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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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저것도 아닌 애매한 상황을 빗댄 용어 '같기도'가 요즘 개그계의 최대 유행어로 떠올랐다. "이건 옷을 입은 것도 아니고, 벗은 것도 아니여", "이건 월세도 아니고, 전세도 아니여", "대선 출마한다는 것도 아니고 안 한다는 것도 아니여". 매주 일요일 오후 KBS 2TV '개그콘서트'에서 선보이고 있는 코너 '같기道'에서 최근 유행시킨 말들이다. 29일 서울시청 기자실. 서울시 도시계획국 핵심 간부들이 출동해 철도공사의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안에 대한 도시건축공동위원회의 자문 결과를 설명했다. 시의 입장은 용산국제업무지구 13만4000평중 8만4000평의 개발만을 허용하고 나머지 5만평은 개발 대상에서 유보한다는 것이다. 상당수 기자들은 용산철도정비창 부지에 세계에서 세번째로 높은 620m 높이의 초고층 랜드마크 건물이 들어선다는 것에 관심을 보였다. 시가 철도공사가 요청한 건물높이와 주거비율을 수용하겠다는 입장를 밝혔기 때문이다. 그러나 설명회를 시작한지 10여분도 지나지
'예탁원 주총 재개. 사측 공권력 투입요청. 노조 바리케이트 대치' 28일 밤 11시를 조금 넘긴 시각, 핸드폰에 이같은 문자 메시지가 떴다. 증권예탁결제원 노동조합이 노조원들에게 회사로 집결하라는 지령이 내린 직후였다. 당초 예탁원은 이날 오전 10시 주총에서 감사를 선임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노조측이 낙하산 인사라며 강력저지에 나서며 주총이 무산됐다. 사측은 급기야 마감시한인 자정을 앞두고 공권력까지 요청, 주총을 강행하기로 한 것이다. 감사 후보는 증권사 지점장을 거쳐 현재 한 증권사 투자상담사로 재직하고 있는 인물.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예탁원이 구멍가게도 아니고 검증된 인사가 필요한 거 아닙니까." "낙하산도 낙하산 나름이지 원..." "경남 출신에 부산고, 이거 너무 한 것 아닙니까." "누구의 처남이다, 누구 조카다 이런 얘기까지 파다하다해요." 속속 모여든 직원들은 불만을 토로했다. 직원들은 로비에 의자와 탁자 등을 쌓았다. 그리고선 60여명이 줄을
"월간 수주량이요?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요? 수주란 게 월단위로 평가되는 것도 아니고, 단지 통계치일 뿐입니다. 중국이 추격해 온다는 것은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이지만 한국 조선업, 적어도 10년은 문제 없습니다." 국내 조선업체들의 월간 수주량이 1~2월에 연속으로 뒤졌다는 보도를 접한 조선소 임원의 반응이었다. 중국이 정책적으로 자국 해운사의 벌크선 발주 물량을 자국 조선소에 몰아주면서 생긴 일시적 현상이라는 설명이었다. 엄밀히 말해 지난해 12월부터 중국이 월간 수주량에서 앞섰으니 3개월 연속 중국에 밀린 셈이라는 게 그의 설명. 이같은 현상은 2005년 하반기부터 있어 왔다는 통계도 제시했다. 중국이 거세게 따라오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뒤처졌다고 표현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얘기였다. 대우조선해양의 남상태 사장도 비슷한 발언을 했다. 최근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비롯한 재계총수들이 샌드위치론을 제기한 것과 관련해 "샌드위치는 위에 누가 있어야 하는데, 우리는 위에 아무
해커가 UCC 사이트에 '마빡이' 동영상 파일을 올린다. 국가기관 보안담당자가 호기심에서 동영상을 다운받아 이를 클릭하는 순간 해커의 PC가 피해자의 PC에 바로 연결된다. 27일 국가정보원이 '사이버안전의 날' 행사의 일환으로 마련한 해킹 시연. 참관자들은 사이버 공격자와 피해자, 단계별 피해상황을 보여주는 3대의 대형 컴퓨터를 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마빡이 동영상에는 이용자의 PC에 몰래 접속해 통제할 수 있는 악성코드가 숨겨져 있었던 것. 이를 통해 해커는 피해자의 PC에 접속해 'FTA 협상전략'과 '외국 대통령 방문시 경호시스템 운영계획'을 순식간에 빼냈다. 만약, 해커가 이 정보를 외국 테러조직에 넘길 경우, 방한중인 외국 대통령의 이동경로가 확보돼 물리적 테러에 악용될 수도 있다고 국정원측은 지적했다. 물론 이날 이뤄진 해킹은 실제가 아닌 가상 상황이다. 그러나 결코 현실상황과 다르지 않다는 게 문제다. 동영상 파일에 악성코드를 숨겨놓는 방법은 해커들 사이에 일반화
'청탁'을 받았다. '해피뮤직스쿨'의 오디션만이라도 보게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청탁 이메일을 보낸 이는 미국 네바다주에서 목회를 하는 K목사. "이미 오디션이 끝난 것은 아닌지요? 기자님이 도와주시면 길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실례인 줄 알면서 이렇게 글을 드립니다." K목사는 얼마 전 한국의 한 중년 여성으로부터 상담을 요청 받았다. 자신의 아들을 미국으로 입양 보내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그녀는 "아들이 피아노를 좋아하고 재능도 있다"며 "가정형편이 어려워 레슨을 시키질 못한다"고 했다. "남편과 함께 조그마한 자영업을 하는데, 여유가 없나 봐요. 아이의 꿈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아이를 포기할 수도 있다는 말에 가슴이 아렸습니다. 뭐라 답변하지 못한 채 인터넷을 돌아다니다가 기자님 기사를 봤어요. 한국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을까 싶어 연락 드립니다." 이메일을 열어본 시간이 23일 금요일 오후 4시반. 오디션은 이틀 뒤인 일요일에 열릴 예정이었다. '해피뮤직스쿨'
이른바 '돈이 되는 시장'에 은행권의 영업이 집중되면서 '출혈 경쟁'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시도금고, 공공기관, 대학, 병원 등 기관영업이다. 국민연금은 지난 12일 신한은행과 주거래은행 계약을 체결했다. 신한은 지난 9월 공개입찰에서 국민, 우리은행에 이어 3순위에 그쳤지만 1,2순위 은행들이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포기하면서 기회를 잡았다. 신한은행은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입장이지만 경쟁은행들은 "무리한 요구를 들어줬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초 서강대 지점 유치전 때는 상황이 반대였다. 신한은행이 '출혈' 문제를 적극 제기하는 입장이었다. 우리은행은 신한은행에 합병된 구 조흥은행이 10여년간 운영해온 서강대 지점을 치열한 경쟁 끝에 유치했다. 신한은 전형적인 출혈 경쟁 사례라고 주장했고 우리은행은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맞받았다. 공격과 수비의 주체만 바꿔놓으면 국민연금의 주거래은행 선정 과정에 대한 논란과 거의 흡사하다. 이쯤되면 '내가 하
"고령 농민이 생계비 걱정없이 은퇴할수 있도록 지원한다? 농민도 명퇴가 있나." 지난 19일 박홍수 농림부장관의 '올해 업무보고' 브리핑을 듣던 기자들이 농가등록제 대목에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농가등록제는 농가를 전업농과 중소농,고령농,취미·부업농 등 4개 유형으로 나눠 고령농을 조기은퇴직불제와 농촌형역모기지론 등으로 은퇴를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박 장관은 "농촌을 전업농 체제로 키워 도시가구 이상의 소득을 실현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브리핑 후에도 기자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60세 이상 농민이 60%를 넘는데 다들 은퇴하면 농사는 누가 짓나?" 정부의 속내는 다음날 노무현 대통령이 드러냈다. "오늘 노무현이 농업 포기하자고 하더라고 비약해 전달할 수도 있다"고 운을 뗀 노 대통령은 작심한 듯 강도높은 발언을 쏟아냈다. "농업도 시장 영역 안에서 어떻게든 해결할수 밖에 없다." "농산물도 기름과 마찬가지로 상품이고, 그래서 경쟁력이 없으면 농
친디아(중국+인도) 및 베트남 증시에 투자한 이들이 가슴을 쓸어내리게 생겼다. 장밋빛 전망이 가득하던 이들 증시에 하루가 다르게 비관론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홍콩의 H지수와 인도 선섹스지수는 올 들어 12%, 9.8% 빠졌다. 세계증시 가운데 최악의 실적이다. 친디아 증시는 정부의 긴축정책에 따른 기업의 실적 둔화 우려로 상승 모멘텀을 잃었다는 지적이다. 중국 정부는 11개월만에 금리를 세번 올렸고, 인도는 4년래 최고치인 7.5%로 끌어올렸다. 중국 기업의 수익증가율은 올해 14.8%를 기록한 이후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선섹스지수에 편입된 기업들의 순익도 1년 동안 반토막 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최근 급락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여전히 비싸다는 지적이 무리는 아니다. 지난해 156% 폭등한 데 이어 올들어 49% 오른 베트남 증시도 예외가 아니다. 전문가들은 베트남 증시가 단 한 차례의 조정 없이 질주해 온 터라 한껏 높아진 밸류에이션을 기업들의 실적이
20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의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세미나실. 이날 바른사회시민회의 주최로 열린 '세금폭탄으로 부동산가격을 잡을 수 없다'는 주제의 정책토론회에는 정부정책에 대한 성토가 쏟아지면서 비좁은 공간이 금세 달아올랐다. 행사장에서 만난 60대의 윤모씨는 송파 잠실5단지 집을 최근 처분하고 잠시 전세로 살고 있다며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자녀를 교육시키고 환경이 편해 20년간 잠실에서 살아왔지만 종합부동산세 부담으로 생활비 쓸 돈이 줄어 이사를 결심했다"고 했다. 윤씨는 모르는 동네로 가서 적적하지나 않을 지 걱정했다. 경기 용인에 살고 있는 최모씨도 졸지에 알박기꾼으로 몰려 땅을 잃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최씨는 "아파트를 지을테니 싯가에 팔라는 건설사의 유혹에도 땅을 내놓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택지개발촉진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이런 노력도 수포로 돌아갈 것 같다"며 한탄했다. 앞으로 건설사가 '알박기'로 사업이 힘들다며 주택공사에 공동사업을 제의할 경우 최씨 땅은 아파트
"축구라도 한 게임 하면서 몸을 부딪쳐 보는게 어때요? 우리 서로 제대로 얼굴도 모르는데..." 술자리에서 누군가 호기있게 제안한다. 이에 맞장구를 치는 사람들은 아예 4월중에 만남을 '성사'시키자며 각자 수첩을 꺼내들고 장소와 날짜같은 사소한 일에도 심각하게 토론을 벌인다. 제법 취기가 올라 있지만 모두들 '그 날' 만나자며 결의를 다진다. 마치 남북축구대표 경기를 성사시키는 것만큼이나 신중하다. 날을 잡고 난 뒤에는 곧 정상회담이라도 이뤄질 듯 다들 뿌듯해 한다. 최근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의 방송통신융합 업무를 담당하는 실무자들이 우연히 뭉치게 된 술자리 풍경이다. 서울 목동에 있는 방송위와 광화문에 있는 정통부 사이에는 사실 남극과 북극 사이보다 더 먼 거리감이 있다. '목동파'와 '광화문파'는 서로 남의 영역에 입성하는 것 조차 꺼려 한다. 한마디로 "뭐가 아쉬워 남의 지역까지 찾아가느냐"는 것. 정부가 방송규제기관인 방송위와 통신관련 부처인 정통부를 합치겠다고 나서면서 양
집값이 떨어지면 지난해 급증한 주택담보대출이 한국판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뜨겁다. 지난 16일 8개 시중은행장들이 모인 한국은행 금융협의회에서도 이 문제가 집중 거론됐다. 은행장들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별 영향없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주택금융공사가 "집값이 30% 떨어져도 회수에 문제없다"고 장담한 것과 별다르지 않다. 실제로 담보인정비율(LTV)가 50%도 안돼 집값이 반토막나지 않는한 은행은 큰 타격이 없다. 원리금을 갚지 못하면 담보를 처분해 회수하면 된다. 대부분이 변동금리부대출이라 금리상승에 따른 부담에서도 은행은 자유롭다. 총부채상환비율(DTI)도 강화돼 소득없이는 대출받기도 어렵다. 심각한 부실이 대규모로 발생할 여지가 별로 없어 보인다. 오히려 부실의 악순환의 고리가 될 수 있는 것은 다른데 있다. 주택담보대출보다 더욱 무서운 기세로 늘어난 저축은행의 부동산업 또는 건설업 관련 기업대출이다. 마치 카드위기 당시 카드채로 꽉 채워졌던 투
요즘 애주가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나오는 술 신상품들에 불만이 많다. 순해 빠진 술이 영 만족스럽지 못하기 때문이다. 독한 술을 즐기는 주당들 일수록 더욱 그렇다. 순한 소주 전쟁이 촉발된 지 1년이 지났다. 알코올도수 21도에서 20도로 1도가 내려가더니 일부 지방 소주사는 얼마전 16.9도짜리를 출시했다. 도수만 놓고보면 소주의 정체성이 모호해졌다. 맥주도 마찬가지다. 4.5도가 대세를 이루는 맥주시장에 4.2도가 나오는 등 저도화는 주류업계의 대세로 자리잡았다. 주당들은 소주 한 잔을 마신 뒤 칼칼한 뒷맛을 즐기던 시절을 그리워 하지만 그 시절이 다시 돌아오긴 어려울 것 같다. 주류업체들이 주당들의 불만을 모르는 건 아니다. 도수별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갖추고 고객들을 최대한 만족시켜주고 싶어 한다. 그러나 한국의 술 시장 크기가 다품종 소량생산에 따른 원가 상승을 감당할만큼 크지 못하다는 게 문제다. 고객 만족도 좋지만 당장 수지타산이 안맞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고도주를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