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아무리 규제를 풀어도 안 팔립니다."
거래가 살아날 수 있겠냐는 기자의 질문에 정부 관계자가 답했다. 이유는 명료하다. 시장에는 집을 사려는 무주택자, 집을 갈아타려는 1주택자 등 매년 일정한 고정 수요가 있는데 지난 몇년 집값 폭등에 대한 불안으로 미래의 고정 수요자들까지 집을 당겨 사버렸기 때문에 한동안은 수요가 없는 게 당연하다는 것. 꽤 설득력 있는 얘기다.
최근 몇 년은 '영끌족'의 시대였다. 아직 집을 살 준비가 안 된 사람들까지 매매시장에 유입됐다. 이걸 정부는 '미래 수요'로 봤고 그래서 꺼낸 카드가 '사전청약'이다. 미래 수요에는 미래 공급으로 대응하겠다는 거였다. 아직 입주까지 한참 남은 미래 주택을 당겨 공급함으로써 수요와 공급의 시점을 다시 일치시켰다.
최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국정과제 점검회의에서 내년 사전청약 실시 계획을 밝혔다. 작년에 시작된 사전청약이 3년째 이어지는 것이다. 연말을 시작으로 내년까지 공공주택 1만1000가구가 공급된다. 윤석열 정부의 핵심 주택정책인 '청년원가주택'과 '역세권첫집'이다.
그런데 최근 시장 상황은 굳이 사전청약이 필요한지 의문이 들 정도로 급변했다.
현재 전국 미분양 물량은 5만채에 육박하고 입주율은 역대 최저로 빈집이 넘쳐난다. 입주가 3년도 안 남은 일반청약조차도 부진을 면치 못한다. 건설사들은 '재고떨이' 할인분양에 나섰고 매도자들은 급매를 내놨다. 그런데도 안 산다. 미래 수요는 커녕 현재 수요조차 없다.
정부가 내세우는 '시세의 70% 가격'은 또 어떤가. 시장에 쏟아진 서울 아파트 매물만 5만가구가 넘고 급매물은 이미 KB시세의 70~80% 수준에 나와 있다. 집값이 계속 하락한다면 '시세의 70% 가격'이 앞으로도 매력적일지 장담할 수 없다.
심지어 사전청약은 부동산 연착륙을 위해 규제 정상화에 나서는 정부 기조와도 결이 안 맞다. 매수심리지수가 최저치를 경신하는 와중에 그나마 있는 매수 수요까지 사전청약 아파트에 입주하려고 기다린다면 거래절벽 해소에 치명적이다.
미래 수요 없는 미래 공급은 결국 '미래 미분양'을 낳는다. 270만호 공급계획을 짤 때와 시장은 완전히 달라졌다. 정부는 집값 폭등기 내내 시달렸던 공급 강박에서 빠져나올 때가 됐다.
