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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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면에서 구속에 이르기까지 끝내 한마디 사과는 없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포토라인 앞에 서서 대국민 메시지를 전할, 두 차례 기회를 모두 차버렸다. 처음으로 수사기관에 모습을 보였던 지난달 21일. 전날 박 전 대통령 측 손범규 변호사는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준비한 메시지가 있으며 검찰에 출두해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예고했다.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됐다. 모두가 숨을 죽이고 박 전 대통령의 입을 바라보던 소환 당일, 그가 내놓은 메시지는 단 29글자였다.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습니다”란 말을 남기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8초였다. 현장에 있던 취재진은 일제히 “저게 다야?”라며 허탈한 반응을 보였다. 이후 9일 만에 카메라 앞에 다시 섰다. 구속 위기에 놓인 상황이라 이번엔 다를 줄 알았다. 여론의 부담에도 불구하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직접 출석하겠다고 한만큼 조금이나마 자세를 낮출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미리 마련된
"사실상 간판만 바꾼 셈인데 환골탈태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까." 서울의 한 대학 경영대 교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최근 발표한 쇄신안을 접하고 이렇게 평가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내용을 아무리 뜯어봐도 '한국기업연합회'(한기련)로 개명한 것 말곤 허창수 회장이 그동안 내내 강조했던 것처럼 '강도 높은 혁신'이라고 불릴만한 게 거의 없었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많은 사람들이 전경련을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와 같은 법정 경제단체나 공적조직처럼 인식하고 있지만, 실제론 임의단체다. 일종의 사적모임이나 마찬가지인 전경련은 지난 56년 동안 정부와 기업들의 경제정책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방식으로 산업이나 기업정책 흐름을 조율하는 등 공적인 역할을 수없이 많이 해왔다. 대한민국 경제에서 기업, 특히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라는 것은 분명 부인할 수 없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전경련은 기업과 정부의 연결고리 역할을 해오면서 '그래도 없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목돈 마련을 한다며 은행 적금만 가지고 있는 친구에게 최근 펀드 투자를 권유했다. 초저금리 시대에 은행의 1%대 이자에만 기대는 건 너무 큰 손해라고 설득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확고했다. "펀드? 잘 모르지만 그거 하면 원금까지 까먹을 수 있는 거 아니야?" 위험한 게 싫어 안정적인 투자 상품에 돈을 맡길 거라면 적금보다 안정적인 게 어딨냐는 거다. 과거 데이터만 놓고 비교해 봐도 영 틀린 말은 아니었기에 그렇게 펀드 이야기는 끝이 났다. 투자에 관심이 없던 개인이 펀드에 가입하려고 마음먹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원금 손실 위험에 망설이는 건 물론이고 전문 용어에 머리가 아프고 가입 절차도 복잡하다. 그럼에도 개인이 투자 시장에 뛰어드는 건 초과 수익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펀드는 더 이상 수익률로도 투자자를 유혹하기가 어려워진 게 사실이다. 공모형 주식형펀드의 평균 수익률(한국펀드평가)은 2013년 1.25%, 2014년 -5.11%, 2015년 3.54%, 지난해 0
"결국 은산분리 완화문제가 해결되지 못해 아쉽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상황이 돼서는 안된다." 오는 4월3일 첫 영업을 앞둔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 관계자와 주주사들의 입장이다. 은산분리 완화라는 과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영업을 시작하는 데 대한 부담이 느껴진다. 은산분리 완화는 인터넷은행 생존과 직결된다. 케이뱅크의 초기 자본금 2500억원은 시장에 안착하는 데 부족한 금액이다. 이미 초기 비용으로 반 이상 소진했고 올 한 해 추가 경비예산만 878억원으로 예상된다. 케이뱅크의 올해 목표가 여신 4000억원 규모인 것을 고려할 때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초에는 추가 자본금 확충이 필요하다. 수신만으로 대출상품에 대한 수요를 마련하기 힘든 데다 적극적인 영업을 위해서는 돈이 있어야 한다. 현행 은행법에서는 산업자본이 은행의 의결권 있는 지분을 4% 이상 가질 수 없고 최대 보유지분도 10%로 제한된다. 법 테두리 안에서는 케이뱅크의 21개 주주사가 똑같은 비율로 증
“하루하루 피 말리는 싸움을 하고 있다.”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이 지난 27일 기자들을 만나서 털어놓은 말이다. 침몰 3년 만에 세월호 인양에 사실상 성공하자 일각에서 ‘음모론’이 다시 확산되는 것을 두고 한 언급이다. 세월호 인양 성공은 김 장관의 말처럼 ‘국민의 마음에 응어리처럼 남아 가슴 아프게 했던 것을 해소해가는 과정’이다. 하지만 이 순간에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도 있다. 바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타고 퍼져나가는 ‘아니면 말고’ 식의 의혹 제기다. "박근혜정부가 책임을 피하기 위해 그동안 일부러 인양을 지연했다"거나 "군 잠수함에 부딪쳐 침몰한 것을 은폐하기 위해 인양하지 않았다"는 근거 없는 루머는 간신히 봉합해가는 국민의 상처를 다시 헤집는 일이다. 사실 세월호를 둘러싼 각종 의혹은 세월초 선체가 물 위로 완전히 드러나면서 상당 부분 해소됐다. 선체 전반에 녹이 슬고 일부 파손된 곳이 있지만 충돌로 망가진 부분은 없었다. 길이 146m, 무게 6800톤의
"광화문 천막은 철거하지만 이제 다시 시작합니다." 문화예술인들에게 2016년에서 2017년으로 이어지는 이번 겨울은 특별했다. 그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지난해말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지원배제명단)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예술가들은 공분했다. 지난해 11월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288개 문화예술단체 소속 예술가 7449명이 참여한 가운데 시국선언이 이뤄졌다. 역대 최대 규모였다. 이튿날 광장에는 텐트가 세워졌다. 다양한 작가들의 설치작품이 들어왔고 '광장극장 블랙텐트'를 중심으로 공연이 열렸다. 광화문 캠핑촌은 직접민주주의를 기반으로 운영됐다. 매일 오전 9시에는 캠핑촌에서 노숙하는 예술인 및 노동자 10여명이 모여 '촌민 회의'를 진행했다.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는 공개토론회를 통해 더 많은 의견을 모았다. 오후에는 공연을 찾는 관객들을 맞았다. 공연에 참여한 한 연출가는 "더 많은 예술인이 직접 참여했다면 좋았을 것"이라면서도 "다시 가능할까 싶은 문화예술인간의 연대 경험
"기대요? 정치인들이야 때 되니까 오는거죠. 바뀌나요? 뭐가 바뀌는데요?" 광주에서 만난 한 시민은 정권 교체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이날 경선을 치른 민주당은 물론 바른정당, 국민의당까지 '정치 1번지'라며 몰려드는 호남인데 정작 그곳의 민심은 이랬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거치며 달아올랐던 정치에 대한 관심은 대선 정국에 접어들면서 언제 그랬냐는 듯 식었다. 탄핵에 관심이 모였던 것도 ‘정치 스캔들’보다 거대한 ‘사건’이자 ‘분노’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탄핵이 끝나고 정치권으로 공이 넘어간 순간 국민들은 다시 등을 돌리는 분위기다. 정치권은 언제나 낮은 투표율을 논하며 시민들의 무관심을 탓한다. 시민들의 낮은 정치의식이 대한민국 정치발전을 막는다고 하소연한다. 그러나 시민들이 보기엔 그들은 아무 매력이 없다. 차이도 느껴지지 않는다. 도무지 표를 던질 이유를 찾지 못한다. 한 시민은 "공중에 붕 떠있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지난주 한 대선주자는 농촌을 찾았다. 강당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된지 8일 후인 지난 2012년 12월 27일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 당시 윤창중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수석대변인이 출입기자들 앞에서 보란 듯이 노란색 서류봉투에서 테이프를 떼어냈다. 이어 A4 용지 3장을 꺼내 읽었다. 김용준 인수위원장 등 인수위원 첫 인선 내용이었다. 박근혜 정부의 ‘밀봉 인사’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폐쇄적 행보’는 삼청동 시절 내내 계속됐다. 막내 기자들은 매서운 한파에도 멘트 하나 따려고 건물 입구에 진을 치고 출근하는 위원들을 기다렸지만, 각 분과위원회 위원들은 언론에 노출되지 않으려고 피해 다니기 일쑤였다. 인수위가 ‘철통 보안’을 유지하면서, 기자들은 마치 새 모이 받아먹듯 당시 윤 대변인과 조윤선 대변인의 입만 바라봤다. ‘깜깜이 인수위’에 대해 심지어 여당 내부에서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조기 대선 40여일을 앞두고 차기 정부 조직개편 등 출범 준비가 ‘개방성’에 원칙을 둬야 한
얼마 전 한 경제단체 임원과 식사를 함께 했다. 대화가 요새 시국으로 흐르자 그는 "기업하기 딱 좋을 때"라고 했다. 농반진반으로 넘길 참인데 뒤따른 설명에 뼈가 있었다. "정부가 일을 안 하잖아요." 폭소가 터졌다. 탄핵정국과 조기대선, 검찰의 전방위 기업 수사가 기업하기에 녹록한 환경일 리 없다. 중국의 경제보복과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라는 악재도 겹쳤다. 이런 와중에 정부가 손을 놓으니 기업할 만하다는 소리가 나오는 건 요샛말로 '웃픈' 일이다. 진보와 보수정부가 교차한 반세기 동안 이 웃픈 상황은 부인하기 힘든 현실이 됐다. '손톱 밑 가시', '규제전봇대'를 뽑겠다고 공언한 보수정부조차 몽땅 헛것이었다는 걸 누구보다 기업들이 잘 안다. 우리 정치사에서 기업은 늘 통제의 대상이었다. 눈을 씻고 찾아봐도 기업이 정부의 경제 파트너였던 대목을 찾기 어렵다. 사농공상의 조선시대 유물이 21세기에도 흐른다. 권위주의 시대를 그리워한 정치인들은 음습한 정경유착의 통로로 기업을 전용했
"향후 유사한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을 기울이겠다." 교육업계 '댓글 알바(아르바이트)'가 처음 수면 위로 드러난 때는 2007년이었다. 당시 댓글 알바에 가담했던 서울대 재학생 A씨가 덜미를 잡히면서, 이투스는 경쟁사 B사와 특정 강사를 상대로 댓글 알바를 벌인 점을 인정하고 공식 사과했다. 댓글 알바생과 일부 직원들이 전도유망한 청년들이었던 점을 고려해 양측은 합의했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선에서 사건은 일단락됐다. 그러나 이후 교육업계 댓글알바는 근절은커녕, 일종의 관행으로 굳어졌다. 교육업체 간 고발전이 이어졌고, 일부 업체들을 상대로 한 폭로전과 이에 대한 명예훼손 재판도 진행됐다. 심지어 한 차례 사과했던 이투스는 2011년 두 번째 사과문을 게시하며 "2010년 12월 강사진 및 경영진의 대거 교체와 함께 수험생 여러분에게 떳떳한 회사로 거듭나고자 이후로 일체의 알바활동을 금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5년 7월에는 검찰이 수사에 나서기도 했으나, 이같은
“중소기업에선 사람 한 명 뽑기가 진짜 힘듭니다.” 삼성그룹 계열사에서 10년간 근무하다 최근 서울의 한 중소기업으로 옮긴 A 팀장은 구인공고를 아무리 올려도 연락이 오지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일상적인 중소기업 인력난에 대한 푸념이라고 생각할 때쯤 A 팀장은 새로운 이야기를 꺼냈다. “사실 몇 주전 실수로 초봉을 2500만원으로 입력했을 땐 이력서가 수백장이 몰렸습니다. 2050만원으로 정정한 후에는 이력서가 뚝 끊기더군요.” 중소기업 평균 연봉(2523만원) 정도로만 올려줘도 취업자를 쉽게 구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중소기업계에 임금과 근로시간은 여전히 ‘최후의 보루’다. 중소기업 대표 경제단체인 중소기업중앙회는 선진국 수준의 노동시장 유연성을 강조하다가도 최저임금이나 근로시간만큼은 한국의 특수성을 주장하며 예외적용을 요구한다. 실제로 최근 국회가 법정 근로시간 52시간 감축안을 내놓자 중소기업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생산성 하락, 인건비 부담 등으로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
전직 대통령이 검찰에 피의자로 출석한 역사적인 날, 점심메뉴가 화제에 올랐다. 김밥이라던 메뉴는 시간이 흐르면서 초밥, 유부초밥으로 확대되더니 결국 김밥·유부초밥·샌드위치가 포함된 도시락으로 귀결됐다. 이 와중에 대통령 측 손범규 변호사는 기자들에게 "도시락에 초밥은 유부초밥을 의미함. 생선초밥이 아님"이라는 내용으로 급하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굳이 '생선'이 아니라 '유부'초밥이라고 해명까지 한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점심식사가 '고급' 메뉴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생선초밥'이 주는 어감에서 '귀족'냄새까지 맡는 국민은 없다. 그럼에도 변호인단은 점심메뉴를 보는 여론의 시선에 무척 신경쓰는 눈치였다. 여기에서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서 대통령 측 변론과정에서의 특이점과의 연관성이 엿보인다. 탄핵심판 재판정에서 김평우 변호사 등은 유난히 중계 카메라와 방청객을 의식한 듯한 제스처로 일관했다. 변론 내용 자체도 법률위반 혐의내용이나 헌법위배 혐의에 대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