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나를 때릴 수 있다는 상상을 해본 적이 거의 없다. 그런 일이 생기면 반격하면 되겠지, 적당히 상황을 모면할 수 있겠지 생각했다. 키도 몸무게도 평균 이상인 남자라 그런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
얼마 전 서울 금천구 보복살인 사건을 지켜보면서 처음으로 나보다 크고 힘 센 사람이 완력을 사용하면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게 됐다. 피해자가 여성이고 가해자는 그녀의 전 연인이었기 때문이다.
피해자는 폭력을 휘두른 그 남성을 경찰에 신고했다. 혼자 힘으로는 대처할 방법이 없었으니 신고를 했을 것이다. 경찰이 그를 조사하고 별다른 조치 없이 귀가시킨 뒤 사건이 벌어졌다. 그는 범행 뒤 피해자의 신고에 화가 나 살인했다고 진술했다. 폭력을 못 이겨 한 신고가 더 큰 폭력으로 돌아온 셈이다.
이 같은 교제 폭력 사건이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남자가 여자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신체 특성과 힘의 차이가 있다보니 그럴 수밖에. 문제는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면 약자가 스스로를 보호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반드시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런데 경찰은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이라고 한다. 한 경찰 간부는 '교제 폭력 피해자 보호에 소극적인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지적에 이렇게 말했다.
"교제 폭력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고 피해자 보호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사실상 없다고 봐도 됩니다. 지금 경찰이 할 수 있는 게 마땅히 없는데 비난만 받고 있어요."
실제로 스토킹과 가정폭력은 법적으로 가해자를 접근금지 시키거나 구금 등을 할 수 있지만 교제 폭력은 그럴 수 없다. 피해자의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스마트 워치를 지급하거나 경호 인력을 붙일 수 있기는 하다. 그마저도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강제할 수 없다. 경찰은 난감할 때가 많다고 한다.
교제 폭력은 재범률이 높고 살인 등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비율도 높다. 경찰이 자체 판단해 보복 가해가 우려되는 경우 피해자 보호 조치를 강제할 수 있도록 법제화가 필요하다. 관련 법안들이 국회에 계류 중인데, 조속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피해를 보는 여성들은 늘어나는데 경찰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니 답답할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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