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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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쓰레기통에서 다시 만나면,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40년간 국제정치학을 연구한 강성학 고려대 명예교수는 현실 정치의 다이내믹스를 평가할 때 줄곧 이 점을 강조했다. 정치가 순간의 피아 구별과 이해 득실로만 따져볼 수 없다는 의미였다. 이슈에 매몰돼 아웅다웅하지만 종국에는 역사의 쓰레기통에 곤두박질 쳐질 비루한 말의 정쟁이라는 냉정한 판단도 포함됐다. “세월호 유가족, 징하게 해처먹는다”, “징글징글 하다” 자유한국당 전·현직 의원의 ‘막말’이 세월호 5주기날 고개를 들었다. 눈과 귀를 의심케 하는 내용인데 현실이다. 분통, 욕설, 막말은 논리적 설득 전에 사람들의 감정을 들끓게 만든다. 정치인의 언어는 선동적이다. 목적과 대상을 명확히 한다. 치밀하게 계산한 뒤 지독하게 파고든다. 언어의 메시지가 빈약할 때 ‘막말’이 더해진다. 정치인들은 마치 전술처럼 막말을 일삼는다. 문제는 그 수준이 표현의 자유를 넘어선다는 점이다. 잔인하고 너절하며 인간 혐오를 담고 있다. 5.
"지긋지긋하다 세월호, 유가족 XX" 세월호 5주기인 16일 광화문 사거리를 지나는데 귀를 의심케 하는 소리가 들렸다. 사거리 한쪽 천막에서는 쉬지 않고 욕설이 흘러나왔다. 시민들의 찌푸림에도 아랑곳없이 스피커 볼륨은 높아져 갔다. 무대를 온라인으로 옮겨와도 똑같은 현상은 반복된다. 관련 기사에는 '이제 좀 그만하자', '감성팔이 진절머리난다' 등 댓글이 넘쳐난다. 추모와 위로가 있어야 할 자리는 어느새 혐오와 몰상식이 가로챈 지 오래다. 정치인 막말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차명진 자유한국당 전 의원은 세월호 유가족들을 향해 "진짜 징하게 해 처먹는다"는 글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렸다가 논란이 일자 삭제했다. 같은 당 정진석 의원도 자신이 받은 메시지라며 "세월호 그만 좀 우려먹으라 하세요"라고 적었다. 5년. 이제 불과 5년이 지났을 뿐인데 세월호를 외면하려 한다. 세월호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소중한 생명의 문제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여전히 세월호를 기억하려 애쓰는 사
얼마 전 공개된 고위공무원 2394명의 재산내역 중 보유 부동산가격에 이상한 점이 발견됐다. 한 공무원의 아파트는 1년 새 공시가격이 1억원가량 올랐지만 재산내역에는 3500만원 정도 줄었다. 지난해 주택을 취득한 공무원은 재산가액에 취득가격이 표시돼야 했지만 수억 원 낮은 공시가격이 적혔다. 재산내역 오류를 본인 실수라고 얘기한 경우도 있었지만 정부 시스템 오류를 주장하는 이도 적지 않았다. 주소를 정확히 입력했지만 공시가격이 잘못 게재됐다거나 실거래가를 입력했는데 공시가격이 재산가액으로 표기됐다는 것이다. 재산내역 공개를 담당하는 인사혁신처 공무원은 시스템이 잘못될 가능성은 없다고 못 박았다. 또 모든 재산공개 책임은 본인에게 있으며 일일이 수작업으로 수치를 수정할 수도 있다고 했다. 재산공개 원칙이 안내되며 본인 최종 확인도 거친다고 했다. 인사혁신처 얘기대로라면 신고자 개인 탓에 재산내역에 오류가 생긴 셈이다. 고위공무원 재산공개를 두고 ‘네 탓’ 공방이 벌어지는
'임블리'(본명 임지현)가 '호박즙 곰팡이' 사태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임블리는 웬만한 연예인보다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84만명)가 많은 인플루언서 겸 기업인이다. 일명 '임블리 호박즙'은 붓기 제거에 효과가 있다며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붓기즙'으로 불린 제품이다. 한 구매자가 곰팡이를 발견했는데 임블리 측에서 환불이 어렵다는 초기 대응을 내놓으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논란이 커지자 임블리는 환불 조치에 나섰지만 때는 늦었다. 호박즙 곰팡이 사태는 3주째 이어지고 있다. 소비자로서는 먹거리 안전 문제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특히 SNS를 통한 먹거리 구매 이슈는 '미미쿠키' 사태를 겪은 터라 파장이 크다. 마트 제품을 포장만 바꿔 '유기농 수제쿠키'로 속여 판 사건이었다. 이번 일로 여실히 드러난 문제는 두 가지다. 우선 SNS라는 간편한 수단을 통해 전문성 없는 판매가 빈번하게 이뤄지는 현실이다. 임블리는 패션·뷰티를 전문영역으로 삼고 브랜드를 운영 중인데 '블리 픽'
지난 11일 주식 시장에서는 이테크건설 주가가 장 초반부터 9% 가까이 올라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평소 1만주 내외 수준이던 거래량은 크게 늘어 이날만 6만3000여주가 거래됐다. 9만원 안팎에서 제자리걸음 중이던 주가는 이틀 연속 올라 지난 13일 9만9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그동안 시장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이테크건설이 실시간 검색어까지 오른 이유는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부부가 이테크건설 주식을 1만9040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이테크건설 뿐 아니라 이 후보자 부부가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삼광글라스, 성광벤드, 대양전기공업, 메지온 등을 다른 종목들 역시 관심을 받았다. '판사 테마주'의 등장이다. 투자자들은 이 후보자 부부가 보유했다는 종목에 '판사 테마주' '이미선 테마주'라는 이름을 붙이고 덩달아 투자에 나섰다. 투자자들은 고위 공직자가 대량 보유한만큼 '무언가' 호재가 있을 것이란 기대감에 과감히 베팅했다. '테마'는 시장을 움직인다. 특히나
'얼리어답터'로 유명한 지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5G(5세대 이동통신) 스마트폰 변경 보상 프로그램을 스스로 포기했다는 하소연이다. 이동통신 3사는 지난달 '갤럭시S10(갤S10)'를 출시하면서 5G 단말기(5G 버전)가 나와 바꿀 경우 LTE(롱텀에볼루션) 버전 단말기 출고가 전액을 보상하는 프로그램을 앞다퉈 출시했고, 지인도 해당 상품에 가입했다. 하지만 5G 서비스 개시한 이후 반응을 지켜보다 아예 그냥 LTE로 쓰기로 했다는 전언이다. "대체 써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는 게 그가 5G 전환기회를 포기한 이유다. 우선 5G 서비스를 먼저 써보는 기회 비용이 너무 높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단말기 출고가 자체가 LTE폰보다 더 비싸다. 그렇다면 높아진 가격 부담을 상쇄할 만큼 가치를 고객들이 5G 서비스에서 찾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난 5일 개통이 시작된 이후 주변에서 들려오는 5G 품질에 대한 평가는 박하다. "5G 망이 터지는 곳이 별로 없다"거나 "LTE 망마저 먹
"제발 사업에만 집중하게 해 달라." 지난 8일 국회에서 특별한 만남이 성사됐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과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선으로 국내 주요 스타트업과 정부부처 공무원, 국회의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우아한형제들, 메쉬업코리아, 비바리퍼블리카, VCNC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스타트업 임원들이 참석했다. 이들 기업의 사업과 직결된 정책, 규제 업무를 담당하는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소속 과장들이 정부 대표로 나왔다. 여러 부처 실무자들이 스타트업과 소통을 위해 한자리에 모인 건 이례적이다. 이날 스타트업 임직원들은 자사 사업모델, 시장 현황 등을 설명하며 과도한 규제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플랫폼 사업자의 법적 책임을 강화한 전자상거래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플랫폼 노동, 플랫폼 택시 등 현안에 대한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부가가치세 감면과 같은 직접적인 요구도 내놨다. 자사 사업이 번창하기 위한 민원이 아니라 새로운 스타트업이 끊임없이 생겨날 수 있는
"'보따리상'보다는 '대리 수출인'으로 부르는 것이 맞지 않을까요?" 최근 한 패션·뷰티업계 관계자는 '중국인 보따리상'으로 불리는 '따이궁'에 대해 과도하게 부정적인 인식이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오히려 국내 패션, 뷰티 제조업체들에 따이궁은 큰 비용과 노력을 투입하지 않고도 중국으로 수출을 할 수 있는 새로운 판로가 되고 있다는 것. 따이궁은 현재 면세업계 매출의 70~80%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주고객이다. 한국 물건을 사다가 자국 내 위챗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지인과 팔로워들에게 판매한다. 지난해 국내 면세업계 매출은 총 18조9602억원인데, 만약 따이궁이 사라진다면 대략 12조원 매출이 사라지는 셈이다. 이런 따이궁에 대한 부정적 시선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현장 수령하는 국산 화장품 등이 국내에서 재유통되는 경우도 있어 불법성을 의심하는 눈초리를 받고, 중국 현지에서의 과세 문제 등도 지적받는다. 이는 많건 적건 시정돼야 할 문제들이다. 면
2015년 4월 금호산업 인수에 단독으로 뛰어들었던 호반건설은 입찰 금액을 써내기 직전 금융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했다. 자신이 정한 금액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사실 금호산업보다 자회사인 아시아나항공이 실질적인 매물이었다. 당시 한 금융사 대표는 호반건설에 이렇게 조언했다. "가능한 낮은 금액을 써내도록 하세요. 어차피 아시아나항공은 3년 뒤쯤 더 좋은 조건에 매물로 나올 겁니다." 얼마 뒤 호반건설이 금호산업 입찰가로 써낸 금액은 6007억원. 시장 예상가 8000억~1조원을 훨씬 밑도는 금액이었다. 결국 금호산업은 우선매수권을 가진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7228억원에 품었다. 박 전 회장도 시장 예상가보다 낮은 가격에 인수한 셈이다. 시장에서는 호반건설의 낮은 인수가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호남에 기반을 둔 호반건설이 박 회장을 도운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당시 금호산업 실사에 참여했던 실무진 생각은 달랐다. 예상보다 아시아나의 재무구조가 너무 허
지난 3월 국내 첫 조 단위 리츠로 시장의 관심을 받았던 홈플러스리츠가 공모를 철회했다. 홈플러스리츠의 AMC(자산관리회사)인 한국리테일투자운용은 당초 리츠 상품이 생소한 국내 시장 환경을 고려해 공모 물량의 84%를 해외 기관투자자에게 배정했다. 그러나 수요예측에 돌입하자 해외투자자들의 참여는 예상보다 저조했다. 반면 국내 인수주관사 측은 4000억원 이상의 기관투자자 참여를 이끌어냈다. 홈플러스리츠의 공모규모 하단인 1조5650억원에는 못 미치지만 공모 리츠에 대한 국내 수요를 확인할 수 있었다. 공모 철회는 홈플러스리츠가 책임 임차인 홈플러스를 두고 임대료 수익을 내는 상품의 구조적 문제 탓이 아니었다. 규모 측면에서 시기상조였다. 수요예측을 계기로 국내 리츠 수요가 3000억~4000억원 규모까지 확대된 것이 확인됐다. 하지만 공모 리츠 시장 확대를 위해선 제도 개편이 반드시 필요하다. 상장 리츠 상품이 늘어나 투자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힐 필요가 있다. 국내 리츠의 평균 자본
"요즘 세상에 돈 받는 경찰이 어디 있어요? 말도 안 되죠" 서울 강남 유명 클럽 버닝썬과 경찰 간 유착 의혹이 처음 불거졌던 올 초 경찰들 사이에서 나온 볼멘소리였다. 이들의 "터무니없는 의혹"이라는 반응과 달리, 게이트가 열릴수록 '돈 받은 경찰', '제 역할 못한 경찰'은 속속 나왔다. 버닝썬 관련해서 입건된 경찰만 6명이다. '경찰총장'으로 불린 총경급 인사는 청와대 근무 중에도 승리(본명 이승현·29) 등과 골프·식사를 이어온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이 뿌린 공연 티켓은 청탁금지법 위반의 근거가 됐다. 중고 수입차 사업을 하던 전직 경찰 강모씨(44·구속)로부터 수입차를 시세보다 싸게 산 전 강남경찰서 과장 석모 경정은 청탁금지법을 초과한 금액으로 시세보다 싼 가격에 중고차량을 산 혐의로 입건됐다. 처음부터 안일했다. 역삼지구대 폭행사건에서 경찰은 초동조사 소홀 의혹을 부인하다 판을 키웠다. 최근 나온 석 과장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도 안일한 대응 중 하나다. 지난달 중순 언
“부가서비스를 축소하기 위한 기준 마련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처음 카드 상품을 만들 때 적자가 생기지 않도록 적정 수준의 부가서비스를 탑재할 필요가 있다.” 신용카드사의 부가서비스 축소 허용과 관련해 한 금융당국자가 한 말이다. 카드사들이 적자 상품에 한해 부가서비스를 줄일 수 있도록 해달라지만 수익성 분석을 제대로 하지 않아 적자가 발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지적하는 문제는 제휴카드 출시 때 특히 나타난다. 제휴사의 선택을 받으려면 혜택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런 만큼 실제 수익 창출 여부는 뒷전이 되는 경우가 잦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제휴를 위해 사실상 처음부터 적자를 예상하고 만들기도 한다”고 털어 놓았다. 하지만 대부분 카드 상품은 처음부터 적자를 각오하고 설계하지 않는다. 출시 첫해와 이듬해는 초기 마케팅비용으로 인해 흑자가 나지 않더라도 3년째부터는 이익을 낼 수 있도록 상품을 구성한다. “수익성 분석을 엉망으로 해 적자라는 말”은 전체가 아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