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심판만 있고 삶은 없다 [기자수첩]

총선, 심판만 있고 삶은 없다 [기자수첩]

김도현 기자
2024.04.05 05:40

[the300]

"심판하면 치솟는 물가가 잡히나요?"

한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유세 현장에서 만난 어느 유권자의 말이다. 그는 유세 중인 후보의 옷을 응시하며 이런 얘길 꺼냈다. 후보가 입고 있던 파란색 야구점퍼에는 이름 석 자와 함께 '정권심판'이란 네 글자가 당명보다도 크게 적혀 있었다.

낯설지 않았다. 유권자의 반응도 당명보다 크게 자수된 네 글자도 모두 익숙했다. 야당의 수도권 선거 취재를 위해 방문한 대부분 지역에서 마주했던 모습이다. 지역마다 각기 다른 현안이 있었음에도 후보들은 정권심판론을 앞세우며 지지를 부탁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2주년을 앞뒀다. 이런 시점에 치러진 선거에서 야당이 심판론을 꺼내 든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민주당 후보 유세 현장에 있던 이들 대부분은 야당 지지층이었다. 그런데도 지역 후보들이 정권심판에만 매몰됐다고 우려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전국을 돌아다니며 정권심판론을 내세울 때 국민의힘과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이조(이재명·조국)심판론'을 띄웠다. 여당의 대척점에 선 이재명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등을 가리키며 '야권의 범법자'를 먼저 심판해야 한다는 논리를 편다.

심판론을 심판론으로 응수하는 반복의 시간 속에서 각 정당의 정책공약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지역 개발, 부동산 대책, 국회의원 특권 포기 등과 같은 단골 공약부터 재원 조달 방안이 불분명한 선심성 공약들까지 어느 것도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 오로지 서로를 향한 양 진영의 심판론 뿐이다.

서민들을 가장 고통스럽게 하는 게 고물가라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를 두고 싸워야 진정한 선거 아닐까. 여당은 1500억원이 투입됐다며 금방이라도 물가가 잡힐 것처럼 얘기한다. 야당은 턱도 없는 금액이라고 비웃는다. 그게 끝이다.

오늘(5일)부터 이틀간 사전투표가 실시된다. 투표 전 마지막 주말엔 양 진영이 사활을 건 유세에서 또 다시 서로의 과거를 꼬집으며 목소리 높여 심판을 외칠 것이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말이다.

이제 닷새 뒤면 본투표다. 후보들의 당락에 따라 두 진영은 각각 성적표를 받아들 것이다. 그러나 유권자들의 손에 무엇이 남을까. 국민들의 삶과 유리된, 그들만의 '심판 전쟁'으로 또 한 번의 선거가 끝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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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현 기자

안녕하세요. 정치부 김도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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