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간섭 배격하고, 진상에만 집중하자"
지난 23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특혜 입학 의혹에 대해 고려대학교 학생들이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자리에서 나온 구호다.
학생들은 준비 과정부터 정치 단체와의 연관성을 극도로 경계했다. '조국 사퇴'가 아니라 '진상규명 촉구'를 전면에 내세웠고 보수정당 당직자 경력이 있는 학생을 집행부에서 배제했다. 작은 구설에도 오르고 싶지 않다는 강한 의지의 표명이다.
집회의 본질과 동떨어져 보이는 구호가 등장한 이유는 시간이 지날수록 명확해졌다.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와 유튜브 채널은 이제야 청년들이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맹목적 지지에서 돌아섰다며 홍보에 열을 올렸다.
동시에 극우단체가 집회를 주도했다거나 이전 보수 정권에서는 가만히 있다가 이제야 촛불을 드는 모습이 의심스럽다는 매도도 쉽게 볼 수 있다. 유명 앵커가 조 후보자를 비판한 청년에 대해 아버지를 운운했다가 급히 사과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진영에 따라 현상을 입맛대로 재단하는 일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다.
학생들이 본질적으로 정치적 성격을 띨 수밖에 없는 이번 집회를 굳이 정치적이지 않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이유는 이 상황을 우려한 것 아니었을까. 어느새 장관 후보자 딸의 입시비리 의혹을 밝혀달라는 주장은 사라진 채 진영 논리에 매몰된 정치놀음만 남아 버렸다.
메시지와 관계없이 우선 '네 편'과 '내 편'을 나누고 보는 문화는 한국 정치의 고질적 병폐다. 정치 단체를 거부하고 자발적 참여를 지향한 이번 집회는 청년들이 후진적 정치 문화를 불신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학생들의 구호 그대로 정치 간섭을 배격하고 진상에만 집중하는 문화가 정착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