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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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도 없다. 다만 영원한 이해관계만 있을 뿐이다." 아편전쟁을 이끈 영국의 존 템플이 했던 유명한 발언이다. 실익이 가장 중요하다는 취지다. 이 표현은 실리를 따질 때 종종 인용된다. 국가 간의 관계 뿐만 아니라 정파 간 혹은 기업 간에도 쓰인다. 역사의 어떤 페이지에서나 이익을 좇아 합종연횡하는 경우는 무수히 많이 등장한다. 현실에서도 마찬가지다. 글로벌리제이션의 시대는 저물고 각국은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시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전쟁과 그에 따른 공급망 재편이 이뤄지고 있다. 지정학적 요인은 정부의 정책 뿐만 아니라 기업의 의사 결정과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당장 글로벌 '반도체 전쟁'의 한 가운데 놓여있는 국내 반도체 기업들 역시 이런 상황과 마주하고 있다.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 창업자 모리스 창 전 회장은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화가 죽었다"는 말은 이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이런 가운데 최근 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초거대 AI(인공지능)는 속도전인데, 천문학적 비용이 드는 데다 이를 학습시킬 한글 데이터도 제한적이어서 네이버·카카오 등 한국 IT기업의 고민이 깊을 겁니다." 오픈AI가 AI(인공지능) 챗봇 '챗GPT'(GPT-3.5)를 공개한 지 넉 달 만에 GPT-4를 공개하면서 국내외 빅테크 간 AI 기술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 세계에서 3번째로 초거대 AI 모델을 만든 나라지만, 이대로 가다간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가 되기도 힘들 것이란 전망이다. 그도 그럴 것이 카카오브레인은 자체 초거대 AI인 KoGPT를 올 상반기에나 GPT-3.5 기반으로 업그레이드할 예정인데, 오픈AI는 벌써 인간 수준의 성능을 갖춘 GPT-4를 상용화했다. 네이버가 2020년 발표한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의 파라미터는 2040억개로 GPT-3(1750억개)보다 많지만, 아직 눈에 띄는 상용 서비스가 없는 점도 뼈아프다. 오는 7월 초거대 AI '하이퍼
공인중개사가 아닌 자로 중개대상물에 대한 현장안내 및 일반서무 등 중개업무와 관련된 단순한 업무를 보조하는 자. 공인중개사법에 정의된 중개보조원의 정의다. 신혼집을 구하던 때를 돌이켜보면 그때 매물을 보여줬던 A실장도 중개보조원이었다. 매매결정 후 가계약금을 넣는 순간까지 그에게 전적으로 의지했는데 정작 계약서를 쓸때는 처음보는 사장이 난데없이 등장해 의아했던 기억이 있다. 이 중개보조원이 최근 전세사기의 원흉으로 지목되고 있다. 사고가 생겼을때 중개사보다 책임부담이 적다는 점을 악용해 위험매물을 무분별하게 중개하고 있다는 거다. 이에 정부는 중개사 1인당 보조원을 5명 넘게 고용하지 못하도록 상한을 정하기로 했다. 보조원이 4명을 넘는 중개업소는 전세사기 가능성이 45배 높다는 통계치도 제시했다. 하지만 현장에선 탁상공론이란 지적이 나온다. 개업공인중개사(대표) 1명, 소속공인중개사(직원) 1명만 둬도 채용가능인원이 10명까지 늘어 취지가 무력화 된다는 것이다. 다수 고용된 보조원
기획재정부에는 '와일드 카드'라는 독특한 인사 제도가 있다. 비선호 실·국에서 원하는 사무관을 1명씩 데려갈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기재부는 원래 2개였던 와일드카드를 이번에 3개로 늘렸다. 해당 사무관은 2년간 '고생하는' 대신 이후에는 원하는 실·국을 선택해 갈 수 있도록 제도를 개편했다. 와일드카드를 운용하는 표면적 원인은 선호 업무 쏠림 현상이다. 그러나 기저에는 엘리트만 모인다는 기재부조차 '인재 부족'을 겪고 있다는 우울한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 기재부를 비롯한 주요 중앙부처의 '에이스' 공무원이 민간으로 자리를 옮기는 사례는 이미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얼마 전 9급 국가공무원 시험 경쟁률이 화제가 됐다. 올해 총 5326명을 뽑는데 12만1526명이 지원해 경쟁률 22.8대 1을 기록했다. 1992년(19.3대 1) 이후 31년 만에 최저치다. '신의 직장'이라고까지 불렸던 공무원의 인기가 식어가고 있다는 의미다. 공공기관 역시 이른바 탑 티어(일류)급에서 인력
'캘박'은 스마트폰을 쥐고 자란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 대 초 출생)가 만든 신조어로, '캘린더 박제'의 줄임말이다. 이들은 친구들과 모임 약속을 정한 뒤 "캘박하자"고 한다. 이는 "밥이나 먹자" 정도가 아닌, 시간과 장소 등 구체적인 약속이 이뤄졌을 경우 스마트폰 캘린더 앱에 일정을 적어두자는 확인의 의미다. 오는 4월 10일은 정치인과 국민 간 '캘박' 날이다. 정확히는 법에 정해진, 내년 4월로 예정된 22대 총선 룰을 확정해야 하는 시한이다. 하지만 벌써 일정이 줄줄이 밀리고 있다. 지난 1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획정위)는 22대 총선의 선거구 획정안을 국회에 제출해야 하는 법정시한(3월10일)을 지키지 못했다. 사실 획정위의 작업은 국회가 먼저 지역선거구 수와 시·도 별 의원정수를 정해줘야 가능하다. 결국 국회의 늦장 탓이다. 20대 총선 당시 '위성정당' 꼼수에 사과한다면서도 이제껏 선거제 개혁 방안에 대해 뭐 하나 합의된 게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자이프레지던스(개포주공4단지 재건축)에 입주중단 사태가 일어난 원인은 조합과 단지 내 어린이집(경기유치원) 간 6년여 묵은 분쟁이다. 조합 입장에서 유치원은 첫삽을 뜨기 전부터 '눈엣가시'였다. 조합은 보상금을 주고 내보내려 했지만 유치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사는 시작됐다. 조합에게 유치원은 회색코뿔소다. 누구나 다가오는 것을 알 수 있을만큼 크고 무겁다. 피하지 않은 게 문제다. 설마 임시준공인가 취소 가처분신청을 할까, 설마 2000여세대의 입주를 막아설까 하는 생각이 현실이 됐다. 위험 징후는 많았다. 새로 지을 유치원의 위치, 면적, 지분 등을 둔 조합과 유치원 의견은 항상 엇갈렸다. 유치원 측은 2017년부터 "아파트조합원, 상가조합원들과 비교해볼 때 현저하게 형평에 반하고 재산권을 침해한다"며 소송을 냈다. 2020년에는 조합과 강남구청을 상대로 관리계획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결국 들이닥쳤다. 서울행정법원은 "유치원에 대한 관리처분기준 부분
"공급망이 굉장이 중요한 시점이다. 소재·부품·장비 정책은 당연히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 윤석열 정부의 강제징용 해법 발표 이후 강감찬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안보정책관이 한 말이다. 2019년부터 시작됐던 일본의 반도체 수출규제가 해제될 것으로 보이면서 한국의 소부장 산업 생태계의 영향을 묻는 질문에서다. 업계는 일본의 수출규제 해제가 당장 국내 소부장 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우리 기업들이 소부장 수입처를 다변화했고 기술력도 크게 높여서다. 오히려 일부 소재·부품 대기업들은 일본과의 기술협업이 가능해져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그러나 소부장 벤처·스타트업 사이에서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의 소부장 지원과 투자가 감소하는 게 아니냐는 걱정이다. 수출규제 기간 기술을 고도화하고 공급망에 편입된 소부장 대기업들과 미래를 보고 기술을 개발해가고 있는 벤처·스타트업의 입장은 다를 수밖에 없다. 사실 업계의 우려가 시작된 것은 지난해부터다
전북은행이 가상자산 거래소 고팍스에 이어 가상자산 결제 서비스 페이코인과 실명 확인 계좌 발급에 대한 막판 협상을 진행하는 가운데 일부에선 우려를 쏟아냈다. 한 개 은행이 두 개의 가상자산 사업자를 모두 관리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게다가 고팍스는 최근 최대 주주가 세계 최대 가상자산거래소 바이낸스로 바뀌면서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자금세탁 리스크가 불거졌다. 페이코인 역시 최근 유통량 이슈로 자금세탁 우려가 제기됐다. 2021년 9월 시행된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에 따라 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받아야 원화와 코인 간 거래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가상자산 사업자는 은행과의 계약이 사업의 존망을 가르는 중요한 일이다. 은행 입장에서도 성장 가능성이 있는 신사업으로의 확대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이었다. 케이뱅크가 가상자산 거래소 1위 업체인 업비트와 계약으로 외형을 급속하게 넓힌 게 성공 사례로 꼽힌다. 케이뱅크 가입자가 2년새 4배 가까이 늘고 수신 잔액이 가파른 속도로 늘었던 데는 업비
윤석열 대통령이 바이오헬스 산업을 '제2의 반도체'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강조했지만 업계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바이오분야는 규제 산업인 만큼 정부의 지원의지가 반갑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시큰둥한 반응이 나오는 것은 '이번엔 다르다'를 외치던 역대 정부 발표에 쏠렸던 기대감이 번번이 실망감으로 뒤바뀐데 따른 씁쓸한 학습효과다. 정부의 바이오헬스 육성 의지는 '수명연장'이라는 인류의 오랜 꿈과 뗄수 없는 산업 특성상 필연적이다. 코로나19(COVID-19) 유행 속 그 가치는 더욱 두드러졌다. 지난 2021년 전세계 제약바이오기업 중 가장 높은 매출 증가율을 기록한 4개 기업이 모두 관련 치료제 또는 백신 개발에 성공한 기업들이다. 특히 작은 바이오 연구소였던 모더나는 2020년 11월 백신 개발에 성공하며 이듬해 2000% 이상의 매출 신장에 성공, 순이익만 16조원에 달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최근 엔데믹 국면에 성장세가 크게 꺾였지만, 폭발적 성장을 통한 기초체력
최근 미국 포드자동차와 중국 CATL이 북미 배터리 합작사(JV)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인플레이션 방지법(IRA)을 우회하기 위해 투자금 전액을 포드가 부담한다. 미국시장의 문턱을 넘으려고 했던 중국의 시도가 먹힌 셈이다. 미국은 K배터리의 미래가 달린 시장이다. 내수가 빈약한 한국이 중국과 맞서려면 미국 전기차 시장이 '제2의 내수'가 돼야 한다. 미·중 양국의 관계가 나쁜데도 포드와 CATL의 JV가 탄생할 정도이니 양국의 화해 분위기라도 조성되기라도 하면 K배터리의 미래가 불투명해진다는 걱정이 쏟아질 수 밖에 없다. 휴대폰·소형가전 시장을 주름잡으며 이차전지 기술력을 축적한 한국·일본은 중대형 전지 경쟁력을 키워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완성차 시장 패권을 쥐기 위한 중국이 전략적으로 배터리 산업을 육성하면서 3국의 배터리 전쟁은 격화됐다. 일련의 과정에서 불과 몇 년 새 수많은 배터리 회사들이 등장하고 사라지길 반복했다. 이차전지 종주국 일본의 힘이 약해졌고 한·중이 양강
"키오스크가 일상이 될지 누가 알았을까요?" '소비자들의 거부감은 어떻게 할 것인가', '다양한 요구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가', '확장할 수 있는 영역이 너무 제한적이지 않은가', '점주들이 이용하기에 어렵지 않은가'. 조리로봇에 대한 온갖 질문에 조리로봇 스타트업 대표 A씨는 이렇게 답했다. 글로벌 서비스로봇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마켓츠앤마켓츠에 따르면 전세계 서비스로봇 시장은 2021년 362억달러(약 48조원)으로 전년대비 20.3% 성장했다. 서비스로봇 시장은 향후 연평균 23.2% 성장해 2026년 1033억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장밋빛 전망과 달리 서비스로봇 투자에 대한 벤처캐피탈(VC)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최근 VC업계에서 잘 팔리는 △AI(인공지능) △웹3.0 키워드를 앞세운 스타트업들의 투자 유치 현황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단순 서비스와 달리 로봇이라는 장치설비 비용이 들어간다는 점, 당장 수익화가 쉽지 않다는 점 등이
주주 자본주의(shareholder capitalism)의 종식. 2019년 8월 미국 주요 기업의 CEO(최고경영자)가 모인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은 기업의 목적이 더 이상 '주주 이익의 극대화'가 아니라고 선언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stakeholder)의 이익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1970년대 이후 경영계를 이끌었던 주주 자본주의가 저물어가는 신호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자본주의를 리셋할 시기'라고 표현했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는 주주와 함께 직원, 투자자, 사회, 정부에 이르는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의 이해를 고려하는 자본주의다. 기업의 경영 활동에 영향을 받는 사람, 단체의 가치 창출을 생각하며 경영하는 방식이다. 최근 다보스포럼의 핵심 의제이기도 하다. 기업 경영에 공공의 개념이 좀 더 강화된 모습이다. '공공 자본주의'로 보는 사람도 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금융권의 공공성을 강조한 것과 닮았다. 이해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도 이전부터 써오던 개념이다. 국내 은행은 정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