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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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째 중소기업 대표들을 괴롭히고 있는 녀석이 있다. 안전한 근로여건을 마련하자는 좋은 취지로 시작됐지만, 사업주 형사처벌에만 초점이 맞춰진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이다. 물론 중소기업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기업 규모가 작을 수록 더욱 대처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중소기업중앙회(이하 중앙회)와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이 지난해 12월 5인 이상 중소기업 947곳과 대기업 88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중대재해법 시행에 대한 기업 인식도 조사'에선 대응여력이 부족하다는 중소기업이 77%였다. 가장 큰 문제 두 가지는 전문인력 부족(47.6%)과 법률 자체의 불명확성(25.2%)이었다. 한 마디로 "일 할 사람도 없고, 기준도 명확하지 않다"는 얘기다. 중소기업들은 존폐위기까지 얘기한다. 대다수 중소기업은 오너(소유주)가 대표를 맡아 직접 경영을 하는데,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형사처벌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법에 따라 1명의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이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3에는 삼성·SK·LG·HD현대 등 대기업만 참가한 것은 아니었다. 대전·대구·광주·강원·경북·경남 등 주요 지자체 등도 독자적인 부스를 꾸렸다. 대부분 관내 스타트업을 국제무대에 소개하고 해당 기업의 글로벌 진출 기회를 도모하겠다는 취지로 부스를 설치했다. CES 2023은 도시 전역에서 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요 기업 부스가 밀집한 행사의 메인 행사장 격인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와 일대는 테크 이스트(Tech East)로 지칭됐다. 전시가 열리는 주요 호텔들을 크게 묶어 테크 웨스트(West)·사우스(South) 등으로 불렀다. 스타트업을 위한 공간은 테크 웨스트에 마련된 '유레카 파크'였다. LVCC에서 약 4km 떨어진 이곳에서는 주로 국가 단위로 부스를 만들었다. 해당 국가의 스타트업이 한 데 모여 바이어를 상대로 기술을 알리고 새로운 사업적 모색을 하는 공간으로 활용됐다. 한국도 마찬가지였다. 대한무역투자
금융권에 '연체율'이라는 코로나19(COVID-19) 청구서가 날아올 조짐이 보인다. 대출 만기연장, 원리금 상환유예 등의 금융지원으로 매번 역대 최저 기록을 갈아치우던 '연체율 착시효과'가 이제 걷히고 있다. 은행권의 지난 11월 연체율은 0.27%로 1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가계 신용대출 연체율(0.49%) 상승이 두드러진다. 이미 코로나 확산 이전 수준까지 올랐다. 신용대출 금리가 다른 담보대출 금리보다 높다는 점에서 금리 상승의 충격이 가장 먼저 나타나고 있다.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제2금융권의 연체율 상승도 심상찮다. 지난해 11월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3.41%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0.71%포인트 상승했다. 신용카드, 상호금융, 생명보험 등 모든 업권에서 연체율 상승이 최근 나타난다. 금리 상승에 경기 침체, 부동산 경기 위축이 겹친 결과다. 말 그대로 '복합위기'다. 보통 변동금리 대출의 금리조정이 6개월에서 1년 주기라는 점에서 변동주기를 맞이
"신이 정하신 때에 신세계가 모든 힘으로써 구세계를 해방시키고 구출할 때까지 우리는 싸울 것입니다." 1940년 6월 4일 영국 총리로 재임하던 윈스턴 처칠의 이른바 '우리는 해변에서 싸울 것입니다(We shall fight on the beaches) 연설'의 마지막 대목이다. 2차 세계 대전 개전 초기 처칠이 하원에서 했던 연설인데 중간에 "우리는 해변에서 싸울 것입니다"로 시작해 상륙지·들판·거리 등을 싸움터로 언급하는 비장미 넘치는 대목이 유명하다. 마지막 대목도 처절한데 일견 황당한 측면도 있다. "이 섬(영국)이 정복당하고 굶주린" 상황을 가정하며 '신세계', 즉 남의 나라 미국이 참전한다고 처칠이 장담했다. 미국이 진주만에서 공습을 당한 뒤 2차 대전 참전을 선언하기 1년 6개월 전 연설인데도 그렇다. 1년 간 처칠을 두 번 떠올렸다. 우선 작년 1월 대선 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의 '선제타격' 발언과 이재명 후보(현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가 이를 '전쟁광'으로 공격했던
지난해 대한민국 인구가 19만9771명이나 줄었다. 2020년 사상 처음 인구가 감소한 뒤 3년째 이어지고 있고, 그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자연적 요인(출생·사망)에 의한 인구 감소폭도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대한민국은 눈부신 산업발전에 이어 최근엔 영화와 드라마, 음악에 이르기까지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세계 최정상에 우뚝 섰다. 일제강점기부터 4대에 걸친 재외동포의 이야기를 담은 '파친코'의 대성공은 이제 한국인에 대한 이야기 자체가 글로벌 시장에서 통한다는 걸 보여줬다. 언젠가부터 우리는 각종 분야에 거침없이 'K'를 가져다 붙일 만큼 자부심도 커졌다. 이젠 '메이드 인 코리아'라고 하면 같은 제품이라도 프리미엄이 붙는다고 한다. 모든 것이 한반도에서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하지만 한국인은 사라져 간다. 한 해 한국인이 20만명이 없어지고 있는데 K프리미엄이 무슨 소용인가 싶다. 저출산·고령화가 심각하다는 일본조차 이런 적은 없었다. 일본은 2005년 합계출산율 1.26
"수영장에 물이 빠져봐야 누가 벌거벗고 수영하고 있는 지 알 수 있다"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의 말은 하락장이 올 때마다 회자된다. 지난해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급격한 유동성 축소로 자금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누가 수영복을 입지 않았는지 드러나고 있다. 외부 자금을 통해 기업을 운영해오던 e커머스 업계도 예외가 아니어서 현금난을 겪는 곳이 적지 않다. 시작은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부터다. 라이브커머스 플랫폼 '보고(VOGO)'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보고플레이는 17일 입점업체들에 대금을 주지 못해 회생절차를 신청한다고 밝혔다. 보고가 자금난을 겪고 있다는 소식에 소비자들은 빠르게 탈퇴하고 있다. 보고플레이는 2019년 10월 설립돼 신규 가입 혜택과 저렴한 할인 상품으로 가입자수가 100만명을 웃돈다. 라방바데이터랩에 따르면 보고는 지난해 2월 과자선물세트로 단일 라방 매출 4위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해 5월엔 시리즈A 투자유치에 포스코기술투자, SK증권, IBK기업은행 등으로부터 110
16일 열린 올해 첫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는 여야 의원들의 한숨으로 채워졌다. 정부가 제출한 이른바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 설치법(자본시장법개정안) 때문이었다. 벌써 3번째 법안소위 논의인 만큼 여야 의원 모두 통과 의지가 강했다. 민간 자본을 활용한 벤처투자 활성화라는 '민생법' 취지에 공감해서다. 걸림돌은 오히려 정부측이 만들었다. 더불어민주당 김한규 의원은 "벤처를 주목적 투자로 하는데 왜 법문은 자산총액의 40%라고 적었냐?"고 물었다. 금융위원회는 "다른 펀드들도 '스킴(scheme·제도)'이 그렇다"며 "시행령으로 60%까지 높이면 된다"고 답했다. 소위장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같은당 이용우·오기형 의원이 "기업성장집합투자업자들이 자산 100%까지 금전차입과 대여가 가능한 이유가 뭔가?"라고 묻자 정부측은 "시행령으로 좀 더 낮출 거다. 30~50%까지 생각 중"이라고 답했다. 여야 의원들이 고개를 갸웃거리기 시작했다. 지켜보던 국민의힘 유의동 의원도 합세했다. 그는
15일 저녁 구리-포천고속도로 포천방향에서 발생한 47중 추돌사고의 원인은 블랙아이스로 추정된다. 이 사고로 1명이 숨지고 30여명이 다쳤다. 블랙아이스는 겨울철 아스팔트 사이에 스며들었던 비나 눈이 기온이 떨어지면서 얼어붙어 빙판길로 변하는 현상이다. 블랙아이스는 도로 위 침묵의 암살자로 불린다.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사고가 날 경우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블랙아이스에 차량이 미끄러지면 브레이크를 밟아도 차량 제동이 되지 않고 핸들 조향 능력까지 잃어버린다. 한국교통연구원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간 교통사고 사망자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블랙 아이스 교통사고 사망자는 170명, 눈길 교통사고 사망자는 46명이었다. 블랙아이스는 언제, 어느 곳에 생길지 몰라 경고판이나 전광판을 세울 수도 없다. 블랙아이스가 주로 발생하는 지점에 열선을 깔아 도로가 얼지 않도록 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비용이 문제다. 전국의 도로만 11만km가 넘는다. 고속도로로 한정하더라도 4
#새해 벽두부터 정치뉴스란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으로 장식됐다. '국민의힘 당대표 여론조사 1위' 나경원 전 의원이 부위원장직 사의를 표하면서다. 나 전 의원은 앞서 신년 기자회견에서 저출산 대책으로 헝가리식 대출 탕감 방안을 밝혔는데 대통령실이 이를 반박한 뒤 갈등이 이어졌고 소동은 '해임'으로 종결됐다. 어느 때보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언론에 자주 등장했지만 정작 저출산 대책에 대한 논쟁은 없다시피 했다. 나 전 의원의 '헝가리식 저출산 대책' 아이디어가 왜 문제인지, 우리 형편에 맞게 응용할 만한 점은 없는지, 어떤 대안이 있을지에 대한 논의는 거의 없거나 언론에 다뤄지지 않았다. 대통령실이 수석비서관까지 내세워 나 전 의원을 반박한 의도 등에만 초점이 맞춰졌다. '헝가리식 대책'은 연 12조원이란 막대한 예산이 들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대출 탕감의 수단으로 출산이 악용될 우려도 있다. 그러나 대통령실이 나 전 의원과 각을 세운 건 이 때문만은 아니다. 나 전
정부는 올해 경제 위기를 돌파하고 성장을 책임질 두 가지 트랙으로 '스타트업 코리아'와 수출 증진의 기치를 내세웠다. 혁신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이루겠다는 정부의 의지에 대해 스타트업 업계에선 환영의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그 의지가 정책적으로 추진되는 속도는 좀 더 빨라야 한다. 벤처투자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꼬꾸라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돈맥경화로 인해 '간판급'으로 불리던 스타트업들도 위기다. 물류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기업)으로 커가던 메쉬코리아는 대출금을 갚지 못해 회생절차를 밟고 있고, 다중채널네트워크(MCN) 업계 1위 샌드박스네트워크는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75만명의 회원을 확보한 오늘회는 서비스가 중단돼 전 직원에 권고사직을 했으며, 올해 상장 예정이었던 컬리는 기업가치가 4조원에서 8000억원까지 떨어지자 결국 기업공개(IPO)를 포기했다. 특히 이번 위기는 스타트업들만 겪고 있는 것이 아니다. 벤처캐피탈(VC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에스알(SR)은 국내 대표 열차운영사다. 정부 방침에 따라 코레일은 서울역을 기점으로 하는 일반·고속열차 운영을, SR은 수서역을 기점으로 하는 고속열차를 전담한다. 겉으로 보면 아무 이상 없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코레일과 SR의 경쟁구조는 기형적이다. 대표적인 게 임차열차다. SR은 2013년 코레일에서 분리한 자회사로 출발했다. 설립 당시 열차가 없어서 코레일에서 빌렸다. 현재도 SR이 보유한 열차 32편성 중 22편성은 임차열차다. 수요에 비해 열차 수가 턱없이 부족해 좌석은 늘 매진이다. SR은 자체 고속열차(EMU) 14편성을 발주했지만, 빨라도 2027년께나 투입 가능하다. 이 때문에 코레일에 남는 열차를 추가 임대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코레일은 추가 임대는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빌려줄 열차가 없다는 것이다. 열차를 빌려주면 KTX 운행 감축과 이에 따른 경영손실, 이용객 불편 등이 우려된다는 설명도 뒷따른다. 실상이야 어떻든 자체 차량도
"요즘 편의점 가면 너무 비싸서 뭘 못 사겠어요." 새해 첫날부터 식음료 가격 인상 소식이 이어졌다. 지난 1일부터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코카콜라'와 '펩시콜라' '코코팜 포도' '갈배사이다' '레쓰비 마일드' 등 음료 가격이 100~200원 가량 오른 것이다. LG생활건강 자회사인 코카콜라음료와 해태htb, 롯데칠성음료 등이 가격을 조정한 때문이다. 음료뿐만이 아니다. 오뚜기의 당면, 해태제과의 만두, CJ제일제당의 찌개·비빔 양념, 순수본의 본죽, 빙그레의 아이스크림, 동원F&B의 치즈, 매일유업과 남양유업의 두유, 컵커피 등 가공식품 가격도 10~30%대 인상률을 보였다. 이 같은 고물가에 소비자들의 심리는 위축된다. 무심코 집어 들었다가 계산대에서 제품을 다시 빼낸 경험담을 말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식품회사들은 "원재료값이 오르고 전기료, 가스비, 인건비 등이 상승해 어쩔 수 없다"고 항변한다. 근거 없는 얘기는 아니다. 식품회사들의 영업이익도 악화되는 추세를 보여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