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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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스타크래프트 배급사 블리자드와 한국e스포츠협회(KeSPA)가 저작권 문제를 두고 맞붙었다. 블리자드와 상의 없이 스타크래프트를 이용해 프로 리그를 개최하고 돈벌이를 하던 협회에 대해 블리자드가 문제 제기를 하자 협회측은 스타크래프트를 '축구공'에 비유했다. "월드컵 연다고 축구공 제조사에 돈 내는 법이 없다"는 희대의 망언도 이 때 나왔다. 당시 많은 비판이 협회에 쏟아졌다. 역사적으로 많은 사람들에 의해 형성된 '축구'라는 스포츠와, 사기업이 수많은 비용을 들여 개발했으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스타크래프트'라는 콘텐츠를 동일선상에 놓을 수는 없다는 이유가 가장 컸다. 스타2와 리그오브레전드 등 차세대 유망 게임이 인기를 끌며 스타리그가 저물었지만, 당시 협회의 '배짱 행태'를 스타리그 망조의 주된 배경 중 하나로 꼽는 이들도 적지 않다. 최근 망사용료 법안 논의 자체가 부당하다며 여론전을 펼치는 일부 글로벌 대기업의 자세도 당시 e스포츠협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
잇따른 대형 사고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는 사회·통계학 연구가 있다. 한 건의 대형 사고가 벌어지기 전 분명히 크고 작은 전조증상이 수백번은 나타난다는 '하인리히의 법칙(Heinrich's law)'이다. 서울 이태원 참사와 영등포역 무궁화호 탈선, 경북 봉화 아연광산 매몰도 알고 보면 반드시 경고음이 있었을 것이란 얘기다. 과거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 때도 그랬다. 대형 사고도 '예방이 가능하다'는 게 골자다. 1931년 미국 보험회사 일하던 직원이 찾아낸 이 법칙은 1건의 큰 사고가 벌어지기 전에 작은 사고는 29건, 잠재적 징후는 300건이 일어난다고 분석했다. 대형 사고를 막을 수 있는 기회가 수백번은 있고, 적어도 인재(人災)는 최대한 막아보자는 취지다. 경제위기 관점에서도 하인리히 법칙의 지적은 유효하다. 커다란 경제 위기가 벌어지기 전 분명 전조증상이 있고, 곳곳에서 울리는 경고음을 무시하면 결국엔 터진다. 인재라고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한국에선 대표적으로
시진핑(習近平) 집권 3기의 권력지형도에 대한 외부 분석 중 드러나지 않은 포인트 하나가 '테크노크라트의 대약진'이다. 테크노크라트는 과학적 지식이나 전문 기술을 보유한 관료집단이다. 중국은 공산당이 선출한 중앙위원 200여명이 정관계 요직을 차지하고 국가 주요 정책을 결정한다. 그런데 이번에 선출된 공산당 중앙위원 205명 중 101명(49.5%)이 과학기술 분야 관료로 파악된다. 시진핑 주석과 함께 공산당 핵심 정책을 결정하는 중앙정치국원 24명 중 최소 6명도 과학기술 분야 전문가다. 이들 중 우주항공, 방위산업, 원자력, 환경 등 첨단분야 전문가 약진이 두드러진다. 특히 마싱루이와 위안자쥔은 중국국가항천국 최고위직을 역임했던 인물이다. 중국은 미국과 우주 탐사는 물론 첨단기술 개발 등을 두고 패권 경쟁 중이다. 우주 기술과 첨단 과학 역량이 경제와 산업은 물론 안보에까지 영향을 미치니 경쟁우위를 뺏겨선 안 된다는 중국의 다급함이 이번 인사에서 드러난다. 시 주석 역시 이를
'카카오 대란'으로 인한 피해사례 접수가 지난 6일 종료됐다. 닷새 만에 4만5000건의 피해사례가 쏟아진 만큼 19일간 접수된 사연은 수십만 건에 달할 전망이다. 카카오 안팎에선 '사상 초유의 위기'라는 진단이 나온다. 지난 2년간 경영진 주식 대량매도, 골목상권 침탈, 문어발식 확장 등 각종 논란이 끊이지 않았지만, 지금처럼 위기의식이 든 적은 없었다는 것이다. 특히 카카오톡은 '국민 메신저'지만, 국가나 공공단체에서 공공의 복지를 위해 제공하는 '공공 서비스'가 아니다. 그런데도 카카오는 카카오톡을 '공공성을 띠는 서비스'라고 규정하며 그에 부합하는 책무를 다하겠다고 한다. 전례가 없던 무료 서비스 보상안까지 강구 중이다. 이미 카카오웹툰·페이지는 모든 이용자에게 각 3000캐시씩 총 6000캐시를 지급했다. 카톡이 카카오의 근간이기도 하지만, 광고를 넘어 마케팅 플랫폼으로 제2 도약을 노리는 점을 고려하면 사안의 중대성이 더 커진다. 카톡은 1%의 광고주가 매출 70%를 담
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종합정책질의를 시작으로 '2023년 예산안' 심사가 본격화된다. 지난 9월 국회에 제출된 새 정부의 첫 예산안은 639조원 규모로, 올해 본예산보단 5.2% 많지만 올해 1·2차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한 총지출과 비교하면 6% 적은 수준이다. 정부는 재정 건전성 악화를 이유로 지출 규모를 최소화하면서도 고물가·경기둔화에 따른 취약계층 어려움 가중을 고려해 해당 부문 지원에는 재원을 종전보다 많이 투입하기로 했다. 헌법은 '국회는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까지 예산안을 의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른 내년 예산안 처리 시한은 오는 12월 2일이다. 국회는 약 한 달 동안 정부의 1년짜리 지출 계획에 문제가 없는지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 예산안을 허투루 통과시켜버리면 혈세 낭비를 피할 수 없다. 이런 이유로 매년 연말 진행되는 예산안 심사는 '전쟁'이라 부를 만큼 여·야·정 간 치열한 논쟁을 거치게 된다. 심사 기간이 비교적 짧기 때문에 국회가 '현
"이거 얼마예요?" 사려는 물건이 마음에 들 때 누구나 가장 먼저 하는 질문이다. 얼마인지에 따라 물건을 구매하거나 포기한다. 가격은 그만큼 의사결정에 있어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누군가 기자에게 "지금 사는 집 얼마예요?"라고 묻는다면 답을 찾기 어렵다. 이 집은 작년 말 7억500만원 거래가 마지막인데 급매물은 6억7000만원에 나왔고 부동산원 시세는 7억1000만원이다. 이 중 무엇이 '진짜 집값'일까. 주택 가격에 대한 불신은 시장 전체에 퍼져 있다. 23억원이었던 '헬리오시티'가 13억원에, 15억원이었던 '염리삼성래미안'은 8억원에 거래 됐다. 잇따른 반값거래에 시장은 부모-자식 간 거래, 부담부증여 등을 의심한다. 이런 와중에 '래미안퍼스티지'는 전고가보다 8억원 오른 49억원에, '청담자이'는 5억원 뛴 22억원에 팔려 신고가를 썼다. 허위 신고로 호가를 높이고 추후 계약을 취소하는 '자전거래'로 보는 시각이 많다. 최근 '도곡렉슬' '잠실5단지' 신고가 거래가 돌연
"차라리 딜(거래)이 깨진 게 다행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서울 여의도 IFC(국제금융센터) 인수 추진건이 무산된 뒤 미래에셋 그룹 안팎에서 나오는 얘기다. 4조1000억원 규모의 딜이 성공했다면 오히려 '승자의 저주'에 빠질 가능성이 높았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최근 몇 달 사이, 특히 미래에셋이 지난 5월 IFC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된 이후 돈줄이 급격히 말랐다. 계약 당시 4% 중반대였던 인수금융 금리는 최소 7%대 이상으로 뛰었다. 주요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디폴트(채무불이행) 여파로 단기자금 시장이 쪼그라들면서 돈을 구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우선협상자가 된 후 미래에셋이 준비한 리츠가 국토교통부 승인을 얻지 못해 딜이 어려워졌다. 미래에셋은 매각 측인 브룩필드자산운용에 '할인'을 요구했다. 계약 이행보증금 2000억원에 대해선 SIAC(싱가포르국제중재센터)가 국제분쟁 심사를 진행중이다. 미래에셋 입장에선 보증금을 찾아오는 게 중요하지만 최근 시장 상황을 고려
"조마조마하네요. 우리 당에도 꼭 튀어보겠다고 한 마디씩 하는 사람들 있잖아요. 지금은 눈치 챙겨야 할 때인데." '이태원 참사' 관련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현안보고를 앞둔 지난달 31일 더불어민주당 한 의원이 한 말이다. 사실 여야는 이미 현안보고 때 별도 질의시간도 갖지 않기로 합의했다. 당국 책임자들이 예상 답변을 준비하느라 사고 수습에 차질을 빚으면 안 된다는 이유다. 질의가 없으니 현안보고 자리에선 질책도 정쟁도 없을 가능성이 높다. 참사 직후 여야는 정쟁을 잠시 멈추자는 데 '초당적' 합의를 이뤘다. 이처럼 정치권에 흔치 않은 상황이 벌어졌는 데도 그가 "말실수 나올까 걱정된다"며 전전긍긍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사고 수습도 안된 마당에 '눈치없는' 돌발 행동들이 이미 당 내에서 속출해서다. 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의 남영희 부원장은 참사 직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태원 참사는 청와대 이전이 야기한 대참사"라며 "윤석열 대통령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올 1~3분기 벤처투자 5.4조원…역대 최대 기록"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 27일 분기별 벤처투자 현황 통계를 발표하면서 낸 보도자료 제목이다. "복합적인 경제 리스크에도 벤처투자, 펀드결성은 역대 최대"라는 부제를 가진 해당 문서는 정부가 운영하는 뉴스포털 '대한민국 정책브리핑'과 네이버·다음 등 포털에도 게시돼 국민들에게 전달됐다. 거짓말은 아니지만, 해당 발표에는 또다른 진실이 숨겨져 있다. 정작 3분기 벤처투자액은 전년 동기대비 40.1%(8388억원) 급감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이었던 2020년 3분기와 비교해도 1.2%(150억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1~3분기 누적은 1·2분기의 역대 최대 기록이 가져온 착시였다. 3분기 벤처투자 감소는 예상된 결과다. 지난해 4분기 이후 벤처투자 규모는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고물가에 금리가 치솟으면서 코스피 등 주식시장의 투자자본도 줄어들고 있다. 벤처투자 시장의 침체는 리스크가 큰 만큼 더하면 더했지 안정
윤석열 정부가 또 하나의 바이오산업 육성카드를 뽑아들었다. 이번엔 국가 바이오 파운드리 구축이다. 반도체 산업의 파운드리(위탁생산) 개념을 도입해 국가 차원에서 백신·신약 수요에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신속 생산에 기반한 10년 내 전 세계 바이오시장 두 자릿수 점유율이 목표다. 업계는 바이오 산업 육성에 대한 정부 의지를 환영하면서도, '선택과 집중' 측면에선 아쉬움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바이오산업 육성을 위한 선결과제들이 산적해 있는 탓이다. 현재 국내 바이오 산업이 전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2%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수치에 비해 존재감은 결코 작지 않다. 일찌감치 바이오시밀러 분야에 진출한 셀트리온은 주요 국가에서 1위 점유율을 유지 중이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세계 최대 바이오의약품 CDMO(위탁개발생산) 기업으로 발돋움 했다. 상대적으로 영세한 바이오벤처들 역시 독자기술로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과 잇따른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 중이다. 이는 전통 산업에 비해
'자업자득(自業自得), 결자해지(結者解之)' 채권시장 쇼크가 시작된 전후로 만난 금융당국 인사들이 답답한 듯 토로한다. "자율적으로 해결하는 게 맞다"며 시장 개입에 소극적 태도를 보였던 금융당국이다. 소화기를 들고 이리저리 뛰면서 끓는 화를 삭인다. "지난 몇 년간 부동산 호황기 때 증권사들이 PF(프로젝트파이낸싱)로 쉽게 떼돈을 벌지 않았나. 그걸로 억대 성과급 잔치도 벌였다. 그 돈으로 리스크 관리도 안하고 뭐 했나. 뻔뻔하다." 레고랜드 디폴트(채무불이행)이 시장에 큰 충격을 준 게 사실이다. 지자체 보증물이 나자빠질 판이 돼 버리면서 채권시장이 한순간에 얼어붙었다. "이러다 다 죽는다, 빨리 살려달라"는 아우성이 터져 나왔다. 당국이 뭉그적거리다 이 지경에 이르렀단 비판도 있다. 하지만 위험을 잉태한 증권사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말부터 금리 상승으로 인한 경고메시지는 여러 차례 울렸다. 금융당국도 '퍼펙트스톰(초대형 복합위기)'에 대비해야 한다고 외쳐왔다.
"멋모르고 기업가치만 빵빵 올려놓은 스타트업은 죽을 맛일 겁니다." 최근 벤처투자 시장은 빙하기다. 투자 유치는 고사하고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시기다. 최근 수년 간 이어진 벤처투자 호황기에 몸값만 잔뜩 높인 스타트업의 상황은 더욱 녹록지 않다. 몸값을 낮추고 투자 유치에 나섰지만, 실패하고 헐값에 매각 혹은 폐업하는 사례도 속속 나오고 있다. 스타트업 창업자라면 누구라도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받으려는 유혹에 빠진다. 기업가치가 높으면 높을수록 투자금은 늘어나고, 투자 유치에 따른 지분 희석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예비유니콘 △아기유니콘 등 허울 좋은 간판도 달 수 있다. 문제는 높아진 몸값만큼 '마일스톤(단계별 경영성과)'의 난이도도 높아진다는 거다. 다음 투자 유치를 위해 수행해야 할 마일스톤의 기준이 높아지면 이를 달성하기 위해 창업자도 그만큼 무리할 수밖에 없다. 최근 매물로 나온 메쉬코리아가 대표적이다. 배송대행 플랫폼 '부릉'을 운영하던 메쉬코리아는 대규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