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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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시장의 주도권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갔다. 2013년 대형마트의 국내 매출 규모는 39조1000억원, 온라인 유통 채널의 매출 규모는 38.4조원이었다. 10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온라인 유통 채널의 매출 규모는 187조원, 대형마트의 매출은 34조5000억원 수준이다. 대형마트 매출은 오히려 4조원가량 줄어들었지만, 온라인채널 시장 규모는 5배 이상 늘었다. 규제는 여전히 10년 전 그대로 오프라인 유통채널에 맞춰져 있다. 2014년 정부와 국회가 '상생'을 명분으로 만든 유통산업발전법은 여전히 적용되고 있다. 대형마트는 심야에 영업을 할 수 없게 됐고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공휴일 2일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하도록 했다. 법이 만들어질 당시 대형마트의 성장은 매서웠다. 대형마트의 불은 24시간 꺼질 줄 몰랐고 전통시장을 비롯한 소상공인은 생존권을 위협받았다. 당시에는 영세 상인을 살릴 수 있다면 대기업의 손해를 일부 감수하고서라도 법을 도입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있었다.
올해 벚꽃이 평년(1991~2020년 평균)보다 최대 16일이나 일찍 개화했다. 때 이른 시기에 벚꽃이 망울을 터뜨리자 전국 곳곳의 벚꽃 명소들은 가족과 연인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벚꽃이 피는 시기가 점점 빨라지는 것은 기후변화 탓이다. 지금 속도대로 온난화가 진행되면 21세기 후반에는 벚꽃을 비롯해 개나리·진달래 등 봄꽃의 개화 시기가 23~27일 앞당겨져 대구의 경우 벚꽃이 2월27일에 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벚꽃의 이른 개화 현상은 동식물은 물론 우리 인간의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친다. 대표적 매개충인 벌이 수분을 옮기지 못하고 폐사하면 새와 같은 상위 포식자 멸종부터 궁극적으로는 인간으로 이어지는 '나비효과'가 우려된다. 문제를 막으려면 온실가스 감축과 탄소중립 실현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기후테크'로 사업을 하고 있는 스타트업에 대한 제대로 된 투자와 육성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정부도 기후테크 기업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는 점을
"이럴 거면 그냥 재선 안 하고 관두고 싶다는 생각까지 든다니까요." 최근 만난 한 초선의원은 계속되는 정쟁에 지쳤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정치인이 되기 전에는 국회의원이 되면 국회 상임위원회나 지역구에서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 기대했던 게 있었지만, 실제 국회에서의 경험은 '기승전 정쟁'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자리에 동석했던 보좌관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지자 이내 말을 멈췄다. 여야의 정쟁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본회의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일방 처리하자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로 맞받아쳤다. 현 정부 출범 이래 처음이자, 2016년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이후 7년 만에 일어난 일이다. 민주당은 간호법 제정안, 방송법 개정안, 노란봉투법 등 다른 쟁점 법안에 대해서도 강행 처리를 예고하고 있다. 갈수록 높아지는 여야 갈등 수위에 국회 안팎의 피로감은 가중되고 있다. 대치가 일상화하면서 협치를 요구하는 목소리나 행동은 묻혀버린다.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으니 넌 대답만 해)'. 말하는 사람이 원하는 답을, 듣는 사람이 맞춰 대답하도록 강요하는 방식을 뜻하는 유행어다. 최근 가덕도신공항 추진계획 설명회를 찾았던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가덕도신공항 사업을 가리켜 답정너라고 꼬집었다. 가덕도신공항은 정부가 추진 중인 공항건설사업이다. 사업비 14조원 규모로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받은 국가 사업 중 최대 규모로 전망된다. 아직 기본계획이 확정이 안 됐지만, 개항일자만 2029년 12월로 확정됐다. 내년 말부터 공사를 시작해 5년만에 완성한다는 일정이다. 이런 선례는 찾기는 쉽지 않다. 그나마 울릉공항 5년(예정), 일본 하네다공항 D활주로 약 4년으로 기간은 비슷하지만, 사업규모 면에서 3~10배씩 차이가 난다. 개항 시기를 먼저 정해놓고 사업을 추진하는 것도 드물다. 대개 계획을 수립하고, 이에 맞춰 완공 시기를 결정하는 데 가덕도신공항은 그 반대다. 정부는 기간만 제시할 뿐 공기 단축 방안은 민간에서 알아서 제안하라
필수의료 붕괴 사태에 직면하자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를 재추진하려는 모양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30일 의사단체인 대한의사협회와 개최한 '의료현안협의체' 제5차 회의에서 필수 의료인력 확충이 매우 긴급하고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형훈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노인 인구는 2025년이 되면 인구의 20%가 돼 이를 대비한 충분한 의료 인력 확보는 시급한 논의가 필요한 과제"라며 "2010년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일본의 경우 고령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2008년에서 2022년 사이 의대 정원을 1700명 이상 확대했다"고 말했다. 반면 국내 의대 정원은 2006년 연 3058명으로 정해진 이후 꽁꽁 묶인 상태다. 의료 현장에선 필수 의료 인력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이다.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등은 전공의 충원조차 못한다. 응급실을 보유한 병원이 20개가 있는 대구시에선 지난달 19일 추락 사고로 다친 10대가 전문의 부재 등을 이유로 입원을 거절당해 2시간가량 응급실을 찾아 떠돌다 사
"정말 막말로 저출산 문제가 해결이 안 되더라도 일단 이 땅에 태어난 아이들이 밝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게 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적인 책무라고 저는 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8일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에서 한 말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국가가 우리 아이들을 확실하게 책임진다는 믿음과 신뢰를 국민들께 줄 수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하면서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당초 원고에 출산율을 높이는 것보다 아이들이 자라나기 좋은 환경을 만들자는 표현은 있었는데, 이 문장은 대통령이 새롭게 넣으셨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각종 회의에서 '즉흥 발언'을 자주 한다. 대본 없이 발언을 할 때도 있고 이미 수차례 고친 연설문을 읽는 과정에서 자신의 진심을 담은 문장을 추가하는 경우도 많다. 이 발언 역시 윤 대통령의 평소 생각이 나왔단 분석이다. '막말로'로 시작하는 문장은 화제가 됐다. 각종 커뮤니티에선 논쟁이 붙었다. 저출산 문제 해결이 어렵단 사실을 솔직히 인정했단 점을 높
최근 금융권을 넘어 경제 전반의 최대 화두는 단연 '뱅크데믹'(Bankdemic)이다. 전세계적으로 은행 리스크가 마치 전염병처럼 급속하게 번진다는 뜻에서 나온 합성어다. 한국도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주말 사이 때아닌 토스뱅크 위기설이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타고 급속도로 퍼졌다. 토스뱅크가 지난 24일 내놓은 '먼저 이자 받기 예금'을 두고 '유동성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한 것이다. SVB(실리콘밸리은행)와 비슷한 채권 중심 자산 포트폴리오를 가진 데다 초기 적자인 재무 상태 탓에 토스뱅크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은 빠르게 퍼졌다. 금융당국과 홍민택 토스뱅크 대표가 진화에 나섰다. 금융당국은 토스뱅크 유동성 위기설은 오해라며 염려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홍 대표는 "오히려 토스뱅크의 유동성이 너무 많은 편"이라고 일축했다. 뱅크데믹 불똥은 시중은행으로도 튀었다. 국내 은행권은 크레디트스위스(CS)의 코코본드(AT1) 전액 상각 사태로 투자자의 불안 심리가 커
지난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진표 국회의장과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 위원장을 맡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 여야 의원 10여명이 참석한 '연금제도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 토론회가 열렸다.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라 불리는 연금개혁 토론회치고는 여야 정치인이 대거 모이는 등 이례적으로 뜨거운 반응이었다. 해당 토론회는 개최 사실만으로 뜨거운 이슈가 됐다. 연금 학계의 두 거두인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와 김연명 중앙대 교수가 한 자리에 모였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토론한다는 사실 만으로 학계에서도 관심이 높았다. 두 교수는 연금특위 민간자문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다. 해당 토론회는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연금 학계 두 거두의 의견이 어떻게 다른지 확인할 수 있었고, 국회의장과 여당 원내대표를 포함한 여야 정치인들이 대거 참여했다. 일반인 참석자들도 많았고 언론의 관심도 뜨거웠다. 그러나 연금개혁 입법의 또 다른 축인 야당 원내대표는 참석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국산 장려 운동이라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국내 대형 분유 업체 관계자의 말이다. 글로벌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낡은 문법', 소비자들의 동정에 호소해야 할 만큼 암담한 시장 분위기를 방증한다. 우선 저출산 여파로 분유를 먹을 아이들이 급감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은 0.78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연간 50만명이 넘었던 신생아 수는 2021년 기준 26만명으로 거의 절반이 줄었다. 이 때문에 시장 규모도 크게 쪼그라들었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분유시장 규모는 2897억원으로 5년 전인 2017년 시장 규모(4314억원)에 비해 약 33% 축소됐다. 업계 1위 매일유업은 지난해 분유 매출이 1000억원 밑으로 떨어져 창사 후 처음으로 성인용 단백질 제품보다 매출이 뒤처지게 됐다. 남양유업, 일동후디스 등 다른 경쟁 업체도 비슷한 상황이다. 수입 분유의 추격도 거세다. 2016년부터 이른바 '강남 분유'로 입소문을 타고 판매된 압타밀이 대표적
지난해 5월 '테라·루나 폭락 사태'를 일으킨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지난 23일(현지시간) 유럽 몬테네그로에서 검거됐다. 권 대표와 한창준 전 차이코퍼레이션 대표는 위조된 여권을 사용해 출국하려다 덜미를 잡혔다. 권 대표는 테라·루나 폭락 사태 직전인 지난해 4월 테라폼랩스 본사가 있는 싱가포르에 머물다 9월 세르비아로 달아났다. 도피 11개월 만에 한국 또는 미국으로 강제 송환을 앞두게 됐다. 권 대표의 테라 블록체인 프로젝트는 코인 1개의 가치가 1달러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 테라USD(UST)를 기반으로 설계됐다. 하지만 UST 가격 급락으로 가치 연동이 깨졌고, UST 가치 유지를 위한 토큰인 루나 역시 폭락했다. UST와 루나는 국내외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상장폐지됐다. UST와 루나가 한순간에 휴지조각으로 전락하면서 막대한 투자 손실이 발생했다. 불과 72시간 만에 시가총액 약 51조원이 날아갔다. 전 세계 가상자산 시장에 충격과 불신이 안긴 악영향은 가늠조차 어렵다. 폭
"정치개혁을 해야만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전방위에 걸친 대전환에 대응해 국회가 제 역할을 하고 국민의 불신에서 벗어날 수 있기에 제 정치 인생의 마지막 승부수를 던지고자 한다." 17대 국회 입성 후 내리 5선에 성공, 21대 후반기 국회를 이끌고 있는 김진표 국회의장이 지난 21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설명회'에서 한 말이다. 여기서 정치개혁은 현재 국회에서 논의중인 선거제 개편이다. 현행 선거제는 한 선거구에서 1등 한 명만 당선되는 소선구제다. 많은 전문가들은 '승자독식주의'가 현재의 거대 양당 체제, 극한 대립주의를 낳는다고 분석한다. 민주화 이후 12~21대 선거 평균 사표(死票) 비율이 49.98%에 달했다. 절반에 가까운 국민들의 의사가 의원 선출에 반영되지 않으면서 이는 정치에 대한 냉소주의로 이어진단 지적이다. 김 의장은 결국 출발부터 왜곡된 정치구조를 형성케 하는 판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봤다. 지역구를 조정하고 비례대표제를 늘리는 게 다양한 민의를 반영하
# 1965년 박정희 대통령이 김학열 경제기획원 차관에게 말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 예산은 다시 10억원으로 하라"는 지시였다. 8억원으로 깎였던 한 해 예산을 복원시켜 과학기술입국 실현에 힘을 보태라는 취지였다. 그 뒤로 KIST 예산은 경제기획원도 삭감하지 않았다. 최형섭 KIST(現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초대 소장이자 과학기술처 장관 회고록에 나오는 일화다. 박 대통령은 KIST 소장 임명장을 주며 예산을 얻으려고 경제기획원을 드나들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과학기술 예산 지원과 과학자 처우를 각별히 신경 썼다. 당시 KIST는 해외 한인과학자를 영입하며 대통령보다 많은 봉급을 주고 주거·의료·교육 등 파격 혜택을 부여했다. 연구 자율성 확보를 위해선 'KIST 육성법'을 만들고, 회계 감사 제외 등 특례를 줬다. 국회와 정부 부처 반대가 생기면, 박 대통령이 방패막이가 됐다. 1인당 국민총소득(GNI) 133달러에 불과했던 1966년 KIST가 출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