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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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화장품 브랜드의 중국 내 시장 점유율 떨어졌다고 하지만 자동차, 핸드폰에 비하면 감소폭은 거의 없는 수준입니다." 한 화장품 회사 대표의 말이다. 화장품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효자 산업중 하나로 국내 경기가 어려운 시기에도 든든한 버팀목이 돼 줬다. 전세계 여성들의 파우치 필수품이 된 쿠션팩트의 원조도 우리나라다. 국내 기업이 스탬프를 찍는 원리에서 영감을 받아 파우더와 파운데이션의 기능을 합쳐 개발했다. 쿠션팩트는 화장 시간을 혁명적으로 단축시켰고 그 간편함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쿠션팩트를 비롯해 한국산 화장품들은 한때 '메이드인 코리아'라는 이름 하나로 해외에서 날개돋친 듯 팔려나갔다. 그 중심 국가는 중국이었다. 중국은 국내 화장품 수출 시장의 큰 축으로 2018년까지만해도 60%의 비중을 차지했다. 하지만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태를 겪은 이후로 상황이 달라졌다. 중국 내 한국 화장품 불매 운동이 이어졌고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보따리상의 왕
내년 1월27일로 다가온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을 앞둔 중소기업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입법부와 행정부를 바라보며 따뜻한 손길을 바라지만 큰 기대는 없다. 5인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수는 83만여개로 전체 기업의 98% 이상을 차지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이 기업들을 대상으로 중처법이 유예되지 않을 경우 대응 계획을 묻자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응답이 과반을 넘었다. '사업 축소·폐업 고려' 응답도 16.5%를 차지했다. 법적 조력을 받을 능력과 시간이 부족한 사업주는 사고 조사와 재판 기간 동안 기존 사업을 유지할 수 없다. 사업주이면서 노동자인 이들은 더하다. 무대책으로 법을 어기는 길을 걷지 않으면 어쩔 수 없이 폐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직원은 하루 아침에 일터를 잃을 위기에 놓인다. 산업·안전·보건 전문가들이 중처법 유예 필요성을 주장하는 이유다. 중처법 유예가 안전 유예를 부추기는 것도 아니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으로도 50인(억)미만 사업
오는 30일(현지시간) 지구 온난화 대책을 협의하는 제28회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다. 당사국총회는 각국이 함께 기후변화 대응 목표를 설정하고 방법을 정한다는 점에서 인류의 가장 중요한 기후 노력으로 여겨진다. 1997년 교토의정서,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 같은 국제사회 주요 합의들이 모두 당사국총회를 통해 나왔다. 올해 회의는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에 비해 1.5℃보다 더 높아지지 않도록 한다는 목표 달성을 위한 전 지구적 이행점검(GST)이 이뤄지는 총회로 의미가 크다. 각국은 기후위기 대응의 필요성을 느끼지만 다국적 협력이 얼마나 강화될지는 미지수다. 올해 당사국총회에 대한 관심은 전쟁 같은 급박한 국제정세에 밀려 관심에서 다소 밀려난 분위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의 인질 협상 등에 따른 업무 과중을 이유로 취임 후 처음으로 총회에 불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눈앞의 경제적 이익을 이유로 기후
이달 초 할아버지 기일이었다. 2년 전, 90세가 다 돼 폐암을 진단받은 할아버지는 "아무것도 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자식들 고생하는 게 당신 아픈 것보다 싫으셨던 게다. 수년 전에 이미 불필요한 생명 연장은 원치 않는다며 사전연명의료의향서(계획서)도 작성해두셨던 터였다. 하지만, 연명의료계획서는 당신 입장에선 '반쪽짜리'였다. 수개월 내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말기'는 대상이 아니고 곧 사망할 '임종 과정'에만 적용됐기 때문이다. 암이 진행돼 급성 폐렴으로 응급실에 실려 온 그날부터 두 달간 할아버지는 병원에서 '살았다'. 수액과 영양제가 혈관이 꽂혔고 산소를 공급하는 콧줄이 달렸다. 심장 박동과 혈중 산소량을 기록하는 센서도 몸에 덕지덕지 붙었다. 할아버지는 연신 그것들을 떼버리려고 했다. 호흡이 가빠 필담(筆談)으로 장례 절차를 적고 "편히 죽고 싶다"고 썼다. 하지만, 병원은 법적 책임 등을 이유로 환자를 마음대로 죽게 두지 못했다. 그것이 설령 개인의 의지라도, 그 의
"죄송하지만 2차전지 얘기는 못할 것 같습니다." 2차전지 산업을 연구하는 애널리스트에게 인터뷰 요청을 하면 한결같이 이런 대답이 돌아온다. 2차전지 전문가가 2차전지 얘기를 할 수 없다는 게 아이러니 하지만 요즘 여의도 증권가의 현실이 이렇다. 말하는 게 직업인 애널리스트가 말을 할 수 없고 코스닥 시가총액 1위 종목인데도 제대로 된 투자의견 조차 낼 수 없다. 요즘 애널리스트는 목숨을 걸고 일한다고 할 정도다. 과장이 아니라 진짜다. 모 연구원은 에코프로비엠에 대해 매도 의견을 냈다는 이유로 매일같이 협박 메일을 받는다. 그 연구원의 보고서를 인용한 기사에는 험악한 댓글로 가득하다. 더 심각한 건 이런 현상이 온라인으로만 그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어떤 투자자는 모 증권사 앞에서 '친중 매국노 ○○○은 자살하라'는 피켓을 들고 연일 시위를 벌인다. 문구도 살벌하지만 무엇보다 직접 회사를 찾아와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게 심각성을 더한다. 에코프로가 고평가 됐다며
벤처캐피탈(VC, 창업투자회사) 업계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중소기업창업투자공시에 따르면 국내 VC는 364개사로 총 벤처펀드 운용규모(AUM)은 56조5584억원이다. 이중 AUM(운용규모) 기준 상위 3%의 대형 VC 14곳이 전체 36%인 20조7000억원을 운용한다. 반면 하위 26%인 95개사는 AUM이 상위 3%의 100분의 1인 100억원을 밑돈다. VC업계의 양극화 문제는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금리인상으로 출자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VC들이 펀드 결성에 애를 먹기 시작했다. 특히 중소형VC의 타격이 컸다. 그나마 열리는 출자사업들은 보수적으로 대형 VC들에게 출자했고, 대형VC들은 시장축소에 중소형VC들이 맡아오던 소규모 출자사업에까지 손을 뻗었기 떄문이다. 그 결과 투자시장이 급격히 위축된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1년 새 라이선스를 반납한 VC의 숫자는 7곳에 달한다. 2019~2021년 연평균 4.7곳보다 32% 증가한 규모다. 심사역 인력 사이
"바이오사들에 영향이 없을 순 없겠죠." 최근 '뻥튀기 상장' 논란에 휩싸인 반도체 설계기업 '파두' 이야기를 꺼내자 바이오사 관계자는 한숨을 크게 내쉬며 이같이 말했다. 기술특례상장 제도로 지난 8월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파두는 올해 2분기 5900만원, 3분기 3억2100만원의 매출을 기록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파두가 상장 전 제시한 연매출 예상치 1200억원과 큰 차이가 있는 수치여서다. 작년 동기와 비교해도 크게 감소했다. 한때 2조원대에 이르렀던 파두의 시가총액은 9000억원대로 뚝 떨어졌다. 주주들은 집단소송까지 예고했다. 파두 사태에 애먼 바이오 업계가 긴장하는 것은 이 회사가 기술특례상장을 통해 증시에 입성했기 때문이다. 기술특례상장은 현재 수익성이 낮아도 우수한 기술력을 갖춰 미래 성장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기업이면 상장할 수 있도록 기준을 완화해준 제도다. '바이오기업을 위한 제도'란 표현이 나올 만큼, 바이오 관련기업들이 제도의 수혜를 많이 봤다. 하지만 파두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닥사·DAXA)에는 설명하지 못하는 비밀이 많다. 가상자산 재상장 가능 기한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올해 3월 닥사에서 발표한 공동 거래지원심사 가이드라인에는 공동 상폐 후 재상장 유예 기한을 '일정 기한'으로 명시해놨다. 업계 대부분이 1년이라고 알고 있지만 닥사는 기한에 대해 공개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고수한다. 구체적인 기간이 공개되면 재상장 시기가 임박해 코인 시장 투기 등으로 시장이 왜곡될 우려가 있단 논리다. 하지만 명확한 방침이 공개되지 않아 해석은 분분했고 결국 이를 위반했다는 거래소가 나왔다. 닥사는 공동 상폐 후 11개월만에 위믹스(WEMIX)를 상장시킨 고팍스에 3개월 의결권 제한 조치를 내렸다. 닥사는 회원사 중 첫 제재를 내리면서도 명확한 이유 공개 없이 "자율 규제 절차를 위반했다"고만 밝혔다. 반면 공동 상장폐지 가이드라인은 윤곽 조차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다. 위믹스·페이코인(PCI) 등이 닥사에서 공동 상장폐지된지 수개월이 지났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2030 세대를 소환하고 있는데 반응이 시원찮다. 여야 모두 청년에 대한 몰이해만 드러내고 있단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2030 세대를 겨냥한 새 현수막을 공개했다가 '청년 비하'라며 역풍을 맞았다. 민주당은 최근 각 지역위원회에 현수막 게시를 지시하는 공문을 보내며 4가지 문구를 지정했다. '11.23 나에게온당' '정치는 모르겠고, 나는 잘살고 싶어' '경제는 모르지만 돈은 많고 싶어!' '혼자 살고 싶댔지 혼자 있고 싶댔나?' 등이다. 민주당은 개인성과 다양성에 가치를 두는 2030 세대의 특성을 담았다며 '나에게 쓸모 있는 민주당'으로 변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문구는 민주당이 청년을 보는 편협한 시각을 드러낸다는 지적이다. 청년이 정치에 관심이 많지만 표를 던지고 싶은 정치인이 없어서 투표장을 가지 않는 현실, 열심히 노동해도 경제적 자립이 어려운 현실, 연애와 결혼 등에서 청년이 부딪히는 고민 등을 전혀 담지 못했단 것이다. 국민의
한국 스타트업 중 해외에 나간 기업은 전체의 약 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타트업의 해외진출 비중이 90%에 달하는 싱가포르, 80% 수준인 이스라엘과 비교하면 턱없이 적은 수치다.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력을 갖는 스타트업 육성이 시급하다. 이 같은 분석은 최근 아산나눔재단과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은행권청년창업재단(디캠프),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공동 연구한 '2023 스타트업코리아' 보고서에 나온 결과다. 보고서는 한국과 글로벌 국가 간 스타트업의 창업·자본·인재의 양방향 이동이 얼마나 원활한지 나타내는 '글로벌 개방성(연결성)'에 있어서 한국의 경쟁력 수준을 분석했다. 한국은 대부분의 요소가 글로벌 선도국에 비해 열위에 있었다. 한국 스타트업을 대표하는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기업)만 봐도 상당수가 내수 시장 중심이다. '우물 안 개구리'로는 성장 잠재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글로벌에서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찾아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합당한 말이지만, 비전과
"마지막 키스는 담배 향기가 났어. 씁쓸하고 애달픈 향기." 넷플릭스 오리지널 일본 드라마 '퍼스트 러브 하츠코이'에서는 일본 'X세대'의 첫 사랑 이야기가 1999년 일본의 여가수 우타다 히카루의 히트곡인 '퍼스트 러브'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얼핏 '러브레터'와 같은 1990년대의 서정적인 일본 영화를 연상케 하는 복고풍의 이 드라마에서 눈길을 끄는 건 군대와 중국에 대한 묘사다. 극의 남주인공은 자위대원이다. 군대를 가질 수 없는 나라 일본에서 그는 사회의 주변부에 머물며 시대 착오적이라는 시선을 받는 소외된 인물상으로 그려진다. 그런 이해받지 못하는 남자를 고교 시절부터 사랑했던 여주인공은 도시로 유학온 대학생이다. 그런데 그녀의 룸메이트인 중국 여성은 유독 시끄럽고 주변에 예의를 갖추지 않는다. 마치 주인공 커플의 밀월을 방해하는 존재처럼 그려진다. 극중 설정이 오늘날 동북아시아의 상황을 연상케 하는 이유다. 1990년대 대중매체라면 극우 논란이 거의 자동적으로 따라 붙는 자
"민·관 합동으로 기업을 밀어줘도 모자랄 시기에, 하루가 멀다 하고 규제가 쏟아져 나오니…" 최근 만난 한 경제단체 고위 관계자는 심화하는 정치권의 기업 압박에 대해 우려했다. 세수 부담이 커진 기업들의 경쟁력이 약화되면 장기 침체의 늪으로 빠질 수 있다는 우울한 전망도 내놨다. 이제 막 불황의 터널을 벗어나는 기업에 족쇄를 채우는 것보다는 각종 인센티브로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기업 관련 법령이 반기업적이라는 지적은 매년 도돌이표처럼 반복돼 왔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 노란봉투법이 국회의 문턱을 넘은데다 횡재세 논의까지 시작되면서 '기업 억누르기'가 도를 넘었다는 목소리도 커졌다. 정치권의 논의대로라면 기업들은 1년 내내 확대된 안전 관리 책임과 늘어난 노사분규에 시달려야 한다. 추가 이익에 따라붙는 세금은 덤이다. 한국 기업들이 지고 있는 부담은 이미 선진국 중에서도 최고 수준이다. 국내 법인세 최고세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