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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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이맘때쯤 국회에선 유난히 '헌정 사상 최초'라는 말이 많이 들렸다. 지난해 예산정국은 대통령이 국회에 내년도 예산안을 설명하는 자리인 시정연설을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전면 보이콧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헌정 사상 최초'였다. 여야는 예산안에 대한 법정 시한인 12월2일은 커녕 최소한 정기국회 내에는 처리하자는 약속조차 지키지 못했다. 데드라인이 사라지자 여야의 대치는 끝없이 이어졌다. 정부·여당은 '헌정 사상 최초'의 준예산 편성을, 민주당은 '헌정 사상 최초'로 야당 자체 예산 수정안을 만들어 단독 처리하겠다며 맞섰다. 예산안 처리가 늦어진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던 여야는 법정 시한을 20일이나 넘긴 12월23일에서야 극적 합의를 이뤘다. 그러나 이미 2014년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후 처음으로 정기국회 내 예산안 처리에 실패했다는 오명을 얻은 뒤였다. 올해 예산정국의 시작은 작년과는 사뭇 달라 보인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본격적으로 예산안 심사를 시작하기 하루 전
"타이밍이 너무 절묘하다" 한 배터리사 관계자는 중국의 흑연 수출 통제 결정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중국 정부는 12월부터 배터리 제작에 쓰이는 천연·인조흑연 반출을 제한한다. 내년부터 배터리 생산량이 본격적으로 확대된다. 미국·유럽에서 생산될 배터리 생산에 어깃장을 놓기 적기인 셈이다. K배터리를 향한 선전포고다. 미국·유럽에서 배터리를 생산하는 기업이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에 국한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한국·미국·유럽이 같은 처지는 아니다. 구분 지어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국·유럽은 자국 시장을 무기로 중국과 힘겨루기 중이다. 마찬가지로 큰 시장을 지닌 중국은 다양한 방식으로 이들에 반격을 가한다. 미국·유럽이 중국 전기차·배터리기업의 자국 시장 진입에 제동을 걸면, 중국도 이에 상응하는 보복 조치를 통해 자국의 이익을 도모한다. 중국 입장에서 한국은 글로벌 패권 다툼을 벌이는 경쟁자다. 중국의 가장 많은 견제와 보복을 당한 곳 역시 한국이다. 미국·유럽과 더불
최근 중소벤처기업부는 벤처투자 활성화를 위해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모태펀드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벤처투자 혹한기라고 할 만큼 자금난에 허덕이는 스타트업이 늘어난 상황에서 벤처투자 생태계를 되살릴 원군으로 CVC를 주목한 것이다. 중기부는 이번 CVC 규제 완화와 지원 확대를 통해 국내 벤처투자 시장에서 22% 수준인 CVC의 투자 비중을 2027년까지 30%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벤처투자 업계 큰손인 기관 출자자(LP)들마저 지갑을 굳게 닫은 상황에서 벤처투자 활성화를 위한 중기부의 노력은 일단 환영할 만하다. 문제는 그 방식이다. 중기부는 CVC 활성화 방안으로 루키리그 개편을 꺼내 들었다. 우선 매년 모태펀드 출자예산의 10%를 루키리그로 배정하기로 했다. 루키리그 참여요건 역시 완화했다. '설립 이후 3년 이내, 총운용자산(AUM) 500억원 이내'이던 조건을 각각 5년 이내, 1000억원 이내로 확대했다. 대부분 CVC가 신생 벤처캐피탈(
"은행을 갖고 있으면 정말 잘 살아야 한다. 세금 내는 것조차 조심해야 한다." 카카오의 '시세조종 의혹'이 카카오뱅크 대주주로서 적격성 심사에 미치는 영향을 취재하던 중 금융당국 관계자가 한 말이다.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은 대주주가 '최근 5년간 금융관련법령 등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에 해당하는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 없어야 한다'고 자격 요건을 규정한다. 자본시장법 등 금융 관련 법령뿐만 아니라 공정거래법, 조세범처벌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도 위반해서는 안 된다. 세금을 내는 과정에서도 잘못이 발견돼 벌금형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으면 적격성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는 의미다. 은행의 대주주는 그만큼 높은 도덕성, 공정한 업무처리 능력을 갖춰야 한다. 금융감독원은 26일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 카카오 관계자들은 고가 매수 주문, 종가 관여 주문 등의 전형적인 시세조종 수법을 사용했고, 금융전문가와 법률전문가그룹까지 조직적으로 가담했다고 설
한국의 수출길이 인수·합병 리스크를 맞았다. 바닷길을 책임지는 해운은 HMM의 매각이 지지부진하다. 하늘길을 맡은 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 매각을 두고 잡음이 커지고 있다. 해운과 항공 모두 격변기를 맞고 있다. 해운의 경우 공급은 늘고 운임은 떨어지는 다운사이클에 접어들었지만 투자도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HMM이 코로나19 기간 황산화물 세정장치인 스크러블을 장착해 다른 글로벌 선사보다 더 많은 이익을 챙긴 것처럼, 친환경 전환 없이는 이제는 경쟁 자체가 불가하다. 국제 표준에 따라 오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려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평균 선박 수명이 20년인 점을 고려하면 시간이 촉박하다. 그러나 매각이 늦어지면서 HMM의 친환경 전환도 속도가 붙기 쉽지 않다. 시급한 상황이지만 마땅한 인수자도 당장 보이지 않는다. 해운업계는 악화하는 업황 속에서도 투자를 우직하게 밀어붙이거나, 자산을 매각하지 않을 여유가 있는 인수자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당장
지금은 인터넷으로 실물을 보지 않고 주문하는 게 일상이지만, 20여년 전만해도 문화 충격이던 시절이 있었다. 1995년 첫 방송된 홈쇼핑이 우리나라 최초의 비대면 판매다. 집집마다 울렸던 '뻐꾸기 시계'가 바로 맨 처음 홈쇼핑으로 팔린 제품이다. 이 외에도 스팀청소기, 도깨비방망이, 원액기 등 홈쇼핑은 수많은 '엄마들의 유행템'을 배출시켰다. 홈쇼핑이 이렇게 급성장한 데는 쇼호스트의 역할이 컸다. 새로운 형태의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팔기 위해서는 입담은 물론 소비자들의 수요를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홈쇼핑들은 앞다퉈 쇼호스트 육성에 나섰고, 억대 연봉을 자랑하는 스타 쇼호스트들도 여럿 탄생했다. 그럼에도 쇼호스트는 상품을 홍보하는 광고모델에 지나지 않는다. 방송 내용이나 판매 책임은 쇼호스트가 아닌 홈쇼핑에 있다. 쇼호스트 정윤정씨가 지난 1월 생방송 중 욕설을 사용했지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직접적인 제재를 받지 않은 것은 그런 이유다. 정 씨에 대한 처분은 업계 자율에 맡겨졌
"경기북부의 일부 지역은 경북 북부 지역의 오지보다 더 오지다." 지난 1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나온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이같이 강조했다. 뒤처진 경기북부 발전을 위해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신설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다. 이날 국감에 참석한 의원들도 경기특별자치도 신설에 대해선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지방교부세 배분 등과 관련해선 우려하는 모습이었다. 김교흥 행안위원장(더불어민주당)이 김 지사에게 "경기북도가 신설되면 지방교부세를 받아야 하고, 그렇다면 17개 시·도로 배분될 교부세가 줄어들 수 있는데 이에 대한 복안이 있는지"를 물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에 김 지사는 "만약 경기북도가 신설된다면 경기도가 상생협력기금에 더 많은 재원을 내겠다"면서 "대한민국 경제성장률을 연간 0.31%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는 만큼 세수 확대를 통해 교부세를 받고 있는 단체에 더 많은 혜택이 가도록 하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실제로 경기북부특별자치도를 만든다
"증인은 한국 브랜드를 도용한 짝퉁이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판매되는 것을 알고 있습니까?" 지난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증인으로 출석한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대표에게 물었다. "인지하고 있습니다." 장 대표가 답했다. "한국브랜드 도용 짝퉁 판매 현황을 파악해본 적 있습니까?" 강 의원이 다시 물었다. 장 대표는 "저희 내부 데이터에 의하면 알리익스프레스 한국 전체 거래량 대비 가품으로 인한 이의제기건은 0.015%입니다"라고 말했다. 강 의원은 "증인으로서 선서했고 (위증 시)법에 저촉받음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습니까"라고 되물었다. 위증을 경고할 정도로 장 대표의 답변을 믿을 수 없다는 취지의 질문이었다. 백혜련 정무위원장도 "(장 대표의 답변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거들었다. 국회의 국정감사 대상이 될 정도로 국내에서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됐는데 알리 측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런 대목이다. 한편으론 국
"아직 인생을 포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살고 싶습니다. 마약을 끊고 싶습니다." 지난달 말 마약 중독 재활시설 지원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마약중독자의 말이다. 그는 호기심에 마약에 손을 댔다가 인생이 송두리째 망가졌다. 중독을 치료할 수 있다는 여러 병원을 찾아다녔지만 번번이 실패했다고 한다. 민간이 운영하는 국내 유일의 주거형 마약 중독 재활시설 다르크(DARC)를 만나고 처음 희망을 봤다. 단약 교육을 충실히 받고 함께 입소한 사람들과 고통을 나눴다. 그는 "최근에서야 유혹을 떨쳐낼 수 있었다. 혼자 힘으로는 절대 불가능했을 일"이라고 했다. 그런 그가 더이상 도움을 받지 못하게 됐다. 경기도다르크가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남양주시에 신고를 하지 않고 운영을 한 점이 문제가 됐다. 소송을 하고 있지만 운영이 재개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집 주변에 마약 중독자들이 모여 사는 걸 반기지 않는 주민들 민원도 걸림돌이다. 경기도다르크에 입소했던 15명은 뿔뿔이 흩어졌다. 이 중 일부
21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가 시작된 지 9일째에 접어들었으나 예년과는 달리 이른바 '국감 스타'가 보이지 않는다. 2017년 신문지를 깔고 국정감사장에 드러누웠던 고(故) 노회찬 의원처럼 수년 간 회자될 정도의 사건이 매년 일어나긴 어렵지만, 올해처럼 국정감사가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도 보기 드문 일이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국정감사가 시작되던 지난 10일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국정감사는 경제위기에도 폭주하는 윤석열정부에 맞설 거의 유일한 수단"이라며 "비상한 각오로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공천을 위한 현역의원 의정활동 평가에서 이번 국정감사 실적을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이 물러선다면 국민들이 질문할 기회조차 없다"더니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현 정부의 행정을 대상으로 하는 사실상 첫 국정감사를 내년 총선 평가 기준에서 뺀 것이다. 정부의 잘못을 지적하는 국정감사가 야당 주도로 흘러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 맥주 시장 점유율 1위 오비맥주가 지난 11일 카스, 한맥 등 주요 제품의 출고가를 평균 6.9% 인상했다. 500ml 병맥주 1병에 1250원 남짓하던 출고가가 1350원 정도로 약 100원 정도 올랐다. 오비맥주의 맥주 출고 가격 인상은 지난해 3월 이후 19개월 만이다. 맥아 등 원재료 가격뿐 아니라 병, 캔 등 부재료와 물류비가 동시에 치솟자 어쩔 수 없이 가격을 올렸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그간의 업계 관행을 보면 업계 1위 오비맥주의 가격 인상은 경쟁사인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의 인상으로 이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카스만 7000원에 팔고 테라와 클라우드는 6000원에 팔 수 없지 않겠냐"며 "출고가 키 맞추기는 시간 문제"라고 했다. 맥주업계는 연초에 가격인상을 준비했었다. 각종 원재료 가격의 상승 뿐만 아니라 맥주에 붙는 세금이 올랐기 때문이다. 맥주 세금은 물가가 오르면 자동으로 인상된다. 가격인상 발표문까지 써놨던 맥주업계는 정부의 가격인상 자제 압박에
금융위원회가 기업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 의무화 시기를 당초 2025년에서 2026년으로 1년 연기한다고 16일 발표했다. 국내 기업들에게 충분한 준비 기간을 부여하겠다는 의도다. 촉박한 일정과 모호한 기준에 속앓이를 하던 기업들은 금융위가 ESG 공시 의무화 시기를 1년 늦추면서 일단 한숨 돌렸다는 분위기다. 기업들은 사회적 분위기 변화와 공시 의무화에 대비해 신속하게 움직여 왔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올해 초 발간한 '2022년 K-기업 ESG백서'에 따르면 매출 상위 100대 기업의 환경과 안전에 대한 투자 규모는 전년도보다 87.6% 급증했다. 자율적으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내놓는 기업도 다수다. 친환경 경영으로의 전환을 넘어 궁극적인 탄소 중립 목표를 담았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88%의 기업이 "ESG 공시가 중요하다"고 답했다. ESG 공시 필요성에 대한 기업들의 인식 수준이 높은 것과 별개로, 관련 시스템이 아직 제대로 정비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기업 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