을 주며 격려했다. "열심히 한 게 기특해서" 석박사 연구원을 제쳐 두고 고등학생을 논문 1저자에 올려준 교수도 있었다. 조 후보자는 "불철저하고 안이한 아버지였다"며 고개를 숙였다. 왜 어떤 아버지들의 안이함과 불철저함은 그 자녀들에게 호의와 배려로 이어지는가. 대다수 청년은 몸부림쳐도 잡히지 않던 기회들이, 왜 누군가는 가만히 있어도 '호의'라는 이름으로 굴러들어오는가. 지난달 27일 이석채 전 KT 회장 재판을 지켜본 몇몇 KT 관계자들은 휴정시간 "설령 김 의원 딸을 채용했더라도, 사기업의 결정을
"자동차 산업에서 '노동조합 리스크' 파악은 기본입니다." 완성차 노조의 '하투'(夏鬪)에 대해 묻자 한 업체 관계자가 한 말이다. 여름이 되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 과정에서 노조 투쟁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그의 말대로 7월 이후 노사 협상 소식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이어졌다. 지난 27일 자정을 앞두고도 임단협 타결 소식이 들려왔다. 현대자동차 노사였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노조가 파업권 확보에 나섰는데, 임단협에 잠정합의 했다는 것이다. 현대차가 파업 없이 임단협 잠정합의에 성공한 건 8년 만이다. 특히 현대차 노사가 합의점을 찾은 배경에는 일본 경제도발이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물론 여론 악화를 우려한 양측이 명분으로 일본 수출규제를 제시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그저 하나의 명분이라도 현대차 노사는 갈등보다 협력과 화합을 '선택'했다. 잠정합의안이 나온 뒤 곳곳에서 '희망'과 '평화'라는 단어가 쏟아져 나왔다. 기존처럼 파업이 벌어졌으면 발생했을 손실 600
정부가 지난달 모빌리티 플랫폼 업체를 기존 택시산업 제도권 안으로 흡수하는 방식의 '택시 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세부 계획은 아직 정해지지 못했다. 제도 발표 후 한달만에 양 측이 모두 참여하는 실무 협의 기구를 꾸렸으나 첫 회의는 법인택시 업계의 불참으로 파행됐다. 플랫폼 업체를 기존 택시 제도권 안으로 편입해 똑같이 육성하겠다고 하니 양측 모두 마뜩찮다. 정부가 확실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플랫폼 업체로선 교통 서비스 혁신을 위해 신산업을 육성하겠다면서 기여금 납부 등 각종 제약 조건을 거는 정부를 이해하기 어렵다. 그간 법적 테두리 안에서 사업을 운영해온 택시업계도 신산업 이랍시고 비교적 쉬운 방법으로 사업에 뛰어든 플랫폼 업체를 받아들이기 힘들다. 기존 산업 종사자를 보호하고 신산업도 육성해야 하는 정부의 입장이 이해는 된다. 그러나 현행 교통 상황을 분석해 국민이 만족할 수 있는 서비스 기반을 마련해야 하는 정부가 관련 논의를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
"넷플릭스의 최대 라이벌은 HBO가 아니라 '포트나이트' 입니다" 지난 1월 글로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최대 강자인 넷플릭스의 CEO(최고경영자) 리드 헤이스팅스가 주주들에게 보낸 편지 내용의 일부다. 경쟁 OTT 플랫폼인 '훌루'나 '디즈니플러스'가 아닌 게임을 경쟁자로 지목한 건 그만큼 고객의 시간을 사로잡는 콘텐츠 제공 플랫폼이 최고의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그동안 IP(지식재산)를 활용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통해 누구도 범접하기 어려운 성공가도를 이어왔다. 11월 출범하는 디즈니플러스가 넷플릭스를 위협할 최대 플랫폼으로 떠오른 이유도 '마블'과 '픽사', '스타워즈', '내셔널지오그래픽', '20세기 폭스' 등 전세계 모든이 이용자 경험을 독차지해왔던 IP를 보유한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오는 9월 넷플릭스의 대항마를 자처한 OTT가 출범한다. 통합OTT는 국내 최대 이통사인 SK텔레콤과 지상파방송 3사가 협업을 한다는 점에서 주목받
'전통시장 22만5242원 vs 대형마트 27만6542원' 올해 초 설을 앞두고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공개한 설 차례상 장보기 비교 자료다. 매년 명절마다 그랬듯 공단은 다음 달 4일 올 추석 차례상 장보기 자료를 발표할 예정이다. 단순한 통계같지만, 해당 자료에는 '대형마트보다 훨씬 저렴하니 전통시장에서 장 보세요'라는 함의가 담겨있다. 매번 되풀이되는 전통시장과 대형마트 간 대결 구도다. 그렇다면 이런 홍보활동에 힘입어 대형마트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전통시장 매출이 늘었을까. 통계만 보면 선뜻 '그렇다'고 답하기 어렵다. 월 매출은 따로 공개되지 않아 명절 특수를 직접 확인하긴 어렵지만, 연간 전통시장 매출은 2006년 25조원에서 2017년 23조원으로 2조원 가까이 감소했다. 소비자들은 왜 전통시장을 찾지 않을까. 편의성 때문이다. 뭘 살 때마다 상점 주인들과 가격 실랑이 하기도 싫고, 무거운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기 싫다. 표시된 가격으로만 팔고 카트가 있는 대형마트가 편하고
"정치간섭 배격하고, 진상에만 집중하자" 지난 23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특혜 입학 의혹에 대해 고려대학교 학생들이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자리에서 나온 구호다. 학생들은 준비 과정부터 정치 단체와의 연관성을 극도로 경계했다. '조국 사퇴'가 아니라 '진상규명 촉구'를 전면에 내세웠고 보수정당 당직자 경력이 있는 학생을 집행부에서 배제했다. 작은 구설에도 오르고 싶지 않다는 강한 의지의 표명이다. 집회의 본질과 동떨어져 보이는 구호가 등장한 이유는 시간이 지날수록 명확해졌다.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와 유튜브 채널은 이제야 청년들이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맹목적 지지에서 돌아섰다며 홍보에 열을 올렸다. 동시에 극우단체가 집회를 주도했다거나 이전 보수 정권에서는 가만히 있다가 이제야 촛불을 드는 모습이 의심스럽다는 매도도 쉽게 볼 수 있다. 유명 앵커가 조 후보자를 비판한 청년에 대해 아버지를 운운했다가 급히 사과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진영에 따라 현상을 입맛대로 재단하는
일본이 독점하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부품·장비 수입에 차질이 생겼다. 직격탄을 맞은 국내 업계는 재고 확보와 공급선 다변화에 나섰다. 한 반도체 업체 CEO(최고경영자)는 "공급선 다변화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며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는 피해 기업 파악에 착수하고 제조업 전반의 기초체력을 기르기 위해 소재·부품의 국산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때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 상황이다. 당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의 총력전 끝에 소재·부품 공급 문제는 3개월 만에 해결됐다. 이후 2011년 2분기에 세계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41.6%)와 하이닉스반도체(23.4%)가 나란히 사상 최고 점유율을 기록하면서 국산화 논의는 흐지부지됐다. 정부의 반도체 R&D(연구개발) 예산은 2011년 1440억에서 2017년 499억원으로 3분의 1로 축소됐다. 반도체 소재 국산화율은 2011년 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