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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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제조 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정작 칩을 만드는 장비는 모두 수입해 옵니다." 지난달 스마트공장·자동화산업전에서 만난 한 반도체기업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이 관계자는 자사 공장이 대부분 일본 미쓰비시의 장비를 쓴다면서 국산 장비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국내 장비기업의 기술 수준이 많이 올라왔지만, 여전히 외국산 장비에 비해 경쟁력이 높지 않아 반도체 자립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 말에는 반도체 업계의 오랜 고민이 묻어 있다. 반도체를 만드는 기술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세계 1~2위를 다투지만, 장비 업계는 아직 뒤처져 있다. 반도체 장비 시장은 미국과 네덜란드, 일본이 약 80%를 과점하고 있으며, 글로벌 10위 안에 우리 기업은 한 곳도 없다. 세계적 기업을 보유하고도 정작 반도체를 만드는 도구는 스스로 못 만드는 셈이다. 중국을 보더라도 반도체 장비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반도체 굴기를 외치며 자립을 자신했지만, 미국이 장비
15일부로 전공의들이 집단으로 의료 현장을 떠난 지 57일째가 됐다. 그사이 환자들과 현장에 남은 의료진은 지쳐가고 있다. 항암치료가 지연되고 수술이 몇 달 미뤄지는 사례는 흔한 일이 됐고 제때 치료받지 못해 사망하는 일도 잦아졌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최근 아픈 아내가 집 근처 대형병원을 두고도 전공의 파업으로 응급실에 의사가 없어 중소병원에 입원하게 됐고 상태가 악화해 1시간 거리에 있는 대형병원 중환자실로 이송된 뒤 사망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의료파업이 없었다면 처음부터 대형병원에서 정확한 치료를 받았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문제는 현 상태가 지속될 경우 의료대란은 걷잡을 수 없이 더 커질 것이란 점이다. 오는 25일부터는 일부 의과대학 교수들이 제출한 사직서가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교수들이 병원을 떠나면 상급종합병원을 중심으로 간신히 운영되던 중증·응급 의료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 그런데 정부는 4·10 총선이 시작되기 하루 전인 지난 9일부터 현재까지 뚜렷한 움
"경찰서 주차장 면수가 왜 시민들에게 알려지면 안 될까요?" 요즘 취재 때문에 경찰서를 방문하면 주차할 곳이 예전보다 더 없다. 민원 때문에 경찰서를 방문했던 시민이라면 무조건 공감할 것이다. 몇 년 전부터 보안을 이유로 모든 경찰서가 민원인 주차장을 따로 운영하고 있다. 경기지역 경찰서 주차장 통계를 내보니 민원인 주차장은 경찰서 주차장 총 면적 대비 10%도 채 되지 않는 곳이 많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주차장 전체 709면 중 민원인 제공 면수는 25면이다. 시흥경찰서는 경찰직원 주차장 226면, 민원인 주차장 21면. 광명경찰서는 전체 주차장 138면 중 민원인 전용은 8면. 안양동안경찰서는 전체 144면 중 민원인 주차장은 15면밖에 되지 않는다. 이러니 현장은 늘 만차고 주차전쟁이다. 경기지역 대다수의 경찰서가 이런 비율이다. '시민을 위해 봉사한다'는 경찰서에 시민에게 할애된 주차면수가 너무 인색하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는 게 불편한 건지 부천원미·화성동탄경찰서 등 일부
"나 이번에 투표 안 했어. 선거권자된 뒤 처음이야. " 4. 10 총선 날 저녁, 30대인 친구가 전화를 걸어와 한 말이다. 그는 대학에서 정치학과 행정학을 공부했다. 평소 현역 의원들의 선수(選數)를 훤히 꿰고 있을 만큼 정치에 관심이 많다. 그런 그가 왜 투표를 포기했을까. "아무리 살펴봐도 표를 줄 수가 없겠더라. " 친구는 지지하는 정당 후보의 경력과 공약은 마음에 들지 않고 그렇다고 상대 정당에 표를 주기는 더 싫었다고 했다. 그래도 투표는 했어야 하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최근 낳은 아들 얘기를 꺼냈다. 그는 출산 후 걱정이 많아졌다고 했다. 이 정도 벌이로 계속 아이를 키워나갈 수 있을지, 대출은 어떻게 갚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했다. 그는 "아들이 살아가야 할 미래를 책임질 대표를 뽑는데 비전을 제시하는 사람이 보이지 않아 고민 끝에 포기한 것"이라고 했다. 정치에 등을 돌린 젊은이들이 적지 않다. 이번 총선에서 사전투표를 한 이들 가운데 20대는 12. 9%, 30대는 11. 3%에 불과했다. 50대는 22.
독점시장에서 기업은 경쟁상대가 없기 때문에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상품의 가격과 공급량을 마음대로 결정한다. 이 때문에 소비자 후생을 위해선 기업의 진출입이 자유롭고, 여러 공급자가 존재하는 경쟁시장이 보다 바람직할 수 있다. 지난 10일 치러진 총선에서 제3지대의 출현을 열망했던 이들은 경쟁시장을 바라는 소비자의 마음과 같았을 것이다. 거대 양당 사이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제3지대가 출현했다면 '정책 시장'에서 유권자들의 권익은 한층 향상될 것이란 생각이었다. 다만 정치권 제3지대는 이번에도 실패로 돌아갔다. 배달앱 시장은 이미 존재하던 제3지대마저 없어질 판이다.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쿠팡이츠가 치열하게 경쟁하던 시장에서 요기요는 2위 자리 수성에 실패하고 제3지대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도 점점 버거워하고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쿠팡이츠의 MAU(월간활성화이용자)가 625만8426명으로 1달 새 약 51만명 늘어나는 동안 요기요는 31만명 가량줄어든 570만9473명
2023년의 어느 날. 모 국회의원실이 주최한 정책토론회를 찾았던 적이 있다. 기업을 담당하고 있지만, 산업계에 파급력이 큰 정책과 관련한 취재를 하기 위해서였다. 실제 꽤 많은 기업인들이 이 토론회를 찾기도 했다. 하지만 토론회는 김 빠진 맥주 같았다. 토론회에 나온 아이디어들을 정책에 반영해줘야 하는 국회의원들의 모습을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토론회를 주최한 국회의원 조차도 "다른 바쁜 일이 있어서"라는 설명만 남기고 현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이튿날 그 국회의원은 토론회 개최 관련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현장에서는 들어본 적 없는 본인의 현안 관련 코멘트와 함께. 국회의원들이 기업 관련 이슈를 이런 식으로 치부해도 괜찮은 것인지 회의감이 들었다. 자신이 속한 당의 팬덤이나, 지역구와 크게 관련없는 현안들에 접근하는 '의원님'들의 태도가 극명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럴 듯한 자료를 만들고, 거기에 적당히 이름만 올려서 의정활동 실적만 쌓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기자만 이렇게
"투표소 가서 그냥 백지 내고 나올 겁니다. " 최근 만난 한 국회의원 보좌관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가 보좌해온 의원은 당 내 공천파동을 겪고 경선에서 탈락했다. 그는 어차피 우리 텃밭이니 후보를 '꽂는 것' 아니겠냐고 했다. 마음에 안 들지만 투표를 안 할 순 없고, 찍을 사람은 없으니 무효표라도 만들겠다는 것이다. 물론 그가 진짜 무효표를 찍고 나왔을 것 같진 않다. 그저 국회, 심지어 한 정당 안에서조차 배척의 정치가 펼쳐진 것에 어떤 식으로든 항의 표시를 하고 싶다는 마음일 것이다. 투표는 해야겠는데, 찍을 사람은 없고. 이런 고민은 비단 정치 고관여층만의 것은 아닌 듯 하다. 최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총선 캐스팅보터-2030 표심' 기획 기사를 위해 만난 2030세대 유권자 16명 중 투표를 안 하겠다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이들은 뽑고 싶은 사람도 없고, 투표를 통해 삶에 어떤 것이 나아질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진보 성향이라고 밝힌 한 25세 여성 유권자는 "거대 양당정치만 아니면, 내 의견을 대변할 수 있는 정당이 있다면 그 곳에 표를 주고 싶다"고 했다.
배달전쟁이 점입가경이다. 쿠팡이츠가 무료배달을 선언하자 업계 1위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이 뒤를 따랐고 이미 구독제 무료배달 서비스를 제공한 요기요는 전면무료를 선언했다. 과거 라이더 수급을 위해 배달팁을 올리고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무한 프로모션을 진행한 배달업계에서 '쩐의 전쟁'이 다시 시작된 모습이다. 쿠팡이츠가 처음 무료배달을 선언했을 때만 해도 업계 관계자들은 회의적이었다. 결국 음식값 10% 할인 대신 배달비를 무료로 하는 것이기에 음식가격에 따라 소비자가 느끼는 효용이 다를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결국 너도나도 무료배달을 선언했다. 국내라는 한정된 시장을 공략해야 하는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뒤처지면 도태된다는 불안함에서다. 그동안 '쩐의 전쟁'을 몇 차례 겪은 업계에선 즉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 관계자는 "배달업계의 제 살 깎아먹기가 또다시 시작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제야 배달시장의 수요와 공급이 적정 수준에 이른 것 같은데 또
3억원 로또, 6억원 로또. 복권 1등보다 당첨확률이 높지만 심지어 '공짜'다. 단, 복권방이 아닌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홈페이지를 방문해야 한다. '무순위 줍줍' 청약이 이번달에도 두 곳 나온다. 3~4년 전 분양가가 그대로 적용돼 당첨시 수억원대 시세차익을 곧바로 취할 수 있는, '로또보다 확실한 로또'다. 무순위 청약 상당수는 '조건'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19세 이상 성인이면 된다. 대학생도 사회 초년생도 일단 넣어보라는 권유를 받는다. 전매제한도 없고 실거주 의무도 없어 잔금 납부전에 집을 팔아도 된다. 혹시 당첨된다면 가족 돈이든 친구 돈이든 끌어오면 된다고 한다. '선당후곰'(먼저 당첨되고 고민은 나중에)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진다. 지난 2월 '20억 로또'로 불린 서울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 무순위 청약에는 3가구 모집에 100만명이 몰렸다. 로또청약 현상은 기형적이다. 시장실패이자 정부실패다. 시장에 맡겨둔 부동산 가격이 최근 3~4년 새
"심판하면 치솟는 물가가 잡히나요?" 한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유세 현장에서 만난 어느 유권자의 말이다. 그는 유세 중인 후보의 옷을 응시하며 이런 얘길 꺼냈다. 후보가 입고 있던 파란색 야구점퍼에는 이름 석 자와 함께 '정권심판'이란 네 글자가 당명보다도 크게 적혀 있었다. 낯설지 않았다. 유권자의 반응도 당명보다 크게 자수된 네 글자도 모두 익숙했다. 야당의 수도권 선거 취재를 위해 방문한 대부분 지역에서 마주했던 모습이다. 지역마다 각기 다른 현안이 있었음에도 후보들은 정권심판론을 앞세우며 지지를 부탁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2주년을 앞뒀다. 이런 시점에 치러진 선거에서 야당이 심판론을 꺼내 든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민주당 후보 유세 현장에 있던 이들 대부분은 야당 지지층이었다. 그런데도 지역 후보들이 정권심판에만 매몰됐다고 우려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전국을 돌아다니며 정권심판론을 내세울 때 국민의힘과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이조(이재명·조국)심판론'을 띄웠
[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스타트업의 혁신 솔루션은 어떻게 가격을 매겨야 할까요?" 최근 만난 한 스타트업 임원이 건넨 질문이다.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솔루션을 공급하는 이 스타트업은 설립 8년차를 맞았지만, 적정 가격을 설정하는 건 여전히 어려운 일이라고 토로했다. 글로벌 디지털전환(DX)이 가속화되면서 SaaS 솔루션 수요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국내 역시 마찬가지다. 시장조사기관 한국IDC에 따르면 2022년 1조7843억원 규모였던 국내 SaaS 솔루션 시장은 매년 15.5% 고성장을 이어가며 2026년 3조614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 같은 핑크빛 전망과 달리 개별 기업들의 상황은 녹록치 않다. 국내 수많은 SaaS 스타트업 중 흑자를 내고 있는 곳은 손에 꼽는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SaaS 스타트업 100개 중 97개는 적자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왜 그럴
홍콩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주가연계증권) 손실 사태가 새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과 SC제일은행 등 '홍콩 ELS'를 판매한 주요 은행이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분쟁조정기준안을 수용했다. 이미 투자자와 자율배상에 합의한 은행도 나왔다. 은행권이 자율배상을 수용하면서 이제 금융권의 관심은 금융당국의 제재에 쏠린다. 금감원은 '홍콩 ELS' 판매사에 검사의견서를 보내고, 의견 수렴 절차를 가질 예정이다. 이후 제재심의위원회(이하 제재심)를 열어 판매사와 경영진 징계를 결정한다. 제재심 과정에서 은행권과 금융당국의 치열한 공방이 오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21년 3월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이후 발생한 첫 대형 판매규제 위반 사례로 수조원의 징벌적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제재와 무게감이 다르다. 은행권은 자율배상과 제재심은 별개라는 입장이다. 은행권은 분쟁조정기준안을 수용하면서 '자율조정', '신뢰회복' 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