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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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의료 붕괴 사태에 직면하자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를 재추진하려는 모양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30일 의사단체인 대한의사협회와 개최한 '의료현안협의체' 제5차 회의에서 필수 의료인력 확충이 매우 긴급하고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형훈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노인 인구는 2025년이 되면 인구의 20%가 돼 이를 대비한 충분한 의료 인력 확보는 시급한 논의가 필요한 과제"라며 "2010년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일본의 경우 고령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2008년에서 2022년 사이 의대 정원을 1700명 이상 확대했다"고 말했다. 반면 국내 의대 정원은 2006년 연 3058명으로 정해진 이후 꽁꽁 묶인 상태다. 의료 현장에선 필수 의료 인력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이다.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등은 전공의 충원조차 못한다. 응급실을 보유한 병원이 20개가 있는 대구시에선 지난달 19일 추락 사고로 다친 10대가 전문의 부재 등을 이유로 입원을 거절당해 2시간가량 응급실을 찾아 떠돌다 사
"정말 막말로 저출산 문제가 해결이 안 되더라도 일단 이 땅에 태어난 아이들이 밝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게 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적인 책무라고 저는 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8일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에서 한 말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국가가 우리 아이들을 확실하게 책임진다는 믿음과 신뢰를 국민들께 줄 수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하면서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당초 원고에 출산율을 높이는 것보다 아이들이 자라나기 좋은 환경을 만들자는 표현은 있었는데, 이 문장은 대통령이 새롭게 넣으셨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각종 회의에서 '즉흥 발언'을 자주 한다. 대본 없이 발언을 할 때도 있고 이미 수차례 고친 연설문을 읽는 과정에서 자신의 진심을 담은 문장을 추가하는 경우도 많다. 이 발언 역시 윤 대통령의 평소 생각이 나왔단 분석이다. '막말로'로 시작하는 문장은 화제가 됐다. 각종 커뮤니티에선 논쟁이 붙었다. 저출산 문제 해결이 어렵단 사실을 솔직히 인정했단 점을 높
최근 금융권을 넘어 경제 전반의 최대 화두는 단연 '뱅크데믹'(Bankdemic)이다. 전세계적으로 은행 리스크가 마치 전염병처럼 급속하게 번진다는 뜻에서 나온 합성어다. 한국도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주말 사이 때아닌 토스뱅크 위기설이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타고 급속도로 퍼졌다. 토스뱅크가 지난 24일 내놓은 '먼저 이자 받기 예금'을 두고 '유동성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한 것이다. SVB(실리콘밸리은행)와 비슷한 채권 중심 자산 포트폴리오를 가진 데다 초기 적자인 재무 상태 탓에 토스뱅크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은 빠르게 퍼졌다. 금융당국과 홍민택 토스뱅크 대표가 진화에 나섰다. 금융당국은 토스뱅크 유동성 위기설은 오해라며 염려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홍 대표는 "오히려 토스뱅크의 유동성이 너무 많은 편"이라고 일축했다. 뱅크데믹 불똥은 시중은행으로도 튀었다. 국내 은행권은 크레디트스위스(CS)의 코코본드(AT1) 전액 상각 사태로 투자자의 불안 심리가 커
지난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진표 국회의장과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 위원장을 맡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 여야 의원 10여명이 참석한 '연금제도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 토론회가 열렸다.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라 불리는 연금개혁 토론회치고는 여야 정치인이 대거 모이는 등 이례적으로 뜨거운 반응이었다. 해당 토론회는 개최 사실만으로 뜨거운 이슈가 됐다. 연금 학계의 두 거두인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와 김연명 중앙대 교수가 한 자리에 모였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토론한다는 사실 만으로 학계에서도 관심이 높았다. 두 교수는 연금특위 민간자문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다. 해당 토론회는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연금 학계 두 거두의 의견이 어떻게 다른지 확인할 수 있었고, 국회의장과 여당 원내대표를 포함한 여야 정치인들이 대거 참여했다. 일반인 참석자들도 많았고 언론의 관심도 뜨거웠다. 그러나 연금개혁 입법의 또 다른 축인 야당 원내대표는 참석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국산 장려 운동이라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국내 대형 분유 업체 관계자의 말이다. 글로벌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낡은 문법', 소비자들의 동정에 호소해야 할 만큼 암담한 시장 분위기를 방증한다. 우선 저출산 여파로 분유를 먹을 아이들이 급감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은 0.78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연간 50만명이 넘었던 신생아 수는 2021년 기준 26만명으로 거의 절반이 줄었다. 이 때문에 시장 규모도 크게 쪼그라들었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분유시장 규모는 2897억원으로 5년 전인 2017년 시장 규모(4314억원)에 비해 약 33% 축소됐다. 업계 1위 매일유업은 지난해 분유 매출이 1000억원 밑으로 떨어져 창사 후 처음으로 성인용 단백질 제품보다 매출이 뒤처지게 됐다. 남양유업, 일동후디스 등 다른 경쟁 업체도 비슷한 상황이다. 수입 분유의 추격도 거세다. 2016년부터 이른바 '강남 분유'로 입소문을 타고 판매된 압타밀이 대표적
지난해 5월 '테라·루나 폭락 사태'를 일으킨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지난 23일(현지시간) 유럽 몬테네그로에서 검거됐다. 권 대표와 한창준 전 차이코퍼레이션 대표는 위조된 여권을 사용해 출국하려다 덜미를 잡혔다. 권 대표는 테라·루나 폭락 사태 직전인 지난해 4월 테라폼랩스 본사가 있는 싱가포르에 머물다 9월 세르비아로 달아났다. 도피 11개월 만에 한국 또는 미국으로 강제 송환을 앞두게 됐다. 권 대표의 테라 블록체인 프로젝트는 코인 1개의 가치가 1달러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 테라USD(UST)를 기반으로 설계됐다. 하지만 UST 가격 급락으로 가치 연동이 깨졌고, UST 가치 유지를 위한 토큰인 루나 역시 폭락했다. UST와 루나는 국내외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상장폐지됐다. UST와 루나가 한순간에 휴지조각으로 전락하면서 막대한 투자 손실이 발생했다. 불과 72시간 만에 시가총액 약 51조원이 날아갔다. 전 세계 가상자산 시장에 충격과 불신이 안긴 악영향은 가늠조차 어렵다. 폭
"정치개혁을 해야만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전방위에 걸친 대전환에 대응해 국회가 제 역할을 하고 국민의 불신에서 벗어날 수 있기에 제 정치 인생의 마지막 승부수를 던지고자 한다." 17대 국회 입성 후 내리 5선에 성공, 21대 후반기 국회를 이끌고 있는 김진표 국회의장이 지난 21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설명회'에서 한 말이다. 여기서 정치개혁은 현재 국회에서 논의중인 선거제 개편이다. 현행 선거제는 한 선거구에서 1등 한 명만 당선되는 소선구제다. 많은 전문가들은 '승자독식주의'가 현재의 거대 양당 체제, 극한 대립주의를 낳는다고 분석한다. 민주화 이후 12~21대 선거 평균 사표(死票) 비율이 49.98%에 달했다. 절반에 가까운 국민들의 의사가 의원 선출에 반영되지 않으면서 이는 정치에 대한 냉소주의로 이어진단 지적이다. 김 의장은 결국 출발부터 왜곡된 정치구조를 형성케 하는 판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봤다. 지역구를 조정하고 비례대표제를 늘리는 게 다양한 민의를 반영하
# 1965년 박정희 대통령이 김학열 경제기획원 차관에게 말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 예산은 다시 10억원으로 하라"는 지시였다. 8억원으로 깎였던 한 해 예산을 복원시켜 과학기술입국 실현에 힘을 보태라는 취지였다. 그 뒤로 KIST 예산은 경제기획원도 삭감하지 않았다. 최형섭 KIST(現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초대 소장이자 과학기술처 장관 회고록에 나오는 일화다. 박 대통령은 KIST 소장 임명장을 주며 예산을 얻으려고 경제기획원을 드나들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과학기술 예산 지원과 과학자 처우를 각별히 신경 썼다. 당시 KIST는 해외 한인과학자를 영입하며 대통령보다 많은 봉급을 주고 주거·의료·교육 등 파격 혜택을 부여했다. 연구 자율성 확보를 위해선 'KIST 육성법'을 만들고, 회계 감사 제외 등 특례를 줬다. 국회와 정부 부처 반대가 생기면, 박 대통령이 방패막이가 됐다. 1인당 국민총소득(GNI) 133달러에 불과했던 1966년 KIST가 출범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도 없다. 다만 영원한 이해관계만 있을 뿐이다." 아편전쟁을 이끈 영국의 존 템플이 했던 유명한 발언이다. 실익이 가장 중요하다는 취지다. 이 표현은 실리를 따질 때 종종 인용된다. 국가 간의 관계 뿐만 아니라 정파 간 혹은 기업 간에도 쓰인다. 역사의 어떤 페이지에서나 이익을 좇아 합종연횡하는 경우는 무수히 많이 등장한다. 현실에서도 마찬가지다. 글로벌리제이션의 시대는 저물고 각국은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시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전쟁과 그에 따른 공급망 재편이 이뤄지고 있다. 지정학적 요인은 정부의 정책 뿐만 아니라 기업의 의사 결정과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당장 글로벌 '반도체 전쟁'의 한 가운데 놓여있는 국내 반도체 기업들 역시 이런 상황과 마주하고 있다.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 창업자 모리스 창 전 회장은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화가 죽었다"는 말은 이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이런 가운데 최근 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초거대 AI(인공지능)는 속도전인데, 천문학적 비용이 드는 데다 이를 학습시킬 한글 데이터도 제한적이어서 네이버·카카오 등 한국 IT기업의 고민이 깊을 겁니다." 오픈AI가 AI(인공지능) 챗봇 '챗GPT'(GPT-3.5)를 공개한 지 넉 달 만에 GPT-4를 공개하면서 국내외 빅테크 간 AI 기술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 세계에서 3번째로 초거대 AI 모델을 만든 나라지만, 이대로 가다간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가 되기도 힘들 것이란 전망이다. 그도 그럴 것이 카카오브레인은 자체 초거대 AI인 KoGPT를 올 상반기에나 GPT-3.5 기반으로 업그레이드할 예정인데, 오픈AI는 벌써 인간 수준의 성능을 갖춘 GPT-4를 상용화했다. 네이버가 2020년 발표한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의 파라미터는 2040억개로 GPT-3(1750억개)보다 많지만, 아직 눈에 띄는 상용 서비스가 없는 점도 뼈아프다. 오는 7월 초거대 AI '하이퍼
공인중개사가 아닌 자로 중개대상물에 대한 현장안내 및 일반서무 등 중개업무와 관련된 단순한 업무를 보조하는 자. 공인중개사법에 정의된 중개보조원의 정의다. 신혼집을 구하던 때를 돌이켜보면 그때 매물을 보여줬던 A실장도 중개보조원이었다. 매매결정 후 가계약금을 넣는 순간까지 그에게 전적으로 의지했는데 정작 계약서를 쓸때는 처음보는 사장이 난데없이 등장해 의아했던 기억이 있다. 이 중개보조원이 최근 전세사기의 원흉으로 지목되고 있다. 사고가 생겼을때 중개사보다 책임부담이 적다는 점을 악용해 위험매물을 무분별하게 중개하고 있다는 거다. 이에 정부는 중개사 1인당 보조원을 5명 넘게 고용하지 못하도록 상한을 정하기로 했다. 보조원이 4명을 넘는 중개업소는 전세사기 가능성이 45배 높다는 통계치도 제시했다. 하지만 현장에선 탁상공론이란 지적이 나온다. 개업공인중개사(대표) 1명, 소속공인중개사(직원) 1명만 둬도 채용가능인원이 10명까지 늘어 취지가 무력화 된다는 것이다. 다수 고용된 보조원
기획재정부에는 '와일드 카드'라는 독특한 인사 제도가 있다. 비선호 실·국에서 원하는 사무관을 1명씩 데려갈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기재부는 원래 2개였던 와일드카드를 이번에 3개로 늘렸다. 해당 사무관은 2년간 '고생하는' 대신 이후에는 원하는 실·국을 선택해 갈 수 있도록 제도를 개편했다. 와일드카드를 운용하는 표면적 원인은 선호 업무 쏠림 현상이다. 그러나 기저에는 엘리트만 모인다는 기재부조차 '인재 부족'을 겪고 있다는 우울한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 기재부를 비롯한 주요 중앙부처의 '에이스' 공무원이 민간으로 자리를 옮기는 사례는 이미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얼마 전 9급 국가공무원 시험 경쟁률이 화제가 됐다. 올해 총 5326명을 뽑는데 12만1526명이 지원해 경쟁률 22.8대 1을 기록했다. 1992년(19.3대 1) 이후 31년 만에 최저치다. '신의 직장'이라고까지 불렸던 공무원의 인기가 식어가고 있다는 의미다. 공공기관 역시 이른바 탑 티어(일류)급에서 인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