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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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스타트업에 클럽딜(공동투자)로 들어가려는데 리드 투자사의 불만이 많았다. 우리가 1~2개월 뒤 투자하는데 자신들이 투자할 때와 같은 기업가치로 참여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거다. 그럴 거면 아예 참여하지 말라고 해서 투자가 무산될 뻔했다." 한 투자심사역이 털어놓은 일화다. 해당 스타트업으로선 투자가 차질을 빚으면 IR에 시간을 낭비하게 되지만 리드 투자사가 이런 문제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지분가치만 신경 썼다는 주장이다. 요즘처럼 어려운 시기에는 벤처캐피탈(VC)들이 합심해서 스타트업의 성장을 돕는 것이 훗날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는데 근시안적 관점 아니냐는 지적이다. '혹한기'라고 할 만큼 벤처투자 위축이 장기화하면서 일부 VC에 대한 불만이 소규모 VC는 물론 스타트업들 사이에서도 종종 들린다. 투자유치 이후 VC의 경영 참여 범위를 어디까지 볼 것인지는 업계에 끊이지 않는 논란이다. 지난해 수백억원대 투자를 유치한 한 스타트업의 대표는 VC가 지나치게 경영에 간섭하고
다 죽어야 전멸이 아니다. 구체적 수치는 공개되지 않지만 군에서는 도상연습(지도 위에 부대나 군사시설 등을 표시해 벌이는 모의 전쟁) 등에서 아군이 전투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는 수준의 피해 규모를 설정하곤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장교는 "군 기능, 참모 기능, 무기, 탄같은 게 갖춰져야 한다"며 이같은 조건들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부대는 전멸한 것이나 마찬가지 상황이라고 설명한다. 기관 트레이더 출신의 한 주식투자 전문가는 적정선을 넘어선 손실을 '불가역적 피해'에 빗댄다. 예컨데 투자 원금의 33% 손실을 입은 투자가는 원금 복구를 위한 손실을 회복하려면 그 상태에서 50%의 수익률을 올려야 한다. 그런데 원금 3분의 1을 까먹은 사람이 50%의 수익률을 올려 만회하는 것이 가능할까. 부대원 3분의 1이 희생되는 피해를 입은 부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살아남은 부대원들은 병력 손실분만큼 더 활약해야 한다. 그런데 누군가는 정신적으로 공포에 휩싸여 더는 전의를 발휘하
"과도한 위기론이 진짜 위기 상황을 만듭니다" 조선·배터리업계 관계자들이 종종 하는 말이다. 새해가 되면 두 업계를 향한 위기론이 등장할 때가 있다. 전년도 시장 점유율 통계가 나오는 시점이 되면 중국의 높은 점유율은 K조선, K배터리 위기론의 근거가 된다. 클락슨리서치 집계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전 세계서 발주된 선박 59%를 가져갔다. 한국의 점유율은 24%다. 중국과 35%p 차이다. 중국은 3년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위기론이 사실이라면 국내 조선업은 지난 3년 동안 실적이 내리막길을 걸어야겠지만, 오히려 수익성이 확대됐다. 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 등은 불황의 터널을 뚫고 흑자전환을 이뤘거나 목전에 뒀다. 배터리업계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난다. 국가별 통계는 없지만, 상위 10개사 가운데 6개가 중국업체일 정도다. 이런 상황에도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의 주요 사업 지표는 매년 신기록을 경신한다. 올해는 전동화 시장의 위축으로 성장세가 둔화할
얼마 전 치과의사 김광수씨의 양심선언이 화제가 됐다. 그는 "장사를 잘하는 치과에 가면 멀쩡한 치아도 나쁜 충치가 된다"며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아말감 충전 치료는 권하지 않고 그보다 20~30배 비싼 금·인레이 치료부터 권유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건강보험 적용 재료인 아말감 충전재 충치 치료 건수가 5년 새 65% 급감했다. 이종성 의원이 받은 국민건강보험의 급여적용 항목별 충치 치료 진료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아말감 충전으로 충치를 치료한 건강보험 청구 건수는 2017년 163만5967건에서 지난해 57만6647건으로 감소했다. 또 다른 보험적용 충치 치료재인 글래스 아이오노머 시멘트(GI)를 포함한 급여 적용 충치 치료 건수는 2017년 901만481건에서 지난해 807만3927건으로 5년 새 10% 줄었다. 아말감 충치 치료의 가격은 5000~1만5000원가량, GI는 1면 기준 1만~1만7000원대로 저렴한 편이다. 하지만 치과 병·의원에서 충치 진료를 할 때 보험
"독일에 지역인재라는 개념은 없다." 이공계 인재육성 비책을 찾기 위해 지난달 방문한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에서 뜻밖의 비밀을 들었다. 전국에 분포한 277개 연구소를 중심으로 대학과 기업이 사람을 키우고 첨단산업 일자리를 만든다는 이야기였다. 우리나라처럼 별도 지방(地方) 인재육성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독일에선 연방정부와 16개 주정부의 지원을 받는 연구소만 약 280곳에 달한다. 막스플랑크연구회(순수기초과학)를 비롯해 프라운호퍼연구회(산업응용기술) 헬름홀츠협회(거대과학) 라이프니츠협회(학제융합연구) 산하 연구소들이 그 주인공이다. 이번에 방문한 바이에른주 뮌헨의 막스플랑크 플라스마물리연구소와 천체물리연구소는 뮌헨공대 등과 캠퍼스를 같이 쓰며 연구·교육을 이끌었다. 헤센주 프랑크푸르트에 위치한 막스플랑크 생물물리학연구소와 뇌연구소도 프랑크푸르트대, 괴테대 등과 함께 인재와 산업을 키워냈다. 역사가 다른 만큼 독일 모델을 한국에 그대로 적용하긴 어렵다. 독일이 19세기
"한 번 거꾸로 물어볼게요. 정치를 왜 하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의 한 의원이 최근 통화에서 연거푸 한숨을 내쉬었다. 2~3초 정도 정적이 흘렀을까. 그는 "정치라는 게 사람들 어려움을 좀 덜어줘야 하는 게 아니냐"며 "쌓인 법안은 많고 뭐라도 조금씩 진전이라는 게 돼야 하는데 상황이 돌아가는 것을 보면 영 마음 같지 않다"고 자답했다. 변화에 소극적인 정부의 태도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토로했다. 돌이켜보면 과거 공무원 시절의 본인도 다를 바가 없었다는 반성도 함께였다. 이 의원은 "정부가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하려고 해야 하는데, 참 문제다"라며 "저도 공무원일 때는 사람들의 절박감이나 이에 따른 책임감을 잘 몰랐다. 이런 것들을 좀 알았다면 (당시의 저도) 자세가 바뀌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위는 지금 휴업 상태다. 지난달 27일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이 '선 구제·후 회수'를 골자로 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한 여파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민주
"역사적 비행이다." 지난해 11월28일 영국 버진애틀랜틱이 100% SAF(지속가능항공유)를 사용한 여객기의 최초 대서양 횡단(런던→뉴욕)에 성공한 것을 두고 한 논평이다. 이 회사의 창업자로, 비행에 동행한 '괴짜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 경도 "지속가능한 연료로의 업그레이드"에 의미를 부여했다. SAF는 폐식용유 등을 활용해 만드는 항공유다. 기존보다 탄소 배출량을 80% 줄일 수 있다. 유럽 등 각국이 혼합 의무 비율을 설정하는 2025년 무렵을 기점으로 폭발적인 시장 성장이 기대된다. 연평균 시장 성장률이 47.2%에 달할 전망인데, 이런 미래 시장의 개화가 코 앞에 도달했음을 브랜슨의 버진애틀랜틱이 보여준 것이다. 비슷한 시점인 11월23일. 대한민국 국회에서는 여야가 정유사의 바이오연료 사업을 가능케 하는 법 개정안에 합의했다. 기존에 '석유 정제 제품'만 판매할 수 있었던 국내 정유사가 SAF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이 법은 한 해가 끝날
영자디, 이아자, 청리자…. 언뜻 MZ세대들의 신조어처럼 들리는 이 단어는 올해 서울에서 분양한 아파트 이름이다. '영등포자이디그니티' '이문아이파크자이' '청계리버뷰자이'를 실수요자들이 편하게 세글자로 줄여 부르고 있다. 2010년 이후 지어진 아파트 단지명은 대부분 이렇게 동네 이름에 아파트 브랜드명, 단지 특성을 딴 펫네임을 조합한 형태다. 브랜드명과 펫네임이 대부분 외국어다보니 한글은 찾아보기 힘들다. 최근에는 외국어를 합성해 만든 완전 새로운 단어를 펫네임으로 쓰는 게 유행이다. 서울에서 가장 긴 단지명인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는 건설사 2곳의 브랜드명에 퍼스트(First)와 티어(Tier)의 합성어를 조합했다. 어원을 듣기전엔 뜻을 짐작하기도 힘들다. 거창하게 이름 붙였지만 시장에서는 정작 '개포 디퍼아'로 불린다. 사실 시장은 짧고 간결한 이름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시가 작년 말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아파트 이름이 어려워 비슷해
'지피지기 백전불태'는 비단 전쟁에 국한되지 않는다. 국가나 기업의 경영, 특히 구악을 일소하는 쇄신작업에선 반드시 필요하다. 쇄신의 대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신나게 허수아비만 때리다 제풀에 지쳐 쓰러지는 '자칭' 개혁가가 부지기수다. 카카오 쇄신의 키를 쥔 김정호 브라이언임팩트 이사장은 지난달 일부 임원에게 욕설을 했다는 논란이 기사화되자 소셜미디어에 4편의 글을 올려 자기방어에 나섰다. 대부분 카카오의 내부 병폐를 드러내는 내용이었고 결론은 "욕 나오는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을 조선의 개혁가 조광조에 빗대면서 쇄신에 반발하는 세력이 언론에 욕설 사실을 흘렸다는 인식까지 내비쳤다. 전형적인 섀도복싱이다. 머니투데이에 당일의 사건을 알린 이들은 회의실 바깥으로 10여분 동안 고성과 욕설이 들려올 때 불안에 떨 수밖에 없었던 수많은 직원이다. '깜깜이'로 진행되던 그룹 쇄신작업을 전혀 알 수 없던, 젊은 직원들에게 공유된 정보는 김 이사장의 욕설과 이후의 암묵적인
국내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들이 위기다. 팬들을 위해 스페셜 콘텐츠를 내놓고 아티스트 투표 이벤트를 진행하고 각종 추천 플레이리스트를 제공하는 등 살길을 찾고 있지만 위기감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모습이다. 이들의 위기는 유튜브 뮤직의 폭발적인 성장세 때문이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국내 1위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멜론은 11월 MAU(월간 활성 이용자 수)가 1월에 비해 44만명 넘게 줄었다. 같은 기간 지니와 플로도 각각 39만명, 14만명 넘게 줄었고 네이버 바이브도 44만명 이상 줄었다. 국내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들이 쇠락하는 사이 유튜브 뮤직의 11월 MAU는 1월보다 110만명 이상 늘었다. 1위 멜론과 2위 유튜브 뮤직의 MAU 차이는 17만명 정도다. 업계에서는 유튜브 뮤직이 멜론을 제치고 음원 스트리밍 업계를 장악하는 일은 시간 문제라고 한다. 유튜브 뮤직의 성장세는 유튜브 프리미엄 끼워팔기 덕분이다. 유튜브에서 광고를 보지 않을 수 있는 프리미엄 요금제에 가입하면 유
2023년 건설업계는 다사다난했다. 전국 현장에서 '공사비 갈등'이 벌어졌다. 원자재값이 30% 가까이 올라 건설사업 수익성이 떨어졌다. 고금리에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어 매수심리가 악화되고 미분양 물량이 쌓였다. GS건설은 인천 검단에 시공중이던 아파트 주차장이 철근누락으로 붕괴하자 5500억원 규모의 재시공을 결정했다. DL이앤씨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근로자 총 8명이 사고로 사망하는 일을 겪었다. 연말에 가까워지면서는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자금 경색으로 건설사 '줄도산 위기론'이 확산되고 있다. 건설사 실적은 부동산 경기에 따라 온탕냉탕을 오고간다. 지금은 냉탕이다. 특히 국내 건설시장에선 남는 게 많지 않은 상황이다. 주요 건설사들은 일제히 해외건설 비중을 높인다는 전략을 세우며 위기에 대응하고 있다. 위기가 왔을 때 상황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적절한 대응방안을 찾아 장기적인 청사진을 그리는 게 경영진의 역할이다. 위기가 오자 '현장 출신' CEO(최고경영자)를 찾
"저희 죽습니다. 꼭 좀 부탁합니다." 지난 21일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이 통과되기 전의 일이다. 우연히 A의원이 누군가와 통화하는 것을 듣게 됐다. 수화기 건너편 인사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 산하 '소소위'에 참여하는 누군가였고 그는 기다렸다는 듯 제발 특정 예산만은 지켜달라며 통사정을 하기 시작했다. 지역구 내 핵심 사회간접자본(SOC)예산이니 내년 총선 표심을 좌우할 것이라고 보는 듯 했다. 21일 국회에서 통과된 예산안을 보니 그의 읍소가 결국 통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소소위는 낯선 이름만큼 존립 근거도 모호하다. 예산심사를 담당하는 상임위원회가 예결위인데, 빠른 논의를 위해 만든 소위원회 안에 또 소위원회를 만든 것이 '소소위'다. 소소위 등장 시기는 2008년으로 알려져있다. 당시 여야가 예산안 심사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자 논의에 속도를 내보려 형식에 구애받지 말고 핵심 인물끼리 얘기하자며 '묘수'로 시작된 것이다. 소소위가 그 때는 묘수였을지 몰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