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우리나라 예산 총지출 증가율은 2.8%다. 역대 최저 수준이다. '전임 정부 재정 운용이 방만했다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정치적 해석은 논외로 하더라도 나라곳간을 지켜 살림살이를 튼튼하게 만들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읽힌다.
건전재정을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정부 의지는 국회 심의 과정에서도 확인됐다. '감액 내 증액' 조정 원칙 아래 국회 예산 심의에 임한 정부는 당초 제출한 총지출 규모(656조9000억원)보다 외려 3000억원 순감된 예산을 손에 쥐었다. 정부는 관리재정수지와 국가채무가 각 4000억원 개선돼 건전재정 기조가 강화됐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새해 들어 정부의 건전재정 의지는 의심받고 있다. 지난해 사상 최대 세수결손을 기록한 상황에서 정부가 연이어 줄감세 정책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와 증권거래세 유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비과세 혜택 확대 등이 감세 정책의 사례다.
문재인정부가 '선심성 퍼주기' 정책을 폈다면 윤석열정부는 '선심성 세금 깎아주기'로 재정건전성을 위협하고 있단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기재부는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2023∼202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내년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72조2000억원으로 GDP(국내총생산) 대비 2.9%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윤석열정부 집권 후 처음으로 재정준칙을 지킬 것이라는 예상이다. 하지만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정부 예상보다 2조5000억원 이상 늘면 GDP 대비 적자 비율은 3% 이상이 된다.
금투세 폐지에 따른 내년 세수 감소는 약 1조5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임시투자세액공제 1년 연장(1조5000억원), ISA 세제 혜택 확대(2000억~3000억원)로 추가 세수결손이 불가피하다.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 완화와 신용카드 사용액 증가분에 대한 소득공제율 상향 등도 내년 세수를 줄이는 요인이다. 내년에도 재정준칙을 지키기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지출을 졸라매면서 감세드라이브를 걸다 보니 감세 정책에 따른 세수 선순환 효과도 기대만 못할 수 있단 점이다. 고금리·고물가에 내수는 얼어붙었고 저출산·고령화, 기후변화 대비 등 재정을 써야할 곳은 늘고 있다. 지출이든 감세든 적재적소가 중요해진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